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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삼켜 ‘고래’ 된 ‘새우’,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

우버 자회사 ATG 인수 후 기업가치 100억 달러 돌파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고래’ 삼켜 ‘고래’ 된 ‘새우’,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

  • ● 우버, 적자 누적으로 자회사 ATG 40억 달러에 매각
    ● 크리스 엄슨 등 자율주행차 권위자 3인 공동 창업
    ● 7900억 달러(869조7900억 원) 규모 美 화물운송 시장 겨냥
크리스 엄슨 ‘오로라’ 공동창업자 겸 CEO. [Forbes 제공]

크리스 엄슨 ‘오로라’ 공동창업자 겸 CEO. [Forbes 제공]

2020년 연말, 미국 실리콘밸리는 물론 전 세계 자율주행 모빌리티 업계가 주목한 뉴스가 나왔다. 2020년 12월 7일(현지 시간) 미국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우버(Uber)’는 자율주행 사업부문 자회사 어드밴스드테크놀로지스그룹(ATG)을 스타트업 ‘오로라(Aurora Innovation Inc.)’에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40억 달러(4조4224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 측은 오로라에 추가로 4억 달러(4398억 원)를 투자해 주식 지분 26%를 확보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오로라 이사회에 합류한다. 

우버는 그동안 자율주행 기술 개발·운용에 사활을 걸고 상당한 돈을 투자했다. ATG는 직원만 1200명에 달한다(오로라의 직원 수는 600여 명). 덩치 큰 우버의 자회사를 집어삼킨 오로라는 어떤 기업일까. 2017년 설립 후 자율주행 모빌리티 업계의 실력자로 평가받는 스타트업이다. 미국의 아마존, 한국의 현대차그룹 등이 투자한 회사다. 

우버가 ATG를 매각한 직접적 이유는 재정적자를 개선하라는 주주들의 압박이 거센 데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ATG는 2020년 3분기에만 1억400만 달러(1149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우버는 전기자전거 사업, 인공지능연구소 등 당장 뚜렷한 성과를 못 내도 계속 투자해야 하는 사업부문을 하나둘 정리했다.

우버, 주주들 압박에 ATG 매각

우버는 자율주행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을 훔쳤다는 혐의로 소송까지 당했다. 구글 측에 막대한 금액을 물어주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 리스크도 있었다. 우버는 자가용으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기사를 프리랜서 형태의 ‘독립사업자(independent contractor)’로 규정했다. 기사를 정규 직원으로 인정하면 건강보험료를 지원하고 실업보험금도 적립해야 한다. 인건비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다. 우버는 기사의 정규 직원 인정 여부를 놓고 세계 곳곳에서 법정 싸움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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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는 우버의 오랜 꿈이었다. 인간 없이 컴퓨터의 운전으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미래를 지향했다. 우버는 주주들의 재정적자 개선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오로라만 한 회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로라는 ATG보다 직원 수가 절반 정도이지만 기술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영진도 화려하다. 크리스 엄슨 공동창업자 겸 CEO는 구글의 자율주행 부문을 지휘하던 스타 엔지니어다. 공동창업자 스털링 엔더슨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지능형 주행지원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X’와 ‘오토파일럿(테슬라의 반자율주행기술)’을 개발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 드루 바그넬은 카네기멜론대학에서 20여 년 동안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 기술)과 로보틱스(Robotics·로봇학) 부문을 연구한 공학자다. ATG를 인수한 후 오로라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 약 1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엄슨 CEO는 자율주행 기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2004년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자율주행차 경주대회 ‘그랜드 챌린지’를 열었다. 군사용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였다.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열린 1회 대회. 240㎞ 거리를 완주한 차량은 단 한 대도 나오지 않아 수상자가 없었다. 다만 참가 팀 중 가장 멀리 달린 자동차를 만든 팀이 카네기멜론대 팀이었다. 바로 그 팀을 이끈 인물이 엄슨이었다. 엄슨은 2005년 카네기멜론대에서 자율주행 연구로 로보틱스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엄슨이 이끈 팀은 2005년 2회 대회에 자율주행차 두 대를 출전시켜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2007년 대회에선 우승했다. 엄슨은 스탠퍼드대 자율주행팀을 지도한 세바스천 스런 교수와 각각 구글에 스카웃됐다. 이들은 구글에서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직접 입안해 추진했다. 스런 교수는 자율주행 연구의 대부다. 그와 엄슨은 카네기멜론대에서 함께 지낸 사제지간이었다. 스런 교수가 카네기멜론대에서 컴퓨터공학 및 로보틱스 연구를 할 때 엄슨이 대학원생이었다. 

스런 교수가 2003년 스탠퍼드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두 사람은 계속 교류했다. DARPA 자율주행차 경주대회에선 경쟁자로 만났다. 결과적으로 구글 자율주행 프로젝트로 다시 뭉쳤다. 역할 차이는 있었지만 스런 교수와 엄슨, 두 사람은 현재 자율주행 기술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를 만든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참고로 스런 교수는 2010년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업체 ‘키티호크(Kitty Hawk)’를 창업했다. 키티호크는 라이트 형제가 처음 비행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변의 이름이다. 

오로라는 현재 자율주행 차량 중에서도 자율주행 화물차(대형트럭)에 주력하고 있다. 승객을 실어 나르는 자율주행 택시가 장기 목표라면 대형화물차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는 건 단기 목표. 자율주행 화물차에 집중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일단 미국 내 화물차 운전기사가 부족하다. 통계분석회사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9년 미국의 화물운송(Trucking) 산업 매출은 7900억 달러(869조7900억 원)에 이른다. 현재 화물차 운전기사는 94만7000명 정도인데 화물 운송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 미국화물운송협회(American Trucking Associations)가 2019년 7월에 발간한 ‘2019 운전기사 부족 상황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기준 대형 화물차 운전기사는 실제 수요보다 6만 명 정도 부족했다. 2028년이 되면 부족한 운전기사 숫자는 16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감은 많고 운전기사는 적은 상황.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밤새워 각 주의 경계를 넘나드는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 대형 화물차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도 심각하다. 미국 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대형 화물차 사고로 숨진 사람은 4136명이었다. 1975년 대형 화물차 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4305명이었다. 43년 동안 자동차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화물차 사고로 인한 피해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자율주행차 업계 ‘패자(覇者)’ 꿈꾼다

화물차 사고로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도 크다. 연방차량안전국(FMCSA) 통계를 보면, 대형 화물차 사고가 났을 때 발생하는 비용(각종 보험료, 의료비 등)은 평균 12만 달러(1억3380만 원)였다. 사망자가 생기면 비용은 480만 달러(52억8000만 원)로 급증했다. 교통사고 처리 비용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오로라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에 따른 사고를 예방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로 운전기사를 대체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화물차 부문에서 거둔 성과를 보다 복잡한 골목길 주행이 필요한 자율주행 택시로 확대할 전망이다. 엄슨 CEO의 지휘하에 오로라는 자율주행차 업계의 패자(覇者)를 꿈꾸고 있다.



신동아 2021년 2월호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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