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호

[단독 확인] 국토부 49명, LH 82명, 경기도 89명…등기부상 소유주와 동명(同名)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농지 ‘알박기’ 실태

  • 문영훈 기자 오홍석 기자

    yhmoon93@donga.com lumiere@donga.com

    입력2021-03-2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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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 2018~2020년 광명·시흥 7개동 1억 이상 거래 토지 조사

    • 국토부·LH 직원 대상 1차 조사…고작 20명?

    • 인근 주민들 “왜 지방 공무원 조사는 안 하나”

    • 광명·시흥시청에서도 각각 23명 동명 직원 나와

    • 전수조사 아니고 동명이인 가능성…한계 분명

    • 실제 광명·시흥 일대 다양한 불법 사례 기승

    • 투기 위한 농지법? “농업인 기준 엄격히 해야”

    • 오락가락 개발 정책에 갈라지는 주민들

    • 1·2기 신도시 투기 땐 각각 1만여 명 입건

    3월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3월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 경기지역본부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조사 대상 1만4319명 중 20명.’ 

    3월 11일 정부합동조사단이 3기 신도시 등 8개 지구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 직원 토지 거래를 조사해 확인한 투기 의심자 숫자다. 국토부와 LH 직원이 보유한 3기 신도시 토지의 거래 내역에 기초해 찾아낸 결과다. ‘셀프 조사’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왔다. LH 임직원의 투기 의혹을 처음 제기한 참여연대는 합조단 발표 당일 “(합조단) 1차 조사 결과는 토지 거래 내역과 등기부등본을 대조하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LH·국토부 직원을 넘어 토지 및 주택 개발 관련 업무를 맡은 공직자와 가족, 지인 등 차명거래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신동아’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시 7개동에서 3년(2018~2020)간 거래된 1억 원 이상 필지 소유자와 LH 홈페이지 직원 검색란을 대조했다. 취재 결과 460개 필지 소유자 중 82명이 LH 직원과 이름이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명이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등기부등본에서 LH뿐 아니라 국토부 직원 49명, 경기도청 직원 89명과 같은 이름도 발견했다. 동일한 이름 여부만을 대조한 결과라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합조단 1차 조사에서 드러난 투기 의심자 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

    3월 14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 667 일대에 향나무 묘목이 심어져 있다. 이곳은 LH 직원인 장모 씨가 소유한 곳이다. [문영훈 기자]

    3월 14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 667 일대에 향나무 묘목이 심어져 있다. 이곳은 LH 직원인 장모 씨가 소유한 곳이다. [문영훈 기자]

    과연 이들이 전부일까. 광명·시흥 신도시 공직자 투기 의혹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이른바 ‘LH 사태’의 흐름을 먼저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올해 2월 24일 국토부가 광명시와 시흥시 일대를 6번째 3기 신도시 지구로 지정했다. 그로부터 엿새 뒤인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기자회견을 열어 LH 직원의 3기 신도시 광명·시흥 지구 사전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LH 소속으로 의심되는 총 14명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2만3028㎡(6965평)에 달하는 토지를 약 100억 원에 구입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3월 3일 LH를 관리하는 국토부는 “LH 직원 13명이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지역 12개 필지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수법은 전문적이었다. 토지 보상가를 높이기 위해 왕버들나무와 향나무 묘목을 땅에 심었다. 땅에 심어진 나무는 토지와 별개로 감정해 토지 보상가에 더한다. 협의양도인 택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1000㎡ 단위로 필지를 쪼개 나눠가진 정황도 포착됐다. 택지개발 지역 1000㎡ 이상(수도권 기준) 토지를 소유한 이는 사업시행자에게 토지를 양도할 때 주택지구 내 조성된 단독주택 용지를 받을 수 있다. 이를 1회에 한해 전매(轉賣)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어 프리미엄을 붙여 타인에게 팔 수 있다. 지난해 9월 국토부는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자로 협의양도인을 편입하기도 했다.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은 토지 보상이나 광명·시흥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필지를 매입한 박모 씨는 LH 홍보실에서 보상 관련 민원을 처리했다. 광명시 과림동의 네 필지 소유주인 장모 씨 역시 광명시흥본부를 관할하는 인천지역본부 소속이다. 

