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인터뷰] ‘殺바이러스’ 원단 개발한 ‘발명가’ 국승원 대표

“코로나 바이러스 잡는 ‘KVF(Korea Virus Filter) 마스크’ 기대하세요”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인터뷰] ‘殺바이러스’ 원단 개발한 ‘발명가’ 국승원 대표

  • ● 15년 연구로 ‘독보적인’ 새니 POM 필터 개발
    ● 일본 BOKEN “1000만 개 바이러스 99.99% 사멸”
    ● 반응성 이온 방출해 바이러스 파괴하는 메커니즘
    ● 미세먼지용 ‘KF’ 넘어 바이러스 제거 ‘KVF’ 기대
    ● 의료진 방호복 활용 등 산업 다양…‘K-방역’ 날개
    ● 신발 인솔 개발로 시작한 연구…‘영원한 발명가’ 꿈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국승원(65) 새니더바이오(주) 대표가 일반 직물에 비해 1만 배 이상의 바이러스 살균 효과가 있는 특수처리제조법을 개발해 화제다. 일본직물방적협회 품질평가연구원(BOKEN)은 지난 7월 13일 새니더바이오 측에 보낸 시험 성적서에서 “귀사가 시험 의뢰한 직물 필터에서 1000만 개의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가 2시간 내에 99.99% 급격히 줄어드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일반 표준 직물에 비해 1만 배의 바이러스 제거효과, 즉 살(殺)바이러스 효과가 있고 세포 독성시험에서도 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알려왔다.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음하는 요즘, 이 필터를 바이러스 방지용 마스크와 방역 필름, 의료인 방호복 제작 등에 활용하면 감염증 예방과 ‘K-방역’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8월 4일 오후 서울 충정로 인터뷰룸에서 선한 인상의 ‘발명가’ 국 대표와 마주앉았다.

殺바이러스 효과 입증된 직물 필터

국승원 새니더바이오 대표가 운영하는 부산 사상구 SnB케미칼 공장과 그가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모습(왼쪽부터). [새니더바이오 제공]

국승원 새니더바이오 대표가 운영하는 부산 사상구 SnB케미칼 공장과 그가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모습(왼쪽부터). [새니더바이오 제공]

-살바이러스 효과가 입증된 직물 필터는 어떤 것인가. 

“특수 POM 처리된 원단인데, 주로 의류나 신발, 마스크 등에 사용된다. 마스크에서는 바이러스나 병원균을 차단하는 효과적인 필터로 사용될 수 있다.” 

-바이러스 제거 효과가 큰 필터를 새로 개발한 건가. 

“오래전에 독창적인 다중금속산화물(Polyoxometalates·POM)을 개발했고, 지금까지 꾸준히 그 기능을 향상시켜 왔다. 이번에 일본에서 테스트한 것은 최근 개발 완료한 POM을 이용해 부직포에 고분자를 결합해 만든 직물 필터다. 기존 소재보다 훨씬 ‘강력한’ POM으로 처리한 필터를 우리는 ‘새니(Sani) POM 필터’라고 한다. 항바이러스용 마스크의 새로운 표준이 될 거라고 본다.” 

-새니 POM에 바이러스 제거 기능이 있다는 것도 예상했나. 

“2018년 해외 논문을 보니 일반적으로 POM 소재는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 화학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널리 알려진 항균동 소재는 구리를 실로 만들어 꼬아서 항균력을 갖는데, 새니 POM은 반응성 이온을 방출해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를 죽이는 메커니즘이다. 이 소재는 무기물과 유기물이 반반 정도 섞여 있고, 흔히 소독제로 쓰이는 과산화수소도 들어 있다. 과산화수소는 화학적으로 결합하면 쉽게 증발하지 않는다.” 



-살바이러스 효과 외에 일반 POM과 다른 점은 뭔가. 

“KSTR(한국표준시험연구원)과 KOTERI(한국섬유소재연구원) 등 국내 여러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를 보면, 세균은 1분에 99.8% 감소하고, 암모니아 냄새는 30분 뒤 97% 없애고, 30번 세탁해도 최대 89%의 소취력이 있다. 자외선 차단 효과와 산소분자 방출 효과 등 다양한 기능도 있고, KC인증 관련 유해물질 안전기준도 통과했다.” 

-그런데 왜 일본 연구소에 시험을 의뢰했나. 

“지난해 말 새니 POM을 개발하고 공식 시험기관의 시험성적서를 받으려고 국내 5곳의 공인기관에 문의했더니 모두 바이러스 관련 시험인증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일부 대학에서 연구한 뒤 시험성적서를 내줄 수는 있지만 권위 있는 국제 공인 성적서를 받고 싶었다. 그래서 국제공인시험기관인 FITI시험연구원을 통해 일본 BOKEN 품질평가원에 의뢰해 3개월가량 테스트를 받았다.” 

