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한국처럼 정치가 국민 분열시키는 나라는 보지 못했다”

반기문 前 유엔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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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2-01-3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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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전 선언에 외교력 낭비 말고 새 정부 출범 기다리는 게 순리

    •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 두 번 속으면 속는 사람 잘못

    • 높아진 국가 위상 걸맞게 인류 미래 개척에 앞장서야

    •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실패 타산지석 삼아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조영철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조영철 기자]

    소프라노 조수미, 피겨의 여왕 김연아, 프리미어리거 손흥민, 메이저리거 류현진…. 활동 무대는 달라도 이들은 모두 한국이 낳은 세계적 스타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한국이 낳은 세계적 외교관’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커리어를 쌓았다.

    국제사회에서는 아시아가 배출한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으로 명성이 높고, 한국에서도 외교부 북미국장, 차관, 장관을 역임하며 대외정책을 주도한 외교 전문가다. 특히 그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세 명의 대통령을 보좌했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눈부신 커리어에 대한 평가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이 혼란스럽던 2017년 1월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뉘어 아귀다툼이 한창이던 선거 국면에 그가 잠시 발을 담그면서 양극단을 오갔다. 내 편이라 여긴 이들은 ‘한국이 낳은 글로벌 지도자’라며 그를 추앙했고, 네 편이라 여긴 이들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물고 늘어져 트집을 잡았다.

    그로부터 꼭 5년이 지났다. 최근 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평화와 번영, 그리고 인권’이라는 인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10년의 기록을 담은 책 ‘반기문 결단의 시간들’이 출간됐다. 반 전 총장이 한국의 외교관으로 32년, 유엔 사무총장으로 10년 동안 세계 외교 무대에서 활약한 경험담을 담은 이 책은 이 시기 한국 현대사이자 세계 외교사의 축소판이다. 반기문 전 총장을 만나 북핵이 상존하고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국익을 지켜나가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들었다.

    미사일 도발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보내는 메시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현재 ‘보다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조영철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현재 ‘보다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조영철 기자]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는 등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이 위태롭다.

    “경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방역을 위해 더 폐쇄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허락받지 않고 국경을 넘어오면 사살하라고 했다고 하지 않나. 그런 북한이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한 것은 대외적으로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누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건가.

    “북한이 대외적으로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그런데 지금 완전히 끊겨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를 기대한 것 같은데 꿈쩍 않으니 관심을 끌려는 것이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아닌가.

    “분명히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도발로 규정하는 대신 ‘우려’를 표했다.

    “국제사회 스탠스와 우리 정부 입장 차이가 커 걱정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국가들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안보리 차원에서는 아직 공식 조치가 없어 우려스럽다.”

    북한이 기존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자 미국은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1월 12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관여한 북한 국적 6명과 러시아 국적 1명, 러시아 기업 1곳을 독자적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추가 제재를 요청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경각심을 크게 가져야 할 안보 위기”라며 “1분 내에 서울에 도달할 만큼 빠른 극초음속 미사일이라면 우리가 발사 징후를 미리 파악해 요격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종전 선언을 추진하며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려던 문재인 정부의 시도는 결국 실패한 것인가.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나선 상황인데 종잇장에 불과한 종전 선언서에 서명하는 게 무슨 의미 있나. 지금까지 남북기본합의서부터 9·19 선언까지 남북 간에는 크고 작은 합의가 많았다. 그런데 합의 때 잠시 분위기 반전에 도움이 됐는지 몰라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깨거나 지키지 않아 아무 소용없게 됐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군사적으로 도발하지 말자고 합의한 9·19 선언을 어마어마하게 위반한 것이다. 합의하고도 지키지 않는 북한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속는 사람 잘못이란 말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유엔 헌장에 담긴 3가지 가치

    반 전 총장은 “남북관계는 원칙을 바로 세우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며 “무엇보다 긴 호흡으로 국민의 뜻을 모아가면서 관계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에 한미동맹에 불협화음을 낼 수 있고, 내용조차 불분명한 종전 선언에 소중한 외교력을 낭비할 게 아니라 지금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새 정부 출범을 기다리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5월에 들어설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참담한 실패를 맛본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원칙에 충실하고 당당한 자세로 대북정책을 시행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국익을 지키려면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

    “미·중이 대립각을 세울수록 우리나라가 받을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먼저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상대방이 오해하거나 헛된 기대를 하지 않도록 우리 태도를 명확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우리 안보의 기조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도발할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

    이 대목에서 반 전 총장은 유엔 헌장이 담고 있는 3가지 가치를 설명했다.

