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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의 세상 속으로 풍덩~ ②

돈에 울고, 돈이 돌고, 돈에 웃다

두 번째 르포 : 한강로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돈에 울고, 돈이 돌고, 돈에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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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울고, 돈이 돌고, 돈에 웃다
장안약국에서 감기약을 산 30대 남자는 “죽은 경찰은 또 무슨 죄냐. 나는 경찰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약국 골목을 따라 동쪽으로 5분 남짓 걸으면 옛 세계일보 부지에 올라선 ‘시티파크’가 나온다. 2004년 청약 광풍이 분 곳. 청약증거금만 6조9000억원이 몰렸다. 이 기록은 아직껏 깨지지 않았다.

시티파크 입구 노른자위 땅에선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책임자한테 “뭘 짓느냐”고 물었더니 “누구냐”고 되묻는다. 명함을 줬다. “사진 찍지 말라”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이 건물은 통일교 성전이다. 1500명이 동시에 예배 볼 수 있는 규모다.

통일교 간부는 “그동안 세계일보의 적자를 ‘시티파크’ 사업으로 다 벌충하고 앞으로 운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남았다. 문선명 총재의 선견지명 덕분이다”라고 했다.

한강로의 땅주인은 하나같이 대박을 터뜨렸다. 현 시세는 3.3㎡당 1억2000만~1억5000만원. 한강로는 지금 돈이 넘친다. 고층건물이 한강 쪽으로 진격하면서 ‘서울 in 서울’로 거듭나고 있다.



용산역은 한강로 3가에 서 있다. KTX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국철1호선 지하철4호선 지하철6호선이 한강로를 지난다. 신공항철도(용산-인천국제공항) 광역전철망도 완공을 앞뒀다. 돈은 길을 타고 돌게 마련이다.

용산역사엔 현대아이파크몰이 들어섰다. 이 쇼핑몰 서남쪽 철도기지창 일대가 건설사를 몸 달게 하는 ‘서울 in 서울’의 허브다. 컨벤션센터, 공항터미널, 초고층빌딩이 들어선다. 최동주 현대아이파크몰 사장은 사무실 벽에 붙은 서울지도에서 한강로 일대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은 앞으로 용산 개발 이전과 이후 시대로 구분될 겁니다. 풍수로 봐도 용산만큼 좋은 곳이 없어요. 풍수에서 물은 돈입니다. 물이 곡선으로 돌아나가는 둥근 땅에 돈이 모여요. 압구정동, 여의도가 그렇죠. 용산은, 압구정동 여의도보다 물이 더 크게 돌아 흐릅니다.”

건설사들은 미국 맨해튼 버금가는 도시를 짓겠다면서 수주전에 뛰어든다. 용산동1~6가 미군기지 터에 들어서는 용산역사공원, 한강르네상스 사업, 한강예술섬(노들섬), 국제여객선터미널 등 호재가 쌓여 있다.

“대통령선거판보다 더 뜨겁다.”

66평형을 분양받은 한 재건축 조합원의 수주전 관전평. 건설사들은 1표라도 더 얻고자 조합원을 ‘사장님’ ‘사모님’으로 모신다. 일대일 접촉, 도우미 활용, 각종 접대로 환심을 산다.

반대파 vs 수용파

‘옛집’의 배 할머니는 무를 깎아 쌓아놓은 좁은 방에서 잔다. 부엌이 딸린 작은 셋방이 할머니의 공간이다. 가게는 공터 맞은편에 있다. 할머니는 새벽 3시에 일어나 골목에서 가장 먼저 불을 밝힌다. 밤새 연탄불로 우려낸 국물에서 다시마, 멸치, 파, 양파를 건져내고 굵은소금으로 간을 본다. “가스불로 멸치국물을 내면 맛이 없다”고 한다.

‘옛집’은 3년 전 국수 값을 12년 만에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렸다. 인근 국방부 직원들이 “우리도 양심이 있다. 못 먹겠다”고 억지를 부렸단다. “돈을 좇으면 사람을 잃는다”는 게 할머니의 생각이다.

“그런데 밀가루, 배추 값이 올라 종업원 월급도 못 주겠더라고. 내가 죽겠는데 어떡해. 그래서 500원 더 올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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