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호

국회로 간 환경운동가 양이원영 “풍력발전 대대적으로 키워야”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20-06-26 1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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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전환 통한 시장 확대, 일자리 창출이 핵심

    • 재정투자, 규제개혁, 탄소세, 고용보장과 불평등 해소

    • 재원 한계 있지만 정부는 마중물 역할

    • 디지털 뉴딜보다 그린 뉴딜이 일자리 창출

    • 두산重 3조6000억, 미래산업 투자 조건 달아야

    • 그린 뉴딜 컨트롤타워 조직 필요

    • 25년 시민단체 활동가, “부담감에 잠 잘 못 자”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21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정치적 구태는 그대로다. 그래도 정치에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이제까지와 다른 차원의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는 정치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환경운동가 출신 양이원영(49)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주목받고 있다. 양이 의원은 ‘한국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린뉴딜법을 발의해 미국 정계에 파란을 몰고 온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처럼 양이 의원도 그린뉴딜법 제정의 중심에 있다. 양이 의원은 5월 28일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그린뉴딜기본법 제정을 위해 국회에 들어왔다”며 “탄소 중심의 에너지산업을 탄소 없는 재생에너지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정치적 역량을 다 쏟겠다”고 말했다.

    ‘한국이 전 세계 그린 뉴딜 이끌어야’

    ‘그린 뉴딜’은 친환경을 의미하는 ‘그린’과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 부양의 의미를 갖는 ‘뉴딜’의 합성어다. 1930년대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을 통해 대공황의 위기를 이겨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 위기를 겪는 지금 우리 정부는 그린 뉴딜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로 경기 회복을 구상하고 있다. 종합 계획은 7월에 마련된다고 한다. 

    그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일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에 대한 밑그림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사람 우선의 가치와 포용 국가의 토대 위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나란히 세운 한국판 뉴딜을 국가의 미래를 걸고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뉴딜은 DNA(데이터·네트워크·AI) 생태계와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면서 국가 기반 시설을 대대적으로 디지털화하는 작업이고, 그린 뉴딜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면서 새로운 시장과 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다. 

    문 대통령 발언 이후 여권에서는 그린 뉴딜 열풍이 불고 있다. 환경부 등 관련 부처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6월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후위기 극복-탄소제로시대를 위한 그린뉴딜 토론회’도 성황을 이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자리다. 정책토론회에 이만큼 많은 사람이 온 것은 처음 봤다”며 놀라워했다. 이 토론회에서 세계적 경제학자인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은 동영상 기조강연을 통해 “20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한국과 모든 국가는 탄소 기반 문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이 전 세계를 그린 뉴딜로 이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 디지털 뉴딜과 달리 그린 뉴딜은 첩첩산중이다. 이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낮고, 탄소 기반의 국가 중점 산업의 대응도 매우 느리다. 과학자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이 눈앞에 있다고 경고하지만 대부분은 그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쩌면 우리는 바로 눈앞에서 파국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자신을 ‘멸종위기종’으로 인식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밀레니얼 세대는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가 기성세대에게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에너지 전환 통한 시장 확대, 일자리 창출이 핵심


    - 그린 뉴딜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코로나19 시대를 경험하며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게 있다. 인간이 지구를 너무 많이 파괴하면서 인수공통 감염병이 등장했다. 이런 감염병은 50~6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것인데, 요즘 몇 년 사이에 발병이 반복되는 것은 자연에서 오는 경고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생태계 전반의 훼손뿐 아니라 기후변화의 영향 탓이기도 하다. 전 세계 기후 관련 과학자의 90%는 기후변화가 위기를 넘어 재앙 수준으로까지 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 위기를 막을 시간이 우리에겐 10년도 남지 않았다. 경제를 녹색 경제로,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거나 온실가스를 줄이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규모 재정 투자와 규제 개혁을 통해 저탄소 사회로 사회의 전반적 시스템을 바꾸는 그린 뉴딜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정부의 그린 뉴딜 세부안은 아직 나와 있지 않지만 주요 전략은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투자, 재생에너지 직거래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각종 규제 개혁, 탄소세 같은 경제적 유인제도, 고용보장과 불평등 해소 등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근본 패러다임을 총체적으로 변화시키는 정책 패키지를 포함할 수 있다. 

