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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줄 타는” 변비 고통, 천차만별 세대별 반응[이근희의 ‘젊은 한의학’]

나이 들수록 힘겨운 배변, 윤하제로 ‘통(通)’하게 해야

  •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장

“똥줄 타는” 변비 고통, 천차만별 세대별 반응[이근희의 ‘젊은 한의학’]

장내 유익균 부족, 대장 운동 부족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변비는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GettyImage]

장내 유익균 부족, 대장 운동 부족 등의 문제로 발생하는 변비는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GettyImage]

“똥줄이 탄다”라는 말이 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성향에 따라 어쩌면 수백 수천 번도 뱉었을 아름다운 한국의 관용어다. 할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 기한이 어느새 다가오고, 그런데도 해결되지 않아 마음 졸이면서 근심이 차오르는 상황을 이보다 절묘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대한민국 변비 인구는 국민의 17%에 달한다. 일상적으로 보던 변이 바싹바싹 말라 쉽게 나오지 않을 때의 불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변을 봤나, 보지 못했나는 많은 사람에게 하루 컨디션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변비약을 먹거나, 관장을 하고, 수많은 민간요법과 건강보조식품을 동원하곤 한다. 그래도 쉽게 해결되지 않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변비는 대체 왜 생기는 걸까.

불통즉통(不通則痛), 안 통하면 아프다

사람 몸은 도넛처럼 중간이 뻥 뚫린 구조다. 구강부터 항문까지 연결된 관이 있다. 우리 몸은 이 관을 통해 외부에서 공급되는 음식물을 받아들이고, 소화시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하며 에너지를 만든다. 위장에서 강력한 위액으로 음식을 섞고 녹인 뒤, 소장에서 각종 소화효소로 이를 잘게 분해한다. 이후 필요한 영양소를 흡수하고 남은 것은 대장으로 보낸다.

대장은 대변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소장으로부터 수분과 음식물 찌꺼기가 뒤섞인 1.5L 가량의 유미즙을 넘겨받아 저장하고 농축한다. 우리 장 속에는 38조 개에 달하는 세균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인체에 무해하며 사람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을 만들고, 섬유소 등을 소화시킨다. 방귀와 변의 질감 및 형태를 만드는 것도 세균이다. 이 과정을 거친 뒤 몸에 필요한 수분까지 제거돼 딱딱하게 굳은 대변은 대장 수축운동에 의해 항문으로 배출된다.

설사는 다량의 수분을 함유한 대변이 빈번히 나오는 것으로, 대장에 물이 너무 많거나 대장의 수분 흡수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상한 음식물에 있는 독소가 장을 자극해 설사를 일으키는 게 보통이다. 장 점막이 민감한 사람은 음주, 자극적인 음식 섭취, 심리적 이유 등으로 설사 증상을 겪기도 한다.



변비는 반대로 대변이 장에 오래 머물 때 생긴다. 변 속 수분이 계속 체내에 흡수돼 남은 것은 점점 딱딱하게 굳는다. 장내 유익균이 부족하고, 대장의 수축운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변비가 나타난다.

내가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변비를 앓고 있는데, 의외로 변비 때문에 병원에 오는 분은 많지 않다. 변비는 병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비를 예사로 보면 안 된다.

만성 변비는 여러 증상을 동반한다. 먼저 하복부가 부풀고 속이 더부룩해지며 식욕이 떨어진다. 소화가 잘 안 되고, 배가 아프고 땅기며, 아랫배에서 단단한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더 나아가 머리가 아프고 무거우며, 마음이 우울해지거나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 상열감(上熱感)이 들기도 한다. ‘동의보감’ 저자 허준 선생은 이러한 상태를 ‘불통즉통(不通則痛)’, 즉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고 표현했다.

