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호

“CJ 탄생 숨은 주역이자 후원자” 삼성家 맏며느리 손복남 여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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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2-11-07 16: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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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손복남 CJ그룹 고문. [CJ그룹]

    고(故) 손복남 CJ그룹 고문. [CJ그룹]

    5일 손복남 CJ그룹 고문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은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맏며느리로 고 이맹희 CJ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모친이다. 슬하에는 이재현 회장,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 3남매를 뒀다. 경기도지사를 지낸 고 손영기 전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사장의 장녀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누나이기도 하다.

    이병철 회장에게 각별한 총애를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병철 회장은 살아생전 집안 대소사를 손 고문과 상의했다. 지극한 효심과 총명함을 높이 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56년 이맹희 명예회장과 결혼해 삼성가(家)와 연을 맺었다. 이병철 회장의 의지에 따라 혼인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은 1970년대 중반부터 시부모 이병철 회장 내외를 모시며 자녀들을 키웠다. 1987년 이병철 회장이 별세한 후엔 시어머니 박두을 여사를 2000년 1월 타계할 때까지 모셨다.

    CJ그룹의 기틀을 마련한 ‘산파’로 평가된다. 이병철 회장은 ‘청와대 투서’ 사건으로 대표되는 갈등 끝에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난 이맹희 명예회장 대신 고인에게 안국화재 지분을 상속했다. 1993년 삼성그룹이 제일제당을 계열사에서 분리하려 하자 고인은 자신의 안국화재 지분 12.8%와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제일제당 지분 11.3%를 맞바꿨다. 이후 건설, 요식업, 영상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한 제일제당은 1996년 제일제당그룹으로 공식 출범했고, 이것이 현 CJ그룹(2002년 사명 변경)이 됐다.

    1996년 자신의 지분 일부를 이재현 회장에게 넘기며 지위를 공고히 해줬고, 1997년 외환위기 사태로 경영 불안이 커지자 1998년 남은 제일제당 지분 116만 주 모두를 이 회장에게 몰아주며 후계 다툼 소지를 원천 차단했다.

    고문 외 직책을 맡진 않았지만 여든이 넘어서도 본사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며 업무를 봤다. 그룹 경영에 굵직한 영향을 미쳤다. CJ그룹의 문화사업 진출 계기가 됐던 1995년 미국 드림웍스 지분투자 당시 드림웍스 공동 창업자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프리 캐천버그를 집으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며 협력 분위기를 이끌었다. CJ그룹의 인기 한식 브랜드 ‘비비고’ 명명에도 고인의 뜻이 반영됐다. 2010년대 초반 글로벌 한식 브랜드 이름을 정할 때 “‘비비고’는 외국인들이 부르기 좋고 쉽게 각인되는 이름”이라며 힘을 실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측근들에게 자주 ‘어머니는 CJ그룹 탄생의 주역이며 나의 든든한 후원자다’라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2015년 말 급성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건강상태가 악화됐다. 빈소는 6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 마련됐다. CJ인재원은 이재현 회장이 어린 시절 고인과 함께 살던 집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등 다수 정‧재계 인사가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발인은 8일 오전 8시 30분, 장지는 경기 여주시 선영이다. 장례는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CJ그룹 관계자는 “유족들이 검소하고 차분한 장례를 치르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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