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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피스트와 ‘대깨문’의 닮은 점 3가지 [신평의 풀피리㉕]

  •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트럼피스트와 ‘대깨문’의 닮은 점 3가지 [신평의 풀피리㉕]

  • ● 끊임없이 음모론 만들어 증폭
    ● 비판하는 자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 성향
    ● 군중의 분노를 이해하고 능수능란하게 선전선동
    ● ‘과다대표’된 진보 보수에 의한 극심한 사회 분열
    ● 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방법
*19대 대선 당시 신평 변호사(65·사법연수원 13기)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공익제보 지원위원회’ 위원장과 ‘민주통합포럼’ 상임위원을 지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여권을 향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지식인의 본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경북 경주에서 농사를 짓고 시를 쓰며 산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인은 대부분 미국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다. 우리가 생존을 위해 미국의 도움을 받는 것을 보며 성장한 고령층은 더욱 그렇다. 1950년 한국 전쟁 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은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카드에 그려진 그림 같은 설경의 미국 집에 대한 동경을 가진 채 어린 시절을 보냈다. 

1월 6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공식 인증하기 위한 양원합동회의가 열리던 미국 국회의사당(the U.S. Capitol)에 선거에서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 추종자인 트럼피스트(Trumpist)들이 난입했다. 그들의 광란을 보며 미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깨진 이가 적지 않다. 실로 트럼프 집권 4년간 미국 사회는 극심한 분열에 시달렸다. 트럼프는 편 가르기에 천부적인 재질이 있다. 그 결과 미국 전역에 걸쳐 그를 무조건 따르는 트럼피스트가 넘쳐났다. 그들은 백인 중하층 고졸 학력 노동자가 빠지기 쉬운 백인우월주의를 미국 전역에 다시 일으켰다. 인종적 편견이 사라져가는 미국사회가 중하층 백인에게 안긴 상대적 박탈감, 민주당의 고율 과세를 바탕으로 한 진보적 리버럴리즘의 위선에 대한 반감이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 또는 ‘위대한 미국 복귀’(MGMA: Make America Great Again) 등의 구호로 나타났다. 

‘소중한 흑인 생명’(BLM: 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촉발한, 민주당 지지를 뜻하는 ‘청색 물결’(Blue Wave)을 트럼프는 선거과정에서 거의 따라잡았으나 결국 졌다. 이후 그는 계속 아무 근거도 없는 ‘부정선거’ 주장을 하며 지루한 소송전을 벌였다. 법적 다툼이 뜻대로 되지 않자 마지막 수단으로 트럼피스트가 의회를 습격해 선거결과 인증을 막도록 반란을 선동한 것이다.


고도의 지성 갖추기엔 짧았던 進化의 시간

우리 헌법은 사회 모든 영역에서 차별적 취급을 금지한다. 그러나 현실은 헌법의 이상적 정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차별이 현재진행형이다. 수많은 차별 가운에 인류 역사상 가장 고질적이고 공고한 차별은 바로 여성과 남성, 그리고 유색인종과 백인종 사이 차별이 아닌가 한다. 이 뿌리 깊은 차별을 극복하지 못하는 현상을 바라보며, 우리 인류가 아직 적절한 진화를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구는 지금으로부터 약 46억 년 전, 성간 기체와 티끌이 응축된 구름이 구심력에 의해 서로 이끌리며 만들어졌다. 약 40억 년 전 지구상 최초 생물이 원시 지구 바다나 연못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약 6억 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을 전후해 맹렬한 형태로 생물체 진화가 이뤄졌다. 지구 역사에 비춰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약 1000만 년 전에 인간과 비슷한 생물체가 처음 출현했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불과 4만~5만 년 전부터 퍼져나갔다. 호모 사피엔스는 그 대부분의 기간을 수렵·채집 생활을 하며 보냈고, 농경생활을 한 지는 불과 1만 년 정도밖에 안 됐다.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고도의 지성을 가진 생물체로 진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여러 불필요한 한계에 맞부딪히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존재다. 

스웨덴 출신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은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ness‧사실에의 충실)에서 인류가 전쟁, 폭력, 자연재해, 부패 등 부정적 현상에 대해 실제 이상으로 비관적인 관점을 갖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여러 설문 결과를 보면, 인간은 침팬지가 아무 생각 없이 찍는 것보다 더 현실과 어긋난 비관적 현실 인식을 가진 경우가 여럿 있었다. 이런 부정적인 세계관으로 인해 인류는 필요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상호 간에 큰 오해를 갖곤 하다. 

