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12월14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박지만씨와 신부 서향희씨가 결혼식장에 들어오고 있다.
서 변호사는 지난 4월 미주제강의 자문변호사로 선임됐는데 비슷한 시기 박정희 정권 당시 실세이던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아들인 윤해관씨가 이 회사 대표가 됐다. 서 변호사는 폐기물처리 분야 기업인 인선ENT의 자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가죽공급업체인 신우와 동부티에스블랙펄스팩의 사외이사로도 재직했거나 재직 중이다. 서 변호사는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변호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재계와 법조계 일부 인사들은 “개인적 능력도 있겠지만 일부에선 미래권력인 박 전 대표의 후광을 활용하기 위해 젊은 서 변호사를 영입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주제강이 서 변호사와 윤해관씨 영입을 밝히자 이 회사는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2%포인트 올랐다. 동부티에스블랙펄스팩도 서 변호사의 사외이사 참여 소속이 알려지자 주가가 6%포인트 넘게 올랐다.
G사는 5월18일 “법률자문을 새빛으로 결정했다”면서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씨의 처인 서향희 변호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날 이 회사 주식은 8%포인트 이상 올랐다. 새빛 측이 보도자료를 낸 것에 반발해 법률자문 계약을 해지하자 이후 이 회사 주가가 사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변에서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인다면
유명 대선주자의 가족이나 친인척이라고 해서 직업 활동에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서 변호사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밝고 구김살이 없는 성격이라고 한다. 그러나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아슬아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률자문, 사외이사를 맡을 때마다 주가에 영향을 주거나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일이 되풀이된다는 점이 걸리는 것이다. 기업, 주식투자자 등 주변에서 다른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누적적으로 확인된다. 그러다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 건에 이르러 정치적 이슈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 것이다.
이철수씨의 측근에 따르면 서 변호사가 이 은행 고문변호사 재임 시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력 대선주자의 가족으로서 국민 정서에 민감한 오해를 부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한 인사는 “이번 일이 예방주사 차원이라면 박 전 대표에게 오히려 잘된 일일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나온 날들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직접 나서서 박지만-서향희 부부가 의혹과 무관함을 밝혔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의외로 받아들인다. 전략적으로 실수였고 당장 박 전 대표도 야당으로부터 공세를 받았다.
그런데 이것은 박 전 대표가 2007년 대선 경선 때 표 손실을 감수하고 “5·16은 쿠데타가 아니라 혁명”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고 한다. 아픈 가족사와 맥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선친과 마찬가지로 박지만-서향희 부부 그리고 유일한 조카인 세현군은 박 전 대표에겐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 박 전 대표 입장에선 비리를 덮는 게 아니라 이들의 억울함을 감싸고 보호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보니 평소와는 다른 태도가 나왔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