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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맹모삼천지교 버려야 부모도 자식도 산다

사교육의 정치학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맹모삼천지교 버려야 부모도 자식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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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 사고는 금물

자녀 교육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은 아내의 불만과 하소연을 들어주고 달래주는 일도 아빠의 중요한 임무다. 물론 아빠들이 가장 서투른 영역이긴 하다. 자녀는 부부가 헤어지지 않게 하는 접착제이기도 하지만 부부 간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부부는 교육철학의 차이로 충돌하기도 하고, 이 학원에 보낼 것이냐 저 학원에 보낼 것이냐를 두고도 대립한다. 이때 누구의 판단을 따라야 할까. 정보가 많은 쪽의 판단을 따라야 한다. 정보가 부족하면 얼른 접는 게 소모적 논쟁을 줄이는 길이다. ‘중대 결정은 내가 내린다’는 가부장적 사고를 가진 아빠들이 명심할 일이다. 그러나 어떤 아빠들은 뛰어난 판단력과 부지런함으로 학원 정보력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이기도 한다. 당연히 이럴 땐 아빠들의 발언권이 세져야 한다.

정치가 자원 배분이듯

많은 이가 우리나라의 과도한 사교육 열기를 비판한다. 학생도 못할 일이고 부모도 못할 일이긴 하다. 교육철학이 확고하다면 학원을 안 보내도 상관없다. 요즘은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많은 부모는 ‘애들 장래가 달린 일이라…’라면서 결국 대세를 따르고 만다.

사교육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안겨준다. 주변에 자녀 학원비로 월 100만 원, 200만 원 쓴다는 가정이 적지 않다. 부모는 자녀 교육비로 얼마나 투자할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가계 수입을 고려해서, 자녀의 희망을 고려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부부의 노후자금 확보도 고려 사항이 돼야 한다. 자녀 교육비 대느라 부부가 중산층에서 추락해 퇴임 후 살길이 막막해진다면 그것만큼 딱한 일도 없다. 정치의 본질이 자원의 배분이듯이 사교육의 문제도 자원의 배분과 긴밀히 연관될 수밖에 없다.



가능성이 보일 때 투자하라

물론 교육과 관련해 냉정해지기가 쉽지는 않다. 자녀가 열심히 하고 또 가능성이 엿보이면, 어떤 부모라도 무리하기 마련이다. 빚을 내서라도 자녀 앞길을 열어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문제는 자녀가 열심히 하지도 않고 가능성도 별로 없는데 투자를 강행하는 경우다. 억지로 쑤셔 넣는 식으로 학습을 강요하고 사교육비를 쏟아붓는다. 이것은 권장할 바가 못 된다. 아까운 돈을 그렇게 쓸 바엔 차라리 나중에 창업자금으로 주는 것이 낫다고 본다.

‘비용 대비 편익’ 철저 분석

실은, 사교육이야말로 ‘비용 대비 편익’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할 분야다. ‘가용자금 범위 내에서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최대의 편익을 누릴까.’ 이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자녀가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하려면 어떤 과목, 어떤 선생, 어떤 학원을 선택해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당연히 필수과목과 취약과목에 집중해야 한다. 비용 대비 최고의 선생을 골라야 한다. 학원의 규모와 역사에 따라 축적된 정보량에도 차이가 있기에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과감한 선(先)투자

일단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난 다음에는 과감하게 선(先)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고등학교 때보다는 중학교 때, 중학교 때보다는 초등학교 때 시작하는 게 좋다. 교육의 질이 우수한 학원을 보내는 게 좋다. 그것이 나중에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사립대학보다는 국립대학이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자녀가 국립대에서 장학금을 받고 다닐 수 있다면 미래 교육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사교육비로 선투자한 비용을 뽑고도 남는다.

학원 선택권 넓히기

사교육 투자와 관련해 가장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분야는 의외로 주택이다.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이사를 할 때 학교와 학원을 고려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땐 그리 심각한 변수가 아니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할 땐 사정이 달라진다. 학원이 밀집한 지역 또는 그러한 지역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을 고르는 게 자녀의 사교육 선택권을 넓히는 데엔 유리하다.

이런 지역은 가구당 사교육비 규모에서 다른 지역을 능가한다. 서울 강남구 사회지표 분석에 따르면, 강남구의 가구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22만 원으로 전국 평균의 7배에 달한다. 경제력도 경제력이지만 교육열이 높은 부모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몇몇 사람은 재산을 처분해 명문 학원 밀집 지역의 좁디좁은 다가구주택으로 이주하기도 한다.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강남 전·월세비로 다 날리면…

마음은 강남에 있지만 다른 지역에 그냥 사는 사람도 많다. 마음은 강남이지만 강남보다 못 미치는 지역으로 이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 선택은 틀리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사실 강남에서 전·월세로 집을 구해 산다고 해서 자녀가 꼭 공부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강남에서 고등학교 나와도 대학 입시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받아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신 부모는 재산 불릴 기회를 강남 전·월세비나 대출 이자로 소진하고 만다. 자녀의 미래도, 부모의 미래도 모두 암담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느니 비강남권에서 재산을 불리면서 ‘철두철미한 학원 정보력’으로 자녀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 물론 학원 통학시간이 길어질 수 있는 건 자녀에게 불리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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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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