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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한국인 행복지도 “청년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불행해한다”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하는 ‘인문을 과학하다’⑥ 최인철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코로나가 바꾼 한국인 행복지도 “청년이, 남자보다 여자가 더 불행해한다”

  • ●2017년 9월부터 매일 4000~5000명 대상으로 행복도 측정
    ●사회적 거리두기,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겐 고통
    ●‘마음 바꾸기’ 전략으로 50대 이상 심리적 충격 덜 받아
    ●가깝고 친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행복감 높여
    ●늘어난 식재료 소비, 줄어든 쇼핑의 즐거움
신동아는 인문학재단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 ‘인문을 과학하다’ 시리즈를 진행한다. 플라톤아카데미는 2010년 11월 설립된 국내 최초 인문학 지원 재단으로 인류의 오랜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가 당면한 삶의 근원적 물음을 새롭게 전한다는 취지로 연구 지원, 대중 강연, 온라인 포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을 과학하다’는 인문학과 과학이라는 언뜻 멀어 보이지만,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섞여 있는 두 세계의 깊이 있는 소통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다.<편집자 주>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행복을 데이터로 측정하는 과학자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인의 마음지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는 “바이러스가 가져온 급격한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야 미래 예측도 가능하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경제 위기, 정치 혼란에 국제 질서까지 파괴되고 세계화도 위태로워질 것이란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심리학자인 나는 이 모든 것이 결국 사람들 마음의 변화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마음 변화에 따라 행동 변화가 나타나고 그것이 구조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 아닌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고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존재다. 코로나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를 힘들게 하는 고통의 실체를 밝히는 한편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힘든 시기임에도 행복감을 느꼈다면 그 원천은 무엇인지 파고 들어가다 보면 힘든 시절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가 가진 강력한 무기는 데이터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카카오와 함께 2017년 9월부터 매일 4000~5000명에게 마음 상태를 물어왔다. 2019년 한 해에만 응답자가 150만 명에 달한다. 그의 연구팀은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4월 7일까지 국민 행복도를 분석했다. 코로나 사태를 겪는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다.



청소년과 젊은이 ‘지루함’으로 고통받아

-행복감이 떨어졌을 것은 당연해 보이는데 어떤 패턴 같은 게 있나. 

“큰 그림부터 말하면 초기에는 행복도가 감소하는 패턴이다가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난 2월 말부터 오히려 회복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굉장히 빠른 회복력이라고 하겠으나 3월 둘째 주 들어서는 이전보다 더 급격하게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날이 3월 11일이라는 점을 주목해서 보고 있다.” 

-곧 가라앉겠지 했다가 오래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겼기 때문일까. 

“이유를 딱 하나로 말하기는 어렵다. 첫 번째 가능성은 언급한 대로 ‘오래갈 것 같다’는 위기감이 본격적으로 든 것 같고, 두 번째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도 높게 진행된 것과 관련이 있다. 일상의 파괴가 훨씬 더 많이 일어난 거다. 2월부터 시작된 경제적 손실도 현실화됐다. 이런 것들이 겹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심리 상태는 어떻게 변했나. 

“우리 연구팀은 감정을 여러 가지로 나눠 측정하고 있다. 부정적 감정은 불안, 짜증, 우울, 스트레스, 지루함 다섯 가지로 나눴는데 이 중에서 앞선 네 가지는 낮았다 높아졌다를 반복한 반면 ‘지루함’은 계속 상승했다. 특히 50대 이상에 비해 10대, 20대에서 급격히 상승했다. 청소년과 젊은이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소홀히 한 10대, 20대를 향해 무책임하다고 비난하기보다 마음을 헤아리고 솔루션을 고민하는 게 옳다고 본다.”

50대 이상은 심리적 충격 덜 받아

-긍정적 감정 변화는 어땠나. 

“평온함이나 행복감은 회복과 감소를 반복했지만 ‘즐거움’은 계속 감소했다. 흥미로운 건 50대 이상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충격을 덜 받았다는 점이다.” 

-인생 경험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웃음). 결과를 듣고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도 말하는데 사실은 정반대 예측도 가능하다. 나이가 들수록 감염 공포가 더 큰 것 아닌가. 그런데도 젊은 층보다 우울감을 덜 느꼈다면?” 

-이유가 뭘까. 

“내가 생각하는 가설은 50대가 되면 인간관계의 선택과 집중을 알게 돼 사회적 거리두기가 비교적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편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들 위주로 만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연령대별 행복도에서 나이가 든 사람은 일반적으로 U자형 커브를 보인다. 그런 패턴이 나온 이유 중 하나가 불필요한 만남을 줄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사람과 소수의 만남에 집중하니까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전 일상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거다. 

