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책 속으로

규칙 없음 “자유가 너희를 성공케 하리라”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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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0-11-11 10: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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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칙 없음
    “자유가 너희를 성공케 하리라”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마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 RHK, 468쪽, 2만5000원

    리드 헤이스팅스·에린 마이어 지음, 이경남 옮김, RHK, 468쪽, 2만5000원

    넷플릭스는 미국 근로자에게 꿈의 직장이다. 2018년 미국 기술직 근로자가 뽑은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1위’ ‘직원이 행복한 기업 2위’에 올랐다. 통상 좋은 직장이라면 높은 연봉과 확실한 휴식 시간을 보장한다. 넷플릭스는 두 조건 중 ‘높은 연봉’만 준다. 넷플릭스 직원은 업계 최고 수준 연봉을 받지만 정해진 휴식 시간은 없다. 휴가 규정도 없다. 식사 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에 몰두하는 직원이 많다. 

    가히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도 넷플릭스가 인기 있는 일자리가 된 비결은 자유와 보상이다. 넷플릭스 임직원은 각자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자유롭게 결정하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상사에게 자기 결정을 보고할 필요도 없다. 결과만 회사 전체와 공유하면 된다.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해도 성과급은 따로 없다. 대신 매해 동일 분야 최고 수준의 연봉을 보장한다. 넷플릭스에 남는 것 자체가 성과급인 셈이다. 

    자유가 큰 만큼 책임도 크다. 넷플릭스는 경쟁업체에 빼앗겨도 아쉬울 것 없는 직원이라면 망설임 없이 해고한다. 이는 말단 직원부터 대표까지 모두에게 차별 없이 적용하는 원칙이다. 책의 저자이자 넷플릭스 창업주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임직원이 모여 자유롭고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이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이라 설명한다. 

    넷플릭스는 혁신으로 성공한 대표적 기업이다. 1997년 창업 당시 DVD 대여 업체였지만 시장 변화를 읽고 2007년 온라인 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로 업종 전환했다. DVD 대여업 경쟁자이던 ‘블록버스터’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장의 주류가 되자 폐업 수순을 밟았다. 반면 넷플릭스는 빠른 업종 전환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2013년부터는 콘텐츠 개발에도 직접 손을 대기 시작해 ‘하우스 오브 카드’ ‘로마’ 등 흥행작을 대거 내놓은 종합 콘텐츠 업체로 성장했다. 2020년 시가총액 1873억 달러로, 글로벌 콘텐츠 업계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다. 

    저자는 혁신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오류 방지를 위한 정확한 절차나 규칙보다 창의성과 민첩한 변화에 더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고 수준의 대우로 인재를 모으고 불필요한 규칙을 전부 없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면 자연히 성공에 가까워진다는 이야기다. 



    일각에서는 관리자가 사업의 세세한 분야까지 확인해야 제품과 서비스가 나아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리드는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CEO나 고위 임원이 사업의 세부 사항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더욱 좋아진다는 낭설이다. 사람들은 애플의 아이폰이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성에 찰 때까지 모든 부분에 시시콜콜 개입한 덕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잘못 알려진 이야기다.”(238쪽)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평판이 미래다
    박흥식·박주근 지음, 미다스북스, 320쪽, 1만7500원
    평판이 자산인 시대다. 평판을 쌓는 데 20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 미디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에 대한 정보가 범람하는 탓이다. 이 책은 빅데이터와 SNS를 활용하는 방법, 오너와 평판 관리자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 친절히 일러준다. 평판 커뮤니케이션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와 국내 최고 기업평가 사이트를 창업한 저자의 공동 저서다.