인간이 사물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기 쉬운 것을 심리학적으로 ‘부정성 편향’이라고 한다. 뇌과학 발달로 왜 이런 심리 기제가 발동하는지에 관해 어렴풋한 설명이 이뤄졌다. 인간 뇌는 위협과 불안에 과잉반응 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그것이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다. 논리적 사고와 통제를 담당하는 뇌 전전두엽피질은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하는 순간 투쟁 및 도피 반응을 끌어내는 뇌간(腦幹)과 변연계(邊緣系)까지 작동시킨다고 한다. 그 결과 강력한 과잉반응이 일어난다. 많은 경우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인간 뇌에 남은 파충류 시절 흔적

뇌과학적 입장에서 인류 진화에 관해 조금 더 말해보자. 다음은 뇌과학자 폴 맥린(Paul MacLean) 견해를 기초로 한 것이다. 우리 뇌는 크게 4가지 부분으로 구성된다. 뇌 깊숙한 부분에 있는 뇌간은 호흡과 장기(臟器) 활동 등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조절한다. 가설적인 설명이긴 하나, 뇌간을 토대로 그 윗부분에 다음의 세 부분이 순차적으로 덮어 씌워졌다. 뇌간 바로 상단부에 R-영역이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수억 년 전 파충류였을 때 발달한 것이다. 공격적 행위, 계층적 위계질서에의 순응 등 ‘힘센 자’를 지도자로 모시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향 같은 것을 생기게 하는 영역이다. 

R-영역 위를 변연계가 둘러싸고 있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 포유류였던 단계에서 생긴 것으로, 정서적 반응이나 자녀 보호 본능 같은 것을 관장한다. 뇌 가장 바깥 부분인 대뇌피질(大腦皮質)은 수백만 년 전 인간이 영장류였을 때 비로소 생기기 시작한 부분으로, 직관과 비판적 분석의 중추다. 대뇌피질은 사람을 동물적 단계에서 해방시키는 귀중한 부분이나, 아직 R-영역이나 변연계 작용을 압도할 만큼 충분히 발달되지는 않은 상태다. 

조금 달리 설명해보면, 수십억 년에 걸친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가 정착해 농경생활을 하고 도시를 발달시킨 기간은 불과 1만 년 남짓 ‘찰나’에 불과하다. 거친 자연환경을 이기며 먹이를 챙탈하고자 자기 목숨을 언제라도 걸어야 했던 데서 생긴 유전인자, 그리고 뇌 회로가 지금도 그대로 작동할 것이다. 이 유전인자나 뇌 구조에 변화를 안기는 돌연변이가 축적돼 성숙한 지성체로 바뀌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회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먹고 살고 자식을 양육시키는 게 버거운 과제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인류의 ‘부정성 편향’을 고치는 돌연변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간이 갖는 ‘의식의 진화’를 바라지만 이것을 수십 년 정도 단기간에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면 과장된 반응, 불화, 집단이기주의, 타인종이나 외국인 혐오, 정치적 양극화 등을 유발하는 부정성 편향이나 차별 현상을 어떻게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가능한 한 개인이 평안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부정성 편향과 차별 정도를 저감해 나가는 것이다.


트럼피스트와 다를 바 없는 ‘대깨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열성 지지자인 ‘트럼피스트’들이 1월 6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려고 외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열성 지지자인 ‘트럼피스트’들이 1월 6일(현지 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하려고 외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AP 뉴시스]

한국이 다문화사회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아직 한국에 정착하는 타인종 사람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에게는 인종적 편견보다 성차별 혹은 지역감정에 의한 편견 같은 것이 현실적 문제로 쉽게 등장한다. 그런데 요즘은 정치 견해의 차이에 의한 사회 분열과 대립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회 분열은 대체로 양 극단에 서있는 사람에 의해 생긴다.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이념에 따라서 스스로 보수 혹은 진보를 표방하면서 극단적인 견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활개를 친다. 한 쪽에는 ‘대깨문’ 혹은 ‘문빠’로 불리는 세력, 반대쪽에는 ‘태극기 부대’ 혹은 ‘일베’ 집단이 있다. 

