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호

CEO 인터뷰

이오규 ㈜삼표 사장

“ ‘특수 콘크리트’ 기술력으로 유럽·일본과 승부”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9-11-26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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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유일 자체 연구소 둔 시멘트·레미콘 회사

    • 건설업 불황, 스스로 위축되면 미래는 위축될 수밖에…

    • 국내 업계 최초 세계시멘트협회(WCA) 가입한 자부심

    • ‘내한(耐寒) 콘크리트’ 등 친환경·고성능 특수제품 4종 잇따라 출시

    • 공기 단축, 비용 절감…건설업계 숙원 해결 ‘성큼’

    • 폐타이어가 시멘트 재료인 것처럼 말하는 환경론자들

    [김성남 기자]

    [김성남 기자]

    요즘 국내 레미콘·시멘트 업계의 대표 주자인 삼표그룹이 화제다. 특수 콘크리트 4종(種)을 잇따라 시장에 선보이면서 기술력을 자랑하더니 국내 업체로는 처음 세계시멘트협회(WCA)에 가입했다. 서울시와 송파구가 삼표의 풍납동 풍납레미콘 공장 부지에 대한 강제수용 절차에 착수하면서 또 한 번 언론을 탔다. 1966년 설립된 삼표는 현재 17개 계열사에서 3200여 임직원이 일하는 중견기업. 매출 규모는 3조2000억 원, 그룹 총자산 4조1000억 원(2017년 기준)에 달한다. 

    이오규 ㈜삼표 사장은 11월 11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동종업계 최초 기술연구소를 설립할 정도로 삼표는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며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 업체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83년 두산그룹에 입사해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을 지낸 전문 경영인으로, 지난해 7월 삼표 대표이사 사장(경영지원총괄부문)이 됐다. 

    - (주)삼표 사장이 된 지 1년 4개월이 됐다. 

    “3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나와 새로운 직장인 삼표에 합류하면서 긴장되고 걱정이 많았다. 또 이전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나 스스로 중견기업에 대해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無에서 有를 창조하겠다고 생각했는데…”

    - 선입견? 

    “삼표에 올 때만 해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정도원) 회장님을 뵙고 현안에 관해 논의하면서 그분의 엄청난 인사이트(통찰력)에 놀랐다. 직원들도 굉장히 우수하고 회사에 대한 로열티(충성도)도 강해 또 한 번 놀랐다. 대기업이 최고이고, 중견기업은 한 단계 아래라는 선입견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전통이 있는 회사인 만큼 그룹이 갖춰야 할 방향성이나 시스템은 이미 탄탄하게 갖춰져 있었다. 그래서 평소 생각한 원칙과 일부 스킬(기술)을 이 회사에 접목해 추가하고 조금만 더 역량을 갖추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 원칙과 스킬은 뭔가. 

    “ ‘사람 중심 경영’과 ‘팩트(사실) 베이스 경영’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혁신이 일어난다고 해도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인본주의(人本主義) 경영은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고, 세월이 흐르면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항상 긍정적으로 일하자, 우리 스스로 위축되면 미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사람 중심의 경영이다. 중견기업인 만큼 오히려 대기업보다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계속 말해달라. 

    “많이 들어본 얘기지만 결국은 ‘주인의식을 갖고 긍정적으로 살자’는 거다. 사실 이게 쉬운 건 아니다. 그리고 업무 측면에서도 모든 의사결정은 팩트에 의해 결론지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직원들은 대부분 자기 생각을 담아 편집해 보고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면 나중에 탈이 날 수 있다. 따라서 신속한 ‘팩트 베이스 보고’가 중요하다. 직원들은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윗선이나 다른 사람이 보면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경영자는 경험과 노하우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직원들이 신속하게 사실을 보고하면 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새로움의 기초가 되다!

    [김성남 기자]

    [김성남 기자]

    - 삼표는 어떤 회사인가. 

    “삼표그룹은 ‘새로움의 기초가 되다’라는 그룹 슬로건 아래, 레미콘(브랜드명 ‘블루콘’), 골재, 시멘트와 분체 등 건설기초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또, 철도분기기 등 철도 관련 사업과 콘크리트 제품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cast concrete)’ 및 철 스크랩 등 순환자원을 생산하는 환경자원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일반인에게는 생소하다. 

    “쉽게 말해 둥근 콘크리트관이나 콘크리트 블록처럼 이미 만들어진 콘크리트 제품을 연결해 사용하는 규격화된 제품이다. 철근이 들어가 있고 홈이 패어 있어 레고 블록처럼 쉽게 연결할 수 있다. 공장에서 미리 제조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면 된다. 현장에서 타설해 양생 과정을 거쳐야 하는 기존 레미콘 방식에 비해 공기(工期) 단축과 공사비 절감 효과가 크다. 품질관리가 용이하고 내구성이 커지기 때문에 반도체 공장이나 물류창고,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 많이 쓰인다. 향후 활용처가 크게 확대되고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사업 영역이다.” 

