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

‘스마트 팩토리’ 성공 조건은?

제조업 혁신의 핵 증강현실(AR)!

  • 유성민 IT칼럼니스트

    입력2019-05-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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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 최대 화두는 ‘스마트 팩토리’다. 그렇다면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될 핵심 기술은 무엇일까. 증강현실(AR)이다. AR는 제조업 4차 산업혁명의 총아가 될 것이다. AR을 제조업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산업 경쟁력도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산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의 탄생 배경을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태동한 곳은 어디일까. 독일의 공장이 태동지다. 

    2011년 독일공학협회(VDI)가 4차 산업혁명(4th Industrial Revolution)이라는 표현의 효시인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독일 인공지능연구소(DFKI)는 인더스트리 4.0을 국가 미래 전략으로 제안했다. 

    인더스트리 4.0의 목표는 공장의 완전한 자동화다. 현실과 가상공간을 잇는 기술인 사이버 물리 시스템(CPS)을 적용해 시스템이 공장을 자동으로 운영하는 게 골자다. 예를 들어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해 공장의 현재 상황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제어할 수 있다. 

    독일에서 이 같은 패러다임이 제시된 것은 신흥국 부상과 관련이 있다. 제조 선진국 독일은 신흥국의 제조업 성장에 대응하고자 공장 운영을 혁신할 기술을 모색했고, 해법으로 채택된 게 인더스트리 4.0이다. 

    독일은 2012년 인더스트리 4.0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했다. ‘하이테크 전략 2020’에 인더스트리 4.0을 편입했다. 민간 주도로 진행된 인더스트리 4.0이 예상과 달리 진척이 더디자 독일은 2015년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으로 명칭을 바꾸고 정부가 직접 나섰다. 
    여주는 기술이다.



    제조업, AR를 만나다.

    제조업 혁신은 독일에서만 진행된 게 아니다. 미국은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고자 ‘국가혁신전략(Strategy for American Innovation)’과 ‘첨단제조파트너십(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을 2009년과 2014년 추진했다. 

    4차 산업혁명 초기 모습은 이렇듯 제조업에 국한한 것이었다. 이를 확장한 곳은 세계경제포럼이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인더스트리 4.0을 공장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으로 확대한 개념인 4차 산업혁명을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언급했다. 요컨대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 혁신의 불꽃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 결과 제조업은 ICT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정보기술과 융합됐다. 

    3월 27~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SmartFactory + AutomationWorld 2019)’에서 이 같은 동향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전시회에는 제조업 기술 못지않게 ICT 기술이 소개됐다. 지멘스, 록웰오토메이션, 슈나이더 등에서 디지털 트윈, IoT, 사이버 보안, 증강현실(AR) 등 각종 ICT 기술을 선보였다. 

    인더스트리 4.0은 이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라는 용어로 더 자주 일컬어진다. 두 용어의 의미는 비슷하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있다. 정보 혁명은 인터넷 덕분에 발생했고, 모바일 혁명은 스마트폰 덕분에 일어났다. 그렇다면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될 중심 기술은 무엇일까.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 AR가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AR는 현실에 가상정보를 입혀 제공하는 서비스다. AR를 가상현실(VR)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AR와 VR는 명백히 다르다. AR가 현실과 가상공간을 잇는 기술이라면 VR는 현실과 관련 없는 가상공간만 보여주는 기술이다.

    MS가 선보인 홀로렌즈2

    AR를 활용해 작업하는 모습 [Flickr]

    AR를 활용해 작업하는 모습 [Flickr]

    제조업 공장에서 AR의 역할은 스마트폰과 유사하다. AR 기기는 노동자에게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는 스마트폰이 사용자에게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과 유사하다. 차이점은 적용 대상과 제공 콘텐츠가 다르다는 점이다. 활용 기기 또한 다르다. 스마트폰이 모바일폰 형태로 제공된다면, AR 기기는 헤드셋과 같은 웨어러블(wearable·착용할 수 있는) 기기 형태로 제공된다. 작업자가 손을 이용하지 않고 편하게 이용하게 하기 위해서다. 

    AR가 제조업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AR가 콘텐츠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는 시장조사기관이 많다. 아직까지는 실제로도 그렇다. 

    수년 전 유행한 ‘포켓몬 고’를 예로 들 수 있다. 포켓몬 고는 AR를 기반으로 해 현실과 가상에 겹쳐진 포켓몬이 등장한다. 현실감을 제공한 덕분에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네이버 웹툰 ‘마주쳤다’도 AR 기능을 이용해 신선한 즐거움을 제공했다. 