    택지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LH 직원이 투기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자 국민은 분노했다. 3월 5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없다”며 “3기 신도시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는 글이 올라와 9만 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토부는 “LH 등 관계 공공기관 관련 부서 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3기 신도시 전체 토지 거래 현황 등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1차 조사 대상으로는 국토부·LH 직원이 포함됐다.

    “왜 LH 직원들만 조사하나”

    “LH나 국토부 직원만 조사하면 뭐하나요. 주변에 지자체 공무원 이야기를 듣고 땅을 미리 사놓은 사람도 있어요.” 

    3월 8일 경기 광명시 가학삼거리 인근에서 만난 공장주 B씨의 말이다. B씨는 국토부 측의 투기 의혹 조사가 국토부와 LH직원으로 한정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업무를 맡은 공무원 역시 미리 사전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LH가 택지개발 지역을 정하면 국토부 및 지자체와 사전 협의 과정을 거친다. LH 직원 투기 의혹을 조사한 민변 소속 서성민 변호사는 3월 8일 통화에서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지역 중 5%에 해당하는 필지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투기 의심자 14명을 발견했다. 조사 대상을 넓히면 더 많은 수가 나올 것”이라 말했다. 

    ‘신동아’가 국토부·LH뿐 아니라 경기도청·광명시청·시흥시청 직원 명단과 최근 광명·시흥 일대에서 거래된 토지소유자 이름을 대조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조사 방법은 이렇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서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 4개동(가학동·광명동·노온사동·옥길동)과 시흥시 3개동(과림동·금이동·무지내동) 중 1억 원 이상 토지 거래 내역을 추렸다. 거래 기간은 정부가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광명·시흥 신도시가 발표되기 전인 2020년까지로 한정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이 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토지가 실제 거래된 시기와도 겹친다. 


    3년간 거래된 필지 중 거래대금이 1억 원 이상인 필지는 총 968개다. 정확한 번지수를 파악하기 위해 부동산 거래 플랫폼 ‘디스코’에 공개된 토지 거래 내역과 대조해 총 460필지를 추렸다. 이미 LH 직원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택지는 제외했다. 460필지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토지소유자 이름을 LH·국토부·경기도청·광명시청·시흥시청 홈페이지에 기재된 직원 이름과 비교했다. 

    그 결과, 광명시·시흥시 7개동 토지소유자 중 82명이 LH 직원과 이름이 같았다. 국토부·경기도청·광명시청·시흥시청 직원과 동일한 이름을 가진 토지소유자는 각각 49명, 89명, 23명, 23명이다. <표 참조> 

    조사 대상 토지소유자가 거주하는 지역은 광명·시흥시가 가장 많았다. 광명시와 인접한 서울 구로구·양천구 주민도 다수였다. 이른바 ‘원정 투기’를 한 흔적도 보였다. 전북 전주시나 광주 등 상대적으로 먼 지역에 주소지를 둔 소유자도 있었기 때문이다. 

    토지소유자와 이름이 같은 LH 직원 대부분은 서울·경기·인천지역본부 소속이었다. 국토부 토지보상수용위원회나 투자유치부에 근무하는 직원과 이름이 같은 광명·시흥 일대 땅 소유주도 있었다. 

    각 공공기관에 속한 직원 이름과 동일한 토지소유자 리스트에는 동명이인이 포함돼 있다. 가령 소유주 이름 중 비교적 흔한 이름을 각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하자 다섯 곳 중 네 곳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직원을 찾을 수 있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기재된 번호로 일부 직원에 전화를 걸어 정확한 생년월일을 확인하고자 했으나 “생년월일이 다르다”거나 “광명·시흥에 토지를 구입한 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한 LH 직원은 “3일간 30통 넘게 전화를 받았다”며 “내가 태어난 해는 해당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것과 다르다”고 하소연했다. 

