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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채현의 반려견 마음 읽기

맞는 개는 시한폭탄

폭력은 헛짓,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 설채현 수의사·동물행동전문가 dvm.seol@gmail.com

맞는 개는 시한폭탄

  • 우리가 반려견의 ‘문제 행동’이라고 여기는 것이 개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인 경우가 많다. 짖기 같은 것이 그렇다. 아파트에서 반려견이 짖으면 보호자는 깜짝 놀라 혼을 낸다. 개는 보호자가 왜 화를 내고 심지어 체벌까지 하는지 알지 못한다. ‘짖으면 매를 맞는구나’라고 이해한다 해도 ‘매를 안 맞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까지는 알 수 없다. 반려견을 체벌해 봤자 별 효과가 없는 이유다.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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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교실에서 딴짓하는 아이들을 가느다란 회초리로 때리곤 했다. 회초리가 칼춤 추듯 흔들리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남학생을 혼낼 때 곧잘 야구방망이를 이용했다. 나도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맞은 일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정말 어쩌다 한 번 지각을 했다가 담임선생님께 뺨을 맞았다. 그날 마침 당신 기분이 나쁘다는 게 이유였다. 벌써 20년도 더 지났는데, 각각의 사건이 영화 장면처럼 생생히 기억난다. 학창 시절 겪은 가장 기분 나쁜 에피소드들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의 학교교육 기조는 많이 바뀌었다. ‘체벌은 안 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했다. 나는 이것이 옳다고 본다. 동물을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칭찬 교육 VS 체벌 훈련

나도 사람이다 보니 보호자 말을 듣지 않는 개,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개를 보면 불쑥불쑥 화가 난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개를 더 공격적으로 만든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서다. 폭력으로는 개를 바로잡을 수 없다. 개가 사람과 같이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줄 수도 없다. 

개는 사람보다 체벌에 취약하다. 사람한테는 왜 매를 드는지, 앞으로 혼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말로 설명해 줄 수 있다. 개한테는 그게 안 된다. 그러니 개는 자기가 왜 매를 맞는지, 이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이 뭔지 알지 못한다. 개 관점에서 보면 자기를 체벌하는 사람은 그저 ‘나를 싫어하는 존재’일 뿐이다. 자연히 적대감을 갖게 된다. 

요즘 TV에는 개를 강압적으로 교육하는 모습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가 방송에서 ‘칭찬을 통한 교육’ 모습을 보여준다. 그 덕에 ‘개를 체벌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적잖은 트레이너와 보호자가 체벌의 효용성을 인정한다. 개의 문제 행동을 바로잡는 효과적인 길은 칭찬이 아니라 체벌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20세기 초반 활동한 독일 육군 대령 출신 개 훈련사 콘라드 모스트는 “개든 사람이든 강압적인 수단 없이는 훈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힘을 주면 구멍이 작아지는 목줄 ‘초크체인’을 이용해 개를 훈련했다. 고함지르기, 체벌 등의 방법도 사용했다. 1940년대 들어 미국 반려견 전문가 블랑슈 선더스가 널리 알려지면서 보상, 즉 칭찬을 통한 교육이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선더스는 개가 좋은 행동을 하면 음식, 놀이, 칭찬 등으로 보상을 주라고 강조했다. 


보호자와 반려견의 애착관계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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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체벌을 통한 ‘훈련’과 칭찬을 통한 ‘교육’이 개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포르투갈 포르투대학 연구팀은 개 34마리를 대상으로 ‘낯선 상황 검사(Strange Situation Test)’를 실시해 이를 확인했다. SST는 원래 심리학계에서 아이와 보호자 사이 관계를 살펴보고자 주로 사용하는 검사다. 아이가 낯선 방에 있을 때 보이는 행동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아이와 보호자 사이에 유대 관계가 잘 형성돼 있을 경우, 아이는 낯선 방에 들어가도 보호자가 곁에 있으면 자신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방을 탐색하고 바닥에 있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유대감이 없는 사람과 낯선 공간에 함께 있을 때는 스트레스 행동을 보인다. 

포르투대 연구팀은 개를 대상으로 바로 이 검사를 해봤다. 그 결과 ‘칭찬 교육’을 받은 개가 ‘체벌 훈련’을 받은 개보다 보호자와 더 나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가 동물 트레이닝을 공부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8년 전 내 반려견 버블이가 문제 행동을 보인 일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학교, TV, 책을 통해 배운 것은 주로 체벌을 통한 훈련이었다. 나는 버블이를 바로잡고자 그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때까지 세상에서 나를 가장 좋아하던 버블이가 조금씩 달라졌다. 나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고, 그때부터 칭찬을 통한 교육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정답은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에 있다. 고전적 조건화는 ‘파블로프의 개’ 이야기에서 나온 학습 이론이다. 칭찬 교육을 받은 개는 보호자를 보면 저절로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 체벌 훈련을 받은 개 안에서는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부터 싹튼다. 이것은 의식적인 게 아니다. 정서적 반응이다. 그래서 보상 기반 교육 프로그램은 반려견과 보호자 사이 애착을 강화시키는 반면, 강제력을 사용하는 훈련 프로그램은 궁극적으로 양자의 감정적 애착을 약화시킨다. 그것이 반복되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반려견의 체내 호르몬 대사를 바꾼다. 행복 호르몬이라 하는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한다. 세로토닌이 감소하면 공격성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속적으로 체벌당한 동물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결과적으로 문제 행동 개선 노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사람을 때리면 안 되듯, 개도 때리면 안 된다. 몇 번이고 강조하고 싶은 얘기다.


맞는 개는 시한폭탄

설채현
● 1985년생
● 건국대 수의대 졸업
● 미국 UC데이비스, 미네소타대 동물행동치료 연수
●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 現 ‘그녀의 동물병원’ 원장




신동아 2020년 2월호

설채현 수의사·동물행동전문가 dvm.se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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