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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콜레트단설기 밀쌀튀기… 北마트에 ‘짝퉁 한국 과자’ 가득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쵸콜레트단설기 밀쌀튀기… 北마트에 ‘짝퉁 한국 과자’ 가득

  • ● 맛, 봉지까지 베껴
    ● 시리얼도 출시
    ● 벽돌과자는 옛말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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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과자요? 지방마다 과자 공장이 있었어요. 질이 굉장히 나빴거든요. 배급소에서 이따금 나눠줬습니다. 질이 나빴는데도 과자 구경하기 어려우니 받아먹었죠.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 광명성절(2월 16일·김정일 생일)에 과자 선물 받는 건 알죠? 장마당이 확대된 후 중국 과자가 수입되면서 북한 과자가 놀림감이 됐죠.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식량난) 때는 과자 공장이 다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북한 출신인 1981년생 주승현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이렇게 추억했다. 평양에서 태어나 2017년 탈북한 1991년생 J씨의 기억은 이렇다. 

“어릴 적 국가에서 나눠주는 ‘유엔 과자’를 먹었어요. 유엔에서 지원해준 과자인데요. 북한 과자는 맛이 없어 잘 안 먹었습니다. 2014년 이후 북한 과자의 질이 좋아지면서 중국 과자가 장마당에서 사라졌습니다. 중국 과자 먹고 탈 난 사람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북한에서 만든 과자, 맥주, 사탕이 중국 제품보다 비싸요. 초코파이를 제외하면 한국 과자는 없었어요. 이상하게 생긴 한국 소시지도 평양에서 유통됐습니다. 편의점 가면 계산대 앞에 있는 소시지 있잖아요.”


北주민에 ‘단맛’ 알려준 ‘초코파이’

봉지까지 한국 과자를 닮은 북한 과자. [채널A 캡처]

봉지까지 한국 과자를 닮은 북한 과자. [채널A 캡처]

북한에서 과자는 김일성·김정일 생일,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 북한 정권 수립일(9월 9일) 같은 특별한 날에 받는 선물이었다. 김정은 집권 이전까지는 중국산 과자와 비교해 딱딱하고 단맛이 부족해 ‘벽돌과자’라는 놀림을 들었다. 



북한 주민에게 충격을 준 단맛은 한국산 ‘초코파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업체가 북한 근로자에게 간식으로 나눠준 초코파이가 평양의 부유층마저 몸달게 했다. 

초코파이는 돈이나 다름없었다. 간식으로 나눠주다가 야근수당, 성과금, 상여금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개성공단에서 유출된 초코파이가 전성기에는 월 600만 개에 달했다. 근로자들은 도매상에 돈을 받고 초코파이를 넘겼다. 도매상들은 북한 각지의 장마당으로 초코파이를 유통시켰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자 북한의 상인들은 중국에서 만든 ‘짝퉁 초코파이’를 수입했으나 ‘오리지널’을 따라올 수 없었다. 한국산 초코파이는 77개국에 수출돼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과자다. 북한은 현재 큰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에서 ‘쵸콜레트단설기’라는 유사 제품을 생산한다. 한국산 초코파이와 맛이 비슷하다. 

북한 과자 맛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김정은 집권 이후다. 2014년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시행하면서 경공업 제품 질이 크게 개선됐다. 국영 분야에서는 대동강맥주, 민영 분야에서는 큰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이 북한 기준으로 큰 성과를 낸 것으로 선전된다. 

큰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은 원래 국가대표 운동선수를 위한 식료품을 만들던 곳이다. 설탕이 잔뜩 들어간 탄산수를 ‘건강음료’라면서 체육인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이 탄산수가 이제는 마트에서 팔리는 인기 제품이 됐다. 북한에서는 탄산음료를 ‘탄산단물’이라고 한다. ‘사과향탄산단물’ ‘들쭉맛탄산물’ ‘배향탄산단물’ ‘파이내플향탄산단물’ ‘오미자탄산단물’ 등이 생산된다. 탄산이 첨가되지 않은 음료는 ‘단물’이라고 한다. 큰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은 배맛단물, 귤맛단물, 오미자맛단물을 비롯해 다양한 단물을 생산한다.


‘불닭볶음면’ 흉내 낸 ‘매운닭고기볶음국수’

2018년 12월 촬영한 평양의 한 마트. [AP=뉴시스]

2018년 12월 촬영한 평양의 한 마트. [AP=뉴시스]

흥미로운 점은 쵸콜레트단설기 외에도 한국 과자 유사 제품이 많다는 사실이다. 맛은 물론이고 봉지도 조악한 형태로 베꼈다. ‘양파맛튀기과자’는 ‘양파링’, 새우맛튀기과자는 ‘새우깡’ 짝퉁이다. ‘밀쌀튀기’는 ‘조리퐁’과 봉지는 물론 내용물도 유사하다. ‘빼빼로’는 북한에서 ‘꼬치과자’다. ‘낙지맛튀기’는 ‘자갈치’가 떠오른다. ‘불닭볶음면’을 흉내 낸 ‘매운닭고기볶음국수’도 있다. ‘매운닭고기볶음맛과자’도 있는데 한국의 불닭볶음면 소스 맛이 난다.
 
북한은 겹과자, 튀기, 백합과자, 단묵 등으로 과자를 분류한다. 겹과자는 한국에서 ‘샌드’로 불리는 과자다. 백합과자는 ‘웨하스’다. 백합과자는 한국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낱말이다. 국어사전은 ‘밀가루, 달걀, 우유, 탄산 암모늄 따위를 섞어 구운 다음 잼으로 여러 겹 맞붙여서 만든 과자’라고 정의한다. ‘강냉이단묵’ ‘스피룰니나단묵’ ‘팥단묵’의 단묵은 한국의 ‘양갱’이다. 쵸콜레트단설기의 ‘설기’는 카스텔라의 북한식 표기다. ‘코코아단설기’ ‘빠다단설기’ 등이 있다. 막대형 아이스크림은 ‘에스키모’라고 칭한다. 

‘귤단조림과자’ ‘딸기단조림과자’는 ‘버터링’과 식감이 유사한데 가운데 잼이 발라져 있다. 단조림이 잼을 가리킨다. 한국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맛이 좋다. ‘감자편튀기’는 포테이토칩이다. ‘전밀알튀기’는 우유에 말아 먹는 시리얼, ‘야자과자’는 한국의 ‘계란과자’와 맛이 유사한데 코코넛 향이 가미돼 있다. 

과자 한 봉지는 북한 마트에서 2달러 정도에 팔린다. 봉지에 적어놓은 ‘보관기일’(유통기한)이 3개월로 짧은데 방부 기술이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포장할 때 질소 충전도 하지 않는다. 

김정은은 2015년 1월 큰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을 시찰했다. 이 공장에서는 과자뿐 아니라 빵, 음료수, 소시지도 생산한다. 김정은은 “체육 부문뿐 아니라 나라의 식료공업을 발전시키는 데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공장”이라면서 “오늘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껌을 비롯해 우리 사람들의 체질에 맞는 식료품들을 개발·생산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큰컵체육인종합식료공장 송도원종합식료공장, 선흥식료공장, 운하대성식료공장 등이 북한 과자 시장에서 경쟁한다. 

북한은 김정은 지시로 매년 김일성 생일 즈음에 과자·사탕조각으로 만든 창작물 경연을 개최한다. 사탕·과자조각으로 평양의 건축물, 만화영화 캐릭터, 사람 및 동물 형상을 구현해 전시한다.

《신동아 1월호》




신동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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