    LH와 경기도청 측은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름과 생년월일 정보로 실제 직원 여부를 확인해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경기도청은 소속 직원 848명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 직원 723명을 투기 조사 대상으로 선별해 개인정보동의서를 받고 있다. 

    ‘신동아’는 공공기관 직원 이름과 일치하는 소유자가 가진 필지 일부를 직접 찾아가 봤다. 일요일인 3월 14일 방문한 광명·시흥 일대는 고요했다. 거리에 걸린 ‘성역 없는 조사 실시하라’ ‘무리한 신도시 지정 철회하라’ 등의 플래카드가 LH발(發) 투기 사태에 휩싸인 지역 주민의 외침을 대신 전달하고 있었다.

    농지인데 농사지을 수 없는 땅

    3월 14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 3기 신도시 지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문영훈 기자]

    3월 14일 경기 시흥시 과림동에 3기 신도시 지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문영훈 기자]

    처음 방문한 시흥시 과림동의 두 필지는 등기부등본상 국토부 소속 직원과 소유주 이름이 일치하는 곳이다. 광명시에 등기부등본상 주소지를 둔 소유자는 해당 필지를 2020년 11월 6억 원에 사들였는데, 이 중 80%가 넘는 금액을 대출금으로 충당했다. 해당 필지 소유자 는 인근 농협(상호금융) 지점으로부터 근저당을 설정해 4억8840만 원을 대출받았다.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도 인근 농협(상호금융)에서 대출을 받아 토지를 구매했다.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농지 담보 대출이 용이하다는 점을 이용했다. 

    해당 필지는 ‘협의양도인 택지’를 받을 수 있는 기준도 충족한다. 소유자는 각각 899㎡과 202㎡에 해당하는 토지를 한꺼번에 구매해 1000㎡를 넘겼다. 3기 신도시 조성 시 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 있는 권한을 신도시 발표 4개월 전에 획득한 것이다. 

    필지에는 흙이 깔려 있었다. 2018년 찍힌 위성사진에는 콘크리트 바닥에 쓰레기가 적치돼 있다. 인근에서 사업을 하는 70대 김모 씨는 “주변만 봐도 알지 않나. 다 쓰레기 적치장이나 공장으로 이용되는 곳이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아니다”라면서 “최근 몇몇 사람이 방문해 땅을 개간했는데 왜 여기서 밭을 일구려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기시감이 드는 수법이다. 앞서 LH 직원이 구매한 시흥시 과림동 667은 애초 제조공장과 주택으로 둘러싸인 콘크리트로 포장된 대지였지만, 지난해 7월 매매된 뒤 흙이 덮이고 향나무 묘목이 심어졌다. 

    이와 관련 해당 국토부의 직원은 “광명시흥 지역에 토지를 구매한 적이 없다. 토지소유자와 태어난 해도 다르다. 소유자는 나와 동명이인이다”라고 밝혔다.

    농사 안 짓는데 농지 소유

    3월 14일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창고형 비닐하우스. 농지에서 임대형 창고를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다. [문영훈 기자]

    3월 14일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창고형 비닐하우스. 농지에서 임대형 창고를 운영하는 것은 불법이다. [문영훈 기자]

    창고로 이용되는 토지도 있다. 2018년 1월 거래된 노온사동의 2301㎡ 면적의 토지에는 검은색 천막을 친 비닐하우스가 들어서 있었다. 임대수익을 위해 세운 창고형 비닐하우스다. 비닐하우스 안은 영업용 주방 가전제품이 쌓여 있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전(밭)으로 구분된 토지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농지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창고 용도로 임대하면 평당 1만5000원의 월 수익이 발생한다. 가령 700평의 창고를 지을 경우 월 1050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200m 떨어진 곳에서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김정균(78) 씨는 주위에 창고형 비닐하우스가 생기는 과정을 목격했다. 