    함양, 원스 어폰 어 타임
    서철원 지음, 바른북스,288쪽, 1만4000원
    혼불문학상 수상 작가 서철원이 고향인 경남 함양을 배경으로 한 단편을 묶어 펴낸 소설집. 시대 배경은 다양하지만 소설 속 삶의 무대는 모두 ‘이상향’ 함양이다. 5리 길에 달하는 상림 숲, 천년 정자 학사루 등이 등장한다. 거지이지만 일본 유학도로 알려진 종세, 전라도에서 넘어온 소리꾼 등 시대적 인물과 소재가 시적인 문체에 담겨 애잔한 향수를 자극한다.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나는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

    마틴 코언 지음, 부키, 520쪽, 1만8000원

    마틴 코언 지음, 부키, 520쪽, 1만8000원

    “당신은 오후 7시 이후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셔도 된다. 또 음식에 소금을 마음껏 첨가해도 된다. 당신은 빵과 버터를 먹어도 되고, 초콜릿 케이크를 즐겨도 된다.”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서문의 한 대목이다. 저자가 우리 삶을 ‘파멸’로 이끌려는 걸까.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건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에 그릇된 금기에 빠져들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가 확인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금 섭취량을 줄일 경우 우리 몸은 체내에 소금을 더 많이 저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호르몬 대사에 변화가 생긴다. 소금은 인류가 오랜 시간 갈망해 온, 생명 유지의 필수 성분이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닐스 그로달 박사팀의 연구를 보자. 학자들이 염분과 고혈압의 상관관계를 다룬 논문 167편을 검토한 결과, 소금 섭취량을 줄이면 혈압이 낮아지긴 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 2.5% 증가하고, 중성지방도 7% 증가했다. 이 경우 심혈관계 건강은 오히려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소금이라는 주제에 흑백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금만이 아니다. 지방, 탄수화물, 열량 등 저자가 보기에 ‘흑백논리’로 접근하면 안 되는 ‘주제’는 제법 많다. 우리 몸은 날마다 일정량의 지방을 필요로 한다. 지방이 있어야 뇌와 신경계가 작동하고, 피부와 머리카락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음식에 담겨 있는 지용성 비타민이 잘 흡수된다. 저자는 “무시무시한 ‘헬스클럽 얼굴’(움푹한 뺨, 주름살, 퀭한 눈)을 갖기 싫다면 당신 몸 세포에 지방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방에 대한 막연한 공포 때문에 저지방 요구르트를 먹는 행위의 위험성도 경고한다. 식품 제조사들은 음식에서 지방을 제거하면 맛이 없어지는 걸 잘 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액상과당을 비롯한 첨가물을 퍼붓는다. 시판되는 저지방 요구르트 대부분이 살찌는 데 기여하는 ‘정크 푸드’인 이유가 여기 있다. 저자는 “저지방 요구르트는 식품에서 좋은 성분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훨씬 나쁜 성분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탄수화물 섭취 또한 ‘악’이 아니다.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를 보면 매일 아침 초콜릿 케이크를 먹은 그룹이 그러지 않은 쪽보다 같은 기간 더 많은 체중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다니엘라 야쿠보비츠 박사는 “아침 일찍 달콤한 간식을 먹은 사람이 하루 동안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덜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음식의 영역에서는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없는지 모른다. 저자는 “(건강하게 먹겠다는 생각에)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것은 필패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음식에 관한 어떤 문제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먹음으로써 존재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이냐를 결정할 때 전문가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성찰하라”는 저자의 조언이 묵직하게 들린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문화, 셰익스피어를 말하다
    안경환 지음, 지식의날개, 420쪽, 1만9500원
    법학자면서 셰익스피어 전문가인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신작. ‘법, 셰익스피어를 입다’(2012), ‘에세이, 셰익스피어를 만나다’(2018)에 이은 3부작 완결편이다. ‘맥베스’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17편에 담긴 시대 배경과 의미를 탐구했다. 저자는 “세상의 부조리와 어둠을 알 만한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고전의 숨은 맛을 조금씩 깨치게 되었다”고 밝혔다.