POM은 3개 이상의 산화금속이 3차원 구조로 산소원자들을 공유하는 특수 고분자소재로, 최근 들어 화학촉매·의학·재료과학 분야 신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POM은 어떤 물질과 어떤 공정, 어떤 순서로 만드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국 회장이 원사(原絲)의 구조와 나노촉매결합이라는 화학적 방법으로 결합하는 POM을 개발한 것이다. 

국 회장이 개발한 새니 POM은 국내외 여러 인증기관의 시험에서 강력한 살균, 살바이러스, 소취(消臭) 기능을 인증받았고, 그 기능도 반영구적이어서 코로나19로 촉발된 방역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소재로 각광받는다. 국내외 유명 기업들이 이 소재를 원사, 의류, 공기청정기, 건축자재, 화장품 등에 적용하기 위해 새니더바이오를 노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국내 유전학 분야 권위자인 이재헌 동아대 유전공학과 교수는 ‘신동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새니 POM으로 처리한 원단에서 1000만 개의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가 400개로 줄었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고, 굉장한 소재를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항바이러스 소재는 은이나 구리를 이용해 만드는데, 국 대표는 여러 다른 물질을 적절히 활용한 거 같다. 다만 세포 독성실험에도 무해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옷이나 신발 깔창 등은 몰라도 호흡용 마스크로 사용하려면 여러 상황에서의 추가 실험이 필요해 보인다.”

완벽한 추가 실험 준비

새니 POM 필터(위)와 일본직물방적협회 품질평가연구원(BOKEN)이 7월 13일 새니더바이오 측에 보낸 시험 성적서. [새니더바이오 제공]

새니 POM 필터(위)와 일본직물방적협회 품질평가연구원(BOKEN)이 7월 13일 새니더바이오 측에 보낸 시험 성적서. [새니더바이오 제공]

-이 교수는 추가 실험의 필요성을 언급하더라. 

“한 달 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처(KFDA)의 마스크 필터 허가를 받았고, 여러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체에 무해하다는 인증도 받았다. 당장 마스크를 제작해도 무방하지만, 이 교수 지적처럼 호흡기를 통해 곧장 인체로 들어오는 만큼 완벽한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모 대학과 새니 POM 필터를 10시간 물에 담가 거기서 나오는 액체를 검사하는 등 다양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일부 마스크 생산 공장에서 최적화된 생산 라인도 갖추고 있고, 시범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미세먼지용 KF94, KF80 생산을 위해 별도 허가도 진행하고 있다.” 

-시험성적서를 받았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제는 ‘새니 POM이 살바이러스 기능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연구 결과를 보고 살바이러스 기능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근거’가 없어 말을 못했다(웃음). 또한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분들과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의료진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어려움 속에서도 15년 가까이 이걸 준비시킨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국 대표는 교회 장로 활동하는 신실한 크리스천이다).” 

-원래 화학 분야에 종사했나. 언제부터 POM을 개발해 왔나. 

“대학을 화학과에 진학했거나 처음부터 화학 관련 연구를 한 것은 아니다. 1981년 부산에서 신발 인솔(깔창)에 쓰이는 PU(폴리우레탄·PVC보다 연질의 우레탄) 중간 소재(미드솔)를 생산해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유명 신발회사에 납품하면서 고분자 화학에 대해 공부했다. 인조 피혁공장을 설립해 신발 생산 라인을 갖췄더니 인근 대우조선 노조 등에서 요청이 들어와 본격 연구를 시작했다.” 

-조선소 노조에서 어떤 요청이…. 

“조선소 근로자들이 신는 안전화는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사용하는 만큼 땀이 많이 차 무좀도 생기고, 발 냄새도 심하게 난다. 세균 증식도 빠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래서 ‘냄새와 세균을 잡는 강력한 물질’을 개발해야 했다. 그때부터 부산의 인제대 산학협력단 교수들과 공동 연구를 시작했는데, 2011년 화학 분야에서 유명한 루마니아의 보타르 박사가 합류하면서 연구는 급물살을 탔다. 그는 몇 해 전 인제대 교환교수로 왔다가 연구를 마치고 귀국했는데, 자비를 들여 다시 한국으로 초청했다. 보타르 박사는 7대째 화학을 연구하는 집안에서 자란 유명 인사다. 그와 함께 인제대 교수 2명과 대학원생 등 모두 6명이 POM 개발에 나섰다. 정부 과제로 신청해 지원을 받아 2년여 함께 연구했고, 새로운 POM을 개발했다.” 