앞서 설명했듯 사람 위장관은 입부터 항문까지 도넛처럼 뚫린 상태다.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通)하도록 만들어졌다. 그 관의 배출구인 항문이 막히면(不通) 소장, 위장, 얼굴까지 고통(痛)이 생긴다. 이런 상태를 해결하려면 끓는 솥 아래 장작을 빼듯, 풀의 뿌리를 뽑듯 신체 하부에 있는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이를 부저추신(釜底抽薪·강한 적을 만났을 때 근원을 찾아 근절하는 전략)이라고 한다. 이 원리를 응용하면 대변을 자주 배출하도록 해 몸의 열을 내리는 등 신체 다른 부분 치료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충분한 물과 섬유소 섭취가 변비 예방의 왕도

젊은 사람의 경우 물과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해 대장 활동을 촉진하면 변비가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다. [GettyImage]

젊은 사람의 경우 물과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해 대장 활동을 촉진하면 변비가 저절로 낫는 경우가 많다. [GettyImage]

변비 치료 및 예방의 왕도는 있다. 첫째,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변비는 근본적으로 대장 내 수분 부족이 야기하므로 매일 2L 이상 물을 마셔야 한다. 둘째, 요구르트를 먹는 것이다. 장내에 유익한 세균이 많이 살아야 소화력이 커지고 대변 질도 좋아진다. 셋째, 대장 수축운동에 도움이 되도록 줄넘기 등 적절한 운동을 병행한다. 넷째, 대장 부피를 팽창시키고 대장 운동을 촉진하는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게 좋다. 고구마, 호박, 채소 등이 도움이 된다. 다섯째, 긴장이 풀리면 부교감신경이 작용해 배변 활동을 촉진한다. 그러므로 심리적으로 편안한 공간에서 일정한 시간에 대변을 보는 것이 좋다.

필자는 노인 인구가 많은 경북 경주 안강읍에서 한의원을 한다. 노인 환자를 자주 봐서 이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변비 문제로 내원하는 환자 대다수가 노인이다. 소아부터 중장년층까지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앞서 소개한 생활습관을 잘 지키면 변비 증상이 쉽게 호전된다. 그렇지만 노인의 경우 대개 젊은이에 비해 식사량 및 활동량이 부족하다. 장운동 능력 또한 많이 저하돼 있다. 게다가 변비약을 오래 복용한 경우 대장이 탄력을 잃고 스타킹처럼 늘어져 더욱 추진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몇몇 신경정신과 약과 고혈압치료제, 이뇨제 등은 대장 움직임을 방해하거나 대장 내 수분을 더 마르게 할 수도 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노인은 변비에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변비 증상이 오래 나타나면 장이 막히는 장폐색, 장에 구멍이 뚫리는 장천공 등이 생겨 건강이 위험해질 수 있다. 대장암 증상 가운데 하나가 변비인 것도 유념해야 한다. ‘노인이니 변비가 생길 수 있지’ 하고 가벼이 여기지 말고, 대장암 가족력이 있거나, 혈변을 본 경우, 갑작스럽게 체중이 감소하거나 변 굵기가 얇아진 경우 등엔 반드시 관련 검진을 받아야 한다.

한의학에서 노인 변비 치료 목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약은 윤하제(潤下劑)다. 대표적으로 마자인환(麻子仁丸)을 처방한다. 이 약의 핵심 재료는 마자인과 행인으로, 지방유를 함유하고 있어 장 속에서 수분이 흡수되는 것을 억제하며 변을 부드럽게 해준다. 마자인환에 함께 넣는 작약은 복부 긴장을 풀어준다. 또 지실, 후박, 대황이 장운동을 촉진해 대변을 밀어내는 작용을 도와준다. 허약한 사람은 인삼과 황기 등을 같이 달여 먹는 것이 좋다.

진료실에서 환자와 상담을 할 때는 증상을 확인하려고 질문을 많이 한다. 환자분들은 자기 상태를 설명하면서도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몰라 헷갈려 하곤 한다. 그러나 “대변이 어떠신가요”라는 질문만큼은 모두 명확한 답을 알고 있다. 아이들의 경우 웃음을 터뜨리고, 젊은 분은 부끄러워하며, 나이 드신 분은 “아이고~”라는 신음과 함께 하소연을 시작하지만, 모두 쾌변에만큼은 진심인 것이다.


#노인변비 #만성변비 #변비한방치료 #윤하제 #신동아


이근희
● 원광대 한의대 졸업
● 前 수서 갑산한의원 진료원장
● 現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 원장
● 경희대 한의대 대학원 안이비인후피부과 재학 중




신동아 2021년 12월호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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