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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좋아” 스포츠 금지약물, 그 위험한 유혹

  •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죽어도 좋아” 스포츠 금지약물, 그 위험한 유혹

  • ●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모욕당한 쑨양
    ●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각성제
    ● 근육량 늘리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 자가수혈 ‘장군’ 첨단 검사 시스템 ‘멍군’
“죽어도 좋아” 스포츠 금지약물, 그 위험한 유혹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시상식,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의 쑨양(왼쪽에서 두 번째)이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가운데 함께 동메달을 획득한 영국의 던컨 스콧(오른쪽)이 멀리 서 있다. [뉴시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 시상식, 금메달을 획득한 중국의 쑨양(왼쪽에서 두 번째)이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가운데 함께 동메달을 획득한 영국의 던컨 스콧(오른쪽)이 멀리 서 있다. [뉴시스]

7월 광주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을 여섯 개나 딴 미국의 케일럽 드레슬보다 두 개에 그친 중국의 쑨양이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자유형 400m에서 쑨양에 이어 2위를 한 호주 맥 호튼은 시상대에 올라가지 않았다. 이틀 뒤 자유형 200m 시상식에서는 공동 3위인 영국 선수 던컨 스콧이 1위 쑨양과의 기념 촬영을 거부했다. 이들의 돌출행동은 쑨양의 금메달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강력한 의사표시였다. 

쑨양은 2014년 혈관 확장제 성분이 있는 금지 약물에 양성반응을 보여 3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중국 자택에서 도핑검사용 혈액이 담긴 병을 깨뜨려 검사를 원천봉쇄했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검사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쑨양에게 경고 처분만 내려 비난을 샀다.


“선수의 44%가 금지약물 복용”

1966년 유럽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 도핑검사가 처음 실시된 후 금지 약물 적발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AP=뉴시스]

1966년 유럽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 도핑검사가 처음 실시된 후 금지 약물 적발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AP=뉴시스]

도핑은 운동선수가 경기력을 높이고자 약물을 복용하거나 혈액을 보충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을 쓰는 것을 말한다. 도핑은 스포츠의 생명인 페어플레이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 선수뿐 아니라 관중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1966년 유럽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 도핑 검사가 처음 시작된 뒤 50년이 흘렀다. 하지만 도핑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은밀히 때로는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쑨양은 시상식 해프닝에 불쾌해했다. 내심 ‘나만 했나? 재수 없게 걸린 걸 갖고…’라는 생각을 품었을지 모른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에 따르면 전체 선수의 44%가 금지약물을 복용한다. 반면 도핑검사에서 적발되는 건 0.5%에 불과하다.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0% 이상이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도핑의 역사는 스포츠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선수가 경쟁자를 물리치고 1등을 하고자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먹고 마셔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시대 전차 경주 선수들은 경기 전 여러 약초를 우린 물을 섭취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도핑에 해당할 수 있다. 

19세기 이후 유럽에 스포츠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선수들의 약물 이용도 늘었다. 특히 지구력이 필요한 종목에서 약물은 필수 도구처럼 여겨졌다. 1877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경보대회 코스는 무려 520마일(837km)에 달했다. 완주하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많은 선수가 오래 깨어 있으려고 아편을 비롯해 여러 약물을 복용했다. 

20세기에는 과학 발달로 합성 약물이 개발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도핑 약물의 대명사인 합성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나온 게 1960년이다. 공교롭게도 그해 열린 로마 올림픽에서 덴마크 사이클 선수 크누드 에네마르크 옌센이 100km 경기 도중 쓰러져 사망했다. 부검 결과 각성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때부터 도핑 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약물을 장기적으로 과도하게 복용하면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1966년 유럽사이클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도핑검사가 실시됐고 올림픽의 경우 1968년 멕시코 대회에서부터 시작됐다.


정신은 또렷하게, 근육은 탄탄하게

도핑검사 대상 약물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각성제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경기력을 끌어올린다. 비유하자면 운영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컴퓨터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근육을 키워 경기력을 높인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성능을 높이는 셈이다. 

각성제는 여러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애용됐다. 커피나 차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각성제다. 카페인은 널리 쓰이는 데다 효과가 상대적으로 약해 규제가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2004년 도핑 약물 목록에서 제외됐다. 이 덕에 지금도 많은 선수가 합법적 약물인 카페인을 이용해 경기력을 끌어올린다. 

규제 대상인 각성제 가운데는 암페타민, 모다피닐, 에페드린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벤제드린이라는 상품명으로 유명한 암페타민은 중추신경계의 교감신경을 자극한다. 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각성 효과가,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하면 이완 효과가 나타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참가 선수 중 상당수가 이 약물을 복용했다. 

암페타민은 몸에 흡수되면 경기력을 좌우하는 기민성을 높이고 인지과정을 변형시켜 단순반복 활동(예를 들어 중장거리 육상이나 사이클)을 덜 지루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로마 올림픽에서 사망한 사이클 선수 옌센의 몸에서 검출된 약물 성분 두 가지 가운데 하나가 암페타민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혈관 확장제 로니콜이었다. 

