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호

김종인 “황교안은 정직한 사람…경제민주화에 의지 있어”

‘신동아’ 단독인터뷰로 내다본 황교안‧김종인 호흡

  • reporterImage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0-03-26 16:33:43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미래통합당이 26일 제21대 총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김종인(80)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전격 영입했다. 김 전 대표는 29일부터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한다. 기존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았던 황교안(64) 통합당 대표는 서울 종로 지역구 선거에 전념키로 했다. 

    김 전 대표가 통합당 선대위원장 물망에 오르던 14일, ‘신동아’는 서울 광화문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그를 1시간여 동안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기자에게 “(잡음 논란이 있는) 통합당 공천에 대해 더는 얘기하지 않겠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자신의 영입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하려는 뜻을 내비쳤다. 김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직 수락 의사가 있음을 처음으로 밝힌 인터뷰인 터라 파장이 컸다. 

    하지만 이후에도 통합당 내에서 ‘김종인 비토론’이 이어지면서 ‘김종인 카드’가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수도권 중도층 표심 공략에 고민이 많던 황 대표는 결국 김 전 대표에게 전권을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이 선거 사령탑을 맡았던 이전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한 경험이 있다. 특히 김 전 대표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경제민주화’다. 그는 2012년 박근혜 대선캠프에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합류해 경제민주화 정책을 설계했다. 2016년 1월에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김 전 대표를 영입하며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김종인 박사의 지혜와 연륜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김 전 대표가 지도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열쇳말이 ‘경제민주화’인 셈이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황교안 대표의 손을 잡았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표는 기자와 만나 이런 문답을 나눴다. 



    -황교안 대표와 만난 적 있나. 

    "그간 한두 번 만났다." 

    -어떤 사람이던가? 

    "아주 정직한 사람이다."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있던가. 

    "내가 남의 당 대표 자질을 어떻게 코멘트 하나." 

    -황 대표에게 경제민주화 의지가 있나. 

    “황 대표가 말이야, 이건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 시절에 내건 경제민주화 공약 중 대표적인 것이 상법 개정이었다. 이후 황 대표가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으로 있을 적에 법무부에서 상법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러고 국무회의에 상정까지 했는데 박 대통령이 개정안에 독소 조항이 있다고 뭉개버렸다. 그래서 무효가 됐다. 그 때 안 거지.” 

    -황 대표가 경제민주화에 의지가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는 말인가. 

    “내가 보기에 그걸 장관이 모르고 했을 리는 없다.” 

    실제 2013년 7월 법무부는 박 당시 대통령의 공약을 반영한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회 이사·감사 분리 선출, 전자투표 의무화 등을 담았다. 이들 제도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강화하고 대주주의 경영권 남용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과제로 꼽힌다. 김 전 대표 말대로 당시 장관이 황 대표였다. 김 전 대표에게 한 차례 더 물었다. 

    -황 대표가 경제정책에 있어 기존 통합당의 노선보다 전향적으로 갈 수 있다고 보나. 

    “장관 지시가 없었으면 상법 개정안을 만들었을 리가 없잖아. 그런 점에서 황 대표가 사회 변화에 대한 인식이 있다. 박 대통령이 안 해서 그렇지. 당시 법무부가 선거 공약을 실체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증거가 있으니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있을 적에 법무부 안을 그대로 발의해서 해보려 했는데 잘 안 됐다. 그걸 겪다 보니 국회에 있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의원직을 그만둔 것이다.”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면 김 전 대표는 황 대표를 차기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인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졌듯 김 전 대표와 박근혜‧문재인 두 지도자와의 결말은 순탄치 않았다. ‘황교안-김종인’ 조합의 운명이 남달리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도 결국 ‘사상’이 중요하다

    “경기동부, 총선에서 최대 7석” [여의도 고수]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