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호

“中의 대만 위협에 제기되는 '대만침공설'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

中과 친밀성 강조하는 文, 결단 내려야 할 때

  • 지은주 고려대 정치연구소 연구교수

    chyole@korea.ac.kr

    입력2021-12-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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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인도태평양 사령관 “中, 6년 내 대만 침공”

    • 트럼프 정부부터 이어진 美 대만 독립 지지에 中 분노

    • 군사전문가들 구체적 침공 시나리오 제시까지

    • 양안 갈등은 中 경제·군사 성장이 배경

    • 아시아 안보 주도권 잡으려는 中의 시도

    • 독립 노선 펼치는 대만 민진당의 연이은 집권

    • 美 ‘대만 수호’ 천명에도 멈추지 않는 中 군사 위협

    • 전쟁 가능성 낮지만 韓, 中 행보 지켜봐야

    군사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의 대만침공설이 제기되고 있다. [Gettyimages]

    군사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의 대만침공설이 제기되고 있다. [Gettyimages]

    “중국이 6년 안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월, 필립 데이비슨 당시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미 상원 청문회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두 달 뒤 영국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는 대만”이라고 적시하면서 양안(兩岸)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양안은 대만해협 서안(西岸·중국 대륙)과 동안(東岸·대만)을 일컫는 말이다. ‘양안 간 전쟁’은 곧 중국의 대만 침공을 의미한다. 최근 홍콩의 한 군사전문가는 “중국이 인민해방군 건군(建軍) 100주년을 맞는 2027년 대만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예측까지 내놨다.

    이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당사자인 중국은 그동안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집권 이후 줄곧 “대만 통일은 역사적인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만 무력 침공 등 전쟁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 10월 9일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도 시진핑은 ‘평화통일’ 의지를 밝히며 ‘일국양제’(一國兩制·통일 이후 일정 기간 대만의 현 정치체제를 유지한다), ‘92공식’(92共識·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견지하되, 하나의 중국을 대표하는 정부가 어딘지는 각자의 해석에 맡긴다는 양안의 공통 인식) 등 기존 원칙을 반복해 천명했다.

    반면 바로 다음 날 대만에서 열린 ‘쌍십절(雙十節)’ 행사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통일을 강조한 시진핑에게 응답하듯 ‘주권 확보’와 ‘국토 수호’를 강조한 것이다. 차이잉원의 경축사에 대해 중국은 “대만이 독립을 모색하는 것은 죽음의 길” “모든 조치를 다해 대만 독립 추구를 분쇄할 것”이라는 등 강경 발언으로 대응했다. 이런 가운데 양안 전쟁 발발 가능성과 미국 개입 여부 등에 대한 궁금증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 지핀 양안 갈등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10월 10일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쌍십절 행사에 참석해 ‘주권 확보’와 ‘국토 수호’를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뉴시스]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10월 10일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쌍십절 행사에 참석해 ‘주권 확보’와 ‘국토 수호’를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뉴시스]

    중국이 대만을 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대만의 독립 추구’는 그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 독립주의자이며 2016년 집권 이후 줄곧 대만의 탈(脫)중국화 속도를 높여왔다.

    대만 독립 의지를 중국이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은 2016년 12월 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차이잉원이 당선 축하 인사를 한 사실을 개인 트위터에 올렸다. 이 통화는 1979년 미국이 대만과 외교 관계를 단절한 후 양국 정상 간에 이뤄진 첫 통화였다. 이때 트럼프가 차이잉원을 “대만의 총통(the President of Taiwan)”으로 칭한 점도 논란이 됐다. 그동안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고자 대만 수반을 “대만에 있는 총통(the President on Taiwan)”으로 불러왔다.