양쪽 중 더 위험한 쪽을 꼽자면 전자다. 후자는 소리가 요란하지만 힘이 없으니 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제한적이다. 전자는 미국의회를 점령해 폭동을 일으킨 트럼피스트 집단과 유사한 점이 많다. 

첫째 끊임없이 음모론을 만들어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 ‘나꼼수’는 미국 음모론 전파처 ‘큐어넌(QAnon)’에 필적할만한 구실을 한다. 트럼프나 트럼피스트가 대통령선거 불복운동을 벌일 때 많은 미국 사회 주류 인사가 이에 동참했다. 국회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각계 각층에 동조자가 널려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검찰 쿠데타론’ 등 음모론에 입각해 윤석열 제거를 시도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이 ‘나꼼수’ 일행의 든든한 뒷받침을 받는 실정이다. 요즘 이들은 검찰 수사권을 완전 폐지하자거나 여권에 불리한 판결을 하는 판사를 제거하자는 등 국가 기반을 뒤흔드는 과격한 주장을 펴고 있다. 트럼피스트 가운데 과격한 사람은 반대쪽 사람을 예사로 협박한다. ‘대깨문’ 중 일부도 온라인을 훑으며 여권에 비판적 의견을 내는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욕설과 협박을 가한다. 폭력성 정도에 관해서 트럼피스트와 ‘대깨문’은 큰 차이가 없다. 이것이 ‘대깨문’과 트럼피스트의 두 번째 유사점이다. 

셋째 양자는 군중의 분노를 이해하고 이를 이용하는 선전선동에 능하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어떤 면에서는 ‘대깨문’이나 현 정권 인사들은 선전선동에 관한 한 트럼프 정권보다 훨씬 현란하고 세련된 기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피스트와 ‘대깨문’이 각각 추앙하는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은 인격의 무늬가 확연히 다르다. 트럼프는 백인우월주의자로서 인종차별주의자(racist)다. 문 대통령에게는 그런 질 낮은 편견이 없는 게 확실하다. 트럼프는 투쟁적 자본주의에 과다하게 몰입된 사람인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자본주의 아래서 신음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와 동정심이 많다. 트럼프가 자기과시 욕망이 강하고 자아도취적 성격으로 개인숭배를 원한다면, 문 대통령은 그와 정반대인 겸손하고 성실한 인성을 갖고 있다. 이렇게 두 사람 성격이 확연히 구분되는데, 그 추종자인 트럼피스트와 ‘대깨문’은 현실에서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내 생각에 트럼피스트와 ‘대깨문’은 인간의 동물적 본성, 앞에서 본 뇌구조에 관한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수억 년 전 파충류이던 시절 형성된 유전인자나 뇌회로에 기인해 ‘힘센 자’를 지도자로 모시고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향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싶다.


목소리 큰 일부 국민 ‘과다대표’의 함정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대통령이 재신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 마감일인 1월 16일까지 42만 745명이 동의했다. [인터넷 캡처]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대통령이 재신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 마감일인 1월 16일까지 42만 745명이 동의했다. [인터넷 캡처]

트럼프와 문 대통령이 국가 지도자로서 갖게 된 어마어마한 권력을 바라보며, 그 두 사람을 추종하는 자신들도 마치 권력의 일부에 속한 듯한 자기도취에 빠진다. 또 반대자들을 공격함으로써 마치 자신이 그 권력을 지탱하는 지주의 하나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해진다. 하지만 그가 권력 이너서클에 포함될 리가 없다. 대단한 착각이다. 이들의 본능적 추종은 공화국이 서있어야 할 바탕을 합리적으로 추측하는 집단지성에 역행한다. 결국 그들이 내세우는 표어와 아무 상관 없이 ‘민주사회의 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주장을 하며, 자기 쪽에 서지 않은 사회 다른 구성원을 용납하지 않는 ‘대깨문’ 혹은 열성 ‘문빠’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아직 이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단 표지가 될 만한 것이 있다. 추미애 장관 유임을 바란다는 청와대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40만 명 정도 된다. ‘대깨문’들은 이 청원에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들 총수는 대략 40만~50만 명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 반대쪽인 태극기부대나 일베 수도 대략 그 정도가 아닐까 한다. 

