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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뤠잇! 평창올림픽

〈르포〉 경강선 KTX 222.7㎞를 달리다

상전벽해라! 평화 평창! 강원도의 힘!

  • 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르포〉 경강선 KTX 222.7㎞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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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보다는 근대적 삶 성찰했으면

2017년 12월 31일 강원 강릉시 경포대 일몰. [정윤수]

2017년 12월 31일 강원 강릉시 경포대 일몰. [정윤수]

성화대는 특이하게도 경기장 바깥에 높이 25m·폭 4.9m 규모로 설치됐고 그 앞에 100m가량의 슬라이딩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그 용도에 대해 조직위는 최소한의 단서도 밝히지 않는다. 개막식 그 순간에 그 용도가 스펙터클로 작동할 것으로 추측할 따름이다. 개막식이 열리는 2월 9일 오후 8시, 영하 7.7도 및 체감온도 영하 14도가 예상되는 가운데 2시간이 넘는 행사가 전개된다. 

당대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개막식이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을 상기해보자. 진행상의 어수선함은 별개로 하더라도 진부한 국가주의적 상상력, 퓨전도 아니고 전통도 아닌 기이한 의상과 춤들, 아시아는 인천에서 하나가 된다는 식의 무모한 국수주의, 한류 스타들이 시종일관 무대를 장악해버리는 요란한 관광 무대로 졸렬함의 극치를 달린 바 있다. 어떤 의미도 생산하지 못했고 기존의 어떤 의미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지 못했다. ‘하나 되는 아시아’니 ‘세계로 뻗어가는 인천’이니 하는 구호의 남발인데, 이런 구호에 그나마 의미가 발생했던 20세기는 벌써 한 세대 이상 지나버렸다. 

시나리오는 오래전에 완성됐고 최종 리허설이 숨 가쁘게 진행되는 상황이므로, 개막식 당일에야 오래 준비한 결실을 보게 되겠지만, 제발 과도한 ‘국뽕’보다는 한국인이 살아낸 근대적 삶에 대한 실질적인 근거가 소재가 되고 경제적 가난과 정치적 억압과 사회적 차별을 극복하고자 했던 한국인의 현대적 삶이 구현되길 바란다. 그것은 우리와 비슷한 상황 속에서 우리처럼 뜨거운 노력을 하고 있는 세계인들에게 보편적인 메시지로 전송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림픽 이후다. 엄청난 재정 투입과 환경 파괴를 수반하는 무리한 공사 그리고 이로써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공허한 계산들이 횡행했다. 예컨대 이곳 횡계리의 개·폐회식장은 1200여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간 올림픽 사상 최초의 행사 전용 시설이다. 대회 이후 3만5000 가변석과 가설 건축물이 모두 철거된다. 차후에 올림픽기념관을 조성하고 고원훈련장을 복원하는데, 이 철거와 조성과 복원에 재원과 시간이 더 소요된다. 요컨대 ‘재활용’ 방안이 뾰족하지 않다. 빙상 종목이 열리는 강릉 시내의 여러 시설도 실사구시의 지혜가 필요하다.


올림픽 치른다고 평화가 금세 오지는 않아

2월 25일까지 강원 평창군 진부면에서 평창송어축제가 열린다. [박해윤 기자]

2월 25일까지 강원 평창군 진부면에서 평창송어축제가 열린다. [박해윤 기자]

저녁의 경포대 일대는 겨울 바다를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다음 날 새벽에 떠오를 새해의 태양을 보기 위해 하루 일찍 내려온 사람들이 밤의 해변에서 산책을 하고 포옹을 하고 폭죽을 터트린다. 



과거에는 이런 풍경이 휴가철이나 연말연시의 일시적인 효과였으나 앞으로 동해안 일대에서 비교적 자주 보게 될 풍경일 것이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동해안 도시들의 아파트값은 양양 14%, 속초 13%, 동해 12%, 강릉 8% 등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물론 실질 구매자보다는 투자자들의 기민한 움직임이 반영된 것인데 이들은 각종 교통 개발 효과와 올림픽 후광 효과를 노려 제주도에서 동해안 지역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이런 흐름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강원도의 숙제다. 

올림픽을 화두로 해 연말에 평창과 강릉을 취재하고 돌아왔는데, 연초에 남북 간 대화가 가동됐다. 모처럼 재개된 남북 대화가 북한의 대규모 올림픽 참가로 이어지고 나아가 당분간 대화와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평창올림픽과 강원도의 가까운 미래에도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애초부터 계획된 일은 아닐지라도 평창올림픽에 투여된 그 많은 시간과 비용은 그 나름의 가치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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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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