우리 연구팀은 최근 두 달간 뭘 하며 일상을 보냈는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도 연령대별로 측정해 봤다. 50대 이상은 압도적으로 마음을 바꾸는 전략을 썼다. 한마디로 상황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비해 10대와 20대는 취미 활동 시도가 압도적이었다. 퍼즐게임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온갖 종류의 취미를 시도했다는 답이 많았다. 여기서 우리는 행복에 대한 교훈 몇 가지를 얻을 수 있다.” 

-어떤 교훈? 

“삶에서 불필요한 일이 많았고 그걸 줄이는 게 행복의 비결일 수 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지루함’이라는 감정이다. 어떤 심리학 실험에서 사람을 작은 방에 가두다시피 하고 휴대전화고 뭐고 소지품을 다 없앤 뒤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라고 했다. 정 참기 힘들면 허벅지에 전기 충격이 오는 버튼을 누르라고 했다.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정말 있을까 했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이 지루함을 참지 못해 버튼을 눌렀다. 특히 젊은 사람들, 그것도 남자(웃음)들이 그랬다. 그동안 우리는 인간의 감정 중 지루함을 과소평가해 온 측면이 있다. ‘지루함’이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강력한 감정이라면 그걸 해결할 솔루션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코로나가 일으킨 마음의 변화에 남녀 차이는 없었나. 

“먼저 내가 묻고 싶다. 행복감이 남자가 더 많이 떨어졌을까, 여자가 더 떨어졌을까.” 

-케이스 바이 케이스? 

“무책임한 답이다(웃음). 데이터 분석 전에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회사도 못 가고 친구도 못 만나고 회식도 끊기니 남자들이 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같다는 예측이 많았다. 그런데 여자가 더 심했다. 이것도 50, 60대에서는 남녀 차이가 심하지 않은데 30, 40대에서 여자들이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바깥일하고 아이들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닌지 추론해 본다.”

가깝고 친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행복감 높여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 쇼핑 수요가 늘었다. [조영철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 쇼핑 수요가 늘었다. [조영철 기자]

-마음 상태 측정 방법이 궁금하다. 

“매년 유엔이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는 각국에서 1000명 내외를 표집해 조사한 결과에 기초한다. 유엔은 1년에 한 차례 조사한다. 우리는 표본이 1000배 많다. 주가지수처럼 매일매일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것도 전례가 없지만 데이터 규모 면에서도 세계 최대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 데이터 분석 외에 스마트폰 서베이도 한다. 개별적으로 하루에 서너 번씩 랜덤하게(무작위로) 문자를 보내 지금 뭘 하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얼마나 행복한지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다음 포털에서 ‘마음날씨’를 검색해 들어가면 행복도를 10개 문항으로 측정해 점수로도 알 수 있다.” 

-앱으로 행복감을 조사한다? 

“서베이 링크를 보내면 타고 들어와 답을 누르면서 응답한다. 뭐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회의 중이다, 밥 먹고 있다 등 여러 가지 답이 나오고 지금 느끼는 행복감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다. 그러면 대한민국 성인들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무슨 일을 많이 하는지, 즐거운지 즐겁지 않은지 평균 데이터가 나온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 이런 시스템을 구축해놓았기에 감염병 사태 이후 마음 변화를 쉽게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할 때, 또 누구랑 있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지와 관련해 코로나 전후로 변한 게 있다면. 

“코로나 이전에도 혼자 있는 것보다는 누구와 함께 있을 때 행복감이 더 컸는데 이후에는 이 같은 경향이 훨씬 커졌다.” 

-만남 자체가 줄었는데도? 

“빈도는 줄었지만 가깝고 친밀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 많아졌다. 친밀한 이들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은 이전보다 훨씬 더 높았다. 역설적으로 추론해 보면, 역시 ‘관계’가 행복해지는 데 기여도가 높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좋은 사람들, 편한 사람들, 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하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 거다.”

늘어난 식재료 소비, 줄어든 쇼핑의 즐거움

-‘관계’ 외에 또 행복감을 주는 요소가 있나. 

“‘먹는 거’다. 코로나 이후 식료품 소비가 크게 늘지 않았나. 정리하면,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과 맛있는 거 먹으며 버텨낸 거다. 재미있는 결과는, 쇼핑의 즐거움이 줄었다는 점이다.” 

-인터넷 쇼핑은 오히려 늘었다는데도? 

“쇼핑은 원래 물건을 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잖은가. 눈요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사람도 만난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의 쇼핑은 자판기에서 물건 사는 것과 똑같다. 필요한 것만 인터넷으로 사니까 쇼핑이 필요한 걸 채우는 이상의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 

-계층별로 행복도의 차이가 있나. 

“보통은 하위 계층 사람들의 행복감이 더 떨어지리라는 게 대체적 가설이다.” 

-결과도 그런가. 

