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호

‘삐-’ ‘웅-’ 돌발성 난청 일주일 내 회복 끝내는 게 좋다

[이근희의 젊은 한의학]

  •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장

    입력2022-09-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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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발성 난청은 조기 발견, 조기 진단,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Gettyimage]

    돌발성 난청은 조기 발견, 조기 진단,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Gettyimage]

    경북 경주에서도 작은 읍 단위 마을에 사는 필자는 가끔 일보러 서울에 갈 때마다 ‘확실히 서울은 서울이구나’ 하고 느낀다. 번쩍이는 네온사인, 도로의 경적,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가판대의 음식 냄새, 대다수 사람이 이어폰을 끼고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움직이는 출퇴근길…. 서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 코, 입, 귀 등 얼굴의 모든 감각기관이 전력을 다해 일하는 느낌이다. 조금 더 어릴 때는 이런 느낌이 활기차고 좋았지만, 최근에는 경주로 돌아갈 때가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나이 가리지 않고 발생

    본래 감각기관은 외부의 위협, 자극을 감지하기 위해 발달했다. 내 생명을 위협할 포식자들의 발소리, 냄새, 모습 등을 포착하고자 예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기관인 것이다. 이러한 감각기관이 결정적 순간에 제대로 작동하려면 평소 쉬어줘야 한다. 넘쳐나는 자극으로 인해 우리의 감각기관은 쉴 시간이 없어졌으며 혹사를 견디지 못해 점차 병이 들어갔다. 그 중 청각을 담당하는 귀로 온 가장 무서운 병이 바로 돌발성 난청이다.

    돌발성 난청은 말 그대로 특별한 원인 없이 수시간에서 2~3일 이내에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질환이다. 정확한 의학적 정의는 3일 이내에 30dB 이상의 난청이 3개의 연속된 주파수에서 발생하는 경우를 칭하는데, 갑자기 귀가 먹먹해지며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어지럽거나 귀에서 이명이 들리면 가장 먼저 의심해 봐야 하는 응급질환이다.

    사람의 귀에서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에는 각각의 소리(주파수)에 대응하는 유모세포(안테나)가 있다. 이 세포가 소음으로 인해 서서히 손상되면 소음성 난청, 노화로 손상되면 노인성 난청이라고 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손상되는 게 돌발성 난청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발생한 염증 탓에 손상됐을 수도 있고, 혈류 장애 혹은 영양결핍으로 달팽이관에 산소와 영양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유모세포와 청신경이 손상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돌발성 난청 환자는 2015년 연간 7만 명 정도에서 2020년 9만4000명으로 계속 증가했으며, 30~50대에 가장 많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다 발생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돌발성 난청 치료의 중요한 포인트는 ‘시기’다. 한번 손상되면 돌이키기 어려우며,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율이 계속 낮아지기에 ‘조기 발견’ ‘조기 진단’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3개월 넘게 방치 시 청력 회복 어려워

    돌발성 난청은 ‘골든 타임’이 빠를수록 좋다. 1주일 이내 회복이 가장 좋으며, 2주일이 지나서부터 서서히 회복력이 떨어지며, 3개월 후부터는 청력 회복이 어려워진다. 그렇기에 환자 스스로가 한쪽 귀가 갑자기 먹먹해지며, 잘 들리지 않으며, 어지럽거나 귀에서 ‘삐-’ 혹은 ‘웅-’ 하는 소리가 들리면 청력을 검사하는 의료기관을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있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귀중한 시간을 흘려보내서는 결코 안 된다.

    병원에서는 돌발성 난청 치료 시 고농도 스테로이드 호로몬제를 주로 처방한다. 경구용 약을 먹도록 하거나 주사로 고막 내에 직접 투약하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병원에 빨리 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더라도 3분의 1 정도만 청력이 완전 회복하고, 다른 3분의 1은 부분 회복하며, 나머지 3분의 1은 회복하지 못한다. 귀는 뇌 쪽 부속기관인지라 미세 혈관이 분포돼 있어 약물이 도달하거나 흡수되기가 힘들고, 특히 달팽이관 주변 림프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이 부위의 순환이 정상화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실제 환자들은 일단 돌발성난청으로 진단받으면 굉장히 힘들어한다. 혹시 청력이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나만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 같은 외로움을 느끼고, 청력이 2~3주 넘게 돌아오지 않으면 절망감을 호소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삐~ 하는 소리가 계속 울리는 이명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외부 소리가 울리거나 시끄럽게 들리는 청각과민, 어지럼증 등이 동반하면 일상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초기 2~3주 효과 없어도 포기 말아야

