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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성공이 낳은 집단오류의 비극

[신평의 풀피리㉓] 코로나19 백신 늑장 확보, 국민 생명권 위협

  •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K방역 성공이 낳은 집단오류의 비극

  • ●국법질서 문란 속 찾아온 새해
    ●국산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의 전말
    ●개량 갑옷으로 ‘양이(洋夷)’ 총탄 막을 수 있다 믿은 대원군
    ●권력 분립 통한 민주주의 수호가 근대 헌법의 기본 정신
    ●건강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 두 날개가 필요한 이유
*19대 대선 당시 신평 변호사(65·사법연수원 13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공익제보 지원위원회’ 위원장과 ‘민주통합포럼’ 상임위원을 지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여권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지식인의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경북 경주에서 농사를 짓고 시를 쓰며 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부는 여러 달 전부터 범정부 지원체계를 가동하며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 백신 확보에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부는 여러 달 전부터 범정부 지원체계를 가동하며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 백신 확보에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 [뉴스1]

세찬 바람이 뼈를 파고든다. 강추위가 세상을 얼어붙게 한다. 이제 밭 정리 작업도 끝나 별 할 일이 없다. 땔감이 많이 쌓여 이를 쓰려고 아궁이를 하나 샀다. 드럼통을 잘라 만든 것인데 영 실용적이지 못하다. 부득불 이를 포기하고, 새로운 아궁이를 만들었다. 미장하는 이가 작업이 자꾸 늦어진 것을 벌충이라도 하려는지 무척 예쁘고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주었다. 거기에다 3m짜리 스테인리스 연통을 달았는데 기막힌 역할을 한다. 아마 인류사에서 최초의 혁신(innovation)은 불의 만듦이고, 다음은 만든 불을 장시간 보관할 수 있는 아궁이, 그리고 불을 쉽게 타오르게 할 수 있는 연통의 발명이 아닐까 한다. 여기서부터 인류의 문명이 본격적인 개화를 시작했을 것이다. 

지독한 한파 속에 새해가 시작됐다. 예로부터 새해가 시작되면 나 같은 나이 든 사람은 점잖게 덕담을 던지는 것이 우리 풍습이었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연말을 거치며 일어난 여러 우울한 일들에 치인다.


‘내편’에서만 사람 고르는 文정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월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각계 우려에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임명했다. 그리고 추미애 장관 후임으로 박범계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추천했다. 두 사람의 자질이나 정치적 편향성에 관해 다소 의문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이런 것은 제쳐두자. 왜 그는 시종일관 ‘내편’에서만 사람 고르기를 고집하는 것일까. 좀 더 너른 시각으로 국정을 운영하려고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는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박 의원의 장관 후보 지명은 추미애 전 장관의 이해하기 힘든, 검찰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 테두리를 벗어난 무차별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심각한 국법질서 문란, 이 와중에 벌어진 동부구치소 재소자 방치 등 추 전 장관이 야기한 혼란을 수습해야 할 시기에, 그 혼란에 대한 반성적 고려가 보이지 않는다. 여권 전체가 한 통속으로 뭉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대단히 주제넘은 일인 줄 잘 아나, 여기에서 내 경험을 하나 피력해보려 한다. 



나는 오랫동안 법조계에 있었다. 판사를 10년 하고 변호사도 조금 했다. 그런데 2000년 대학의 정식교원으로 임용됐다. 한국 법학계와 법조계는 당시만 해도 상호 교류가 거의 없었다. 2007년 한국헌법학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한국헌법학회는 법학계에서는 비교적 대형인, 이른바 ‘전국학회’에 속한다. 과거 한국형사법학회에서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이 회장직을 맡은 일이 있으나 이것은 사전조정을 거친 것이었다. 그때까지 전국학회에서 실무가 출신이 회장 선거에서 투표로 당선된 전례가 없었다. 

학회 원로라는 분이 나를 불렀다.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그가 말하는 곳으로 갔다. 중국집에 서 짜장면 한 그릇 주문해주었다. 그런데 식사를 하며 그는 시종일관 나보고 무조건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종용했다. 기가 찬 일이었다. 그만큼 법학계에서 실무가에 대한 반감이 심했다. 나는 그 요청을 거절했다. 정정당당하게 임하고 싶었다. 결국 내가 당선됐다. 

