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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쌀로 지은 나물 솥밥에 청양고추 쫑쫑 썬 양념간장 한 숟가락

김민경 ‘맛 이야기’ ㉞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햅쌀로 지은 나물 솥밥에 청양고추 쫑쫑 썬 양념간장 한 숟가락

말린 나물을 넣고 지은 솥밥. [CJ제일제당 제공]

말린 나물을 넣고 지은 솥밥. [CJ제일제당 제공]

결혼 전 10년 가까이 혼자 살았다. 부모님과 멀지 않은 곳이긴 했지만, 자질구레한 나만의 살림살이를 꽤 갖추고 지냈다. 그중 대부분은 결혼하면서 버렸는데 작은 전기밥솥은 엄마 차지가 됐다. 앙증맞은 분홍색이라 보기엔 좋아도 밥 짓는 실력은 형편없다고 여기던 물건이다. 그런데 이 밥솥이 주인을 바꾸더니 꿀 같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을 지어내는 게 아닌가.

양파향이 어우러진 구수한 버섯밥

송화버섯과 은행을 넣은 솥밥. [마켓컬리 제공]

송화버섯과 은행을 넣은 솥밥. [마켓컬리 제공]

밥 짓는 일은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맛있게 짓기는 다소 까다롭다. 쌀 상태를 가늠할 줄 알아야 하고, 씻고 불린 다음 물 조절하고, 잘 끓여 익히고 뜸도 들여야 한다. 뚜껑을 여는 시점과 섞는 요령도 밥맛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잘 지은 밥은 생기와 윤기, 찰기를 모두 갖고 있다. 

이맘때면 어디서나 햅쌀을 구하기 쉽다. 나처럼 밥 짓는 실력이 부족한 이가 갖출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자원이 신선하고 품질 좋은 쌀이다. 쌀은 한꺼번에 들여놓기보다 도정 날짜를 살펴 가며 조금씩 자주 사 먹는 게 좋다. 

눈부시게 하얀 백미로 밥을 지어도 좋지만 현미와 검은 쌀, 붉은 쌀, 찹쌀 등을 섞어 보고, 귀리나 수수, 기장과 차조, 여러 가지 콩과 보리 등도 섞어 가며 자기가 좋아하는 밥맛을 찾아가는 여정도 재밌다. 

제아무리 맛좋은 밥도 반찬이 없으면 앙금 없는 붕어빵과 같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솥밥이나 버무리밥이다. 솥밥은 여러 재료를 쌀과 함께 넣고 밥을 짓는 것이고, 버무리밥은 갓 지은 밥에 다른 재료를 넣고 휘휘 섞는 것이다. 



이 계절의 솥밥을 꼽으라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버섯밥이다. 냄비 바닥에 도톰하게 썬 양파를 넉넉하게 깔고 그 위에 불린 쌀을 넣고 맨 위에 버섯을 듬뿍 얹는다. 버섯은 아무리 많이 얹어도 숨이 팍 죽으니 양손 가득 잡아 두 움큼 정도 얹어도 된다. 향을 즐기고 싶으면 표고버섯, 씹는 맛을 즐기고 싶다면 느타리‧백만송이‧팽이버섯 등을 택한다. 밥물은 평소보다 조금 적게 잡고 바글바글 끓여 익힌 다음 밑바닥 양파까지 골고루 섞어 먹는다. 양파가 눌으면 더 맛있으니 물이 잦아든 뒤 냄비 바닥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날 때까지 잠깐 둬도 된다. 구수하고 향긋한 버섯물이 스며든 밥에 달게 익은 양파를 섞어 먹는다. 간을 안 해도 심심하지 않다. 반찬 생각이 나면 생김에 양념장 곁들여 한 입씩 싸 먹으면 된다.

납작납작 썬 무와 향긋한 굴의 조화

밥 뜸을 들일 때 굴을 넣으면 향긋한 굴솥밥이 된다. [GettyImages]

밥 뜸을 들일 때 굴을 넣으면 향긋한 굴솥밥이 된다. [GettyImages]

무가 맛있어지는 철이니 무와 굴을 넣고 밥을 짓는 것도 추천! 굴이 없으면 소고기도 좋다. 무는 납작하게 썰어 넣고 쌀과 함께 안친다. 굴은 뜸 들일 때 넣고, 소고기는 첨부터 넣어야 한다. 차돌박이 같은 고기를 준비하면 밥솥에 참기름을 두르고 가볍게 볶아 쌀과 섞는다. 다진 소고기는 그대로 쌀과 섞어 밥을 지으면 된다. 이때 소고기에 다진 마늘과 참기름으로 밑간을 하면 먹음직스러운 향이 진해진다. 아삭한 맛을 더하고 싶으면 콩나물을 처음부터 같이 넣고 밥을 짓는다. 쌀부터 익힌 뒤 미나리처럼 향긋하고 연한 채소를 완성된 밥과 살살 섞어도 된다. 새우, 홍합, 오징어 같은 해산물을 넣고 밥을 지을 때는 청주와 참기름을 조금씩 넣으면 잡냄새를 잡아 준다. 밥에 윤기도 좋아진다. 

시래기와 곤드레나물처럼 향이 좋은 묵은 나물도 솥밥 짓기에 알맞은 재료다. 물에 불린 나물을 삶아 입맛대로 간을 살짝 한다. 들기름에 다진 마늘을 넣어도 좋고, 참기름에 국간장을 조금 섞어도 좋다. 나물을 먹기 좋은 길이로 썬 뒤 쌀과 섞어 밥을 지으면 끝이다. 구수한 나물 솥밥에는 청양고추 쫑쫑 썰어 넣은 칼칼한 양념간장이 제격이다. 

솥밥은 되도록 냄비에 짓는다. 압력밭솥으로도 가능하지만 쌀 외 재료에서 나오는 수분 양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면 밥이 질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솥 바닥에 붙은 눌은 밥 긁어먹는 재미를 보려면 주물이나 바닥이 두꺼운 스테인리스 냄비를 택하는 게 좋다.



신동아 2020년 11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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