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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고려 통일 역사를 복원하라

광복 70년! 100년 국가전략을 세우자

  • 홍면기 |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hongmkey@hanmail.net

통일은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고려 통일 역사를 복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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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제국’ 만들어가는 중국

최근 중국은 ‘신형 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와 ‘친(親)·성(誠)·혜(惠)·용(容)’이란 외교전략과 방침을 연이어 내놓았다. 신형 대국관계를 통해 냉전 때와는 다른 식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정립하고자 한다. 친·성·혜·용의 방침을 내세워 중국과 주변국들의 관계가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한다.

학술적인 차원에서도 ‘성세중국(盛世中國)’을 뒷받침하기 위한 준비가 활발하다. 국제정치학계에서는 중국의 가치와 경험, 전략을 녹인 ‘중국학파(Chinese School)’ 수립에 부심한다. ‘창조적 개입(Creative Involvement)’의 논리를 다듬으며 전 세계에 중국 이익을 관철하는 논리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중국은 세계 460여 곳에 설치한 ‘공자학원(孔子學院)’을 거점으로 한 문화외교에 엄청난 자본과 공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러한 공세적 조치에 동북공정 같은 ‘역사 만들기’를 톱니처럼 물려 넣어, ‘새로운 제국’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변강(변방)과 소수민족을 원만히 통합해야 한다는 역사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공정은 변방·소수민족의 원심력을 제어하고 구심력을 높여, 내부 통합을 하자는 논리를 만들려는 역사수정주의적 노력이다. 현재의 중국 영토 안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고, 축적된 국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고조선과 고구려 같은 특정 시기의 우리나라 역사를 지키는 것만이 동북공정에 바로 대처하는 길이라는 주장은 일면의 진실만 반영한다. 중국이 북한을 동북의 ‘제4성(省)’으로 만들려 한다는 주장 역시 동북공정을 피상적, 자의적으로 이해한 데 불과하다.

동북공정식 중국의 역사·현실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중국의 역사정책과 국가전략을 균형 있게 이해해야 한다. 다양한 학문 분과의 성과를 국가정책에 투입할 수 있는 지식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과거를 기억하되 미래를 상상하는 ‘전략적 신중함’을 발휘해야 한다. 잘못된 ‘명예의 감각’으로 역사의 길을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역사’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현실 반전시키는 역사 인식

역사가는 참여자가 아닌 관찰자의 시점에서 과거의 사건을 해석한다. 홉스봄이 말하듯 역사가가 회고적이라면, 역사가는 늘 ‘회고적인 예견(retrospective foreseeing)’을 하는 셈이다.

역사는 과거에 관한 회고와 미래를 향한 조망 간의 변증법적 수렴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는 ‘과거의 사건’과 ‘미래의 목적’ 간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때 역사가는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현실 참여자가 될 자격을 갖는다.

그렇다면 100년 안에 우리가 이뤄야 할 목적은 무엇인가. 한반도에서 비극적인 무력충돌을 방지하며 평화와 통일을 일궈내는 것이다. 그러려면 한국사에 대한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중국과 일본, 대륙과 해양 사이의 ‘섬’처럼 포위된 공간인식을 뛰어넘는 전략구상을 발굴해야 한다. 국가발전 전략을 세우려면 특히 역사인식의 중요성에 착목해야 한다.

독일의 경험이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프로이센은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패한 후 틸지트 조약(1807)을 맺었다. 명목상으로는 독립을 유지했으나 실제로는 프랑스의 속국이 됐다. 프랑스의 심각한 간섭을 받은 프로이센은 사대주의에 휩싸였다. 엘리트가 돼야 할 남성들은 ‘파리의 방탕아(Pariser Roues)’로 자처하며 퇴행을 일삼아 프로이센은 2등국가로 전락했다.

그러자 프로이센 국정을 책임진 슈타인 등이 일련의 개혁으로 국가 면모를 일신하고자 했다. 특히 근대 역사연구의 틀을 세우고 민족의식과 조국애를 가진 독일인을 주조해, 국가 발전의 디딤돌로 삼고자 했다.

두려움을 용기로

실천적 차원에서 역사는 담대한 ‘전략구상의 지적(知的)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

거칠게 보았을 때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세 개의 균열선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북·중 변경지역, 휴전선 지역, 그리고 한국과 일본 사이의 해협이 그것이다.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한반도 분열을 상징하던 이 지역들이 ‘초국경 협력(transborder cooperation)’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북·중 변경을 무대로 한 광역두만강개발구상(GTI), 부산·후쿠오카 초광역권 구상,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 구상이 어젠다가 되면서 대치와 압력의 공간을 ‘공생을 실험’하는 공간으로 바꿔 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된다.

이러한 노력이 한반도에 대한 역사적 압력을 완화하는 빅 카드가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지정학적 충돌선을 공생의 공간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갖춰지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북·중 변경지역을 보자. 그곳은 북한발 위기가 고조되거나 북·중관계가 긴장될 때마다 한반도를 역사의 소용돌이로 몰아갈 먹구름이 끼는 곳이다.

안보전문가들은 ‘우발계획 5029’ 등이 상정하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중국이 이 지역을 통해 북한에 군사적인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그러나 군사주의적 시각만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곳은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이 협력적 게임을 펼쳐나갈 수 있는 곳이며, 북한 급변상황을 완충하면서 변화를 추동해낼 수 있는 전략공간이라는 시각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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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면기 |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hongmke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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