    “2010년 은퇴 후 땅을 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점차 주변에 창고형 비닐하우스가 지어지더라. 여기는 대로변 근처라 물건을 싣고 나르기 편리하다. 땅을 밭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근 창고형 비닐하우스에 물건을 적재하고 있는 B씨에게 지자체에서 단속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지자체에서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리면 물건을 잠시 빼놓았다가 다시 넣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농지가 투기 대상이 되고 불법으로 전용되는 원인으로는 느슨한 농지법이 지목된다. 현재 농지법 6조 2항은 16개 예외 조항을 따를 시 농민이 아니더라도 농지를 보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령 1000㎡ 미만 농지를 보유할 경우 주말농장으로 분류돼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헌법 121조에 보장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농사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음)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부동산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300평(약 1000㎡)이면 주말농장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크다. 오히려 해당 조항은 투기목적으로 땅을 사려는 이들에게 악용되는 제도”라고 말했다. 

    1000㎡ 면적이 넘더라도 농업경영계획서만 제출하면 농지를 구입할 수 있다. 최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흥시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은 허위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했다. 이에 대한 감시와 감독도 부실하다. 3월 15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전국농지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농지법을 위반해 1만1641명에게 농지 처분 의무가 부과됐다. 하지만 2018년 실제 농지 처분 명령을 받은 사람은 11.2%(1310명)에 불과하다. 1년 안에 농지에 작물을 심어 놓기만 해도 처분 의무가 유예된다. 

    김 변호사는 “농업인에 대한 정의를 좀 더 까다롭게 만드는 등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꾼까지 판친다

    2015년 11월 광명시와 LH가 주민들에게 제공한 설명회 자료. 광명·시흥 지역은 2015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민간개발을 할 수 없다. [문영훈 기자]

    2015년 11월 광명시와 LH가 주민들에게 제공한 설명회 자료. 광명·시흥 지역은 2015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민간개발을 할 수 없다. [문영훈 기자]

    광명·시흥 일대 3년(2018~2020)간 토지 거래 내역을 확인하던 중 또 다른 수상한 점도 발견했다. 같은 일자에 100㎡ 내외 개발제한지역 임야가 수차례 거래된 것이다. ‘카카오맵’이 제공하는 로드뷰로 확인한 결과, 광명·시흥 일대의 야산이었다. 2019년과 2020년에 집중 거래돼 사전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의심했으나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기획부동산은 법인이 싼 값에 토지를 매매한 후 개발 호재로 홍보해 투자자를 유치한 뒤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의미한다. 

    기획부동산 의혹이 제기된 필지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봤다. 2017년 8월 한 부동산 경매업체는 시흥시 과림동의 필지를 6억 원에 구입했다. 이를 다섯 필지로 쪼갠 뒤 2019년 4월까지 총 73명에게 약 23억3000만 원을 받고 팔아치웠다. 불과 1년 8개월 만에 3배에 달하는 차익을 거둔 것이다. 

    토지 매수자의 거주지는 경기 지역부터 서울·인천, 전남 해남까지 다양했다. 광명시 노온사동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50대 이모 씨의 말이다. 

    “인근 산으로 봉고차가 사람들을 한가득 싣고 가는 걸 흔하게 봤다. 나중에 들어보면 관광지가 들어선다는 말로 사람들을 현혹해 땅을 팔았다고 하더라.” 

    3기 신도시 광명·시흥 지구가 예정대로 만들어지면 이들은 토지 보상금을 받게 된다. 갑작스러운 횡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이야기는 달랐다. 대개 보상은 공시지가의 1.5배에서 1.8배 정도로 이뤄지는데 임야의 경우 공시지가 자체가 낮기에 보상금 자체가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것으로 보이는 과림동 토지의 공시지가는 ㎡당 3만9700원으로 주변 지역 10% 수준이다. 개발 후 공시지가가 두 배로 뛴다고 하더라도 매수한 가격의 20%만을 돌려받는 수준에 불과하다. 


