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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 건강과 직업

  • 임지은

[시마당] 건강과 직업

몸무게를 앞에 두고 헬스트레이너가 묻는다 하시는 일이 뭡니까? 시를 씁니다
직업이 시인이세요? 시인은 직업이 아니라 상태입니다 머릿속에서 단어들이 불법주차를 한 상태, 뜨거운 문장을 들어올려야 하는데 냄비 손잡이가 다 타버린 상태, 하자니 괴롭고 안 하자니 더 괴로워서 치과 진료를 미루는 사람처럼 영혼의 치아 하나가 덜렁거리는 상태,

헬스트레이너는 볼펜 끝을 살짝 깨문다 운동이 꼭 필요한 상태, 라고 적는다 아침 식사로는 무얼 드시죠? 나는 시인이 된 이후로 이보다 구체적이고 은유적인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날 그날 떠오르는 밥과 반찬을 먹습니다 그는 골고루 먹는 편이라고 적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비유한다

생각의 관절이 부드러워지면 그는 펜을 들지 않아도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스쿼트, 벤치 프레스, 데드리프트 스쿼트, 숄더 프레스, 데드리프트 그가 하는 움직임은 시가 된다 플랭크, 플랭크, 플랭크! 포기를 모르는 그의 문장은 지구력이 뛰어나다 빠지지 말고 꼭 나오세요 묘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호흡으로 가득 찬 방을 빠져나가며 트레이너는 시인이란 상태는 여러모로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막 한편의 시를 완성한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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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은
● 2015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 2019년 시집 ‘무구함과 소보로’ 발표



신동아 2021년 5월호

임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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