“데이터가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상위 계층 사람들이 하위 계층 사람보다 행복감이 높긴 하다. 절댓값은 변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행복감을 느끼는 감소 폭이 상위 계층에서 조금 더 컸다는 점이다.” 

-의외다. 

“하위 계층 사람들은 상위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생존 쪽에 삶의 무게중심이 가 있다 보니 코로나 전이나 후에 별로 변화가 없다. 하지만 상위 계층은 여행이나 만남에 제한을 받으니까 삶이 재미없어진 거 아닐까 추론해 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국가주의, 집단주의가 강화되리라는 전망도 나오더라. 

“그렇게 되려면 사람들 마음이 국가주의, 집단주의에 응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드라이브를 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말로 사람들 마음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집단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집단주의적 성향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내 의견과 달라도 집단 의견을 따른다든지, 나뿐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의 행복도 중요하니까 내가 약간 희생해도 괜찮다든지 하는 생각이 강화되는 경향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행복도 감소가 덜했다.” 

-요즘 같은 때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면 스트레스가 더 클 것 같다. 

“‘언제까지 사생활 침해를 참아야 하나’ 같은 생각이 드는 거다. 실제로 집단적 규범이 강한 문화를 가진 나라일수록 코로나 피해가 적었다. 한국도 그런 케이스다.” 

-아시아 국가들은 대체로 방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한국의 성공을 두고 국민들이 잘했다, 정부가 잘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데이터로 보면 두 개가 다 맞다.”

행복은 ‘쾌락’에서 오는가

-주관적 감정인 행복을 측정하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했나.

“경제, 건강, 기업경쟁력, 사람의 능력 등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측정하지 못하는 게 있나. 인류는 많은 것을 측정하고 데이터를 쏟아낸다. 그러니 삶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행복을 측정하겠다는 생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행복이 진짜 중요하다면 측정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동기였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주기적으로 측정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이 미치는 파장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주기적으로 측정한 덕분에 코로나 전후의 행복도를 비교할 수 있었다.”

-원래 전공은? 

“큰 주제로는 사회심리다. 박사 트레이닝 받을 때는 비교문화심리학을 했다. 동양과 서양 사람들의 심리적 차이를 실험이나 조사로 밝혀내는 거였다.”

-행복연구센터를 만든 이유는.

“두 가지 문제의식이 있었다. 하나는 행복은 깨달음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이언스(과학)의 문제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행복을 학교교육에 접목하고 싶었다.”
 
-이 대목에서 묻고 싶다.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행복을 연구한다고 말하면 행복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결정 요인, 결과, 생물학적 이유 등을 모두 연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은 굉장히 비전문가적인 접근이다. 나는 행복의 패턴을 연구하는 사람이지 행복해지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1대1 카운슬링하는 분들은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고 치료법을 내놓는다. 나는 일반적인 얘기는 할 수 있지만 ‘당신은 이렇게 하는 게 좋아요’라고 말할 수 없다. 그건 내 연구 영역이 아니다.”

-그러면 당신의 관심 분야는 뭔가.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는 뭐고, 행동의 차이는 뭐며, 습관의 차이는 뭔지 밝혀내는 일에 관심이 많다. 행복한 사람, 행복한 문화나 국가의 특징을 탐구하는 연구를 많이 한다. 데이터를 통해 한국 사람들의 행복이 어떤 요인에 의해 얼마만큼 변하고 그것이 주는 시사점은 뭔지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건강검진으로 몸 상태를 알아내는 것처럼 행복을 검사하고 행복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을 측정해 어떤 솔루션을 낼지 고민한다.” 

-사람들은 행복을 ‘쾌락’에서 느끼나 ‘의미’에서 느끼나

“그 질문은 요즘 서양에서도 중요한 담론이다. 의미와 가치는 일종의 도덕 같은 것이어서 ‘행복으로 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 논쟁이 많다. 과거에는 즐거운 것, 즉 쾌락만 행복으로 봤다. 그런데 삶의 가치나 의미를 쾌락보다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나쁜 병균이 몸에 침입했을 때 그것과 맞서 싸우는 항체를 더 많이 만들어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행복의 정의 넓게 잡아야

-왜 그런가. 

“행복을 두고도 긍정적·부정적 시각이 혼재한다. 부정적 시각은 행복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게 아니냐고 여긴다. 행복이 젊은 사람들이나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시각은 행복은 나와 별개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런데 무겁고 진중한 행복도 있다.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가치를 실현하고, 목표를 성취하면서 느끼는 행복도 굉장히 중요하다. 행복을 신나고 즐거운 감정이라고만 정의하면 내성적인 이들은 불편해한다. ‘나는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거나 일에 집중할 때 기분이 좋은데 그건 행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따라서 행복을 넓게 정의해야 한다.” 