    트럼프가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시작했다. 2016년 12월 말 중국 전투기가 대만 영공을 비행했다. 중국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대만 동부 해역을 항해하기도 했다. 대만은 곧바로 미사일 발사 훈련을 실시했고, 오바마 행정부 당시 중국 반발을 우려해 유보했던 F-16 전투기 구입을 다시 추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대만에 대해 약 13억 달러(약 1조533억 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2020년 대만 총통선거에서 차이잉원이 재선에 성공한 뒤 탈중국 기조를 이어나가자 중국은 군사 도발 강도를 높였다. 올 초부터 11월 사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한 중국 군용기는 700대가 넘는다. 세계 각국 군사전문가들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한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0월 28일 미국 CNN과 한 인터뷰에서 “대만은 국방력 강화를 위해 미군과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발언해 중국 측 반발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신의 전쟁 예상 보도는 날로 정교해지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11월 8일 미국·호주·일본·대만의 군사전략가 12명, 전·현직 장교 15명 등을 인터뷰하고 관련 보고서를 참고해 중국의 대만 점령 6단계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9·11 테러’ 이후 美中 화해 무드, 대만 독립 惡材

    중국의 대만 침공설이 나온 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그 시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은 모교인 미국 코넬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만 독립 가능성을 언급했다. 1992년 ‘92공식’ 수립으로 양안관계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믿고 있던 중국은 리덩후이의 발언에 분노했다. 즉각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쏘며 “대만이 독립을 시도하면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후 리덩후이 총통은 대만 독립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삼가다 1999년 대만과 중국은 별개의 나라라는 ‘양국론(兩國論)’을 제시했다.

    2000년 집권한 천수이볜 총통은 더 급진적이었다. 천수이볜이 소속된 민주진보당(민진당)은 대만 민주화를 이끈 정당으로, 대만 독립 또한 강조했다. 천수이볜은 재임 기간인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지속적으로 탈중국화 정책을 폈다. 독립국가로서 대만의 위상을 확보하고자 노력했고, 이는 개헌과 유엔 가입 추진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이에 맞서 2005년 ‘반분열국가법’을 제정한다. 대만이 독립을 선언할 경우 인민해방군을 동원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대만의 군사력은 객관적으로 중국에 크게 못 미친다. 그럼에도 1990년대 후반 이후 대만이 ‘대담한’ 행보를 보인 건 유사시 미국이 지원하리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6년 중국이 대만을 향해 미사일 위협을 가하자 일본 오키나와에 정박해 있던 자국 항공모함을 대만해협으로 이동시켰다. 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개입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2002년 미국 본토에서 발생한 ‘9·11테러’를 기점으로 대만의 독립추구 노선은 전환점을 맞는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중국의 도움이 필요했고, 양국 관계를 껄끄럽게 만드는 대만의 독립 행보를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 독립 행보를 이어간 천수이볜은 리덩후이와 달리 대만과 미국에서 ‘문제아’ 취급을 받았다. 2004년 재선에 성공한 천수이볜이 2008년 친중국 정책을 펴는 국민당 마잉주 후보에게 패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중국과 손잡고 ‘92공식’을 만들어낸 국민당은 마잉주 총통 재임기간 8년 동안 중국과 경제협력을 확대했다. 2010년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고, 2015년 마잉주 총통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1월 ‘대만 동포에 보내는 메시지’ 발표 40주년 기념식에서 “1949년 이후 중국공산당은 시종일관 대만과의 조국 통일을 역사적 의무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1월 ‘대만 동포에 보내는 메시지’ 발표 40주년 기념식에서 “1949년 이후 중국공산당은 시종일관 대만과의 조국 통일을 역사적 의무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홍콩 사태가 야기한 대만 내 反中 정서

    그러나 대만에서 양안 경제협력이 중국의 대만 흡수통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며 마잉주 체제는 막을 내린다. 2016년 집권한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 총통은 리덩후이 총통 시기 대륙위원회(통일부에 해당) 주임을 맡으며 ‘양국론’을 주도한 인물이다. 중국은 독립 지향적인 차이잉원의 당선 시점부터 대만의 독립 행보가 본격화할 것을 짐작했다. 이에 같은 해 치러진 미국 대선을 주의 깊게 지켜봤는데, 그때 미국 경제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중국과 대립각을 세운 트럼프가 당선한 것이다. 미국과 대만의 노선 일치를 확인한 중국은 1996년 이후 비교적 소강상태에 있던 군사행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한다. 대만을 향한 경제 제재도 본격화한다.