    이렇듯 AR는 콘텐츠 산업에서 주로 적용되는 것처럼 보이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제조업에서 AR를 적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퍼킨스 코이(Perkins Coie)가 지난해 3월 AR 관련 동향을 조사한 바 있다. 응답자에게 AR 적용 가능 산업 10개 항목을 주고 3개까지 중복으로 체크하게 했다. 조사 결과, 콘텐츠 산업에 해당하는 게임 분야가 59%로 제일 높았다. 제조 분야를 꼽은 비율은 가장 낮은 17%였다. 이 결과만 보면 AR가 콘텐츠 분야에서 주로 주목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16년 통계와 비교해보면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게임 분야를 꼽은 응답자 비율이 2016년 78%에서 2018년 59%로 하락했다. 반면 제조 분야는 2016년 0%에서 17%로 상승했다. 

    정리하면, AR가 적용되는 분야가 기존의 콘텐츠 산업 중심에서 제조업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MWC는 해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행사다. 올해 MWC는 2월 25~28일 진행됐다. 수많은 모바일 기술이 MWC에서 전시됐다. 폴더블폰, 5G, AR 등이 소개됐다. 그중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게 AR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 출시할 홀로렌즈2에 쏠린 눈이 많았다.

    제조업 전 분야에 적용 가능

    홀로렌즈2는 AR 서비스 제공을 위한 헤드셋 기기다. 기존 버전보다 화질이 더 좋아졌으며 움직임을 포착하는 기능도 향상됐다. 기존 버전이 해상도 720P를 지원했다면, 이번 버전은 고화질(FHD) 수준인 해상도 2K를 지원한다. 가격은 3500달러로 기존 버전보다 500달러 비싸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홀로렌즈2의 가격이다. MS의 마케팅 타깃을 엿보게 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싸다. 최신 스마트폰의 두 배다. 일반인이 AR를 즐기고자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럽다. 다시 말해 홀로렌즈2는 일반인을 타깃으로 한 게 아니라 산업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MS는 MWC에서 AR가 산업용으로 사용된 사례를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외과 수술을 AR를 이용해 진행할 때 홀로렌즈2가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설명했으며 제조업 공정에 어떻게 기여할지 강조했다. MS는 산업 설비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 하우덴(Howden)에 적용한 사례도 소개했다. 

    그렇다면 AR는 제조업의 어느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까. 정답은 ‘제조업 전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은 6가지 과정을 거친다. 설계, 제조, 품질 검수, 유통, 판매, 유지 보수가 그것이다. 덧붙여 작업자 교육에도 AR를 활용할 수 있다. 

    설계는 제조할 대상을 그림으로 구성하는 단계다. AR는 설계자에게 구현될 제조물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눈으로 보이기에 설계가 더 정확해지고 작업에 투입하는 시간도 줄어든다. 포드는 자동차 설계 단계 작업 효율을 위해 MS의 홀로렌즈를 활용한다. 포드에 따르면 설계에 투입되는 시간이 7분의 1로 줄어들었다. 

    AR를 이용하면 작업자의 업무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다. 작업자는 AR 헤드셋을 끼고 제조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지원받는다. 전문가로부터 화상으로 지시를 받으면서 작업할 수도 있다.

    AR가 만드는 똑똑한 공장

    체코 브르노에 위치한 지멘스 사업장은 코니카 미놀타에서 개발한 에어렌즈를 터빈 생산 과정에 적용했는데 제조 시간이 기존 대비 50% 줄었다. AR가 작업자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켜 처리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AR는 품질 검수 시 정확도뿐 아니라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농업기기 제조업체 아그코는 제조 검열 과정에 AR를 적용해 투입 시간의 30%를 줄였다. 

    유통업에도 AR를 적용할 수 있다. 작업자가 제조물의 유통과정을 AR 헤드셋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DHL은 AR를 활용한 물류 관리 프로그램 비전 피킹(Vision Picking)을 개발해 적용했는데 생산성이 15% 향상됐다. 

    제조물 판매에도 AR를 활용할 수 있다.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AR로 구현한 제조물을 시연하는 방식이다. 캐논데일은 자전거 구입자가 AR를 이용해 물품을 살펴보게 했다. BMW는 구글의 AR 플랫폼 탱고를 활용해 잠재 구매자가 AR를 통해 BMW 자동차를 속속들이 볼 수 있게 했다. AR는 유지보수 과정에서도 작업자에게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해 업무 생산성과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제조업체들은 AR를 통해 가상 내용을 작업자에게 제공해 실전처럼 훈련할 수 있다. 

    티센크루프는 엘리베이터 유지보수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자 MS의 홀로렌즈를 사용했다. 작업자는 사전에 유지보수 작업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 화상 통화, 정보 제공 등의 지원을 받는다. 제록스 이스라엘 지사 또한 AR 적용으로 유지보수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제록스에 따르면 유지보수 작업 시간이 평균 2시간 줄었다. 

    제조업이 스마트 팩토리를 지향하면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 중심에 AR가 있다. AR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스마트 팩토리 성공 여부가 갈린다는 얘기다. 각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에도 AR가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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