    - 그린뉴딜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발전, 산업, 건물, 수송 등의 분야에서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전환 산업 육성을 통한 관련 시장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 그린 뉴딜 정책의 핵심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 등이 공동집필한 최근 논문 ‘코로나19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재정투입 정책이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것인가 아니면 늦출 것인가?’(옥스퍼드 경제정책 리뷰)에 따르면 G20 국가 중앙은행·재무부·경제전문가 등 231명은 코로나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재정정책으로 다음 5개 사업을 꼽았다. △청정 물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 △건물 개보수에 따른 에너지 효율화 △실업을 극복하고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교육 및 훈련 △생태계 회복력을 위한 자연자본 투자 △청정 R&D 투자가 그것이다. 

    시민단체 ‘에너지전환포럼’은 정부가 다른 정책이나 전략에 우선해 그린 뉴딜을 긴급하게 추진한다면 다음과 같은 효과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AICBM(AI,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등 디지털 기술과 융합이 가능한 스마트 SOC 사업에 재정을 투입해 얻을 수 있는 경기 부양 효과 △에너지산업의 혁신 효과 △분산형 및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한 소득창출과 균형발전 △기업회귀(Reshoring) 효과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 녹색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등이다.

    OECD 국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 최저

    “석탄과 석유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산업이 저탄소 산업으로 바뀌려면 전환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은 구조조정이라고 하면서 노동자를 실업자로 만드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정부가 일정한 지원을 통해 일자리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지원은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인센티브와 재정 투자, 관련 규제 개혁 등이 다 담겨야 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원책도 담아야 한다. 또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지속가능발전법 등 기존 법과 중첩되는 부분도 정리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관련 법체계도 참고해야 한다.” 

    - 그린 뉴딜은 우리 경제 전체를 다 바꾸는 일 같다. 

    “산업 자체가 바뀔 수도 있고, 산업 공정이 바뀔 수도 있다. 예컨대 철을 만드는 과정에 환원제로 코크스를 쓰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된다. 그래서 환원제로 코크스 대신 수소를 쓰는 연구가 이뤄졌다. 수소가 환원제로 쓰이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나온다. 이미 스웨덴이나 독일에서는 실제 공정에 그 기술을 이용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낮은 나라다.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나오는 발전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0%가 되도록 가속화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10년 내에 화력발전소 가동을 완전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019년 현재 국내 석탄 발전량은 40.4%, 원전은 25.9%, LNG는 25.6%이지만 신재생에너지는 5.2%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빠르게 높이려면 컨트롤타워를 두고 전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나마 뉴딜 사업을 하게 되면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는 것이니 속도를 내기가 훨씬 좋다.” 

    - 재생에너지는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생에너지는 연료가 공짜이기 때문에 설비비만 회수되면 지속적으로 이익이 발생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태양광 패널의 설비비 회수 기간이 20년이었는데, 지금은 이것이 5년도 걸리지 않는다. 각 발전원의 외부 비용을 반영한 지표인 균등화발전비용(LCOE) 값을 따져도 태양광이나 풍력이 석탄보다 낮아 경제성이 있다. 원전도 안전규제를 제대로 한다면 이용률이 지금처럼 높을 수가 없다. 재생에너지 산업은 기본적으로 분산형이다. 큰 규모도 있지만, 지역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소규모로도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는 일자리도 만들 수 있지만, 기초소득이나 기본소득의 역할도 할 수도 있다.”

    현대차 키울 때처럼 정부가 풍력 시장 키워야

    그린 뉴딜 입법 및 정책과제를 공부하기 위한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가 6월 8일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의원, 양이원영 의원이 연구책임의원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정호 의원, 이창훈 KEI 선임연구위원, 위성곤·이학영·우원식·양이원영·이소영(앞줄 왼쪽부터)·이원택·신정훈·이원욱·용혜인·이해식·이용선·김영배·윤영찬·허영·이광재·민형배·강득구·김원이 의원(뒷줄 왼쪽부터). [양이원영 의원실 제공]

    그린 뉴딜 입법 및 정책과제를 공부하기 위한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가 6월 8일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의원, 양이원영 의원이 연구책임의원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정호 의원, 이창훈 KEI 선임연구위원, 위성곤·이학영·우원식·양이원영·이소영(앞줄 왼쪽부터)·이원택·신정훈·이원욱·용혜인·이해식·이용선·김영배·윤영찬·허영·이광재·민형배·강득구·김원이 의원(뒷줄 왼쪽부터). [양이원영 의원실 제공]

    - 그린 뉴딜안은 이전에도 있었나. 

