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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왜 아시안컵에서만 부진했나?

최악 컨디션, 잘못된 포지션…‘손 활용법’ 오류 탓

  •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goalgoalsong@naver.com

손흥민은 왜 아시안컵에서만 부진했나?

  • ● 토트넘에서 월드클래스, A매치에선 7경기 무득점
    ● 박지성 활용법 중심으로 대표팀 전술 바꿔야
    ● ‘플레이 메이커’ 역할 하니 슛보다 패스 많아
    ● 소속팀서는 ‘인사이드 포워드’로 능력 극대화
    ● 리오넬 메시의 ‘대표팀 딜레마’와 같아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월 2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실패 후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월 2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자예드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득점에 실패 후 아쉬워하고 있다. [뉴스1]

1992년생인 손흥민은 축구 선수의 전성기라는 20대 후반에 들어섰다. 이미 그는 차범근, 홍명보, 박지성에 이어 한국 축구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대표팀 부진 속에서도 2골을 터트리며 ‘역시 손흥민’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종전에 월드컵 본선 단일 대회에서 2골을 넣은 선수는 홍명보(1994 미국 월드컵)와 안정환(2002 한일월드컵)뿐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에는 국가대표팀의 정식 주장이 됐다. 그가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이 특별하다는 것을 공인받은 셈이다.


“이적료 가치 1억 유로 초읽기”

손흥민(왼쪽)이 1월 1일(현지시간) 영국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디프시티와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경기에서 팀의 3번째 골이 되는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AP=뉴시스]

손흥민(왼쪽)이 1월 1일(현지시간) 영국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디프시티와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경기에서 팀의 3번째 골이 되는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AP=뉴시스]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평가는 계속 오름세다. 2015년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향한 손흥민은 첫 시즌에 부상과 리그 적응 문제로 잠시 부진(40경기 8골)했을 뿐 그 후에는 매 시즌 맹활약하고 있다. 2016-17시즌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20골(47경기 21골) 고지를 돌파했다. 2017-18시즌에는 부상 없이 53경기를 뛰며 18골을 터트렸다. 유럽 현지에서는 손흥민을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더불어 토트넘의 가장 중요한 선수로 인정한다.

올 시즌 활약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2월 11일 기준으로 손흥민은 31경기에서 15골 6도움을 기록했다. 놀라운 것은 시즌 개막 후 3개월 가까이 1골도 넣지 못하는 부진을 극복했다는 점이다. 손흥민의 시즌 첫 골은 10월 31일 리그컵 웨스트햄전(2골)에서, 리그 첫 골은 11월 24일 첼시전(1골)에서 터졌다. 첼시전을 기준으로 보면 채 석 달도 안 돼 13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손흥민보다 페이스가 나은 선수는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전 유럽에도 없다.

현지 언론의 평가도 한층 격이 올랐다. 앨런 시어러, 티에리 앙리, 마틴 키언 등 주류 언론에서 활동하는 특급 스타 출신 해설자들은 손흥민의 팬을 자처하며 꾸준히 호평을 보냈다. 급기야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 수상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11월 이후라면 수상할 자격이 있다. A매치 휴식기 이후 첼시를 상대로 그런 기세가 시작됐다. (올해의 선수) 후보를 찾는다면 손흥민도 도전자가 될 수 있다”며 최근 기세를 높이 샀다.

손흥민의 이적료 가치도 폭등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가 2월 5일 발표한 이적 시장 가치에서 손흥민의 예상 이적료는 9840만 유로(1255억 원)로 책정됐다. 1월보다 450만 유로(57억 원) 상승했고, 1년 전보다 약 23% 상승했다. 유럽 5대 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33위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병역 혜택을 받은 효과까지 더해져 조만간 월드 클래스 선수의 인증과 다름없는 ‘이적료 가치 1억 유로’ 돌파가 예상된다.