    ‘동의보감(東醫寶鑑)’은 돌발성 난청을 원인에 따라 6가지로 분류한다. 감기와 같은 외부 감염으로 인한 돌발성 난청을 풍롱(風聾), 귀 안에 물이 들어가 생기는 습롱(濕聾), 무리하게 일해 체력이 떨어져 발생한 노롱(勞聾), 갑작스러운 충격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궐롱(厥聾), 졸롱(卒聾), 큰 병을 앓은 뒤 체력이 떨어져 발생한 허롱(虛聾)이 그것. 이 가운데 풍롱과 습롱이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고, 노롱·궐롱·졸롱·허롱은 혈행 장애, 영양 장애 등으로 인한 돌발성 난청으로 볼 수 있다.

    한의학에서 돌발성 난청에 활용하는 치료 원칙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발병 초기에 바이러스 침입 및 혈행 장애로 귀 안에서 유모세포를 파괴하는 염증과 활성산소 등을 없애주면서 뭉친 림프액과 혈류를 풀어주기 위한 순기(順氣) 활혈(活血) 치풍(治風)에 힘쓴다. 천궁(川芎) 단삼(丹蔘) 석창포(石菖蒲) 같은 약재를 많이 사용한다. 청궁, 청회, 예풍, 이문과 같은 귀 인근 혈자리에 침 치료를 하게 된다. 귀 뒤 유양돌기 인근 근육이 과하게 긴장했을 경우 추나치료 등을 통해 긴장을 해소한다.

    둘째, 발병 2~3주가 지나면 귀 인근 국소 치료에 더해 개인의 신체 상태와 발병 원인에 맞춰 전신 상태 개선을 위한 치료를 시행한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충격으로 인한 경우는 자율신경항진을 진정해 주며, 큰 병에 걸리거나 영양 상태가 불량해 발생한 경우는 보법(補法)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돌발성 난청과 함께 발생한 이명, 어지럼증, 귀먹먹함 등도 함께 치료해 생활의 불편감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방의 돌발성 난청 치료도 양방의 스테로이드 치료와 마찬가지로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가 좋다. 필요하다면 병용 치료를 해서라도 최대한 빠른 효과를 노려야 한다. 초기 2~3주 치료하는 동안 원하는 수준까지 청력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고층 아파트 거주, 귀에 좋지 않다

    귀의 별명은 ‘공한(空閒)’이다. 고요함을 소중하게 여기고 마음이 텅 비어 한가함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대나무밭에 가면 대나무 소리가 나고 소나무밭에 가면 소나무 소리가 나듯 바람이나 자극은 외부로부터 오지만 소리를 내는 주체는 바로 자기 자신인 셈이다. 귀는 들어오는 소리만큼의 메아리를 만들고 공명해야 하니 늘 피로하다. 쉬지 못하고 계속해 혹사당한다면 귓속 유모세포는 울음(耳鳴)을 토해 내다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것이 바로 난청(難聽)이다.

    “눈이 어두우면 사물과 멀어지고, 귀가 어두우면 사람과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난청은 어떤 질환보다도 외로운 질병이다. 갑자기 세상과 단절돼 소통하지 못할 수 있다.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억울하고 예민해져 밤에 잠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덧붙여 혹시라도 회복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한다. 현대사회의 끊임없는 스트레스, 이어폰을 통해 전달되는 큰 소리, 신경을 항진하는 커피, 술, 고층에서의 생활 등은 모두 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병은 오기 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 모두 고요함을 소중히 하자.


    이근희
    ● 원광대 한의대 졸업
    ● 前 수서 갑산한의원 진료원장
    ● 現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 원장
    ● 경희대 한의대 대학원 안이비인후피부과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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