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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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독서노트, 강연 육필 원고 “책은 내게 끊기 힘든 인연”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20-02-19 09: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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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내게 끊기 힘든 인연.” 

    신동아는 평소 책을 사랑했던 법정 스님의 육필 독서노트와 강연 원고를 입수했다. 열반 10주기(2월 19일)를 맞아 스님의 생각이 담긴 육필 자료를 볼 수 있어 의미가 크다. 

    A4 절반 크기에 70쪽 분량의 독서노트에는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교육과 인생의 의미’, 레오 바스카글리아의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와 ‘러브’ 등 8권의 책에 대한 단상과 인용구를 직접 적고, 견출지에 책 제목을 붙여 찾아보기 편리하도록 분류해 놓았다. 이는 1982~1983년에 작성한 것이다. ‘인간과 자연’이라는 제목의 강연 육필 원고는 법정 스님이 1988년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것이다. 

    교육론 서적인 ‘교육과 인생의 의미’에 대한 단상은 “진실로 깨어 있는 본래의 천성이야말로 (本源淸淨心) 유일하고도 참된 삶의 안내자다”라는 글로 시작된다. 이어 “보다 고귀하고 폭넓은 삶의 의미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교육은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라는 책 구절을 인용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한 메모는 모두 7쪽 분량이다. 

    ‘러브’에 대한 단상 가운데는 “그대에게 나눠준다고 내 것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그대에게 나눠주고 또 다른 사람들과 노느매기를 해도 여전히 나는 많이 가지고 있다.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기적이다”라는 구절도 있다. 이는 법정 스님이 강조한 무소유와 나눔의 정신과 연결돼 흥미롭다. 이런 독서노트는 스님이 산문을 쓰거나 강연록을 만들 때 인용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글과 맑고 깊은 사유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준 법정 스님은 평소에 독서를 많이 했으며, 산문과 법문에도 책 구절을 많이 인용했다. 스님은 출가할 당시를 회고한 글에서 “집을 떠나오기 전 나를 붙잡은 것이 책이었다… 책은 내게 끊기 힘든 인연이었다”라고 했다. 

    강연 원고인 ‘자연과 인간’은 A4 크기의 백지 15장 분량이다. 일필휘지로 써두고 고친 흔적이 보인다. 곳곳에 갈색 펜으로 중요한 단어들에 밑줄을 치고, ‘포스트잇’으로 번호를 매겨놓았다. 이 글은 일부 수정을 거쳐서 수상록 ‘텅 빈 충만’에 실렸다. 강연 원고와 수상록에 실린 글에 큰 차이가 없다. 

    이들 자료는 맏상좌 덕조 스님이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열반 10주기에 맞춰 처음 공개했다. 법정 스님은 대부분의 원고를 불태웠으나 상좌 및 지인이 개인적으로 스님을 추모하기 위해 일부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 스님의 속가 제자인 정찬주 소설가는 “스님의 독서법과 글쓰기를 짐작할 수 있는 육필 초고들이 처음 공개되는 것이어서 매우 뜻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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