토트넘과 손흥민에겐 후반기에 중요한 도전이 있다.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이상 진출이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은 잉글랜드에 불고 있는 손흥민을 향한 호평을 전 유럽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기회다. 아직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8강 무대를 밟지 못했다. 토트넘도 2010-11시즌에 8강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공교롭게 토트넘의 16강 상대는 독일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후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10경기에서 8골을 넣을 정도로 유독 강해 ‘양봉업자(도르트문트의 별명이 꿀벌인 것에 착안)’라는 별명이 있다.


“이곳에 와서 몸 상태 좋았던 적 없다”

쉼 없이 달린 손흥민의 지난 1년은 더할 나위 없었다. 국제대회 기간에는 손흥민만 취재하는 외신 기자들이 몰릴 정도였다. 특유의 밝은 표정이 내내 이어졌지만, 2019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만은 달랐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서 허무하게 탈락했기 때문이다.

아시안컵은 한국 축구가 59년 만의 우승이라는 숙원을 풀어야 했던 중요한 도전이었다. 지난해 8월 아시안게임에 차출된 손흥민은 당시 맺은 토트넘과의 협상으로 인해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두고 UAE로 날아왔다. 손흥민에게도 아시안컵 우승은 절실했다. 10대에 참가한 2011년 대회에서는 A매치 데뷔골을 넣었지만 3위에 그쳤다. 2015년 대회에서는 3골을 넣으며 슈틸리케호를 이끌었지만 결승에서 호주에 패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손흥민 효과는 중국전에서 나타났다. 필리핀,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골 결정력 부족으로 답답한 경기를 펼친 벤투호는 중국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손흥민은 전반에 황의조가 넣은 페널티킥 골을 이끌어냈고, 후반에 김민재의 헤딩 골을 코너킥으로 도우며 큰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그것이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이 기록한 마지막 공격 포인트였다.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한 16강 바레인전, 상대의 중거리슛 한방에 무너지며 우승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만 8강 카타르전에서 손흥민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바레인전에서 황희찬이 선제골을 넣는 과정에서 측면의 이용에게로 보낸 날카로운 전환 패스 정도가 빛났다. 중국전 이후 경기를 거듭할수록 몸놀림이 둔해졌다.

손흥민의 부진은 기록으로도 확인된다. 축구 데이터 분석 업체 ‘팀트웰브’에 따르면 대회 3경기에서 손흥민이 기록한 유효슈팅은 중국전과 카타르전 각 1회에 불과했다. 동료의 슈팅을 돕는 키패스는 중국전 6회, 바레인전 4회로 점점 떨어지더니 카타르전에서는 1회에 그쳤다. 드리블 기록도 마찬가지. 중국전에서 5회 시도해 3회 성공, 바레인전에서 6회 시도해 1회 성공을 기록한 손흥민은 카타르전에서 1회 시도에 그쳤고 그나마 실패로 끝났다.

손흥민이 아시안컵에서 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은 컨디션 조절 실패에 있었다. 카타르전이 끝난 뒤 선수 본인이 “이곳에 와서 몸 상태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한 번도 잠을 편하게 자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라고 고백하듯 말했다. 3경기를 치르는 열흘 동안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는 얘기다.

운동선수의 컨디션은 체력, 운동 리듬, 영양 섭취, 편안한 수면 등의 복합적 요소로 형성된다. 시즌을 한창 치르던 중 합류한 손흥민의 운동 리듬은 일정하게 유지된 상태였다. 문제는 체력이었다. 손흥민은 아시안컵에 합류하기 전까지 한 달 동안 9경기를 소화했다.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유럽 리그와 달리 겨울 휴식기가 없다. 오히려 크리스마스 이후 일주일 동안 3경기를 소화하는 격렬한 일정을 보낸다.

손흥민은 1월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리그 22라운드를 풀타임 소화한 뒤 곧바로 두바이행 비행기를 탔다. 7시간의 비행을 비롯해 총 10시간 이동으로 인한 피로와 3시간의 시차를 해소해야 했는데 이틀 만에 중국전에 출전해 88분을 뛰었다. 이에 중국전에서만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고 방전되고 말았다.