    - 레미콘 회사에서 철도 사업을 하는 것도 의외다. 

    “철도가 나뉘는 분기점 25~30m 구간은 일반 레일과 달리 레일 강도와 탄력 등에서 수준 높은 기술력과 밀도 높은 제품이 필요하다. 삼표는 이 분야에 여러 특허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대만 필리핀 태국 등에 수출도 한다. 콘크리트 받침대(침목)도 생산하고 있다.” 

    삼표는 건설업이 불황인데도 최근 △혼자서도 타설이 가능한 자기충전 방식의 ‘블루콘 셀프’ △초기 압축강도를 높여 타설 후 18시간 만에 거푸집 탈형이 가능한 ‘블루콘 스피드’ △영하 5도에서도 사용 가능한 ‘블루콘 윈터’ △일반 콘크리트(최대 25mm)보다 입자가 작은 골재(최대 20mm)를 사용해 작업 성능을 강화한 ‘블루콘 소프트’를 잇달아 선보였다. 삼표는 동종업계 최초로 건설소재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환경자원·철도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특수 콘크리트 4종 세트

    삼표의 건설소재 기술연구소. 연구원이 특수 콘크리트 개발 실험을 하고 있다. [삼표 제공]

    삼표의 건설소재 기술연구소. 연구원이 특수 콘크리트 개발 실험을 하고 있다. [삼표 제공]

    - 최근에는 특수 콘크리트 4종(種)을 잇따라 출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오래전부터 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꾸준히 제품 성능을 높이고 신제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전국 6개의 석산에서 생산하는 골재는 수도권 골재 수요의 30% 이상을 공급한다. 이런 자부심으로 국내에서 처음 20mm굵기의 고운 골재를 사용한 ‘블루콘 소프트’를 출시했다. 입자가 고운 골재여서 콘크리트가 철근 구조물 사이에 부드럽게 채워지고 표면이 고르게 굳어(양생) 타설 시간과 돌출 부위를 제거하는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다.” 

    - 삼표의 내한(耐寒) 콘크리트도 흥미롭다.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얼어붙지 않게 하려고 작업장에서 갈탄을 태우다가 근로자들이 일산화탄소에 질식하는 등 안전사고 뉴스도 나오는데. 

    “그렇다. 겨울철 건설 현장에 가보면 타설한 콘크리트가 얼지 않도록 갈탄을 태워 영상 10도 온도를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이 경우 비용도 만만찮은 데다 열기가 고루 퍼지지 않아 콘크리트 품질을 떨어뜨린다. 갈탄 연소로 인한 일산화탄소 질식 등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이런 문제에 착안해 영하 5도(일평균)에서도 얼지 않는 특수 콘크리트(블루콘 윈터)를 연구했다. 국내 제품 중 가장 낮은 기온에서 타설할 수 있다. 성능 측정을 해보니 영하 5도에서 48시간 뒤 거푸집을 제거할 수 있는 압축강도(5MPa, 메가파스칼)를 보였고, 최종적으로 동해(凍害) 없이 고객이 요구하는 압축강도를 보였다. 앞으로 더 낮은 온도에서도 사용 가능한 제품도 출시해 세계시장에서 겨뤄보겠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17년 5년간 겨울철(12~2월) 질식 재해는 총 30건으로, 이 중 9건(30%)이 건설 현장에서 갈탄 난로를 사용하다가 발생했고,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12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쓰레기 시멘트’라니…”

    - 지난 9월 국내 업체로는 처음 세계시멘트협회(WCA)에 가입했는데.
     
    “2016년 영국에서 설립된 WCA는 세계 시멘트산업을 대표하는 단체다. 28개국 48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고, 시멘트산업 관련 기술과 시장 동향 등에 대한 정보를 교류한다. 중장기 사업 전략을 구상하고 글로벌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 8월 29일 영국 시멘트 전문지인 ‘인터내셔널 시멘트 리뷰’는 “삼표시멘트는 연간 1100만t의 생산능력과 매년 약 100만t의 수출 실적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시멘트 기업”이라며 “협회가 삼표시멘트의 사업목표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길 바란다”는 빈센트 레페브레 WCA 회장의 환영사를 소개했다. 

    - 주52시간 근무제 확대로 건설 현장도 비상이다. 

    “내년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까지 주52시간 근무제가 확대 시행된다. 현장 작업자들의 근로시간도 종전(최장 68시간)의 4분의 3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공사기간도 그만큼 늘어났다. 레미콘 믹서트럭 운전자들도 8·5제(오전 8시~오후 5시 운송)를 시행해 업체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따라서 건설 현장에서는 단기간에 골조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 제품 수요가 높아졌다. 보통 아파트 1개 층 골조 공사를 마치는 데 8~9일이 소요된다. 우리가 개발한 블루콘 스피드는 초기 압축강도를 높여 단기간에 탈형(거푸집 제거)이 가능하다. 13도 기온에서 사용하면 18시간 후 압축강도 5MPa가 구현돼 골조 공사 기간을 하루 이틀은 줄일 수 있다.” 