우리 몸이 건강을 유지하려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활동하는 낮 시간에는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고,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야 잠이 잘 든다. 약물을 장기간 과도하게 복용하면 이 균형이 깨지면서 혈압 상승, 두통, 심혈관계 이상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뇌 보상 회로에 영향을 미쳐 의존성을 유발한다. 커피(카페인), 술(에탄올), 담배(니코틴)에 맛 들이면 끊기 어려운 것과 같은 구조다.


바둑 선수도 도핑검사 받아

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일주일 동안 강원 영월에서는 제14회 세계바둑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다른 스포츠 선수와 마찬가지로 도핑검사를 받는다. 의자에 앉아 손가락으로 바둑알을 집어 바둑판에 놓는 게 ‘운동’의 전부처럼 보이는데도 도핑테스트를 해야 하는 걸까. 물론이다. 페어플레이 정신이 스포츠의 생명이라면 바둑을 둘 때 머리가 잘 돌아가게 도와주는 약물의 도움을 받아 승리할 경우 반칙이 된다. 각성제가 이런 역할을 하므로 바둑 선수도 도핑검사를 받는 것이다. 

정신 스포츠 분야에 도핑검사가 처음 도입된 건 2015년 8월로, 당시 독일에서 열린 비디오 게임대회 ‘ESL 원: 쾰른’에서 처음 실시됐다. 참가 프로 게이머 80명 가운에 몇 명을 임의로 골라 소변을 검사했는데 다행히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도핑 약물의 대명사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그 효과는 겉으로 드러난다. 과거 동구권 여자 선수 가운데 일부는 웬만한 남자 뺨치는 근육질 체형을 갖고 있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과도하게 투여한 결과일 수 있다. 

아나볼릭(anabolic)은 동화작용, 즉 뭔가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약물의 경우 근육을 만든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천연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남자 어린이가 사춘기를 거치면서 뚜렷하게 남자 체형을 갖게 되는 건 이 무렵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1930년대 소의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을 분리하고 이를 합성하는 데 성공한 후 테스토스테론은 2차 성징 발달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치료하는 약물로 쓰이게 됐다. 이 효과를 스포츠계에서 간과하지 않았다. 1954년 미국 역도팀 의사로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한 존 지글러는 소련 의사들과 얘기를 나누다 그들이 운동선수에게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글러도 귀국해 본인과 선수 두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봤다. 모두 체중(근육)이 늘고 근력이 세졌다. 체력 훈련으로 단기간에 그런 효과를 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러나 여드름, 간독성, 심장질환 등 부작용도 확인됐다. 지글러는 제약회사 시바와 접촉해 부작용이 적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약물을 만들기로 했다. 시바의 화학자들은 1958년 메탄드로스테놀론을 합성했고 1960년 시장에 내놓았다(상품명 디아나볼(Dianabol)). 

이 약물의 효과는 극적이었다. 올림픽 투포환 선수들의 신체검사 자료를 보면 1956년에서 1972년 사이 몸무게가 평균 14% 늘었다. 영국의 근대5종경기 선수로 1972년 뮌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메리 피터스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미국에서 역도 선수와 투원반 선수를 대상으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효과를 알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비교대상군(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복용하지 않은 선수)이 부족해 연구를 접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1991년에야 금지약물 목록에 올랐다.


벤 존슨을 기억하나요?

1988년 서울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캐나다의 벤 존슨이 오른팔을 치켜들며 1위로 들어오고 있다(왼쪽). 2015년 3월 27일 금지약물 사용으로 18개월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박태환 선수가 도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DB, 뉴시스]

1988년 서울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선에서 캐나다의 벤 존슨이 오른팔을 치켜들며 1위로 들어오고 있다(왼쪽). 2015년 3월 27일 금지약물 사용으로 18개월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박태환 선수가 도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DB, 뉴시스]

도핑검사를 통해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메달을 박탈당하고 선수 자격 정지를 당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1988년 서울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1위를 한 캐나다의 벤 존슨이 우선 떠오른다. 당시 육상계 최고 스타는 1984년 LA올림픽 4관왕인 미국의 칼 루이스였다. 그의 전성기는 지났지만 많은 사람이 루이스의 100m 2연패를 기대했다. 그런데 혜성처럼 등장한 벤 존슨이 9초79의 세계신기록으로 루이스(9초92)를 여유 있게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일약 새로운 황제가 됐다. 그런데 도핑검사 결과 소변에서 스테로이드 약물인 스타노졸롤이 검출됐고 금메달은 박탈됐다. 그 결과 루이스가 최초로 올림픽 100m를 2연패했다. 존슨은 2년간의 선수자격 정지가 풀린 뒤 1991년 복귀했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다시 약물에 손을 댔다 1993년 적발돼 영구 제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박태환 선수 사례가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최초로 금메달(자유형 400m)을 따 국민영웅이 된 박태환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도핑검사에서 스테로이드 약물인 네비도가 검출돼 메달 6개를 모두 박탈당했다.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처분도 받았다. 박태환은 투여 사실을 몰랐다며 네비도를 투여한 병원과 법정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귀부인 칵테일 작전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는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등의 수법으로 도핑검사를 무력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AP=뉴시스]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는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바꿔치기하는 등의 수법으로 도핑검사를 무력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AP=뉴시스]

