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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전문가’ 최훈동 “명상이 자살만 생각하던 나를 구했다”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하는 ‘인문을 과학하다’ ⑨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마음 전문가’ 최훈동 “명상이 자살만 생각하던 나를 구했다”

  • ●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니라고 자각해야
    ● 명상은 아픈 내 맘 안아주는 것
    ● 우울감 찾아오는 50대가 명상의 최적기
    ● 어려운 상황이 오면 마음부터 들여다보라
    ● 생각을 영화 감상하듯 흘려보내는 연습
신동아는 인문학재단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 ‘인문을 과학하다’ 시리즈를 진행한다. 플라톤아카데미는 2010년 11월 설립된 국내 최초 인문학 지원 재단으로 인류의 오랜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가 당면한 삶의 근원적 물음을 새롭게 전한다는 취지로 연구 지원, 대중 강연, 온라인 포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을 과학하다’는 인문학과 과학이라는, 언뜻 멀어 보이지만,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섞여 있는 두 세계의 깊이 있는 소통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다.<편집자 주>

최훈동 휴앤심 명상상담연구소장. [홍중식 기자]

최훈동 휴앤심 명상상담연구소장. [홍중식 기자]

다들 힘든 시기다. 무엇보다 마음이 힘들다. ‘마음 전문가’ 최훈동(67)은 지금이야말로 명상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정신과 전문의다. 현재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초빙교수, 한별정신건강병원장, 휴앤심 명상상담연구소장, 명상-영성치료학회 부회장이다. 저서로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정신의학 이야기’ ‘내 마음을 안아주는 명상 연습’이 있다, 대학에서 불교학생회를 이끌며 한때 출가도 생각했다는 그는 서양의 정신치료와 불교를 넘나들며 명상과 정신치료를 융합해 명상치료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명상은 아픈 맘을 안아주는 것

그는 “명상은 마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아픈 마음을 안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마음이 왜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닫힌 마음을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내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게 명상입니다. 명상을 하면 맨 처음 만나는 것이 내 마음속 재잘거림, 내면의 이야기입니다. 이것들을 잘 들여다보면 자기 비난, 학대, 경멸, 두려움, 원망 같은 마음속 상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처를 알아주고 공감해 주고 왜 그렇게 됐는지 깊숙이 들여다보면 아픔이 어루만져지고 치유됩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의 내면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내면의 정신적 자아는 계속 비판하고 비난합니다. 끊임없이 탓하고 만족하지 못하죠. 항상 의심하는 속성도 있습니다. 나의 내면이 그렇다는 걸 진솔하게 받아들이고 품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 비로소 삶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가 상담 사례 하나를 꺼냈다.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중년 부인이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 탓에 삶이 힘들다더군요. 애들만 아니면 당장 자살하고 싶은데 눈에 밟힌다면서요.” 

-어떻게 치유됐나요. 

“죽고 싶다는 생각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녹음기처럼 되풀이되는 생각의 메아리에 불과하니까요. 정말 그분이 죽고 싶어 한 이유는 어렵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자살 충동 때문에 괴롭다고 하지만 사실은 현실을 벗어나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거지요. 이 경우 생각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됩니다. 자살 충동이 50번 일어나든, 500번 일어나든 어떤 마음 상태에서 일어나는지 살펴보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겪은 분노, 좌절감, 모욕, 모멸감 이런 걸 모두 연상하게 하니 부정적 생각에서 천천히 벗어나더군요. 

명상을 통해 마음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깨달음이 들면 자잘한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평안을 유지합니다. 그러면 기존의 지식, 편견, 선입견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게 되기에 천진난만한 아이와 같이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습니다. 또 까불지 않고 겸손할 수 있습니다. 내 것을 주장하지 않으니 집착이 사라지고 담백해집니다. 가지려 하지 않으니 크게 구애되는 것, 걸리는 게 없어져 삶이 편안해집니다.” 

-먹고살려면 돈도 벌어야 하고 가족도 챙겨야 합니다.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욕심도 집착도 필요한 거 아닌가요. 

“명상적 태도는 어릴 때부터 키우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삶이 흔들리거나 좌절할 때 마음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때는 50대 이후라고 봅니다. 그전까지는 돈도 벌어야 하고 자식도 낳아 키워야 해 명상에 몰두하기가 아무래도 쉽지 않습니다. 대개 50대가 되면 우울감이 찾아옵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결과도 별로인 것 같고 자식들도 떠나고 배우자도 한눈팔고요. ‘내가 이렇게 헌신했는데…’ 하는 배신감, 회의감이 밀려옵니다. 이럴 때 실존에 대한 진정한 의문이 생깁니다.”