    우리의 삶을 지켜주는 사방사업
    사방협회 지음, 아누다라, 253쪽, 5만 원
    사방사업(砂防事業)은 황폐지를 복구하거나 산지 붕괴, 토석·나무 유출 또는 모래 날림 등을 방지 또는 예방하는 일련의 사업을 일컫는다. 기후변화로 국내외에서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사방사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진행된 94개 사방사업 장소에 대한 화보집으로, 사방사업의 의미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책 속으로 | 저자와 茶 한잔 |

    ‘공감으로 집권하라’ 펴낸 이영풍 KBS 기자
    ‘21세기형 이순신 장군’을 찾는 우파 집권 플랜

    이영풍 지음, 글통, 256쪽, 1만8000원

    이영풍 지음, 글통, 256쪽, 1만8000원

    ‘공감(共感)’은 타인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는 마음이다. 인간에게는 공감 능력이 있어 공동체를 이루고 협력하며 문명을 일으켰다. 한쪽에선 아파하는데 한쪽에선 귀를 막고 다른 이야기를 떠든다면 인류의 발전은 요원했을 터. 이탈리아 신경심리학자 지코모 리촐라티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과의 교감을 갈망하고, 보는 것만으로 타인의 마음이 머릿속에 거울처럼 반영된다”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를 이해하는 만큼 공감받기를 원한다. 

    이영풍(50) KBS 보도본부 라디오뉴스팀 기자가 ‘공감’이라는 화두로 펜을 들었다. 4·15 총선 패배로 전국 선거 4연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한국 보수당이 어떻게 국민과 공감해야 할지를 사건과 정책을 예로 들며 조목조목 설명한다. 각 사안을 ‘이슈’ ‘실태’ ‘논쟁’ ‘대안’ 순으로 설명해 한눈에 현안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25년차 기자의 혜안은 보수 정당뿐 아니라 정치권 인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책을 집필한 동기는 뭔가. 

    “지난 4월 총선으로 180석 ‘슈퍼 여당’이 출현하다 보니 좌우 정치세력의 건전한 균형에 경고등이 켜지는 사례가 많았다. 예를 들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언론 지형 변화, 미·중 신냉전 상황의 한국 외교 등에 대해 문제점과 대안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총선 결과를 분석하면서는 그동안 우파 정치세력이 스스로를 개혁하지 못하고 특정 소수 세력에 포위된 구조적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이를 종합해 1·2장은 대한민국 우파의 태생과 총선 결과 분석 및 집권 가능성을, 3·4장은 앞으로의 과제를 다뤘다.” 

    -우파 정당의 가장 큰 한계가 무엇이라고 보나. 

    “인재 영입 방식이다. 현장 활동가를 키우고 영입하는 좌파와 달리 우파는 과거부터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나 고위공무원, 율사 출신 인물을 흡수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니 시대 변화를 좇아가지 못했고, ‘꼰대 정당’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국민과 공감하지 못했다.” 

    -그래서 공감을 강조했나. 

    “그렇다. 나라가 잘되려면 우파든 좌파든 의회에서 토론하고 나라의 생존법을 함께 찾아야 한다. 국민과 공감, 유권자와 공감 없이 특정 세력이 정치를 주도하면 중국 홍위병이나 독일 나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총선 이후 그러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부동산 문제도 그렇다. 자유민주주의는 건전한 시장 자본주의를 존중한다. 공산당 중앙계획경제국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체제가 아니다. 정부는 부동산 가진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간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시장의 복수’를 피하긴 어렵다고 본다.” 

    -21세기형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찾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순신 장군의 팬이다. 광화문에서 충무공 동상을 볼 때마다 가슴에서 불끈 솟아오르는 무언가가 있다. 충무공 정신은 자유이자 헌신,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해군은 바닷길과 조류, 기상 등 외부 환경을 적극 활용하는 만큼 해양 문화가 발달한 국가는 자연과학이 발달하고 합리주의 문화가 자리 잡는다. 그리고 충무공은 책임과 헌신에 대해서도 철저했고, 거북선을 만들고 병졸의 지혜를 듣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자유와 헌신, 혁신은 이른바 우파 정치권의 3원칙이라고 본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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