    “그린 뉴딜의 내용은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온실가스 감축 방안에 대해 논의할 때부터 이미 나온 얘기들이다. 하지만 오히려 석탄 발전을 늘리고, 4대강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효성·대우·삼성·현대·두산중공업이 풍력에 들인 돈만 수조 원이었다. 그때 정부가 주도해서 녹색성장에 걸맞게 풍력 시장을 열었다면 지금은 전 세계에 풍력 관련 기술과 플랜트 등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을 것이다. 당시 덴마크 베스타스라는 기업이 매우 어려워 5000억 원대에 매물로 나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 지원으로 전 세계 풍력발전 분야 1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1년에 1000개의 풍력탑을 전 세계에 만들고 있다. 관련 노동자만 2만 명이고, 연간 매출이 10조 원이다.” 

    -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 정부가 현대차를 키울 때처럼 풍력 시장에도 개입해 내수 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 풍력은 매우 강력한 재생에너지라 꼭 키워야 한다. 지금 우리의 풍력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10년이나 뒤져 있어 내수가 없으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풍력발전의 핵심인 터빈(풍력을 기계에너지로 전환하는 장치) 기술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풍력탑 한 기에서 생산되는 전기 규모가 국내는 5메가와트 수준이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15메가와트 기술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양이 의원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해상풍력 산업을 일으키고 있는 대만 사례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서 부처 간 협의를 이끌다 보니 모든 일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됐다. 

    “해수부·환경부·경제부 등이 함께 논의해서 5.5기가와트(원전 6기 정도 규모) 규모의 36개 해상풍력 사이트를 정하고, 14개 업체 선정, 환경영향평가, 어회(어민조직)와 피해 합의 보상을 끝내는 데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기존에 270메가와트짜리 첫 해상풍력단지를 만드는 데 국민당 정부에서는 10년이나 걸렸다. 차이잉원 총통은 2025년 대만에서 원전이 ‘제로’가 되는 해에 이 풍력단지를 준공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2035년까지 매년 1기가와트씩 더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생길 수 있다. 그런 일을 우리 정부도 해야 한다. 우리는 대만보다 조선산업이나 기계 관련 기반이 더 탄탄한 나라이므로 시장만 열면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도 활발하게 창출될 것이다.” 

    대만에 풍력 시장이 열리자 한국의 조선 중견기업인 삼강엠앤티도 활로를 찾았다. 조선업이 몰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자체적으로 해상풍력의 재킷(사다리 형태 대형 강구조물) 공급업체로 변모하면서 1024억 원대 수주에 성공했다. 한국의 LS산전도 수천억 원대 케이블 공급 계약을 맺었다. 우리나라에는 세계 1위 풍력발전 타워업체인 씨에스윈드가 있지만 국내에 관련 시장이 작아 국내 공장이 없다.

    재원 한계 있지만 정부는 마중물 역할

    - 하지만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저탄소 산업과 관련 시장을 만드는 작업, 그래서 사회 전체가 함께 가도록 움직이는 게 중요하지만 정부의 재정은 한정돼 있다. 그 돈으로 다 바꿀 수는 없다.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부뿐 아니라 공공부문에서의 변화도 중요한 물꼬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스웨덴의 국부펀드는 석유 펀드임에도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여나가면서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도 기술보증기금에서 저탄소 산업에 대해 보증해 주겠다고 했다. 보증을 해주면 이율이 떨어지므로 관련 산업으로 민간 자본이 몰리고 관련 산업이 더 커지게 된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재정을 투입해 단기 일자리도 만들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련 산업과 시장이 만들어져 생기는 지속가능한 일자리다.” 

    - 재생에너지 시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2018년 재생에너지 시장의 투자 규모가 370조 원이었다. 원전이 50조 원, 석탄과 가스 130조 원대다. 그런데 2040년에는 해상풍력만 10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5000조 시장까지 갈 수 있다. 정부도 수소에너지에 대한 가능성을 얘기했지만 연료전지차용 등 산업용 수소는 전기를 통해 생산된다. 이를 전면적으로 생산하려면 재생에너지가 흘러넘쳐야 한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사회로 갈 때 풍력과 태양광 등의 관련 제조 산업도 같이 가야 한다. 이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 에너지전환을 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텐데, 현재의 탄소 기반 기업 등에서 상당한 저항이 있을 듯하다. 

    “사회적 합의에 대한 기본 전제는 우리가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것이 그린 뉴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될 수 있다.” 

    - 아직은 그런 인식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가. 