나는 선거를 도운 이들을, 딱 한 사람을 제외하고 전원 임원진에서 배제했다. 대부분의 임원을 실무가 출신이 학회장이 되면 안 된다던, 그래서 나를 반대한 이들 중에서 뽑았다. 왜 그렇게 했을까. 한국 사회에서는 어느 집단이건 리더가 정해지면 그에게 충실히 따른다. 거의 예외가 없다. 나를 반대했던 교수들이 임원을 맡은 나를 배척할 리가 없다. 헌법학회 발전을 위해 그들이 최선을 다하리라고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짧은 임기 중에 나는 임원들과 원만한 융합 속에 헌법학회 실행예산을 무려 5배로 확장할 수 있었다.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 함께 ‘아시아 헌법포럼’을 창설했다. 임기가 끝날 무렵 “적어도 30년 내에는 신 회장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찬사도 들었다. 

아무 것도 아닌 학회 운영 경험을 들이밀며, 장관 인사를 비판하는 것이 도를 지나침은 잘 안다. 그러나 크든 작든 인간사회의 근본은 같은 것 아닐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무례하고 거만한 정적 에드윈 스탠턴을 중용했고, 나중에 링컨이 암살됐을 때 스탠턴이 가장 슬피 울었다는 예는 잘 알려져 있다. 대통령이 특별한 식견과 지성을 갖췄다고 평가해 어떤 이를 장관으로 내세웠다면, 그는 설사 친문세력에 속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국가를 위해 봉사하지 않을까.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는 친문세력이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애초엔 열성 친문세력 중에서 인선을 한 것으로 안다. 그러다 공수처 탄생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대한변협회장 추천 쪽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져 부득이 그렇게 한 것이다. 앞으로 공수처 차장이나 소속 검사를 대거 ‘내편’에서 발탁할 것이다. 김진욱 처장이 과연 친문세력의 늪 속에서, 말 많은 공수처를 정치적으로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늑장 확보의 전말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한 해 마지막으로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이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거나 접종이 늦어질 것이라는 염려가 일각에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여러 달 전부터 범정부 지원체계를 가동하며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 백신 확보에 만전을 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몇 가지 점에서 사실과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사태에서 백신 확보는 헌법상 기본권인 국민의 생명권에 직결된 문제다. 그러므로 언젠가 이번 백신 확보 과정에 대한 엄밀한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본다. 적어도 외형면에서는, 무참하게 어린 목숨들이 사라진 박근혜 정부 당시의 세월호 사건이나 혹은 이명박 정부 당시의 광우병 사건에 비해 이번 백신 늑장 확보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규모로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한 것이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그리고 잠자기 전에 반드시 외신을 체크한다. 수십 년에 걸친 내 일상이다. 그래서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조금 안다. 내가 포착한 정보를 갖고 한국 백신 확보에 관한 실상을 간단히 구성해보자.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한국은 방역에 비교적 성공한다. 정부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는 사이에 차츰 백신이나 치료제 마련에도 한국이 잘할 수 있다는 착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 성공한 대표적인 두 개의 백신 즉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서구사회가 가진 100년의 백신개발 경험에 ‘메신저 RNA(mRNA) 기술’이라는 놀랄만한 혁신(innovation)을 처음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유전물질을 세포에 투여함으로써 인체 면역체계를 이끌어낸다. 그동안 암치료에 이 기술을 써왔는데, 처음으로 백신개발에 사용한 것이다. 이 기술의 탁월성에 관해서는 헝가리 태생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가 처음 눈을 떴다. 그러나 연구자금이 없어 1985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와 다른 연구자들이 많은 연구비 지원을 받으며 꾸준하게 발전시킨 것이다. 카리코는 지금 화이자와 손잡고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BioNTech) 수석부회장으로 있다. 