-남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는데 그러지 않기가 쉽지 않다. 인간에게 남과 ‘비교’하는 유전자가 있나?(웃음) 

“무슨무슨 유전자가 있느냐고 묻는 게 요즘 유행인데 굉장히 위험한 질문이다. 특정한 것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유전자는 극히 예외적인 질병을 제외하고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다. 물론 평균적으로 남과 비교를 많이 하는 사람들의 행복감이 떨어지고, 행복감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남과 비교를 많이 하긴 한다. 그런데 비교는 행복감을 느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저 친구보다 나아서 그래도 다행이다’ 같은 감정을 예로 들 수 있다. 비교하는 것 자체를 두고 좋다, 나쁘다를 따질 게 아니라 내가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 

-행복은 주관적 감정인데, 과연 측정이 가능하겠느냐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행복이 주관적이라고 말한 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첫 번째는 ‘내가 느끼는 행복과 네가 느끼는 행복이 다른데 어떻게 같이 얘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려는 것 같다. 나는 커피 마실 때 행복하고 너는 차를 마실 때 행복한데, 다시 말해 조건이나 경험이 각자 다른데 어떻게 하나의 솔루션으로 측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 아닌가. 두 번째는 행복의 정의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지 않으냐고 믈으려는 것 같다. 나는 이런 때 행복하지만 너는 저런 때 행복하니 측정하기가 어렵다는 질문 아닌가.

주관적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이유

최인철 교수는 
“행복의 정의를 
넓게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호영 기자]

최인철 교수는 “행복의 정의를 넓게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호영 기자]

행복의 조건이 사람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행복을 측정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례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 그러니까 ‘소확행’도 그 사람이 가진 행복의 조건일 뿐이다. 누구나 행복의 조건을 갖고 있기에 측정에 문제가 없다. 또한 행복의 정의를 넓히면 해결이 된다. 누구에게는 즐거운 게 행복이고 누구에게는 조용한 게 행복이다. 행복을 단일한 정서로 정의하지 않으면 된다. 

‘사랑이 뭐야?’라고 물으면 ‘원하는 걸 다 해주는 거야’ ‘아니야, 언제든 내 편이 돼주는 거야’ ‘아니야, 스킨십이 중요해’처럼 각기 다른 답이 돌아온다. 우리는 각기 다른 답을 사랑이라는 말로 아우른다. 행복도 똑같다. 행복이란 상태는 색깔이 하나밖에 없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색깔이 있다. 사람들이 행복은 주관적이라고 말하면 나는 그 말이 ‘그러니까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어려워’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데이터를 가지고 연구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감정이 주관적이긴 하지만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공통의 요소가 있을 수 있으니 그걸 갖고 측정해 보자고 말하는 것이다. 행복을 신비한 것으로 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클리셰(cliche·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어떻게 보나.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할 때 영향을 주는 원인으로 뭐가 있을까? 결정 요인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는 그 사람이 가진 태도다. 예컨대 ‘자살은 괜찮은 거야. 살기 싫으면 자살할 수도 있지’ 같은 태도다. 둘째는 가까운 사람들이 가진 태도다. 문화일 수도 있고 집안 분위기일 수도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동반자살을 비난하지 않고 측은하게 여기는 문화가 그 예다. 셋째는 수단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느냐다. 이를테면 번개탄이나 농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지다. 셋째 요소를 강조하는 이들은 판매 금지 같은 솔루션을 내놓는다.” 

-당신은 어떤 쪽을 강조하나. 

“세 가지 다 중요하다. ‘행복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상상력이 특히 중요하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음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 예컨대 연인과 헤어진 후 죽고 싶다고 말하지만 마음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마음의 움직임을 인식하면 미래의 자기를 예단해 현재의 자기가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자살은 미래의 자기 삶을 현재의 자기가 결정하는 일이다.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탄력적인지 가르치는 게 필요하다.”

인간의 마음은 대체로 긍정 상태

-사람들은 대체로 긍정하며 사나, 부정하며 사나. 

“뇌 활동을 측정해 보면 기본적으로는 포지티브(positive)한 상태다. 인간의 마음 상태는 기본적으로 ‘긍정’이다. 국가 간 행복을 비교하면서 우리가 불행하다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은 이야기다. 유엔 조사에서 우리가 10점 만점에 5.7, 5.8을 왔다갔다 하는데 굉장히 괜찮은 편이다. ‘우리는 불행하다’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상당 부분 언론의 책임도 있다. 사안을 부정적으로 다뤄야 뉴스가 되는 게 현실 아닌가. 코로나 방역을 계기로 국민의 자부심이 살아나는 것은 다행이다. 우리 정도면 진짜 굉장히 행복한 거다.”



신동아 2020년 7월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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