    “유엔은 평화와 개발, 그리고 인권이란 3대 가치를 추구한다. 그런데 기본은 평화에서 시작한다. 평화가 없으면 경제가 잘될 리 없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평화가 유지되기도 어렵다. 그리고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면 돈이 아무리 많고 평화로워도 인간으로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인권이 완전히 보장돼 있고 경제도 아주 발전했다.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있다.”

    반 전 총장은 일각에서 반미 주장을 펴거나 한미동맹을 당연시하는 풍조를 우려했다.

    “우리 국민 가운데 상당수가 한미동맹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다. 더구나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군사적으로 자동 개입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자동으로 개입하는 것 아닌가.

    “자동으로 개입하도록 돼 있는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유일하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할 수는 있지만 60일 이내에 미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할 때 우리가 군대를 파견하기 위해 국회에서 난리법석을 떤 뒤에 보내지 않았나. 마찬가지로 한반도 유사시 미국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군대 파견을 결정하더라도 60일 내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한미동맹으로 안보를 튼튼히 한 다음에 한·중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가 잘될 수가 없다. 전쟁 위협이 있는 나라에 누가 투자하고 관광하러 오겠나. 확실한 안보 토대 위에서 경제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과거 미군이 전방에 대거 배치돼 있을 때는 ‘인계철선’ 역할을 해 북한군이 함부로 도발하지 못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전방의 미군부대가 대부분 경기 평택시 등으로 이전한 지금은 그 같은 인계철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 전 총장은 “한반도 안보 현실이 변했다는 것을 깊이 자각하고,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만약 강화하지 못할 것 같으면 최소한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용적 리더십 절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한국 사회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나.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이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질 리더십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걱정이다. 무엇보다 이념과 세대, 지역과 계층을 아우르고 융합할 수 있는 포용적 리더십이 필요한데….”

    차기 대통령에게 특히 주문하고 싶은 점은.

    “인사가 제일 중요하다. 선거 때 도왔다는 이유로, 같은 정당 소속이라는 이유로 자리를 줘서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외교보좌관 임명장을 받던 날이 생각난다. 노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가 언제 만난 일이 있습니까’라고 묻기에 ‘오늘 처음 뵙습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날 노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노 대통령은 ‘여러 사람이 추천도 하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서 당신을 임명했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아주 감동받았다. 외교도 국방도, 경제도 우리나라에는 각 분야에 지혜롭고 똑똑한 인재가 많다. 그런 사람 놔두고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라고 쓰면 국정에 혼란이 생긴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친소 관계와 상관없이 능력 위주로 인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친분이 있는 사람을 쓰면 그 사람이 관계를 의식해 할 소리를 잘 못 한다. 또 그 사람이 일을 잘 못해도 바꾸지도 못한다.”

    차기 정부가 시급하게 해결할 과제는 뭐라고 보나.

    “안보는 국정의 기초이기에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다. 안보 다음으로 시급히 해결할 과제는 국민화합, 국민통합이다. 50년 가까이 공직에서 일하면서 지금처럼 국민이 극단적으로 분열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최근에 정당 가입 연령을 16세로 낮추려고 한다는 보도를 봤다. 도대체 고등학생까지 정당에 가입하도록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참정권을 일찍부터 보장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나.

    “투표 참여 연령을 18세에서 더 낮추는 것은 참정권을 넓힌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당 가입 연령을 낮추는 것은 다른 문제다. 토론을 통해 대화와 타협하는 문화가 뿌리 내리기 전에 어릴 때부터 편을 갈라 상대를 증오하는 정치에 물들게 하는 것은 국민을 통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분열시킬 우려가 있다. 토론도 많이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신변잡기 위주의 비생산적 토론을 하거나, 감정적 토론을 하는 것은 안 하는 것만 못하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10년간 세계 각국을 방문하면서 희생과 헌신, 솔선수범 정신이 결여된 지도자로 인해 그 국가가 어떻게 분열되고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생생하게 목도했다”며 “지금 우리 대선 과정에 비방과 비난, 과도한 인신공격이 난무해 분열적 양상이 심각한 상황인데 매우 걱정스럽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족이나 종교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거나 지도자의 부패나 무능이 문제가 되는 나라는 많아도 우리처럼 정치가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나라는 보지 못했다”며 “국민통합과 국민화합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인터넷 댓글”이라고 지적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조영철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조영철 기자]

