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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과학자 ‘기술 도둑질’ 시켜” 카이스트 교수 구속 빚은 中 ‘천인계획’

“인재 유치 포장한 산업스파이戰”

  •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우수 과학자 ‘기술 도둑질’ 시켜” 카이스트 교수 구속 빚은 中 ‘천인계획’

  • ● 카이스트 교수도 기술 유출 혐의로 구속
    ● ‘파격 조건’ 내걸고 각국 전문가 영입
    ● 美 “핵심 기술정보 훔치고, 수출관리 위반”
    ● F-35 스텔스 전투기 엔진 데이터 유출
    ● 호주는 천인계획 관여 연구자 전수조사
천인계획(千人計劃)은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도로 2008년 12월 시작된 해외 인재 유치 사업이다. [GettyImage]

천인계획(千人計劃)은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 주도로 2008년 12월 시작된 해외 인재 유치 사업이다. [GettyImage]

9월 14일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A교수를 구속 기소했다. 중국에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을 유출한 혐의였다. A교수가 유출한 것으로 의심받는 기술은 레이저 광선을 발사해 주변을 인식하고 충돌을 회피하는 ‘라이다 장비 기술’이다. 자율주행차의 중추신경계로 평가받는 핵심 기술이다. 

앞서 1월 28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지방검찰청은 찰스 리버 하버드대 화학·생물학부 교수를 기소했다. 공소장에는 미국 나노기술의 선구자인 찰스 리버 교수가 연구를 수행하면서 중국과 관계를 숨기고, 중국 우한이공대로부터 매월 5만 달러(5880만 원)의 보수와 매년 15만 달러(1억7630만 원)의 연구비, 연구소 설립 조건으로 150만 달러(약 18억 원)를 부정 수급했다고 적혀 있다. 미국 국방부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리버 교수의 기소는 미국 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나노기술 연구에서 최고의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2012년 화학 분야에서 노벨상 다음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울프상(Wolf Prize in Chemistry)’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4년 일본 도쿄공대 B교수는 공동 연구를 수행한 중국 베이징이공대 교수로부터 “중국 정부 프로젝트에 응모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정년퇴임(65세)을 앞둔 그는 고심 끝에 중국행을 결정했다. AI(인공지능) 전문가인 B교수는 베이징이공대 교수직과 5년간 1억 엔(11억 원)의 급여와 연구지원비를 약속받았다. 베이징 중심부에 있는 B교수의 고급 아파트 월 임차료 25만 엔(273만 원)도 중국 정부가 부담했다.

‘파격 지원’ 내걸고 인재 유치 드라이브

2012년 8월 5일 중국 허베이성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시진핑 당시 국가 부주석(오른쪽)이 과학기술자 등 초대받은 전문가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2012년 8월 5일 중국 허베이성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시진핑 당시 국가 부주석(오른쪽)이 과학기술자 등 초대받은 전문가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세 명의 과학자가 연관된 이들 사건의 중심에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이 있다. 2008년 12월 중국공산당 중앙판공청이 발표한 ‘해외고급수준 인재유치 계획’이 그것이다. 2000명 수준의 과학기술 분야 해외 석학을 유치하는 게 이 계획의 뼈대다. 나노기술 등 최첨단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고급 두뇌를 유치해 단기간에 기술 이식을 하겠다는 복안이 담겼다. 범정부 차원 태스크포스(TF)가 설립돼 당·정기구를 총괄했고, 일상 업무는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 인재공작국 산하 전담사무국이 전담케 했다. 이 프로젝트는 가속도를 냈다. 2010년 연말까지 총 1143명의 해외 인재를 영입했다. 

천인계획은 원칙상 만 55세 이하 박사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다. 선발되면 1년 중 적어도 6개월을 중국에 체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외국 저명 대학·연구기관 전임교수급 경력자 △글로벌기업·금융기관 전문관리직 △독자적인 지적재산권·핵심기술 보유자 혹은 해외 창업 유경험자다. 선발 분야는 창업, 바이오, 에너지, 환경, 경제·금융, 정보통신, 하이테크 공정(반도체), 기초과학 등이다. 



선발된 ‘인재’에게는 파격 조건을 보장했다. 가족의 영주권을 발급해주고 배우자에게도 직장을 제공하는 한편 100만 위안(1억7000만 원)의 1차 정착금을 지급하고, 관련 기관 매칭 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 지원이 뒤따랐다. 

김병철 중국인민대 노동인사학원 교수는 “천인계획은 고급 인재의 양적 성장에 치중해 오던 중국이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수립한 것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2009년 1차 모집을 시작으로 2020년 2월 14차 모집까지 2492명이 선발됐다. 천인계획이 처음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다. 제1~10차 프로그램 선발자는 626명에 그쳤다. 이후 제11~14차 청년인재 프로그램에서는 지원자 8845명이 몰려 1866명이 선발됐다. 이들 인재는 대학 교수나 관영 하이테크 산업단지·연구기관 연구위원으로 임용된다. 일정 의무 재직 기간을 거치고 창업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2017년 3월 위챗 서비스로 잘 알려진 텐센트 AI랩 주임으로 영입된 장퉁은 천인계획 인재 영입 대표 사례다. IBM, 야후, 바이두 등 글로벌 기업에서 일한 그는 AI 관련 특허를 60개 보유한 이 분야 권위자다. 장퉁은 “천인계획 덕분에 신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스트럭처가 갖춰지기 시작했고, 중국의 인재 흡인력이 커지고 있다”고 귀국 배경을 설명했다. 

‘과학기술 분야 해외고급인재 유치’를 명분으로 내건 천인계획에 대해 세계 각국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인재 유치로 포장한 산업스파이전(戰)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리버 교수를 기소한 미국 검찰은 “천인계획은 핵심 기술정보를 훔치고, 수출관리를 위반하는 데 대가를 지급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상원은 “천인계획은 미국의 경제·안보상 국익을 해친다”는 요지의 상세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연구를 보조하는 미국 정부·단체에 허위 보고를 했으며 지적 재산권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등 천인계획이 국익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례로 F-35 스텔스 전투기 엔진 관련 데이터를 중국에 유출한 사례도 명시됐다. 천인계획 참여 계약서에는 “중국을 위해 일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호주 “연구 부정 부추기고 기술 도둑질”

호주 국책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해 8월 20일 천인계획을 집중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천인계획으로 세계 600개 연구기관이 중국과 연결됐다. 중국은 천인계획을 통해 기술 우위를 점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 보고서는 또 “천인계획이 연구비 제공을 빌미로 해외 우수 과학자들의 연구 부정을 부추기고 있으며 기술 도둑질도 서슴지 않는 ‘산업스파이’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6~2018년 국가 핵심기술을 포함한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는 총 40건이다. 그중 중국으로 유출된 사례가 28건(70%)에 달한다. 5000건의 기술을 한 번에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특허청 산하 한국지식재산보호원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미국·일본·독일 등의 원천기술보다 한국의 기술을 더 선호한다. 한국 기술은 탈취하면 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데 반해 원천기술은 중국이 응용하기에는 아직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중국의 이 같은 공세에 세계 각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전담반을 편성해 조사 대상에 오른 연구자 30% 정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5월 국가안전회의(NSC) 국가안전보장국 산하에 천인계획에 대응하는 ‘경제반’을 신설해 법무성 방첩기관과 공동으로 산업스파이 동향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천인계획에 관여한 호주 내 대학 교수와 연구자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차장 산하 조직에서 산업 스파이를 추적한다.



신동아 2020년 11월호

최창근 객원기자 caesar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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