“독이 된 중국전 88분 출전 강행”

대표팀이 전력 핵심인 손흥민의 컨디션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많다. 손흥민의 피로 누적은 단기적 문제가 아니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6, 7월 휴식기를 통해 지난 시즌의 피로를 해소하고, 새 시즌을 위한 체력을 준비한다. 하지만 지난해는 월드컵이 있었다. 손흥민은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새 시즌에 돌입했다. 게다가 8월에는 아시안게임을 소화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날아왔다. 여름에만 7만6765㎞, 지구 두 바퀴 반을 도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9월과 10월에도 A매치를 소화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10월까지 소속팀에서 부진했던 이유는 체력적인 어려움에 있다.

손흥민이 다시 날갯짓을 시작한 것도 체력 회복을 통해서다. 벤투 감독은 호주에서 열린 11월 A매치에 손흥민을 부르지 않았다. A매치 휴식기에 온전히 재충전에 집중한 손흥민은 절묘하게도 그 뒤부터 공격 포인트를 쌓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충전 효과가 두 달 사이 14경기를 치르는 혹독한 일정으로 인해 다시 사라지는 시점이었다는 데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전 88분 기용이 독이 됐다.

벤투 감독은 조 1위를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중국전에 손흥민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조 2위면 이란, 일본을 상대해야 하는 힘든 대진이었다. 조 1위로 16강에 오르면 엿새의 시간이 있는 만큼 손흥민의 회복도 가능하다고 봤다. 그런 결정을 이해할 부분도 있지만, 토너먼트 4경기를 더 이겨야 우승할 수 있는 긴 관점에서 볼 때 중국전은 손흥민에 대한 배려와 휴식이 더 필요했던 타이밍이었다.

전문가들도 손흥민의 중국전 선발 출전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해설위원으로서 아시안컵 경기를 관전한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은 중국전을 앞두고 “피로도도 있지만 환경이 변화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 기후가 완전히 바뀌는 만큼 몸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만일 뛰게 한다면 출전 시간을 조절해줘야 한다”라는 의견을 냈다. 손흥민이 주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선발 출전을 자원했지만, 감독이 큰 그림을 보고 조절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뜻이다.

대회 중 빚어진 의무팀 운영 문제는 손흥민의 컨디션 관리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의무팀 트레이너들이 대회 중 팀을 떠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대회 전 재활트레이너 팀장인 A씨가, 바레인과의 16강전이 끝난 뒤에는 또 다른 트레이너 B씨가 짐을 꾸려 떠났다. 축구협회는 곧바로 다른 인력을 충원했지만 그들의 노하우까지 커버할 순 없었다.

두 명 모두 10년 이상 각급 대표팀에서 활동하며 선수들의 높은 신뢰를 받은 이들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1일부로 끝난 계약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상황에서 축구협회가 아시안컵에 대동했다. 결국 재계약 불발로 두 트레이너가 차례로 팀을 떠났다. 마사지와 개별 운동, 컨디션 점검을 담당하는 스태프의 공백과 혼란은 손흥민 개인만 아니라 대표팀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다.


“대표팀에서 경기당 0.3골↓”

2019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0-1로 패해 탈락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1월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동아DB]

2019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에서 카타르에 0-1로 패해 탈락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1월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동아DB]

보다 넓은 시야로 보면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부진은 일시적이거나 단기적 현상이 아니다.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도 손흥민이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해 대표팀이 힘겹게 본선에 올랐다. 당시 손흥민은 최종예선 10경기 중 8경기에 출전, 홈에서 열린 카타르전에서 단 1골을 기록했다. 확실한 공격 루트를 잃자 대표팀의 득점력은 심한 기복을 탔다. 황선홍, 최용수, 이동국, 박주영, 이근호 등이 확실한 득점원 역할을 해주며 최종예선을 수월히 통과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금메달을 땄지만, 23세 이하 선수들이 주로 참가하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손흥민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김학범호의 공격을 이끈 것은 9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황의조였다. 이승우, 황희찬도 거듭 해결사로 나섰지만 손흥민의 득점포는 키르기스스탄과의 조별리그에서 단 한 번 불을 뿜는 데 그쳤다. 벤투 감독 부임 후 A매치에서도 골이 없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 손흥민은 A매치 7경기째 침묵하고 있다. 토트넘에서처럼 꾸준한 득점력은 A매치에서 보기 어렵다.