    오락가락 정책에 투기 지역 오명까지

    “광명·시흥 일대는 사실상 10년 간 방치돼 왔다. 신도시 개발로 주민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김세정 시흥·광명 신도시대책위원회 부위원장) 

    “LH가 토지를 수용하는 개발을 어떻게 믿나. 주민만 쫓겨나게 하는 3기 신도시 철회하라.”(50대 최모 씨, 시흥시 과림동 거주) 

    3기 신도시 지정에 이어 LH 직원 투기 의혹도 더해지자 광명·시흥 주민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 주도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측과 ‘신도시 지정을 반대한다’고 주장하는 측으로 갈리는 양상도 보인다. 양측의 이런 갈등을 이해하려면 광명·시흥 일대의 개발 정책 변화의 역사를 살펴봐야한다. 이 지역은 개발을 둘러싸고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 2010년 공공주택택지에 해당하는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됐지만 2015년 LH의 자금난 등을 이유로 백지화됐다.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해제된 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돼 민간 개발이 제한됐다. 광명·시흥시와 LH는 대신 일부 취락지구에 환지 방식의 개발을 주민들에게 제안했다. 

    환지 방식은 정부가 땅을 매입하는 수용 방식과 달리 주민의 토지 소유권이 인정돼 이동 없이 기존 부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주민들은 지자체의 제안에 따라 환지 방식의 개발을 추진했지만 지난해까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 2월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며 또다시 수용 방식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됐다. LH 투기 의혹은 정부 정책개발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부었다. 

    광명시 노온사동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50대 이모 씨는 “지자체와 LH가 환지 개발 가능성을 타진한 후 토지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LH가 투기 세력이 이 지역에 들어오도록 상황을 만들어준 셈이 됐다. 결국 주민들만 살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광명시의 2015년 지가 변동률은 2.1%로 전국 평균(2.4%)을 밑돌았다. 2017년부터는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2020년 5.7%로 증가했다. 이는 전국 지가 변동률 평균(3.7%) 보다 높다. 2016년까지 2%대를 유지하던 시흥시 지가 변동률도 2018년 3%를 넘더니 지난해 3.9%로 상승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 지역의 전답(농지)은 개발 가능성으로 투기 자금이 몰리게 돼 있다. 거래를 제한할 수 없다면 부동산 취득 시점에 따라 세제 혜택을 다르게 부여하는 등 실제로 거주하는 이들을 위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시 등장한 적폐청산

    3기 신도시에 대한 찬반을 막론하고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LH발(發) 투기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이다. 신도시 도입에 찬성하는 김 부위원장도 “3기 신도시 일정이 미뤄지더라도 투기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먼저”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상 10년간 방치된 광명·시흥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주민들이 동의 할 수 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불공정의 뿌리가 돼 온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말했다. 합조단의 1차 조사 발표가 있던 날에는 “LH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는 시작일 뿐이다. 지금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며 “직원뿐 아니라 임직원의 가족친인척을 포함한 차명 거래 여부도 철저히 수사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명 거래 내역을 수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가족이 아닌 지인이나 법인을 이용한 투기 가능성도 있다. 이를 모두 조사하려면 돈의 흐름을 모두 파악해야 하기에 그 범위를 명확하게 정해야 정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또 사전 정보를 누구로부터 어디서 얻었는지를 정확히 규명해 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선출직 공직자의 투기 의혹까지 불거졌다. 한 시흥시의원이 재건축 정비구역 인근에 딸 명의로 건물을 사는가 하면, 반도체 클러스터가 지어질 경기 용인시 인근 토지를 한 경기도의원이 자신과 아내 명의로 구입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권대중 교수는 “직계가족에 대한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방계로 그 범위를 넓혀야 한다.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조사 때는 각각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입건됐다. 현재 나온 1차 조사 결과가 전부라고 믿을 국민이 누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철저한 조사도 중요하지만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LH 사태’의 과제다. 김규정 소장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거래 제재 방안이 금융권에 비해 미비했다. 관련법 정비를 통해 이번 기회에 부동산 투기 제재 방안이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개발 정책 방향이 현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한국 인구의 90%가 도시에서 살아간다. 계속해서 신도시 개발을 할 필요가 없다. 정치권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공공주도 개발을 하며 LH에 큰 힘을 실어줬다. 적자에도 LH 직원이 6000여 명에서 9000여 명으로 늘어난 이유다. 투기 관련자를 일벌백계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공공주도 개발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개혁해야 투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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