    - 일부에선 국내 시멘트 회사들이 일본의 석탄재와 해외 폐타이어를 수입해 제조에 사용한다며 ‘쓰레기 시멘트’라고 표현하는데. 

    “어떤 특정 사안을 볼 때 균형감각을 가지고 봐야 한다. 한쪽만 봐서는 안 된다. 발전소에서 미분탄 연소로 채 연소되지 않은 상태의 석탄재가 나온다. 그걸 포집해 정제해서 시멘트 재료로 재활용한다. 환경론자는 폐기물이라고 하지만 산업계는 재활용 원자재라고 표현한다.” 

    - 폐타이어는 어디에 쓰이나. 

    “시멘트는 석회석을 채굴해 잘게 부순 뒤(조쇄 공정) 점토질 등 부원료와 섞는다. 섞인 원료는 25~30m가량의 킬른(Kilin·원통형 철관)에서 가열해 클링커((clinker·반제품)를 만들고, 이 클링커를 석고 등과 함께 분쇄하면 시멘트가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1차 예열(900도 가량)을 한 뒤 최고 2000도의 온도로 연소시키면서 화학적 변형 과정을 거친다. 가열할 때 예전에는 수입 유연탄을 썼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요즘은 석유제품인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 폐타이어를 잘게 썰어 사용한다. 유럽 등 선진국 시멘트 회사에서도 이미 사용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시멘트 제조공정의 연료로 폐기물 사용을 확대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또, 폐합성수지나 폐타이어 등은 시멘트 제조에 첨가되는 재료가 아니라 킬른을 가열하는, 즉 불을 때는 원료로 사용되는데 마치 시멘트에 포함되는 재료인 것처럼 표현해 ‘쓰레기 시멘트’라고 폄훼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매우 억울하다.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등 환경오염물질도 1000도 이상에서 가열하면 열분해 과정을 거쳐 자연 소멸된다. 국가 차원에서도 쓰레기 문제를 해소하고 외화 낭비도 줄일 수 있다. 환경문제와 산업문제는 누가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균형점을 찾아가느냐의 문제다.”

    서울시내에 레미콘 공장이 들어선 이유

    [김성남 기자]

    [김성남 기자]

    - 삼표는 서울 성수동과 풍납동에 레미콘 공장이 있다. 

    “그렇다. 삼표는 서울시내 성수동과 풍납동 두 곳에 공장이 있다. 1970년대 초반 한강 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원활한 레미콘 생산과 공급을 위해 두 곳에 레미콘 공장이 설립됐다. 당시 두 지역은 허허벌판으로 우리 공장만 덩그러니 있었다. 이 두 공장에서 생산되는 레미콘을 활용해 한강 개발을 이뤘고, 압구정동 등 강남 개발의 기초가 됐다. 이 공장에서 일한 삼표 직원들은 서울시 인프라 구축과 도시 확장에 한 부분을 담당했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 그런데 서울시와 송파구는 백제시대 왕성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 일대를 복원·정비하기 위해 삼표산업 소유의 풍납레미콘 공장 부지(면적 7510㎡)에 대한 강제수용 절차에 착수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월 삼표 측이 제기한 ‘서울 풍납동 토성 복원·정비사업의 사업인정고시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는데. 

    “지금은 도시가 확장돼 공장 주변이 개발되면서 이전 압박이 심한 게 사실이다. 적절한 이전 부지가 있으면 이전을 고려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공장을 이전하라는 것은 공장 문을 닫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여서 우리로서는 난감하다. 또 다른 문제는 풍납공장에 레미콘 믹서트럭, 덤프트럭으로 일하는 분이 250여 명이다. 성수동 공장에는 더 많다. 믹서트럭은 공장에 등록하는 등록제여서 함부로 옮길 수도 없다. 이분들 일자리도 사라지게 된다.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원만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 레미콘 공장이 꼭 서울시내에 있어야 하나. 

    “레미콘은 대표적인 도심형 산업이다. 레미콘은 제조된 이후 최장 90분 이내에 공사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굳어서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진국에도 도심에 레미콘 공장이 있다. 일본 도쿄에는 50여 개, 영국 런던에는 30여 개의 레미콘 공장이 시내에 있다. 서울은 우리 공장 2개를 포함해 4개밖에 없다. 풍납동과 성수동 공장마저 레미콘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면 서울시내 건축 사업은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가 계속 나오고 있고, 도심 정비 및 재개발 등에 따른 건설수요도 여전한데 ‘무조건 옮겨라’는 건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안정적인 레미콘 공급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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