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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 ‘꿈돌이’와 ‘빙그레우스’는 어떻게 MZ세대를 사로잡았나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사바나] ‘꿈돌이’와 ‘빙그레우스’는 어떻게 MZ세대를 사로잡았나

  • ● 남극에서 헤엄쳐온 ‘펭수’, 감팔라고에서 날아온 ‘꿈돌이’
    ● ‘빵또아’ 바지 입고 ‘바나나맛우유’ 왕관 쓴 ‘빙그레우스’
    ● 콘텐츠 소비 머물지 않고 생산 가담, 확장되는 ‘세계관’
    ● “2030은 ‘디지털 네이티브’ ‘태생적 글로벌리스트’”
    ● 가상 콘셉트 넘어 실존하는 ‘All Your Dreams’
    ● MZ세대 사로잡는 마케팅 요소로 인기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카카오TV 콘텐츠 ‘내 꿈은 라이언’에 등장한 꿈돌이 프로필. [사진: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TV 콘텐츠 ‘내 꿈은 라이언’에 등장한 꿈돌이 프로필. [사진: 홈페이지 캡처]

1993년 대전 엑스포 공식 마스코트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이후 사람들 기억에서 멀어진 ‘꿈돌이’. 어느 날 후배 마스코트 ‘라이언’이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을 보고 재도약의 꿈을 안은 채 고향 ‘감팔라고’ 행성을 떠나 서울로 온다. 그가 27년 만에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카카오TV가 지난해 9~11월 방영한 ‘내 꿈은 라이언’은 이런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가상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다. 

이 프로그램은 카카오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을 롤 모델로 삼는 마스코트들이 ‘마스코트 예술종합학교(마예종)’에 입학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진행되는 각종 경연을 통과해 수석 졸업생으로 선정된 마스코트는 장학금과 함께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출시되는 혜택을 받는다. 꿈돌이는 그것을 목표로 경기 부천시 지역 마스코트 ‘부천핸썹’, 전북 진안군 ‘빠망’, 충남 서산시 ‘이야기 할아버지’ 등 여러 마스코트와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 스토리를 담은 영상은 회당 조회수 100만회 이상을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프로그램 종영과 함께 마예종 초대 수석졸업생으로 선정된 꿈돌이는 최근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굿즈(goods·상품)가 출시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대전 유성구 명예주민증도 받았다.

대전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의 탄탄한 서사

꿈돌이의 성공 스토리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낳은 인기 마스코트 ‘펭수’를 떠올리게 한다. 펭수는 뽀로로처럼 스타가 되고자 남극에서 한국까지 헤엄쳐온 펭귄으로, EBS 연습생 출신이라는 배경 스토리를 갖고 있다. 요즘 말로 하면 ‘세계관’이다. 

국어사전에서 ‘세계관’을 찾아보면 ‘세계와 인간의 관계 및 인생의 가치나 의의에 대한 통일적인 관점’이라고 명시돼 있다.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로 1980~2000년대생을 일컫는 말) 사이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인다. 어떤 캐릭터나 콘텐츠를 이루는 시간적·공간적·사상적 배경이 서로 연결돼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MZ세대는 자기만의 독특한 서사를 구축한 캐릭터에 흥미를 느끼고, 열광하는 특징을 보인다. 



최샛별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8년 펴낸 책 ‘문화사회학으로 바라본 한국의 세대 연대기’에서 2030 청년 세대의 특성으로 ‘디지털 네이티브’와 ‘태생적 글로벌리스트’를 꼽으는다. 그는 “(이들은) 가상현실이나 문화적 아이콘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을 받아들이고 재해석하는 데 익숙하고, 여기서 나아가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꿈돌이는 이런 MZ세대가 한껏 몰입할 수 있는 세계관을 가진 존재다. 무엇보다 탄탄한 서사가 눈에 띈다. ‘내 꿈은 라이언’에 따르면, 꿈돌이는 1993년 한빛탑에서 쏘아 올린 신호를 받고 우주에서 대전으로 날아온 아기 요정이다. 그 누구보다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으나 엑스포 폐막 이후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 흉물 취급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꿈돌이는 “감팔라고 행성과 대전을 오가며 친구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다”는 말로 MZ세대의 마음을 울린다. 마예종 경연 참가를 앞두고는 “성인이 된 너희들처럼 나도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마지막이 되더라도 괜찮으니 다시 한 번 너희와 놀고 싶다”라는 바람을 피력한다. 

그로 인해 꿈돌이는 짠내 나는 과거를 딛고 재도약을 꿈꾸는 1990년대 슈퍼스타 이미지를 갖게 됐다. 후발주자 마스코트를 대하는 꿈돌이의 모습에서 왕년의 스타한테서나 볼법한 권위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기보다 훨씬 늦게 ‘데뷔’한 인기 마스코트 라이언과 펭수를 향해 “요즘엔 잘 나가는 사람이 선배”라고 말하는 것이 한 예다. ‘꼰대’라면 질겁하는 MZ세대에게 호감을 얻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끊임없이 확장되는 세계관

SM엔터테인먼트는 마블 히어로 캐릭터와 협업함으로써 자사 아이돌그룹 슈퍼엠(SuperM)의 세계관을 확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는 마블 히어로 캐릭터와 협업함으로써 자사 아이돌그룹 슈퍼엠(SuperM)의 세계관을 확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MZ세대는 꿈돌이의 세계관에 몰입하며 새로운 놀이 문화를 만들어낸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꿈돌이에 관한 게시물이 차고 넘친다. MZ세대 누리꾼들은 “꿈돌이를 만나 술 한 잔 하려고 했더니 우주 아기 요정이라 술을 마시지 않는다더라. 전기(電氣)를 주식으로 삼는다고 한다. 다들 참고하자” 등 꿈돌이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낸다. 꿈돌이의 세계관은 이처럼 콘텐츠 생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MZ세대에 의해 끝없이 확장된다. 

