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호

[단독] 김종인 “윤석열, 입당 말고 11월에 여론조사로 단일화”

“吳·安 방식 적용하는 게 공평”…이재명 두곤 “왜곡된 역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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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07-08 10: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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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장모 구속? 장모 출마하는 것도 아닌데 뭐…

    • 입당 늦어지면 1초마다 손해? 그건 이준석 입장

    • ‘검사가 바로 대통령 된 적 없다’? “尹과 관계없는 얘기라고”

    • 이재명, 극성 친문 환심 사려 ‘점령군’ 발언

    • 李 비판한 尹, 옳고 그름 분명하게 얘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광화문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형우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광화문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형우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간 ‘입당 샅바싸움’이 시작된 가운데, 김종인(81)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윤 전 총장이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무소속인) 지금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다”며 “(윤 전 총장이) 굳이 지금 당에 들어가 다른 후보들과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입당이 늦어질수록 윤 전 총장에게는 1초마다 손해”라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생각과는 배치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대한발전전략연구원에서 가진 ‘신동아’ 단독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캠프 중심으로 행보를 해도 큰 문제가 없다. 11월에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면 된다”며, 단일후보 선출 방식으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했던 형태를 (대선에서도) 취하는 게 공평하다”고 설명했다.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본선에 나설 야권 후보를 선출하자는 뜻으로, 대선 정국의 ‘키맨’ 김 전 위원장이 단일화에 대한 구체적 설계도를 처음 제시한 것이다.

    그는 여권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친일세력과 미 점령군의 합작” 발언과 관련해선 “극성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발언”이라며 “1980년대 주사파 식의 왜곡된 역사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지사의 발언을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이라 받아친 윤 전 총장에 대해선 “옳고 그름을 분명히 얘기했다”고 호평했다. 다음은 김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장모가 출마하는 것도 아닌데…”

    -어제, 오늘(6, 7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만난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괜히 하는 소리지 뭐.”

    -윤 전 총장과 소통이 있다는 것 자체가 오보인가요.

    “(손을 저으며) 그동안 아무 소통도 없었어요.”



    -앞으로 윤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만날 의향은 있나요.

    “사람 만나는 데 내가 무슨 대단한 고자세를 취하는 사람이 아니야. 만나자고 하면 만나서 통상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지.”

    -오늘(7일) 윤 전 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났는데요. 두 사람의 합(合)이 좀 맞아 보입니까.

    “특별히 합이 맞느냐 안 맞느냐를 떠나서, 윤 전 총장이 이 사람도 만나고 저 사람도 만나면서 매일 매일 활동해야 하니까 그런 차원에서 만났다고 봐요.”

    -윤 전 총장 측은 ‘빅 플레이트(큰 접시)’론을 얘기하면서 중도와 진보까지 담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후보로서 가장 적합한 사람 중심으로 힘이 모이게 돼 있어요. 무슨 큰 접시를 만드는 냥 인위적으로는 안 돼요.”

    -윤 전 총장 장모가 요양급여 부정수급 혐의 관련 혐의로 7월 2일 ‘징역 3년’의 1심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 됐습니다. 윤 전 총장의 대권가도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장모가 출마하는 것도 아닌데 영향을 끼칠 일이 뭐가 있겠어.”

    -동서고금에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 하셨는데, 윤 전 총장을 겨냥한 말 아닌가요.

    “검사 출신이 지도자가 되는 예가 거의 없다시피 하니 그런 이야기를 했던 건데, 윤 전 총장과는 관련 없는 얘기라고.”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경선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 전 총장이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건 아니잖아요. 지난해 내내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과 갈등하는 상황에서, 과거의 다른 총장과 달리 곧은 의지를 유지하니 (국민적) 지지가 커졌던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정당에 속해 있어 지지율이 올라간 게 아니라는 거지. 그 지지율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게 대선 고지에 오를 가장 효과적인 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죠. 그런 입장에 있는 사람이 굳이 지금 당에 들어가서 다른 후보들과 옥신각신하는 상황을 만들려고 하지는 않겠지. 요즘 민주당 대선 경선을 보면 서로 극렬하게 상대방 약점을 잡고 가는데, 그런 과정을 안 거쳐도 지지율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소속인) 지금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지.”

    -정당에 들어가야 할 이유로 대선 자금 문제를 얘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까.

    “당에 들어간다고 갑작스럽게 누가 돈을 주나. 당의 물적 환경도 후보가 된 뒤에 쓰는 거지, 후보 되는 과정 속에서는 쓸 수 없는 것 아니에요?”

    -그러면 캠프 중심으로 대선 행보를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보시는 거네요.

    “내가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어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국민의힘에 빨리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단일 후보를 원하면 당에 들어와서 경선을 거쳐 단일후보가 돼보라’ 얘기한 거지. 나는 그 사람보고 빨리 들어오라고 얘기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윤 전 총장은 다른 경우라고 보나요.

    “그때와는 다른 형태죠.”

    “단일화 국면 가면 당 몫은 사라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입당을 미룰수록 1초마다 손해라고 말했는데요.

