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호

빨치산 아버지의 유산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

[책 속으로]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22-11-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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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창비, 268쪽. 1만5000원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창비, 268쪽. 1만5000원

    정지아 작가가 32년 만에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펴냈다.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은 우스꽝스러운 상황으로 시작된다. 이후 화자인 외동딸이 3일간의 장례식에서 만나는 문상객들과 아버지 사이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남 구례 민초들의 삶을 통해 광복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시민 작가가 “올해 읽은 책 중 제일 재밌고 강력하다!”고 추천했고, 인터넷 서점의 독자평도 신선하다. “작가님은 진지해야 할 이야기를 유머를 섞어서 재미있게 쓰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울다가 웃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표현이 섬세하고 재미있다.”

    실제 ‘빨치산의 딸’인 정 작가는 1990년 부모의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번 소설도 2008년 작고한 아버지의 장례식 체험에 기초한 이야기다.

    하지만 논픽션과 다른 문학적 성취가 있다. 남도의 구수한 입말로 풀어낸 일화들은 서글프면서도 실실 웃음이 나올 만큼 재미있다. ‘빨갱이’ 형 때문에 집안이 망했다고 생각하는 작은아버지와 아버지의 갈등, 정치적 지향 차이로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하지만 “그래도 사램은 갸가 젤 낫아야”라고 아버지가 평했던 소학교 동창과의 우정, 평생의 동지이면서도 현실적인 어머니와 진지 일색이었던 아버지의 ‘부조화의 조화’는 책의 깊이를 더하는 요소들이다. “울분이 솟다 말고 ‘긍게 사람이제’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설”(소설가 김미월)이다.

    작가는 부친상 이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인 구례로 돌아가 늙으신 어머니를 혼자 보살피고 있다. 죽음으로서 비로소 신산한 삶에서 ‘해방’된 아버지처럼 작가도 아버지를 보내고서야 아버지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라는 아버지의 ‘십팔번’을 받아들이고 보니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졌다고 작가는 고백했다. 어쩌면 이 책은 작가 자신의 해방일지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행복’(2004), ‘자본주의의 적’(2021) 등 여러 소설집을 펴냈고, 김유정문학상·심훈문학대상·이효석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명한 지표 투자
    고재홍, 새로운길 지음. 이레미디어. 304쪽. 1만8800원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해서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져 낭패를 본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개별 기업의 좋고 나쁨에 앞서 업황부터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다. 업황이 좋아져야 개별 기업 이익이 늘 수 있고 그에 따라 주가도 움직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돈 버는 투자를 하고 싶다면 이익이 증가할 기업부터 찾으라고 조언한다. 그 힌트는 사업보고서와 유관기관의 통계자료 등 여러 지표에 담겨 있단다. 책 ‘현명한 지표 투자’는 1부에서 식품, 골판지/제지, 자동차/전기차, 철강, 비철금속, 반도체, 건설/건자재, 정유/화학 등 8개 업종에서 지표 개선 기업을 찾아내는 법을 다루고, 2부에서는 업종 지표를 활용해 실전 투자 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 방법론을 소개하고 있다.


    22개 나라로 읽는 부의 세계사
    조홍식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424쪽. 1만8500원

    인류 최초로 시장경제가 형성된 바빌로니아, 도시와 제도를 발달시킨 로마, 활발한 대외 무역과 교류로 경제 활성화를 일으킨 송나라, 근대화에 앞장서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독일, 국민소득과 복지 주순이 높은 스위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등 인류 역사상 경제적 부를 일군 22개 나라의 공통점으로 저자는 ‘질서-학습-단결’과 ‘개방-경쟁-혁신’ 등 두 가지 집합이 균형을 이루며 ‘비전’을 향해 나아갔다는 점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바탕이 된 ‘질서-학습-단결’은 여전한가. 무엇보다 우리의 ‘비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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