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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팬케이크에 주르륵 끼얹어 먹는 마성의 단맛

김민경 ‘맛 이야기’ ㉙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촉촉한 팬케이크에 주르륵 끼얹어 먹는 마성의 단맛

누텔라 크림은 기름지고 고소하며 달콤한 마성의 맛을 낸다. [GettyImage]

누텔라 크림은 기름지고 고소하며 달콤한 마성의 맛을 낸다. [GettyImage]

나는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먹을 것을 양손에 움켜쥐는 아이였고, 입이 비면 문살 사이 창호지까지 뜯어 입에 넣었다고 한다. 한옥에 살았던 기억은 단 1초도 남아 있지 않은데, 찢어진 문 앞에 동그랗게 앉아 있는 내 사진은 수도 없이 봤다. 

좋은 먹성에도 불구하고 한동안은 표준 몸매에 가까운 삶을 어찌어찌 살았다. 그러다가 단 4개월 만에 10㎏ 가까이 살이 찐 적이 있다. 해외에서 요리 견습생으로 있을 때다. 바삭한 빵에 초콜릿크림을 듬뿍 얹어 먹는 아침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주방이며 숙소에 둔 크림을 수시로 퍼 먹었다. 고소하면서 달콤하고, 적당히 찐득한 것을 입안에서 우물우물 녹이며 삼키는 맛에 완전히 중독됐다. 나의 무분별한 식탐과 공범을 이룬 것은 ‘누텔라(nutella)’다.

달콤한 크림이 주는 찐득한 위로

헤이즐넛과 카카오 분말에 설탕과 팜유 등을 넣어 만든 누텔라를 좋아하는 사람이 다 뚱뚱해지지는 않는다. 핑계를 대자면 누텔라에 기대던 당시 나는 춥고 외로웠다. 남자들이 군대 생활을 이야기할 때 ‘밥을 먹어도 배가 고프고, 옷을 입어도 춥다’고들 하는데 딱 그 심정이었다. 낯설고 물 설은 곳에서 어설프기 짝이 없던 견습생은 매 시간 자신에게 위로를 ‘먹이느라’ 몸이 뚱뚱 불어나는 걸 보지 못했다. 자그마치 20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누텔라를 닮은 초콜릿 크림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헤이즐넛 같은 기름지고 고소한 견과류를 곱게 갈아 카카오 분말로 쌉싸래한 풍미를 더하고, 메이플 시럽과 올리고당으로 단맛을 낸 뒤 두유나 아몬드 밀크로 농도를 조절해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시판 제품도 정제당과 정제유 함량을 줄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줄인 게 있다. 

초콜릿 크림이 차지하고 있는 막강한 자리를 빼앗을 만한 게 있다면 ‘로투스 크림’이 아닐까 싶다. 이 크림 재료는 ‘로투스 비스코프(lotus biscoff)’라고, 빨간 봉지에 한 개씩 포장돼 있는 과자다. 참고로 ‘비스코프(biscoff)’는 비스킷과 커피의 합성어다. 바작바작 입자가 도드라지게 씹히는 이 과자는, 어릴 때 먹던 ‘달고나’의 잘 익은 설탕 풍미에 계피 향이 더해진 맛을 낸다. 얇고 바삭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바로 이 과자를 부숴 크림에 섞어 만든 게 로투스 크림이다. 독특한 향과 맛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과자로 크림을 만들었으니 오죽 매력적일까. 최근 아이스크림이며 빵에 ‘로투스 풍미’를 더해 만든 제품이 한정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초콜릿 크림과 로투스 크림처럼 이미 맛있는 것은 어디 곁들여 먹어도 맛있다. 빵과 과자에 발라 먹는 게 가장 간편하다. 버터, 생크림, 우유 등과 섞어 따뜻한 온도에서 묽게 풀면 쓰임이 더욱 다양해진다. 음료에 섞어 먹을 수 있고, 빵이나 쿠키를 구울 때도 사용한다. 최근에는 떡에 초콜릿이나 로투스 맛을 더해 색다르게 먹기도 한다. 견과류를 오븐에 구운 뒤 이런 크림에 굴려 그대로 굳히기만 해도 맛있다. 두 가지 모두 과일과 잘 어울린다. 과일을 켜켜이 넣고 만드는 케이크나 마른 과일을 넣고 만든 다양한 과자와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자연이 선물한 달콤함, 메이플 시럽

품질 좋은 메이플 시럽은 촉촉하게 구운 팬케이크에 주르륵 부어 그대로 먹는 게 좋다. [GettyImage]

품질 좋은 메이플 시럽은 촉촉하게 구운 팬케이크에 주르륵 부어 그대로 먹는 게 좋다. [GettyImage]

메이플 시럽은 완전히 결이 다른 단맛을 선사한다.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크림은 여러 재료를 절묘하게 조합한 결과다. 반면 메이플 시럽은 단일한, 순수의 맛이랄까. 

메이플 시럽은 이름에서 알다시피 사탕단풍나무(메이플) 수액으로 만든다. 토양과 기후 그리고 나무 재배 방식에 따라 풍미가 섬세하게 달라진다. 기온이 낮아지면 나무는 가지 끝까지 수액을 끌어 올린다. 그러다 날이 풀리면 수액이 나무 아래로 흘러내린다. 이렇게 온도가 오르락내리락 왔다갔다 할수록 맛있는 나무 수액이 많이 나온다. 이것을 채취해 끓인 것이 메이플 시럽이다. 

메이플 시럽 색깔은 연한 노란색부터 검붉은 색까지 다양한데, 대체로 투명한 시럽의 품질이 좋다. 색이 진하고 불투명하다면 첨가물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그대로 먹기보다 조리용으로 쓰면 좋다. 색으로 품질을 구분하기 어렵다면 향이나 맛을 보자. 향과 맛이 복잡하지 않고, 거세지 않으며, 부드럽고 은은할수록 순수한 메이플 시럽일 가능성이 크다. 

좋은 메이플 시럽은 그대로 먹어야 맛있다. 촉촉하게 구운 팬케이크,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 우유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 새콤한 그릭 요거트, 새콤달콤하게 과일 넣은 시리얼, 오븐에 구운 호박이나 감자, 고구마에 주르륵 끼얹어 먹는다. 


메이플 시럽은 짭짤하게 구운 베이컨이나 기름진 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GettyImage]

메이플 시럽은 짭짤하게 구운 베이컨이나 기름진 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GettyImage]

이 달콤한 시럽은 고기나 생선에 더해 먹어도 맛있다. 짭짤하게 구운 베이컨이나 발효 햄과 복합적인 맛이 나는 소시지, 삼겹살이나 오리처럼 기름진 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단조롭지 않은 단맛이 짭짤하고 기름진 재료와 만나 색다른 조화를 이룬다. 버터에 구워 익힌 연어에도 두어 방울 얹어 먹는다. 메이플 시럽 색이 짙고, 맛도 향도 강렬한 편이라면 녹인 버터와 섞어 간식, 후식, 식사에 두루 쓸 수 있다.



신동아 2020년 10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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