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호

‘IPO 59조’ 카카오게임즈 ‘마이너스 손’ 오명 벗고 3N 넘본다

[기업언박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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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09-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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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PO 일반 공모액 58조5543억 원, 경쟁률 1525:1

    • ‘막장 운영’ 억울한 오명 듣던 카카오게임즈

    • 2019년 게임 운영 호평·실적 성장

    • ‘믿고 거르는’ 카카오에서 운영의 신 ‘갓카오’로

    • 기대작 ‘엘리온’ 베타 테스트 결과 나빠

    • 카카오게임즈 “내실 다지기와 자체개발로 약점 극복”

    카카오게임즈 일반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9월 1일 서울 마포구 삼성증권 마포지점에서 투자자들이 청약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삼성증권 제공]

    카카오게임즈 일반 공모주 청약이 시작된 9월 1일 서울 마포구 삼성증권 마포지점에서 투자자들이 청약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삼성증권 제공]

    오명(汚名)이 쌓여도 돈을 벌 수 있을까. 게임업계에서는 그렇다. 이른바 ‘3N’이라고 불리는 넥슨, 넷마블, NC소프트가 대표적 예다. 이 세 회사는 ‘과도한 과금 유도’ ‘과거 PC게임을 모바일로 옮긴 이식작 외에는 신작이 부족하다’ 등의 이유로 게이머들의 비판을 받고 있으나 오명이 무색할 정도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3사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실적 상승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게임즈가 3N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게임즈는 증권가의 뜨거운 감자다. 카카오게임즈 기업공개(IPO)를 앞둔 수요예측에 1745개 기관이 참여해 147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내 IPO 역사상 최고 기관 경쟁률이다. 카카오게임즈는 8월 26일~27일 진행된 국내 및 해외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공모가를 1주당 2만4000원으로 정했다. 공모 규모는 3840억 원. 총 1600만 주다. 

    9월 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일반 청약 절차에 증거금으로 총 58조5543억 원이 모였다. 한국 IPO 사상 최대 청약증거금이다. 경쟁률 1525대 1. 6월 24일 SK바이오팜이 세운 최대 증거금 기록인 30조9899억 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증거금 1억 원을 맡긴 투자자는 약 5주를 배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장외 주식시장에서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공모가보다 2.6배 넘게 높다. 장외시장전문업체 38커뮤니케이션즈에 따르면 8월 27일 기준 카카오게임즈의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주당 6만3500원에 거래된다.

    누명 뒤집어 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와 협력으로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던 애니팡. [동아DB]

    카카오와 협력으로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던 애니팡. [동아DB]

    오명이라는 측면에서도 카카오게임즈와 3N은 닮았다. 일부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게임을 운영하는 방식이 미숙하다며 게임업계의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지적까지 한다. 이 같은 비판과는 무관하게 각 게임의 실적은 좋다. 8월 31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 50위권에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게임 7개 중 3개가 올라 있다. 이 정도면 3N에 도전할 잠재력은 충분한 셈이다. 



    사실 카카오게임즈가 게임 운영을 못 한다는 인식은 누명에서 시작했다. 카카오게임즈가 누명을 쓰게 된 이유는 카카오게임즈의 전신인 카카오게임 탓이 크다. 카카오게임즈는 2016년 다음게임과 게임개발사 엔진(NZIN)의 합병으로 출범했다. 이후 2017년 11월 카카오의 게임사업부인 카카오게임과 몸을 합치며 지금의 모습이 됐다. 카카오게임은 2010년부터 ‘for Kakao’라는 이름으로 모바일 게임업계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3N의 게임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상위 1위~10위 중 아홉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나 10년 전에는 상황이 달랐다. 2010년대 초반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를 점령한 문구가 ‘for Kakao’다. 한 때 국민게임 반열에 오른 ‘애니팡’도 이 문구를 달고 승승장구했다. 2017년 카카오게임이 ‘채널링 사업’으로 거느린 게임은 1000여 개에 육박했다. 많은 게임에 관여했으나 카카오게임이 직접 운영하는 게임은 없었다. 카카오게임이 운영하지 않는데도 운영을 못한다는 오명을 쌓은 것이다. 

    카카오게임은 채널링 사업이라고 불리는 방식으로 여러 게임사를 거느렸다. 채널링 사업은 백화점과 비슷하다. 카카오게임이 다양한 게임업계와 협약을 맺고 게임사가 게임을 운영하는 구조다. ‘for Kakao’라는 이름을 단 게임사는 카카오게임에 소정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지금은 대부분의 게임사가 ‘퍼블리셔’ 방식으로 게임을 서비스한다. 개발사는 개발에만 집중하고 퍼블리셔를 맡은 회사가 게임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카카오게임은 2017년 11월 돌연 채널링 사업을 포기하고 퍼블리셔로 본격 나섰다. 업계에서는 게임사와 카카오 양측 모두 채널링 사업의 한계를 확인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2015년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 등 카카오의 입김 없이도 성공하는 게임이 늘어났다. 게임사에서는 굳이 카카오에 기대 소비자를 모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도 일부 게임사의 일탈이 카카오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니 게임을 책임지고 운영하겠다는 생각이 커졌을 것이다. 당시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for Kakao는 걸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으니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퍼블리셔로 변신 ‘누명 벗고’ 실적도 개선

    사이게임즈의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았다. [카카오게임즈 제공]

    사이게임즈의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았다. [카카오게임즈 제공]

    카카오게임즈가 직접 게임 운영을 맡자 실적이 나아지고 오명도 일부 지워졌다. 카카오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2017년 1조1500억 원 가량이던 콘텐츠 부문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9년에는 1조6300억 원으로 올랐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654억 원에서 2068억 원으로 늘었다. 

