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호

구찌 부활 신호탄 된 한 남자의 죽음

[책 속으로] 하우스 오브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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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1-05-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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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 게이 포든 지음, 서정아 옮김, 다니비앤비, 680쪽, 2만2000원

    사라 게이 포든 지음, 서정아 옮김, 다니비앤비, 680쪽, 2만2000원

    미국 젊은 층 사이에서 ‘구찌(Gucci)’는 ‘좋은(Good)’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힙합 가수들 사이에서 구찌 제품이 유행처럼 퍼지며 생긴 은어가 미국 전역으로 퍼진 것이다. 이처럼 구찌는 100년이 넘은 오래된 브랜드지만 지금도 명품 브랜드 시장에서 남다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구찌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줄 아는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매출 악화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체질 변화를 통해 업계 정상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1994년 구찌의 톰 포드 영입이다. 구찌는 미국 유명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를 불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함을 달아준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구찌가 처음 도입한 직책으로 제품 전체 디자인은 물론 매장의 형태, 광고 등 브랜드 이미지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다. 톰 포드는 격식을 갖춘 구찌의 디자인에 에로티시즘을 녹여냈다.

    톰 포드 영입은 성공적이었다. 당시 파산 위기였던 구찌는 톰 포드 영입 후 3년 만에 매출이 3배가량 늘었다. 1998년에는 ‘올해의 유럽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구찌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지금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두고 있다.

    2009년 톰 포드가 떠나자 구찌는 다시 실적 부진을 겪게 됐다. 무명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며 구찌는 다시 체질을 바꿨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톰 포드의 관능적인 디자인을 구찌에서 지워냈다. 대신 남녀 중 누가 입어도 이상하지 않은 ‘젠더리스’ 디자인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디자인이 힙합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젊은 층에 인기를 끌며 매해 10% 이상씩 매출이 늘고 있다. 2020년에는 영국 컨설팅업체 ‘브랜드 파이낸스’가 선정한 ‘2020 럭셔리 패션잡화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구찌가 ‘성공적 혁신 유전자’를 갖게 된 배경에는 구찌 가문의 3대(代)인 마우리치오 구찌가 있다. 그는 가족기업으로 운영되던 구찌를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바꾼 인물이다. 1989년 구찌 경영을 전담하던 그가 물러나며 도미니코 데 솔레가 구찌의 CEO가 됐다. 도미니코 데 솔레는 톰 포드를 구찌에 영입한 인물이다. 마우리치오 구찌의 경영권 포기 결단이 지금의 구찌를 만든 초석이 된 셈이다.



    마우리치오 구찌는 1995년 총을 맞고 죽는다. 가족 중 한 명이 살인을 청부했고, 살인청부업자가 그의 몸에 총을 쐈다. 책은 이 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구찌라는 브랜드의 시작부터 경영권을 둘러싼 구찌 가문 사람들의 다툼까지의 내막을 자세히 다룬다.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사(史)를 보며 독자는 자연스레 사건의 범인과 범행 의도를 알게 된다. 20세기 구찌 가문의 흥망성쇠는 11월 영화로도 공개될 예정이다. 책 내용을 바탕으로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유명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주연을 맡는다.

    #하우스오브구찌 #신동아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
    이매뉴얼 사에즈·게이브리얼 저크먼 지음, 노정태 옮김, 부키, 360쪽, 1만9800원

    부자가 노동자보다 세금을 덜 내는 미국의 왜곡된 조세제도를 조명한 책.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교수인 두 저자는, 미국이 1930년대부터 반세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누진세율을 유지했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1980년대 누진세 체계를 바꾼 뒤 성장과 분배 지표가 급속히 악화했음을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 고발한다.


    영혼이 숨쉬는 과학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660쪽, 2만8000원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30여 년간 발표한 강연문, 칼럼, 에세이 가운데 41편을 골라 엮은 책. 도킨스는 과학 저술 분야의 신기원을 이룩한 것으로 꼽히는 ‘이기적 유전자’ 외에도 ‘확장된 표현형’ ‘눈먼 시계공’ ‘만들어진 신’ 등의 책을 통해 우리 사회에 뜨거운 논쟁을 일으켜왔다.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이라는 부제가 인상적이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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