MZ세대가 세계관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아이돌 관련 콘텐츠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돌 그룹 ‘엑소’는 멤버 각자에게 일식과 월식, 초능력 등 판타지 요소를 부여하고 있다. 멤버 시우민은 결빙(frost), 첸은 번개(thunder) 등 남다른 초능력을 갖고 있다. 이런 힘이 한데 모일 때 또 다른 힘이 생겨난다는 스토리가 앨범은 물론 화보, 뮤직비디오, 안무 곳곳에 등장한다. 예를 들어 결빙 초능력을 가진 시우민이 무대에서 가로지르는 동작을 취하면 나머지 멤버들이 움직임을 멈추고 굳어버리는 안무를 선보이는 식이다. 

엑소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엑소 멤버가 포함된 연합그룹 ‘슈퍼엠’을 통해 이 세계관을 더욱 외부로 확장했다. 캐릭터 기반 엔터테인먼트 기업 ‘마블’(MARVEL)과 협업해, 슈퍼엠 멤버 캐릭터와 ‘어벤져스’로 대표되는 마블 영화 속 히어로 캐릭터가 어우러진 한정판 앨범 패키지를 출시했다. 


지난해 12월 6일 열린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포토월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멤버들. BTS는 자기만의 ‘세계관’으로 해외 팬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동아DB]

지난해 12월 6일 열린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 포토월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멤버들. BTS는 자기만의 ‘세계관’으로 해외 팬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동아DB]

아이돌그룹 BTS도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이다.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등 시리즈 앨범을 낼 때마다 나름의 스토리텔링을 구축해 한국을 넘어 세계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이돌 그룹을 둘러싼 촘촘하고 일관성 있는 세계관은 팬들로 하여금 ‘떡밥’(대중이 흥미를 갖고 콘텐츠를 보게끔 만드는 장치)을 찾아 해석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최근에는 새로운 팬덤 문화도 생겨났다. 스타의 신곡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면 팬들이 노래 제목과 가사는 물론 멤버의 메이크업, 의상, 소품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살펴보는 ‘뮤비 해석’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와 SNS에 올리는 것이다. 엑소를 좋아하는 직장인 장하나(30) 씨는 “세계관은 스타와 팬덤이 함께 풀어나가는 재미를 선사하는 동시에 관계를 공고히 하는 장치”라고 말했다.

MZ세대 대상 마케팅 요소로도 각광

제과회사 빙그레가 제작한 웹툰 ‘빙그레 메이커’의 한 장면. [인스타그램 ‘빙그레’ 캡처]

제과회사 빙그레가 제작한 웹툰 ‘빙그레 메이커’의 한 장면. [인스타그램 ‘빙그레’ 캡처]

스타의 세계관을 강조하는 콘텐츠가 최근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96년 데뷔한 아이돌 그룹 ‘H.O.T’는 멤버 각자마다 고유 번호와 색깔, 한글 이름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멤버 개인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10대들의 승리’라는 팀의 의미를 완성했다. 1998년 탄생한 그룹 ‘신화’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000년 신화가 발매한 3집 수록곡 ‘All Your Dreams’는 ‘우리가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노래는 2018년 3월 신화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팬 파티 현장에서 리메이크 버전으로 다시 공개돼 큰 화제를 모았다. 신화 팬인 대학생 김다현(20) 씨는 “이 공연을 통해 ‘All Your Dreams’가 그저 가상의 콘셉트가 아니라 실존하는 하나의 세계관임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관은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요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제과회사 ‘빙그레’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선보인 웹툰 ‘빙그레 메이커’는 세계관을 콘텐츠로 만들어 세칭 ‘대박’을 터뜨린 대표 사례로 꼽힌다. 빙그레 메이커는 빙그레 제품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한 웹툰 이름이다. 등장 캐릭터 가운데 하나인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빙그레우스)의 이름은 ‘빙그레 더 맛있어 졌다’를 외국어처럼 바꾼 것이다. 이외에도 투게더리고리경, 비비빅군, 옹떼 메로나 부르쟝 등 자사 제품 브랜드를 활용한 캐릭터가 속속 등장하며 빙그레 나라의 세계관을 완성한다. 이 웹툰에서 순정만화 속 왕자님을 연상케 하는 빙그레우스는 자기를 빙그레 나라 왕위 계승자로 소개하며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목표치를 채워야 왕좌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하며 자사 상품을 내놓고 홍보한다. 빙그레 간판상품 ‘바나나맛우유’를 형상화한 왕관을 머리에 쓰고, 아이스크림 ‘빵또아’로 만든 바지를 입는 식이다. 강승수 빙그레 홍보팀 차장은 “MZ세대는 콘텐츠를 소비할 뿐 아니라 생산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콘텐츠를 개발할 때 이런 성향을 이끌어내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세계관 #빙그레우스 #슈퍼엠 #꿈돌이 #신동아



신동아 2021년 4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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