    2019년 초 게임 커뮤니티에서 카카오게임즈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호평이었다. 2017년 11월 카카오게임즈는 크래프톤의 글로벌 히트작 ‘배틀그라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카카오가 게임 운영 미숙으로 실수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지금까지 무난하게 게임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6월에는 뉴질랜드 게임 개발사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GGG)의 온라인 RPG게임 ‘패스오브액자일’(POE)을 내놨다. 카카오게임즈는 이 게임 운영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크리스 윌슨 GGG 대표는 2019년 11월 한국을 찾아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운영에 만족한다며 “POE의 후속작도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를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모바일게임에서는 아예 평가가 뒤집어졌다. 믿고 거르는 카카오에서 운영의 신 ‘갓카오’로 별명이 바뀌었다. 2019년 3월 카카오게임즈는 일본 게임사 사이게임즈의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의 운영을 맡았다. 이 게임은 여러 캐릭터를 뽑아 육성하는 게임이다. 이 장르의 게임은 보통 과금 유도가 상당한 편이다.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 재화를 사용해 무작위 지급권을 사는 방식이다. 원하는 캐릭터를 얻으려면 이 지급권을 여러 장 사서 계속 무작위 룰렛을 돌려야 한다. 카카오게임즈는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을 늘려 적절한 수준의 과금 유도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9월 기준 한국에서 서비스하는 사이게임즈의 게임 중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국내 매출 100위권 안에 드는 제품은 ‘프린세스 커넥트’가 유일하다.

    1년 만에 다시 운영 미숙 논란… 신작도 기대 이하 평가

    2020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카카오게임즈의 기대작 ‘엘리온’. [동아DB]

    2020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카카오게임즈의 기대작 ‘엘리온’. [동아DB]

    카카오게임즈가 ‘갓카오’ 소리를 들은 기간은 1년 정도다. 2020년 8월 모바일 게임 운영 문제로 다시 카카오게임즈의 인식은 나빠졌다. 2020년 2월 카카오게임즈는 콩스튜디오 코리아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가디언 테일즈’를 시장에 내놓았다. 게임은 호평 일색이었다. 출시하자마자 양대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이용자 평점 4.9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게임은 승승장구했다. 출시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매출 순위 10위권에 안착했다. 

    순항하던 게임에 문제가 생긴 것은 2020년 7월 30일 대사 수정 이후부터다. 게임 속 대사 ‘걸레 년이’를 ‘망할 광대 같은 게’라고 수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영어판의 대사인 ‘You Whore’과는 전혀 무관한 번역이 된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게임 이용자들은 그간 게임 내 문제점에 대한 소비자 신고에는 제대로 응하지 않다가 대사 관련 건의 한 번에 대사만 발 빠르게 고쳤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급진 페미니스트들이 게임 운영을 맡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8월 5일 카카오게임즈는 실무진을 교체하고 게임 내 대사를 다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1주일도 안 되는 기간이지만 가디언테일즈의 이용자 평점은 2점대까지 떨어졌다. 동시에 그간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운영에 호의적 반응을 보이던 소비자들도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게임즈가 그간 운영해오던 ‘프린세스 커넥트’와 ‘뱅 드림! 걸즈 밴드 파티’도 해외 서비스에 비해 게임 내 보상이 적은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할 PC 온라인 게임 신작 ‘엘리온’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엘리온’은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사 크래프톤이 2017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다. 2017년 11월과 2019년 6월 카카오게임즈는 엘리온 클로즈 베타 서비스를 진행했다. 게임 서비스 전 평가를 위해 외부 인원들이 게임을 해보는 일종의 사전 평가다. 사전 평가에서 엘리온은 혹평을 받았다. 게임의 하드웨어 요구사양이 과도하게 높아 최신형 컴퓨터로도 원활한 게임이 어려웠다. 진행 속도도 동일 장르 다른 게임에 비해 현저히 느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당초 카카오게임즈는 이 게임을 2019년 말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출시일자를 2020년 하반기로 미뤘다. 

    운영 논란과 부실한 신작이라는 카카오게임즈의 위험요소는 증권사의 목표주가에 영향을 미쳤 다. 8월 31일까지 카카오게임즈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대신증권(3만3000원), 메리츠증권(3만2000원), KTB투자증권(2만8000원) 등 3개사다. 공모가 2만4000원보다는 높지만 장외 주식가격은 6만 원이 넘는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게임즈의) 자체 개발력 확장이 최우선 과제”라고 진단했다.

    “실력으로 돌파하겠다”

    카카오게임즈는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가디언테일즈로 불거진 모바일 게임 운영 논란에 대해 “가디언 테일즈는 카카오게임즈가 한국 외에도 미국 등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게임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게임에 반영하는 속도가 늦었다. 지금은 국내외 유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게임에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가디언테일즈의 평점도 4점대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문제적 신작 엘리온도 평가가 반전됐다. 앞서의 관계자는 “2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의 혹평을 받아들여 게임을 고쳤다. 2020년 7월 25일 진행한 서포터즈 테스트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체 설문조사에서 참가자의 95%가 ‘정식 출시되면 엘리온을 다시 즐길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비율도 늘릴 예정이다. 2020년 2월 게임 개발사 XL게임즈를 인수해 위치기반 기술을 접목한 게임 ‘아키에이지 워크(가칭)’를 개발하고 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8월 26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XL게임즈처럼 개발사를 직접 인수해 자체 개발을 늘리는 방향과 퍼블리싱과 투자를 병행해 퍼블리싱 작품이 성공했을 때 해당 개발사를 회사 계열사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동시에 추구한다”고 발표했다. IPO 신기록을 경신한 카카오게임즈가 내실 다지기에 성공해 3N의 위치를 위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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