연구팀과 함께 개발한 살균·소취 POM은 조선소 근로자의 말 못할 고민을 해결해 줬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인증기관은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지금까지 18개 특허를 냈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증받아 2013년 부산 국제신기술대회 금상, 2015년 대한민국 건설환경기술상 시상식에서 환경부장관상 등을 받기도 했다. 국 회장은 이렇게 개발한 POM 제조 공정을 꾸준히 개선하고 성능을 높였고, 지난해 연말에 6년여 연구 끝에 새니 POM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POM은 속옷, 양말, 에어컨 필터 등 다양하게 쓰이는데 우리가 개발한 POM은 주로 여성용 부츠와 장화, 안전화 등에 쓰였다. 그런데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고 해도 그게 다가 아니더라(웃음).”

꿈에서 원소기호 메모한 지난한 세월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뭔가 문제가 생겼나. 

“기능은 좋은데 다른 물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니 신발 회사들이 사용을 꺼렸다. 그래서 ‘가성비 좋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려고 마음먹고 뿌리는 ‘스프레이 항균·소취제’를 개발하려고 했다. 액상인 POM은 성질이 안정되면 층이 분리된다. 무거운 건 가라앉고 가벼운 건 뜬다. 그러니 무거운 물질이 스프레이를 막아 분사가 되지 않았다. 따라서 물질이 안정화되지 않으면서 기존 POM보다 더욱 강력한 소재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촉매제 2종류를 섞어 시약 한두 방울을 떨어뜨리며 계속 실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약 한 방울을 떨어뜨렸더니 온도가 100도 넘게 오르면서 3일 동안 끓더라. 그 과정에서 산소가 발생했고 강력한 항균 소취 기능이 생기는 걸 알게 됐다. 새로운 새니 POM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화학자들이 새로운 화학물질을 발명할 때 흔히 경험한 것처럼 열과 습도, 물질의 혼합 비율, 시간 등의 모든 것을 맞춰야 원하는 특성을 지니게 된다. 당시 실험 상황을 정확히 기록해 대학 연구실에서 다시 실험했다.” 

-굉장히 지난한 연구였던 거 같다. 

“그렇다. 연구 논문이나 책자를 찾아보는 것은 기본이고 얼마나 실험을 했던지 꿈에서도 새로운 촉매제를 찾았다. 새벽에 자다 일어나 공장 한쪽에 마련된 두 평 남짓한 실험실에서 무수히 실험하고,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 인제대 실험실에서 5명의 교수 및 연구원과 다시 실험하는 생활이었다. 서울에 있는 화학 전문 교수 여러 명을 찾아가 자문했다. 꿈속에서도 원소기호를 메모했고, 수술할 때 사용하는 독소 없는 소독약 성분 원소를 확인하며 비슷한 시약을 첨가해 보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에 자주 등장하는 마법사들이 놋쇠 항아리에 시약을 섞어 약품을 만드는 장면과 비슷했다. 그래도 연구할 때면 흥분되고 피로감도 느끼지 못했다.” 

-집안 반대는 없었나. 

“왜 없었겠나(웃음). 기존 원단과 피혁을 판매해 돈을 벌면 실험용 시약을 사들이니 좋아할 리 만무하다. 시약을 구매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데다 두 평 남짓한 회사 연구실에서 하루 종일 연구하니 아들은 ‘차라리 손주와 놀아줘라’고 하더라.” 

-필터를 수출도 하나. 

“그렇다. 마스크와 의류 원단 등으로 사용되는데, 여러 특허를 가지고 있다 보니 미국, 베트남, 인도 등에서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가. 

“원단 납품업자보다는 특허권을 가진 회사와 직거래하자는 제안이 대부분이다. 아무래도 기능적으로 앞서다 보니 안정적으로 원단을 공급받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항균마스크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감염되지 않을 정도가 되지만, 새니 POM 필터는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세균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특히 마스크에 대해서는 입냄새 제거를 위한 강력한 소취 기능을 매우 매력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

“더 강력한 POM 개발…발명가로 남을 것”

“새니 POM으로 세균과 바이러스로 힘들어하는 인류에 기여했으면 좋겠다. 방호복이나 마스크, 의사 가운 등에도 다양하게 사용돼 한국의 화학기술력도 알리고 싶다. 그리고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마스크가 없으니 황사나 미세먼지를 막는 KF 마스크를 쓰는데, 이제는 바이러스 예방용 KVF(Korea Virus Filter) 기준이 나올 때가 됐다고 본다. 또한 우리의 우수한 의료 기술과 코로나19 진단 키트, 그리고 KVF 마스크로 대한민국이 의료 선진국임을 알리는 데 일조하고 싶다.” 

한편 국 대표는 그동안 운영하던 SnB케미칼 외에 새니더바이오(주), 새니더글로벌(주)을 최근 설립했다. 새 회사 설립은 새니 POM 개발 이후 ‘K-방역’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임직원들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그는 “나는 두 평짜리 연구실에서 더 강력한 POM 개발을 담당할 발명가로 남을 것”이라며 웃었다.



신동아 2020년 9월호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인터뷰] ‘殺바이러스’ 원단 개발한 ‘발명가’ 국승원 대표

댓글 창 닫기

2020/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