우울감 찾아오는 50대는 명상의 최적기

명상의 시작은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GettyImage]

명상의 시작은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GettyImage]

-40대 후반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명상 수행에 전념했다고 들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서울 구로구에 첫 정신과 의원을 열어 13년을 운영하다 규모를 좀 키워야겠다 싶어 1997년 경기 김포시에 병원을 세워 기공식을 했습니다. 그 직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터졌습니다. 은행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했더니 노사분규까지 일어나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지요. 파산 신청을 하자니 빚만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피가 말랐습니다. 겨우 잠들어도 30분, 1시간마다 깼습니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자살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2년여 지옥 같은 시간을 지나면서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드니 죽기 전 명상이라도 실컷 하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충남 천안시의 한 명상센터에서 미얀마 유명 선승이 한 달간 명상 지도를 했습니다. 매일 법문을 듣고 명상 내용을 점검하는 집중 수행을 했습니다.” 

-효과가 있었나요. 

“집중 명상 17일째로 기억합니다. 점심 식사를 하다가 눈물이 2시간 동안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나오는 체험을 했습니다. 기쁜 것도 슬픈 것도 아니었어요. 몸과 마음이 완벽하게 정화되는, 오로지 지금 이 순간만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후부터 마음이 서서히 안정되고 평안을 찾았습니다. 까짓 병원 그만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집착이 사라지더군요. 제 마음이 바뀌어서 그런 것인지 때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를 기점으로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돈을 마중물 삼아 서서히 기사회생했으니까요.” 

-바깥 상황은 그대로인데 마음만 바뀐다고 해결이 될까요. 

“뭐가 먼저고 뒤인지는 모르겠지만 걱정해 봐야 소용없는 것은 안 하기로 하고, 놓을 것은 놓고 체념할 것은 체념하니 상황도 바뀌더군요. 불성, 또는 신성 같은 게 우리 마음 안에 있는데 그것과 내가 연결되는 순간 관계가 바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너와 나의 관계가 아니라 우주와 나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거지요. 불교적으로 말하면 가피라고 할 수 있고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은총입니다. 명상을 통해 그런 체험을 해보면 신묘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정신과 의사이니 남보다 정신적 고통을 치유할 방법을 더 많이 알잖아요. 약도 선택할 수 있고요. 

“마지막까지 약은 안 먹었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는 생각을 했을 때 명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련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나요. 

“고통이란 것이 지나보니 고통이 아니었습니다. 교만하고 오만했던 나를 깨우쳐주기 위한 하늘의 뜻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고난은 은인이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왜 하필 나지?’ 하는 마음부터 생깁니다. 남을 원망하고 자기를 탓하고 부처님, 하나님을 원망합니다. 원망하고 탓해봐야 나만 아픕니다. 불행이 닥쳤을 때 내 마음부터 들여다봐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그 일 이후 환자를 다루는 태도도 달라졌겠네요. 

“사업이 망해 찾아오는 사람들 이야기가 남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공감해주는 내 표정만으로도 환자들이 안도를 느끼는 것 같아요.”

생각을 영화 감상하듯 흘려보내는 연습

최훈동 소장은 “자신을 끊임없이 평가하는 일을 중지하면 삶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홍중식 기자]

최훈동 소장은 “자신을 끊임없이 평가하는 일을 중지하면 삶을 즐길 수 있다”고 했다. [홍중식 기자]

-상담할 때 명상을 먼저 권하나요. 

“사람마다 다릅니다. 일단 상태를 봐야죠. 얽혀 있는 문제를 가닥가닥 풀어주는 작업이 상담입니다. 명상은 상담만 가지고는 치료가 지지부진할 경우에 권합니다. 

우선 호흡을 세고 바라보는 법부터 권합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약을 금방 끊거나 양을 줄이게 됩니다. 최근 50대 사업가가 사업에 실패한 이후 매일 자살 생각만 난다고 찾아왔는데 명상 수행을 통해 바뀌었습니다. 자신이 심각하게 생각한 것들이 사실 별것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죠. 실패하면 실패한 것이지 죽음까지 생각할 일은 아니라면서 마음을 내려놓으니 약도 줄이고 결국 완전히 끊어버렸습니다. 화를 못 내는 사람이 화를 내는 것도 좋은 변화입니다. 화내야 할 상황에서 화를 못 내는 것도 자신감 부족에 따른 것이니까요. 명상이 암을 낫게 하는 것도 아니고 질병 치료제도 아니지만 마음을 회복하는 데 대단히 훌륭한 도구라는 건 수많은 사례로 입증됐습니다.” 

-명상 초보자는 무엇부터 해야 합니까. 