도핑과 관련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국가가 개입해 도핑을 실시하고 시료 바꿔치기를 통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러시아 도핑 스캔들이다. 러시아 체육계는 선수가 ‘약물에 오염되지’ 않은 상태일 때 소변을 채취해 동결보관한 뒤 경기 전 선수에게 ‘귀부인’이라고 불리는 약물 칵테일을 먹게 했다. 이후 배관공으로 위장한 러시아 요원이 보관소에 침입해 경기 뒤 채취한 소변 시료를 훔쳤다. 그들은 봉인을 훼손하지 않는 정교한 기술로 내용물을 과거 보관해둔 시료로 바꿔치기했고 다시 보관소에 들어가 제자리에 두고 나왔다. 이를 러시아에서는 ‘귀부인 칵테일 작전’이라 불렀다. 

007 영화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이 도핑 방법이 폭로되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세계반도핑기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러시아를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출전시키면 안 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IOC는 도핑이 확인된 선수에 한해서만 출전을 금지했다. 사실상 러시아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이 조치에 세계 스포츠계가 크게 반발했지만,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1999년 세계반도핑기구가 설립된 뒤 도핑검사는 한층 강화됐고 검사도 정밀해졌다. 테스토스테론은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천연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체액 샘플에서 고농도로 검출돼도 “내 몸이 만든 것”이라고 우기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천연 테스토스테론과 합성 테스토스테론은 분자를 이루는 구성 원자인 탄소의 동위원소 비율이 다르다. 세계반도핑기구는 이를 분석해 구분해낸다. 

도핑검사를 할 때는 오류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시료를 두 개 채취한다. 먼저 하나를 검사해 양성반응이 나오면 보관 중인 샘플로 다시 검사한다. 여기서도 양성반응이 나오면 해당 약물을 투여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선수가 검사 오류로 억울하게 도핑 판정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금지약물 목록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그 가운데는 치료제에 쓰이거나 식물이나 버섯에 들어 있는 성분도 있다. 선수와 코치들이 평소 주의하지 않으면 억울한 일(적어도 당사자들로서는)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각성제인 에페드린은 종합감기약의 한 성분으로 널리 쓰인다.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다이어트 약에도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한약재 마황의 주성분이 바로 에페드린이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매년 한 차례 이상 도핑 방지교육을 받는다. 

운동 수행 능력을 조금만 높여도 메달 색깔이 바뀌는 스포츠 세계에서 도핑의 유혹은 강력하다. 그러나 러시아처럼 시료를 바꿔치기하지 않는 이상 도핑검사를 통과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금지 약물과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아직 금지 목록에 오르지 않은 약물을 찾아 복용한다. 특정 약물이 체육계에서 쓰인다는 소문이 세계반도핑기구의 귀에 들어가면 조사가 시작되고 필요하면 금지약물 목록에 추가된다. 이 목록이 점점 길어지는 것이다. 

현재 선수들이 가장 널리 사용하는 ‘합법적 약물’은 카페인이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머리 카펜터가 2014년 펴낸 책 ‘카페인 권하는 사회’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 사이클 선수 앨리슨 던랩은 “카페인은 내 특효약”이라며 “경기 후반 빠르게 기운을 북돋기 위해 적어도 100~200mg 정도 카페인을 섭취한다”고 밝혔다. 이는 커피 한두 잔 분량이다. 카페인 주사를 맞는 선수도 있다. 카페인의 영향에 관한 연구 21건을 종합한 결과, 카페인은 운동 수행능력을 평균 3% 높였다. 미국 아칸소대 운동생리학자 에반 존슨은 “카페인은 효과가 검증된 경기력 강화 약물”이라고 말했다. 

세계반도핑기구가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현장이 목격되지 않은 이상 적발될 가능성이 낮은 도핑으로 자가 수혈이 있다. 자기 피를 미리 뽑아뒀다가 경기 직전 수혈하면 혈액 양이 늘어나고 산소 운반 능력이 커져 경기력이 향상된다.


골드먼의 딜레마

공상과학소설 같지만 최근 유전자 도핑(gene doping) 이야기도 나온다. 선수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넣어 경기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동물실험에서 성공해, 포도당 대사에 관여하는 PPARG 유전자를 추가한 ‘슈퍼 생쥐’가 탄생했다. 세계반도핑기구는 금지 목록에 유전자 도핑을 포함했지만 적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유전자 치료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유전자 도핑이 일어날지 모른다. 돈이 많이 들어 개인이 실행하기는 어렵다. 

1992년 미국 의사 로버트 골드먼은 엘리트 선수들을 대상으로 “금메달을 따는 대신 5년 뒤에 죽더라도 약물을 복용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놀랍게도 절반가량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 골드먼의 딜레마는 반세기 넘는 노력에도 도핑을 근절하는 게 왜 어려운지(사실상 불가능한지) 보여준다. 1등에 열광하는 심리가 있는 한 도핑도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신동아 2019년 9월호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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