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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복종하라, 버텨라, 그리고 웃어라

‘미생’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복종하라, 버텨라, 그리고 웃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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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별로 정리하라

이 경지에 이르면 회사 내에서 ‘조리 있게 설명 잘하는 사람’으로 각인된다. 대외 프레젠테이션에도 동원돼 나가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 그만큼 상사들 눈에 띌 기회가 많아진다. 그들은 그런 사람을 기억할 것이다. 적어도 회사에서 스타가 된다.

‘팬 서비스’와 T 이론

스타에게는 팬 서비스 능력도 중요하다. 팬 미팅 때 스타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호감도가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다. 스타라면 누구나 할 말을 미리 준비한다. 내일 아침 신문 연예면을 장식할 멋진 문구를 상상하면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도 작심 발언을 할 땐 헤드라인 개발에 몰두한다. 그 한 줄로 뜰 수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직장인은 회의에 참석할 때,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비장의 코멘트 하나 정도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코멘트, 곧바로 화자를 떠올릴 트레이드마크 같은 코멘트 말이다. 동료들이나 선후배들이 사석에서 다가올 때 이런 직장인은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건넨다. 친근한 말이거나 농담이거나 상관없다. ‘일만 잘 하는 줄 알았더니 성격도 밝고 좋네.’ 이 같은 평가가 나온다. 이런 게 팬 서비스다.



미생 직장인의 정석, 넷째는 ‘T 이론’이다. 업무 영역 중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한다. 다른 누구보다도 잘하는 영역이 있다면 그 일이 몰릴 것이다. 거부할 이유가 없다. 주변엔 이것저것 광범위하게 능력 개발을 하려는 이가 많다. 팔방미인을 꿈꾸는 것이다. 좋은 전략이 아니다. 오히려 ‘T 이론’이 권장된다. 처음엔 수직적 역량 강화, 곧 ‘↑’ 기간을 거친 다음 수평적 역량 확산, 곧 ‘↔’ 기간으로 넘어가는 것이 ‘T 이론’이다. 입사 초기부터 10년 동안 눈 딱 감고 나만의 전문 영역 하나에 열중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 10년이면 누구나 달인의 경지에 도달한다.

혈관 만들고 실핏줄 잇고

업무가 전문성이 없는 분야라면,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에서 영역을 찾아 따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총무과에서 일하는데 회계에 관심이 간다면 재무관리 학습 모임에도 나가고 온라인 카페에서도 활동하는 식이다. 장래 목표를 임원이 아니라 재무이사로 구체적으로 잡는 것이 가능하다. 재무이사를 거쳐 CEO에 도전할 수도 있다. 수직적 역량 강화에는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진척도 더디다. 그러나 수평적 역량 강화 단계에 들어가면 속도가 붙는다. 학습 패턴이 생긴 까닭이다.

이 이론은 업무뿐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에도 적용된다. 처음엔 소수 인물과의 관계를 동지 수준으로 돈독하게 만들어가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이어 그들을 매개로 해서 관계망을 넓혀가는 식이다. 혈관을 만든 다음 실핏줄을 잇는다고 보면 될 것이다. 신뢰가 돈독한 인물을 통해야 견고한 관계망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누구의 소개로 찾아가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소개한 사람의 격에 따라 찾아온 사람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스마일, 한결같이 밝게

미생 직장인의 정석, 그 다섯째는 스마일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맞는 말이다. 가끔 가는 식당의 종업원 중에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늘 웃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다. 아무리 자주 불러도 언제나 그 얼굴이다. 일행에게 말하곤 한다. “이 식당 사장은 이 종업원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복종하라, 버텨라, 그리고 웃어라
이종훈

성균관대 박사(정치학)

국회도서관 연구관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 진행자

現 아이지엠컨설팅(주) 대표, 시사평론가

저서 : ‘정치가 즐거워지면 코끼리도 춤을 춘다’ ‘사내정치의 기술’


많은 직장인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자기 표정 관리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오죽하면 여러 회사에서 돈 들여 친절 교육까지 실시할까. 한결같이 밝은 표정을 지을 줄 아는 건 큰 경쟁력이다.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웃는 게 낫다. 연기라도 좋으니 웃는 게 낫다. 웃으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보단 웃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더 끌리기 마련이다.

신동아 201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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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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