우리는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관련 연구가 부족하고 아마 mRNA 기술에 관한 이해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이면서 국산 백신을 개발한다고 법석을 떨었다. 대통령이 나서서 그러니 누가 감히 여기에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가. 백신 자체개발은 대단히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단시일에 이루기는 불가능함에도 이것이 가능하다는 집단최면의 오류에 서서히 빠져 들어갔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당초부터 한국이 선도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건 무망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를 말하지 않았다. 기업들이야 정부가 나팔을 잡고 시끄럽게 불어댈수록 주가가 뛰는데, 억지로 불리한 진실을 알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외국에서 개발 중인 백신 도입에 관하여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1월 30일 시점에서 세계 31개국(EU는 한 나라로 취급)이 백신 확보에 성공했다. 그중에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인 방글라데시와 네팔, 베트남 같은 나라도 들어 있다. 하지만 한국은 백신 확보량이 ‘제로’였다. 이 적나라한 현상이 공신력 있는 국제기관(Launch and Scale Speedometer, Duke Global Health Innovation Center)에서 발표한 데이터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백신 정책, 이스라엘에서 배워라

대체로 지난해 11월이 되기까지 한국은 K방역의 성공에 취해 우리가 무엇이든, 그것이 백신이든 치료제든 다 잘할 수 있다는 허황한 집단오류에 빠져 있었다. 이 통탄할 현상은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과거 대원군이 개량한 갑옷으로 양이(洋夷)의 총탄을 막을 수 있다고 믿은 것이나, 동학군이 주문을 외워 총탄을 피할 수 있다고 믿은 것과 거의 비슷한 성격의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봄, 여름을 통해 세계 각국은 백신을 확보하려고 전쟁통 같은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한국은 이 경쟁에서 완전히 빠졌다. 백신 도입에 관한 한 정부 어느 부처도 얼빠진 듯 손을 놓고 있었다. 간간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정부 바깥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부랴부랴 백신 확보를 위해 나섰다. 

지금은 정부가 백신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니 필사적이다. 그러나 좀 늦었다. 문 대통령이 2월 접종을 자신하는 것은 아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일 것이다. 그런데 mRNA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이것에 대한 국제적 신뢰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고, 효능도 화이자나 모더나의 것에 비해 낮다. 이것을 당장 2월부터 접종해도 괜찮은 것일까. 그리고 지난해 연말 대통령이 나서서 극적으로 확보했다고 하는 모더나 백신이 5월부터 제대로 공급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심지어 정세균 총리는 화이자 백신을 2월에 들여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다급하게 발표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의 견해에 따르면 미국은 이르면 3월 하순에라도 백신접종에 의해 집단면역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 정부는 뒤늦게 구매를 약속한 백신이 도착하는 대로 접종을 시작해 9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올 겨울 코로나 확산기까지 집단면역상태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그러는 사이 학생들은 여전히 비대면 수업을 해야 하고, 수많은 자영업자는 목을 놓아 통곡할 것이며, 백신여권을 시행하는 국가나 항공사가 많아질수록 무역이나 통상업무를 비롯한 한국의 대외관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함을 겪을 수 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세부적이면서도 치밀한 계획을 세워, 백신이 들어오는 대로 효과적인 접종을 실시하는 것이 최선이다. 방역에 비교적 성공한 한국사회 특유의 강한 응집력을 구사한다면, 늦어진 백신 확보의 결함을 상당부분 메꿀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봄을 기다리는 이유

그러나 이런 침울한 예측 속에서도 우리는 흐릿한 희망의 불빛을 볼 수 있다. 그 희망은 주로 4월 7일 행해질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관련된 것이다. 

조기 백신 확보 실패로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겪게 되는 곤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로 인한 민심 악화는 불가불 이 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 쪽에 국민이 등을 돌리는 결과로 연결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후 한국에서는 ‘민주주의 쇠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여러 군데서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우선 권력을 가진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 자체가 도저히 용납되기 어려운 것이 많다. 