    “기후변화를 그렇게 시급한 문제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휩쓰는 세상이 오리라고는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지만 사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런 팬데믹이 올 수 있음을 미리 경고하고 시뮬레이션도 했다. 기후위기도 마찬가지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와 정부의 역할이다. 기업의 경우 경영진이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 미래의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내다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를 도외시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디지털 뉴딜보다 그린 뉴딜이 일자리 창출

    2018년 고용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과 풍력은 석탄, 가스, 원자력보다 동일한 투자금액으로 2~2.5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이 비율이 3~4배까지 나온 외국 사례도 있다. 신한울원전 3, 4호기 건설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돈이 10조 원이다. 여기서 3만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예정이지만, 같은 돈을 태양광과 풍력에 투자할 경우 6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 그린뉴딜로 일자리는 어느 정도 만들 수 있나.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 같이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디지털라이제이션이 되면 일자리가 많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린 뉴딜을 통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 그린 리모델링 같은 경우 사람 손이 많이 필요하다. 그린 뉴딜에서 수송 분야도 중요하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대체되면 차체와 배터리, 모터, 디지털 기술이 주가 되기 때문에 기존의 엔진 부품 관련 일자리가 사라진다. 그 대신 배터리 산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산업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기차가 빠르게 늘고 있다. 현대차는 아직 전기차 모델을 많이 내놓지 않고 있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출시한다고 하니 저도 내년에 전기차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다.” 

    - 일자리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독일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전에는 석탄 발전이 50%, 원전이 30%를 차지했다. 4대 전력회사가 다 석탄 발전과 원전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변모했고, 재생에너지·에너지 효율 분야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 원전과 석탄 발전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을 위해 산별노조가 개별 기업과 협상했다. 동일 임금과 휴가 등 복지 조건이 주요 이슈였다. 기업이 그 조건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경우 2조3000억 원 정도의 기금에서 지원받을 수 있었다.”

    두산重 3조6000억, 미래산업 투자 조건 달아야

    양이원영 의원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을 지냈다. 환경운동가 출신 첫 여당 국회의원이다. [조영철 기자]

    양이원영 의원은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을 지냈다. 환경운동가 출신 첫 여당 국회의원이다. [조영철 기자]

    - 두산중공업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에 단서나 조건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 

    “두산중공업에 지원하는 3조6000억 원은 공적자금이다. 공적자금을 투자하는데 왜 노동자를 구조조정해야 하나. 인적 구조조정은 IMF 외환위기 체제 이후 시작된 잘못된 경로였다.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기업은 오히려 노동자를 지키고, 미래산업에 투자해서 일자리가 전환되도록 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그게 공공의 역할이다. 그래서 공적자금이 들어갈 경우 저탄소 재생에너지산업이나 디지털산업 등 미래산업에 투자토록 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위기에 놓인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40조 원 규모의 정책 자금을 조성했다. 산업은행이 자금을 빌려주고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방식으로, 항공, 해운, 자동차 부품업체 등이 지원 대상이다. 

    “예컨대 정부가 1년에 2기가와트 풍력 시장을 열어서 두산중공업이 500메가와트라도 가져가면 1년에 100개의 풍력탑을 만들게 된다. 100개의 터빈을 만들기 위해 공장도 필요하고, 일자리도 필요하다. 그러니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일정하게 방향을 제시하면서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규제 개혁을 하고 금융도 따라붙어야 한다. 그동안 금융기관은 원전과 석탄 발전이 국가사업이라고 큰 특혜를 줘왔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주로 민간이 참여하고 있고, 자금 조달도 스스로 해왔다. 정부가 보증을 해주면 불확실성이 줄어 그만큼 이율도 낮아진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토록 금융기관에 기준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성장하는 시장으로, 블루오션으로 가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기후금융과 녹색분류체계


    - 전 세계에서 기후금융(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이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보는가. 

    “민간에서 투자를 일으키려면 초기 도화선 역할을 하는 금융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사업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투자가 이뤄진다. 금융권이 저탄소 산업 PF에 얼마나 우선적으로, 저리로 지원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관련 법이나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리스크에 노출돼 향후 더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자산을 뜻하는 좌초자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석탄 화력발전소로 인한 좌초자산 규모가 130조 원에 달해 세계 최고라고 한다. 김재삼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전문위원의 지난해 말 분석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총 제조업 가운데 좌초 위기로 분류할 수 있는 산업(석유화학, 자동차, 석유정제, 플라스틱, 시멘트, 철강, 조선)의 비중은 2017년 생산액 기준으로 전체 제조업의 40.5%,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30.6%에 이르며,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84만3500여 명으로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28.5%다. 