    악성 댓글 추방과 교육 개조 필요

    “법원 판결로 모두 단죄됐지만, 드루킹 세력의 악성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끔찍하다. 이번 대선에도 인터넷에는 비방과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증오와 분열의 언어만 가득한 댓글로 인해 시민의 양식과 마음은 병들어 가고 있다. 증오와 분열은 국민통합과 정치 발전의 힘을 약화시킬 뿐이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도 악의적인 댓글을 추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반 전 총장은 악성 댓글 추방과 함께 ‘교육 개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육은 나라 발전의 기초이자 경쟁력의 근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가 통합과 화합의 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지혜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지력을 기르는 교육이 절실하다. 자라나는 세대가 건전한 가치관과 공동체 의식, 인내와 용기,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심어줄 수 있도록 교육의 내실을 기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격과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에 동의하나.

    “전적으로 공감한다. 우리 국민 모두가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도 좋을 만큼 우리나라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이뤄내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정보화까지 역동적으로 이뤄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우리나라는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GDP(국내총생산) 측면에서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를 기록했다. 무역 규모로는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국가 위상이 높아진 만큼 ‘품격 있는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존경받으려면 배려와 헌신, 관용과 인권 같은, 인류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좀 더 기여해야 한다.”

    반 전 총장은 국격을 높이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개도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촌의 양대 과제인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2030 UN SDGs)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이행에 앞장서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GNI(국민총소득) 대비 ODA 출자 비율이 0.35%인데, 우리나라는 그 절반도 안 되는 0.15%에 그쳐 꼴찌에서 두 번째다. ODA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하루빨리 선진국다운 품격을 갖춰 나가는 게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 26)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새 정부를 누가 이끌게 되더라도 국제사회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국격을 높이는 일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 지도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국민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 존중과 관용 같은 세계시민정신을 함양하고 발현할 때 존중받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의 잊지 못할 3가지 기억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를 이끈 고위급 인사들이 총회 마지막 날 새 기후체제에 합의한 파리협정이 채택된 뒤 서로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프랑시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총회 의장인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를 이끈 고위급 인사들이 총회 마지막 날 새 기후체제에 합의한 파리협정이 채택된 뒤 서로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프랑시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총회 의장인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한 반기문 전 총장은 어떤 활동을 가장 보람찬 일로 기억하고 있을까. 가장 큰 성과와 보람이 있었던 일, 가장 아쉬운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절치부심 끝 타결한 2015 파리기후협약

    반 전 총장은 ‘2015 파리기후협약’을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일궈낸, 가장 보람 있고 자랑스러운 성과로 꼽았다.

    “파리기후협약은 인간이 조장한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늦추고자 세계 각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제한에 합의한 것인 동시에 인류의 미래를 위해 마련한 국제협약이다. 아무런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참담한 실패로 끝났던 2009년 코펜하겐 COP15의 실패를 거울 삼아 6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세계 각국 지도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결실을 볼 수 있었다.”


    수단·코트디부아르·팔레스타인 분쟁 조정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을 직접 찾아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내가 사무총장으로 재임할 때 수단과 코트디부아르, 팔레스타인에서 민간인이 살상당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이들 분쟁을 해결하고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수단 내전은 종식돼 남수단이 독립했고, 코트디부아르는 선거를 통해 민주 정부가 수립됐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민간인에 대한 살상은 멈췄다.”


    무산된 세 차례 방북 시도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일까. 반 전 총장은 “세 차례 방북을 준비했지만 북한의 일방적 취소로 무산됐다”고 회고했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 초부터 북한과 접촉해 방북 가능성을 타진했다. 2009년 말에는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공식 초대장을 가져왔는데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어 일정을 조정하다가 무산됐다. 2015년 5월에는 개성공단을 방문하기로 북한 당국과 합의했는데 방북 예정일 바로 전날 아무 설명 없이 초대를 취소했다. 그해 11월 다시 방북 초대를 받았는데 역시 며칠 전 취소했다. 북한 당국이 마지막 순간에 취소한 것은 ‘금수산태양궁전’에서 김일성에 대한 참배를 거부한 것과 유엔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를 거론할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인 출신 유엔 사무총장으로 남북문제에 기여하려는 시도였던 방북이 세 번이나 일방적으로 취소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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