대통령이 하는 행위는 통치권자의 ‘통치행위’로 여기에 거역하는 행동은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다. 이 용어는 전두환 정권 때나 쓸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요즘에는 그런 말 쓰지 않는다. ‘정치행위’라고 한다.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정치행위에 대해서는 사법심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 판례로 나와 있다. 선출된 권력 그러니까 그들에 대한 도전을 한국사회 어느 쪽에서도 해서는 안 된다고 고압적으로 강변한다. 그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는 법원을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한다고 공격한다. 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권력의 행위에 대해서는 권력분립 원칙에 기초해 다른 쪽이 이를 견제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것이 근대헌법의 기본구조다. 집권세력의 행위는 이를 짓밟는 망동(妄動)이다. 당신들은 도대체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독재 시대에 독재자가 쓰던 오염된 언어를 거침없이 구사하는 그들이 어찌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은 정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검찰의 적폐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안다. 검찰과 오랜 기간 맞싸웠고, 여러 불이익을 당하고 모욕을 당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아무리 적폐세력이라고 해도 그를 제거 내지 무력화하려면 헌법이나 법의 한계 내에서 해야 하지 않겠는가. 더욱이 모든 표지는 그 압박이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상대방은 전부 악으로 밀어붙이며 내가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무자비하게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파괴이자 헌법의 심각한 훼손이다. 점점 그들은 ‘헌법의 적(敵)’으로 바뀌고 있다. 

나는 ‘박근혜 탄핵정국’에서 헌법학자로서 탄핵의 물꼬를 트고자 노력했다. 당시 여러 고비에서 JTBC 방송에 네 번이나 의견을 발표했고, 그에 따라 다수의 헌법학자들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나아가 강제수사까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또 지금 정부가 탄생하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려고 했다.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나는 현재의 야당과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처지다. 야당 쪽에서도 일부 사람들은 그 나름으로 국리민복을 위해 애써온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두운 욕망에서 사욕을 추구하기에 급급했던 토호 출신들이 더 큰 욕망의 실현을 위해 정계에 뛰어들어 그쪽으로 간 경우도 적지 않음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부산시장 보선을 보는 시각은 과거와 다르다. 그 이유는 단 하나다. 폭주하는 여당 쪽에 의해 점점 위태롭게 되고 있는, 우리의 민주주의와 고귀한 헌법 정신이 회복으로 반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를 계기로 여와 야에서 함께 새로운 정치리더십의 시험이 활발하게 행해질 것이다. 그래서 무능하며 위선적인 지금의 정치 양태를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건강한 보수와 건강한 진보의 두 날개가 제대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궐선거 이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나이가 들면 봄이 더욱 간절해진다. 젊은이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소망이다. 하나의 봄을 더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한없는 축복으로도 여겨진다. 아, 봄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이번 4월 7일 선거를 기다린다.


■ 새해에는

보낸 해는 언제나 버거웠지만
새로 맞는 해는 가뿐하다
무거운 돌들이 실리지 않고
다가올 봄바람만 살랑이며
지나가기를 빌어보지만
언제나 무자비한 삶이여
실망하고 속고 상처를 입고
서서히 견디지 못할 무게로 가라앉으니
그래도 새해는 다르겠지
그 희망 하나 붙잡고
아무 일 없는 듯이 태연히 사는 거지
그러는 새 간혹 스쳐가는 기쁨
내내 울음을 참으며 그 기쁨에 기대잖아
그런 게 땅에 뿌리박은 삶이잖아
그렇게 해서 우리는 깊어지잖아

아내가 새 아궁이에 첫 불을 지폈다.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는 가벼운 몸으로 하늘을 오른다. 하늘이 좋아 하늘로 올라간다. 새해에는 만사가 연기처럼 낙천적으로 흐르기를 빈다. [신평 제공]

아내가 새 아궁이에 첫 불을 지폈다.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는 가벼운 몸으로 하늘을 오른다. 하늘이 좋아 하늘로 올라간다. 새해에는 만사가 연기처럼 낙천적으로 흐르기를 빈다. [신평 제공]

● 1956년 출생
● 서울대 법학과 졸업, 법학박사
● 제2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제13기
● 인천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대구지방법원 판사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 회장 등 역임
● 한국문인협회 회원
● 2018년 대한민국 법률대상 등 수상




신동아 2021년 2월호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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