약 100만 명 정도의 사람, 우리 전체 인구의 50분의 1 정도에 이르는 사람들 목소리가 현실을 지배하는 힘을 시현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사회에서 실제 인구 비율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가지는, 즉 ‘과다대표’(over-represented)되는 특전을 누린다. 만약 이들 목소리 톤을 낮출 수 있다면, 한국은 훨씬 더 안전하고 상식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유난히 통합을 강조했으나, 헛된 음모론과 ‘대깨문’의 일탈을 그대로 두고서 이 말을 하는 것은 공허하기 짝이 없다. 그것은 트럼프가 ‘미국이 단결하자’고 외친 것과 대동소이하다. 

우리는 미국 의사당 난입 폭동을 보며 미국에 대한 환상을 깨고 미국 사회가 가진 위험성을 인식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 내부 폭발 가능성도 그에 못지않다. 권력을 손에 넣었다고 하는 ‘대깨문’의 여러 음모론에 기반을 둔 망상, ‘대깨문’을 ‘팬덤현상’으로 평가하며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데 능숙한 정치인이 결합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미 양자의 결합에 의해 통제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경찰공화국’ 실현 등 위태로운 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이번 정권이 끝난 후에도 ‘대깨문’과 유사한 위험한 정치집단이 반드시 다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인간이 가진 파충류적 본능에 기울어진 존재들이지만,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의 체제에서 어쩌면 불가피하게 창궐한다. 그들은 민주주의의 토양에서 번성하지만 거꾸로 그 토양을 오염시키는 이율배반적 집단이다.


‘민주주의의 적’에 대한 민주사회의 대응

혹독한 파시즘 체제에서 고통받은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주의의 적’을 몰아내려면 우리가 신봉하는 민주주의 이념을 일부 유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것이 바로 ‘방어적 민주주의’ 혹은 ‘상대적 민주주의’ 개념이다. 트럼피스트의 난동이나 한국 ‘대깨문’의 일상적인 행패를 보면서 이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숙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체가 그들에게 대처하려면 엄격한 사회적, 법적 규범을 창설해 사회를 재구성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도 하루 빨리 서구처럼 ‘증오범죄’에 대한 세밀하고 강력한 처벌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 규정은 파시즘 같은 전체주의 성향 발현을 억제하는 데 대단히 유효하다. 그 구체적인 형태로 반대 진영 사람에게 하는 ‘증오발언’(hate speech) 규제 입법이 시급하다. 이 법률이 만들어지면 당장 ‘대깨문’이나 일베, 혹은 태극기 부대원의 행동을 대폭 자제시킬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증오발언을 하는 정치인이나 사회유력인사가 한 번 발언만으로도 결정적 타격을 입어 바로 퇴출되도록 사회문화적 환경을 서둘러 만들어가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사회재구성작업이 아닌가 한다.


■ 모과

바깥은 올겨울 가장 춥다는데
창가에 앉아
바스러지는 얇은 햇살 모아
조그만 난로를 만든다
갑자기 은은한 향기, 두리번거리니
서리 몇 번 내리고 떨어진
모과가 놓였다
삼십 년 전 집 지을 때 심은
울퉁불퉁 재래종 모과나무
그때나 지금이나 너는 같은데
젊은 나는 늙은 나로 바뀌어 버렸구나
그때의 흔들리던 시선으론
너를 볼 수 없었고
세월에 삭아 한없이 작아진 나
이제사 눈이 바로 뜨여
작은 너 그윽이
바라볼 수 있으니
늙어서 이로운 일도 참 많은 셈이야

무엇이 그토록 아쉬운지 모과나무가 얼어붙은 모과 하나를 꽉 붙잡고 있다.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는데, 그때까지 모진 바람을 어떻게 견뎌낼지 걱정이다. 뒤에 보이는 산은 경주의 서악(西嶽) 선도(仙桃)산이다. [신평 제공]

무엇이 그토록 아쉬운지 모과나무가 얼어붙은 모과 하나를 꽉 붙잡고 있다.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는데, 그때까지 모진 바람을 어떻게 견뎌낼지 걱정이다. 뒤에 보이는 산은 경주의 서악(西嶽) 선도(仙桃)산이다. [신평 제공]


● 1956년 출생
● 서울대 법학과 졸업, 법학박사
● 제23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제13기
● 인천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대구지방법원 판사
●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헌법학회 회장 등 역임
● 한국문인협회 회원
● 2018년 대한민국 법률대상 등 수상




신동아 2021년 2월호

신평 변호사·㈔공정세상연구소 이사장 laws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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