    “하하. 1초마다 손해 보는 건 이 대표의 입장인 거고. 일방적으로 (이 대표의 입장에) 따라갈 수는 없는 것 아니에요?”

    -국민의힘 대선 경선룰이 현재 당원 투표 50%와 일반인 여론조사 50%였습니다. 윤 전 총장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룰로 보이던데요.

    “(윤 전 총장이) 그런 것 저런 것 다 생각하고 있겠죠.”

    -그래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경선 룰을 바꾼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건 국민의힘 내부 문제이기 때문에 뭐라 얘기할 수 없어요. (다만) 경선 룰은 나중에 후보 단일화 국면으로 가면 당의 몫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에요?”

    -단일화는 여론조사를 통해 할 테니 말인가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단일화했던 형태를 (대선후보 야권 단일화 과정에) 취하는 게 공평하다고 생각해요(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100% 무선전화만을 대상으로 경쟁력과 적합도를 조사해 합산하는 여론조사 단일화 규칙에 합의했다).”

    -야권 단일화를 한다면 언제가 마지노선이라고 보나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결정 시기가 11월 9일이라고 하잖아요. 그 전후가 되겠지.”

    -내년 3월이 대선인데 조금 급하지 않겠습니까.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정몽준 후보는 선거 등록 바로 직전에 단일화를 했잖아요.”

    -시기는 변수가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출마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해진 것 아닙니까.

    “모르겠어요. 최근 아무 소식이 없는 것 보니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어.”

    -민주당은 경선이 시작됐으니 못갈 상황이고, 김 전 부총리 본인이 또 야권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인데요. 제3지대를 노리는 걸까요.

    “제3지대를 노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본인이 아마 결심을 못한 것 같아요.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은 의사가 굉장히 투철해야 해요. 확신이 있으면 신속하게 결정하고 적극적이어야 하는 거지, 아무렇게나 희망사항만 가진다고 (대통령이) 될 수가 없어요.”

    “의사표시 안 하면 비겁한 것”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두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김형우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두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김형우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7월 1일 경북 안동시 이육사문화관에서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수립 단계와 달라서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는가”라고 했습니다.

    “이 지사는 아주 변신에 능해서 지금 무슨 소리를 해야 유리할 지 생각하고서 얘기하는 사람이에요. 소위 극성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자신을 경원시하는 것 같으니 환심을 사기 위해 그 사람들이 늘 주장하는 것을 얘기해야겠다 싶어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했다”는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한반도에 있는 일본군을 항복시키기 위해 (미군이) 점령했다는 사실 자체만 놓고 보면 점령군이라는 얘기를 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미군과 친일파가 마치 합작해서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것처럼 (이 지사가) 얘기하는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한 거예요. 잘못된 판단을 하는 거지.”

    -야권을 향해 친일 세력이라는 낙인을 찍고 싶은 것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 초대 내각에 친일파가 하나도 없어요. 내 책(‘김종인, 대화’)에도 써놨지만 초대 내각, 초대 3부 요인을 다 헤아려 봐도 친일파라고 말할 사람이 없어요. (이 지사가) 역사 공부를 제대로 못한 거지. 1980년대 소위 말하는 주사파가 얘기하는 식으로 대한민국 정부는 마치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식의 왜곡된 역사관을 슬쩍 인용해본 거지.”

    -이 지사는 7월 4일 페이스북에 “점령군으로 진주했던 미군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철수했다가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지금까지 주둔하고 있다. 같은 미군이라도 시기에 따라 점령군과 주둔군으로서 법적 지위가 다르다”면서 “해방직후 미군과 한국전후 미군을 동일시한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했습니다.

    “궁색해지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지. 머리가 영민한 사람이 모르고 (그런 발언을) 했으리라 생각하지 않아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슨 얘기를 하는 게 유리하고 불리한가를 알고서 얘기한 건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아 보이니 슬쩍 또 바꿔서 얘기하는 거죠.”

    -이 지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이더라고요.

    “이 전 대통령은 3선 개헌 전까지는 대한민국에 기여한 바가 훨씬 많은 사람이에요.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했고, 6·25 사변 이후 발생한 상황을 정리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대한민국이 번영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든 대통령임은 틀림이 없어요. 그걸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그런데 권력에 대한 욕심이 너무 많아 스스로 몰락하고 말았죠. 장단점을 식별해 이야기해야지, 맹목적으로 (앞선 대통령이) 잘못한 것만 갖고 매도하는 정치인은 대통령이 되도 똑같은 짓을 반복할 염려가 있어요.”

    -윤 전 총장이 7월 4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역사의 단편만을 부각해 맥락을 무시하는 세력은 국민들의 성취에 기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며 이 지사를 비판했는데요.

    “그 말은 맞는 말이지.”

    -일각에는 윤 전 총장이 굳이 역사논쟁에 왜 뛰어들었느냐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역사논쟁에 뛰어든 게 아니라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얘기한 것이죠. 정상적인 방법이지.”

    -윤 전 총장이 의사 표시를 안 했다면 그것이 더 문제라고 봅니까.

    “의사표시를 안 하면 비겁한 거지.”


    *인터뷰 전문은 7월 18일 발매 예정인 ‘신동아’ 8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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