    유럽은 그린 딜에 필요한 재정과 민간 금융을 조달하기 위해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을 도입했고, 첫 번째 과제로 녹색분류체계(EU Green Taxonomy)를 개발했다. 이 체계는 어떤 산업이, 어떤 투자가, 어떤 기술이 친환경(녹색)인지 아닌지 보여주는 가이드다. 

    - EU가 지난해 녹색분류체계(Taxonomy)를 발표한 뒤 올해 초 한국 환경부도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도 이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다만 산업·에너지·환경 차원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경제주체와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보낼 수 있도록 과학에 기반한 분류체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유럽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녹색분류체계 개발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유럽은 이미 기후변화의 심각성, 그린 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녹색분류체계 개발에 나섰다. 재생에너지를 포함해 친환경 산업 기반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20대 국회는 가짜뉴스 생산지’


    - 해외 주요국들은 그린 뉴딜에 대해 어느 정도 구체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나. 

    “유럽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 부양을 위해서도 ‘그린 딜’을 더 조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언급했다. 즉 그린 딜을 코로나 극복과 신경제 구축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50개의 액션로드맵을 수립했다. 비재무정보공시제도, 녹색채권·대출·보험 표준 등을 이미 제도화하거나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의회에서 그린 뉴딜 결의안을 제출해 하원에서는 통과됐고,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는 통과되지 못했다. 하원 발의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가 바이든 민주당 대선 캠프의 기후변화TF 공동의장, 그린 뉴딜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청년단체 선라이즈무브먼트의 바시니 프라카쉬가 TF멤버가 돼 그린 뉴딜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 2016~2020년까지의 경제 청사진인 13.5 규획에서 ‘녹색발전’을 핵심 이념으로 내세우고,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에너지효율 향상, 녹색금융 활성화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 10년간 재생에너지에 930조 원을 투자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로, 2~4번째인 미국·일본·독일의 투자액을 합한 수치보다 많다. 

    - 그동안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정치의 문제다. 국회가 가짜뉴스 생산지였다. 또 2017년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이 태양광 패널에 화학세척제를 뿌리며 패널이 카드뮴과 중금속 범벅이고 이런 세척제를 사용하다 보니 토양이 오염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거의 모든 언론이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이를 보도했다. 태양광 패널의 소재는 대부분 유리(76%)이고 은, 주석, 납 등은 유해 기준에 미치지 않는 극미량이 들어 있을 뿐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는 재생에너지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지 않도록 국회에서도 팩트체크를 열심히 하겠다. 그 일을 위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 소속되기를 원한다. 비례대표는 전문성을 인정받아서 의원이 되는 것이고, 저의 전문성은 에너지 전환이다.” 

    - 그린 뉴딜에 대한 야당의 호응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나. 

    “서로 최소한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야당도 탄소제로 사회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25년 시민단체 활동가, “부담감에 잠 잘 못 자”


    - 1997년부터 20년간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다가 2018년부터 에너지전환포럼을 시작했는데, 어떤 계기로 포럼을 시작했나. 

    “신고리원전 5, 6호기에 대한 공론화가 한창이었을 때 가짜뉴스가 유독 많이 유포됐다. 당시 대립하던 양측 전문가들이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얘기를 하기도 했고, 국민참여단에서도 혼란스러워했다. 그래서 정보에 대한 사실 확인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정확한 정보 제공과 건설적 토론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반대한 30여 명의 전문가 그룹이 포럼 구성의 씨앗이 됐다. 그리고 환경단체 활동가, 각계 전문가, 에너지전환 현장의 기업인, 국회의원 등으로 확장돼서 이사회를 만들었다. 화석화된 정보가 아니라 실시간 정보와, 관련 기술·금융·자본의 동향을 공유하고 있다.” 

    - 뒤늦은 질문이겠지만, 당선이 확정됐을 때 어떤 자세로 의정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지금도 국회의원이 됐다는 것이 잘 실감 나지 않는다. 한동안 부담감 탓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위성정당 등 온갖 논란의 과정을 거쳐 의원이 됐고, 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저에게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다. 일을 제대로 못 하면 활동가들 얼굴에 먹칠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 전영환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가 ‘양이원영 의원이 못 하면 그 일은 정말 어려운가 보다 하고 생각할 것’이라고 응원해 줘 많이 웃었다. 저는 일에 대한 욕심이 매우 많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다. 문제를 푸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거다. 최선을 다해 그것을 찾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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