“먼저 마음을 가라앉혀야 합니다. 우선 호흡에 집중합니다. 집중을 잘해야 감각, 감정, 생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우선 심호흡을 4~5회 합니다. 자연의 맑은 기운을 흠뻑 들이쉬고, 탁한 기운을 내뿜는다고 상상하세요. 특히 내쉬는 숨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습니다. 어느 정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면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돌아가서 내쉴 때마다 긴장을 이완시키며 모든 걸 내려놓는다고 상상하세요. 

마음을 하늘에 비유하면 생각이나 감정은 일어났다 사라지는 구름입니다. 생각 하나하나에 반응도 판단도 집착도 하지 말고 영화 감상하듯 지켜보면서 내 생각을 관찰 대상으로 삼는 일이 중요합니다.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생각’ ‘생각’ 하면서 이름을 붙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명상은 마음을 어떻게 바꾸려는 게 아니라 현재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자세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요. 

“명상은 자세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언제 어느 때나 가능합니다. 생활이 곧 명상입니다. 우리는 늘 부산하게 움직여왔기에 잠시 멈추고 눈을 감고 앉는 것만으로도 명상이 됩니다. 모든 생활이 명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식사할 때 반찬을 골라 집어 입에 넣고 씹고 삼키는 일련의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면 그것이 식사 명상이 됩니다. 주문(만트라)을 외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나는 사랑이다’ ‘관세음보살’ ‘은총~ 성모마리아님’ ‘얼굴에 미소, 마음에 평화’를 계속 반복하는 것입니다.” 

-앉아서 하는 것보다 걷기 명상을 더 권하는 걸로 압니다. 

“이른 아침 집 밖에 나가 5분만이라도 천천히 걸어보세요. 우선 목표 지점을 정합니다. 어디까지 가서 멈추고 되돌아오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그리고 발바닥 부분에 주의를 모아 걷습니다. 조금 천천히 걸으면 한 걸음이 들어 올림(듦)과 내려놓음(놓음)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점점 더 느리게 걸으면 들어 올림(듦)-내밂(밈)-내려놓음(놓음) 세 단계로 보입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목적은 지금 이 순간을 자각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니까요. 중간에 잡념이 끼어들면 그 순간 잠시 걸음을 멈춥니다. 잡념을 잠시 바라봐 주고 다시 ‘걷겠다’는 의도와 함께 걷습니다. 무리하지 말아야 하고, 지루하지도 않아야 합니다. 평소 보지 못한 경험을 신기해하며 천천히 걸음을 떼놓는 게 중요합니다. 하루하루 변해가는 바깥 경치와 신선한 공기를 어제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 보세요.”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내 마음이 내 것이라는 착각에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마음은 잠시도 쉬지 않고 분주히 활동하는 속성을 가졌습니다. 지루함을 견디지 못합니다. 왜 멈추지 않을까요. 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이 마음이 내 것이 아님을 알면 마음에 사로잡히지 않고 마음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마음은 훌륭한 하인이지만, 끔찍한 주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사로잡히는 게 아니라 마음을 사용하는 법을 배울 때 평안이 자연스러운 상태이며 무슨 일이 벌어지든 늘 평안 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니라는 자각

눈 귀 코 혀 몸 정신이 지각하고 인식하는 과정을 마음의 작동 과정이라고 할 때 우리는 이런 과정을 통제하고 주관하는 자가 있다고 믿습니다. 이걸 에고(ego) 즉 정신적 자아라고 합니다. 정신 분석에서 에고는 의식과 무의식의 주인으로 군림합니다. 마음은 스스로의 작동 원리에 따라 기능을 합니다. 생각은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찾아오는 손님과 같습니다. 대부분 저절로 일어났다 사라집니다.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다루는 게 바로 명상입니다. 이 마음, 이 생각이 어디서 오는지 명상 중에 바라보면 결국 자아(에고)가 없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생각을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라고 한 표현이 다가오네요.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을 회피하는 데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마음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습니다. 애씀은 번뇌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입니다. 끌어당기려고, 밀쳐내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에고를 강화시킬 뿐입니다. 명상은 분노나 질투 같은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려는 노력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놔두고 바라보기입니다. 생각과 감정이 서로 연결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음을 보세요. 흘러가는 대로 놔두고 바라보세요. 고통을 없애려 애쓰고 저항하는 대신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세요. 나 자신을 끊임없이 평가하는 일을 중지하면 삶을 즐기게 됩니다. 고통스러운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대신 명상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이 찾아와도 자애와 연민을 갖고 나 자신을 대할 수 있습니다.”



신동아 2020년 11월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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