    그 여파로 대만 경제가 타격을 입으며 차이잉원 지지도는 급격히 하락했다. 2017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이 패배했고, 차이잉원 재집권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민진당 안에서조차 차이잉원 리더십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싹트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2019년 발생한 이른바 ‘홍콩 사태’로 대만 분위기가 급변한다. 중국이 홍콩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걸 목격한 대만 시민 사이에서 반중 정서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차이잉원은 2020년 재집권에 성공했다.

    현재 극단으로 치닫는 양안 갈등의 배경에는 중국의 군사적 부상(浮上)도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을 선택한 후 지금까지 약 33년간 연평균 10%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 증강에도 나섰다. 2017년 중국의 국방비 투자액은 1500억 달러(약 177조 원)로 미국(6000억 달러, 약 708조 원)에 이어 세계 2위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만은 중국의 경제와 군사력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대만 반도체 산업의 기술이전이 중국군의 첨단무기 개발로 이어진 건 널리 알려진 일이다. 중국이 보유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유인 우주선, 우주정거장, 레이저 무기, 위성요격무기 같은 첨단기술은 대만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실화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장비는 도리어 대만을 겨누는 칼이 되고 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대가로 꼽히는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한 국가의 군사력이 증가하면, 그 나라는 자기 힘을 시험해 보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점에 눈여겨볼 것은 미·중 갈등이 양안관계에 미칠 영향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꺾고 당선한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 못잖은 대중 강경 정책을 펴고 있다. 올해 1월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42년 만에 처음 대만 대표를 초청해 중국을 자극하기도 했다. 중국-대만-미국이 극도의 갈등으로 치닫는 상황은 과거에는 볼 수 없던 국면이다. 1996년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이 대만 수호 의지를 보이자 중국은 군사도발을 중지했다. 최근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인다. 대만에서 실질적으로 미국 대사관 구실을 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 신임 회장이 대만 수호 의지를 나타냈음에도 중국은 대만을 향한 군사적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10월 4일 중국군 군용기 52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한 데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뉴시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10월 4일 중국군 군용기 52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한 데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뉴시스]

    이전과 다른 중국의 모습, 한국의 선택은?

    그렇다면 이번 양안 갈등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일찍이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은 힘이 커질수록 안보력 극대화를 위해 아시아 지역을 압도하는 질서를 추구할 것이다. 이 계획을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미국을 아시아에서 철수시키기 위해 공격적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중국은 ‘자신을 숨기고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대외 전략의 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2004년부터는 ‘필요한 곳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 전략을 추구했다. 현재의 중국은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는 무소불위(無所不爲) 단계로까지 진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양안 갈등이 바로 전쟁으로 비화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의 대만 수호 의지가 명확하고 무엇보다 중국 군사력이 아직은 미국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중국과 대만은 모두 실질적인 ‘레드라인’은 넘지 않고 있다.

    이 상황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중국이 대국으로 성장하는 순간 미국과의 패권경쟁이 심화할 것이고, 이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은 우리 기업에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국가였다.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공급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이 보여준 ‘동북공정’을 비롯한 역사 왜곡 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태도, 한국 기업에 대한 비상식적인 제재 등은 과연 우리가 중국을 신뢰해도 될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중국의 군용기가 대만 ADIZ(방공식별구역)을 넘어갈 때 한국 ADIZ 또한 여러 차례 침범한 사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현재 한국은 양안 갈등을 관망하며 미·중 간 힘겨루기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지리적인 인접성, 문화적인 친밀성을 강조한다. 한·중 교역을 통한 경제적인 이익 등 ‘달콤한 열매’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이 북한에 가진 영향력 때문에 여타 국가보다는 더욱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공격해 함락시킨다면 이는 한국에도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현명한 외교적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만침공설 #차이잉원 #시진핑 #동아시아외교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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