손흥민은 A매치 77경기에서 23골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0.3골에 미치지 못한다. 경기당 0.4골을 상회하는 최고의 해결사 본능을 보여준 차범근(136경기 58골), 황선홍(103경기 50골)은 물론이고 김도훈(72경기 30골), 최용수(69경기 27골), 이동국(105경기 33골)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손흥민이 소속팀에서 한국 축구 사상 최고의 공격수라는 평가를 받던 차범근을 능가하는 페이스를 보여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아쉽다.

이런 현상을 선수 개인의 문제만으로 치부할 순 없다. 일각에서는 병역 문제를 해소하며 동기부여가 떨어진 탓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문제는 아시안게임 이전부터 두드러졌다.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이 경계 대상 1호로 삼고 손흥민 봉쇄에 심혈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오히려 우리는 손흥민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공간과 자유를 만들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손흥민은 스타일이 확고한 선수다. 공간이 나오면 엄청난 주력으로 달려가 확실하게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다.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양발을 가리지 않는 슈팅 능력도 탁월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감아 차거나, 강하게 꽂는 슈팅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상대 수비가 겹겹이 둘러싼 좁은 공간에서 섬세한 드리블로 제칠 수 있는 타입은 아니다.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그런 손흥민의 장점과 특징을 가장 잘 활용하는 지도자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능력이 일품인 인사이드 포워드로서의 강점을 백분 살려주기 위해 케인, 알리 같은 동료들에게 약속된 움직임을 요구한다. 토트넘 공격의 삼각편대인 세 선수는 경기 중 수시로 위치 전환을 하며 상대 수비를 흔든다. 그러다 에릭센이 정확한 침투 패스를 주거나, 양 측면에서 깊숙이 전진한 수비수들이 열어준 패스를 손흥민이 해결한다.

반면 대표팀에서 손흥민은 공을 운반하는 역할부터 담당한다. 개인 전술에서 손흥민이 가장 우월하기 때문에 공을 많이 터치하고, 상대 압박을 풀고 나와 동료들에게 연계하는 부분까지 도맡는다. 실제로 아시안게임과 이번 아시안컵에서 손흥민은 측면 윙포워드나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2선 중앙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았다. 슈팅보다 키 패스가 더 많은 아이러니한 양상이 벌어졌다. 힘을 비축하며 공 없는 움직임에 집중하다 동료의 연계로 잡은 찬스를 마무리하면 되는 토트넘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괴리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리오넬 메시가 마주하는 상황과 흡사하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는 프리롤을 맡아 중앙과 측면 가리지 않고 움직이며 동료들과 편안하게 연계 플레이를 펼치는 메시지만, 대표팀에서는 공을 운반하고 상대 집중 마크에 시달리는 플레이메이커로 뛴다. 자연히 바르셀로나에서만큼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비판을 받았고, 두 차례나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맞춤 전술”

대표팀이 손흥민이라는 명검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박지성 활용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동료들의 기량 수준은 소속팀과 같을 수 없지만, 선수의 강점을 살려줄 수 있는 맞춤 전술이 필요하다.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박지성은 박주영의 연계 플레이와 이근호의 활동량 덕에 2선에서 자유를 얻으며 상대 골문을 공략했다. 오히려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보다 더 공격적인 키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 토트넘에서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잘 활용한 방식을 박지성 활용법에서 참고하고, 거기에 현재 대표팀 선수들이 지닌 능력과 스타일에 맞게 조율한 전술적 역할을 이식해야 한다. 

손흥민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때 대표팀도 더 강해질 수 있다. 다음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과 본선, 그리고 4년 뒤의 아시안컵에서 우승에 도전하려면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길이다.




신동아 2019년 3월호

서호정 축구칼럼니스트 goalgoals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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