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호

한국 최초의 전문경영 기업에서 한우물 32년

유한양행 김선진 사장

  • 송문홍·동아일보 신동아 차장대우

    입력2006-08-17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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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양행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기업으로 손꼽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사업가였던 설립자 유일한(柳一韓) 박사가 71년 사망한 이래 전문경영인이 줄곧 기업을 이끌어왔으니 벌써 30년째다. 다른 대부분 기업들이 IMF 위기를 겪고난 뒤 갑작스레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니 어쩌니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설립자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면 세상이 바뀌어도 몇 차례나 바뀌었을 세월이지만, 유일한 박사가 남긴 흔적은 지금도 회사 전반에 강하게 남아 있다. 차분하고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 ‘튀지 않아 보이는’ 사원들, 모험을 삼가는 안정적인 경영스타일 등이 그렇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을 평생 모토로 삼아온 설립자의 유지에 따라 상당수 주식을 유한재단과 유한학원, 보건장학회 등 공익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구조. 이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일찌감치 자리잡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기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한창 ‘뜨는’ 벤처기업 CEO와는 뭔가 다를 것이다.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빠르게 변화한다는 요즘같은 기업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벤처기업의 CEO가 세간의 주목을 더 많이 받게 마련이지만, 때로는 아직 땅 속에 깊숙이 뿌리박지 못한 나무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잎사귀는 창성하되 밑은 허약한 역삼각형을 보는 느낌이랄까.

    반면에 유한양행을 상징하는 버드나무는 올해로 74년째 자라고 있다. 겉모양은 평범해보일지 몰라도 뿌리만큼은 땅 속 깊이 탄탄하게 박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기업의 CEO를 형제 많은 집안을 이끄는 장남, 형제들 중 제일 잘 살지는 않아도 고향집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어 다른 형제들이 힘들고 고단할 때 자연스레 찾게 되는 맏형같은 존재에 비유하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형제 많은 집안의 장남같은 CEO



    유한양행 김선진 사장(58)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1968년 유한양행 입사’로부터 시작해서 실장·부장·상무·전무·부사장·사장까지 사닥다리를 타고 오른 ‘유한양행의 행렬’이다. 계산해보니 유한양행에서만 32년. 그의 약력에서 유한양행이라는 단어를 빼면 말 그대로 남는 게 별로 없다.

    ─김사장께서는 전문경영인 중에서도 특이한 케이스가 아닌가 합니다. 요즘엔 유능한 CEO를 밖에서 찾는 게 유행인 듯한데, 유한양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CEO까지 오르셨군요.

    “대학을 졸업하고 공채시험으로 들어와서 32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유한양행에는 아무 연고도 없었어요. 누가 저에게 권유한 것도 아니었고. 지금도 우리 직원들은 다 그렇게 들어오지만, 60년대엔 입사하기가 참 어려웠어요. 당시 유한양행은 대단히 좋은 회사로 손꼽혔습니다. 저는 돌아다니면서 활동적으로 일하는 게 적성에 맞아 이 회사를 지원했습니다. 그 때 어느 신문에 보니까 유한양행에서는 반바지를 입고 근무하고, 복리후생이 좋다고 해서 선택했어요.(웃음)”

    ─60년대 시절에, 더욱이 유한양행같은 회사에서 반바지를 입고 근무했다는 점이 뜻밖이군요.

    “당시엔 그랬습니다. 60년대에 창업자의 아드님인 유일선씨가 부사장이었는데, 미국에서 성장한 분입니다. 이 분이 회사에 끼친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엔 우리 회사가 굉장히 투자지향적이었어요.”

    ─32년동안 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CEO가 되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까?(웃음)

    “제 말을 믿어줬으면 좋겠는데, 저는 젊었을 때 이 회사의 CEO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일이 없습니다. 다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 동료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할 일이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그 일을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에요. 그건 아마 이 회사가 너무나 좋은 회사이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선 이제야 전문경영인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고 있지 않습니까? ‘신동아’가 이번에 연재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인데, 아직은 전문경영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좀 모호한 면이 있는 듯 합니다만.

    “경영학 책에서는 전문경영인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전문경영인이란 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지 아니한 자로서 경영을 맡은 사람인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고용 경영자와 전문경영자. 그러면 어떤 사람이 고용 경영자이고 전문 경영자냐. 고용 경영자는 회사의 지배 주주가 고용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전문경영인이란 거의 이런 유형입니다. 회장이 있고 대표이사 사장이 있다면 실질적으로 경영의 지배권은 회장이 쥐고서 경영하는 식이지요.

    그러면 전문경영인 체제란 뭐냐, 그건 대표이사 사장이 모든 권한을 갖고서 경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너가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회사의 대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급상승 중인 ‘김선진 주(株)’

    ‘CEOstock.com’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다. 국내 CEO들을 대상으로 회원들이 주식거래를 통해 CEO 주가를 매기는 국내 유일의 사이트인데, 여기에 의하면 ‘김선진 주(株)’는 최근 2주일간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한양행의 주가 또한 5월 중순 2만원대에서 8월 현재 4만원을 넘겨 제약주 중 유일하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사이트는 유한양행의 강점 중 첫째로 ‘CEO의 경영능력 탁월’을 지적하고 있다.

    ─CEOstock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김사장의 주식이 인기가 좋더군요?

    “요전에 누가 10몇만원이라고 해서 왜 그렇게 높냐고 했는데, 저희 회사 주가가 올라가니까 따라서 올라간 것 같아요.”

    ─회사 주가가 올라간 특별한 요인이 있었나요?

    “금년 상반기에도 이익이 과거보다 좋고, 업계 평균 성장률을 상회하는 성장을 했어요. 거기에다 현재 저희가 개발 중인 간장질환 치료제와 위궤양 치료제에 대해 외국 제약사들이 관심을 갖고 연락이 와서, 저희가 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 정보가 밖으로 알려진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 신약은 실제로 외국 회사들로부터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곧 상당한 조건을 제시해오지 않겠는가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마 제 주가도 그 덕을 본 거겠지요.

    저는 투자가 없는 기업은 미래가 없는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투자란 게 무한정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계가 있거든요. 그 주어진 한계를 적극 활용하는 CEO도 있고, 그렇지 않은 CEO도 있겠지요. 저는 투자에 관한 한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CEO는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도 중요하지만, 내가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 뭘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것도 똑같이 중요해요. IMF 위기 때 기획조정실에서 연구소 인력을 줄이겠다고 하길래 제가 오히려 늘리라고 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신약 연구개발에 매출액 대비 5% 정도를 투자해오고 있는데, 이건 한국 현실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외국과 비교해보면 사실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선진국 제약회사들의 연구개발 투자는 보통 15∼20%에 이르고, 2000∼5000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그런 회사들과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어요? 그렇지만 100여명의 연구인력과 5% 투자로 개발해낸 저희 신약은 충분히 자랑할 만합니다. 외국에서도 깜짝 놀라요.”

    그는 인터뷰 내내 제약회사가 향후 살 길은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사장으로 취임해서 투자결정을 내릴 때에는 주변의 반대도 심했다고 한다.

    “연구개발비를 늘려봐야 아무 소용없다, 차라리 외국에서 개발한 신약을 들여오자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투자를 결정하면 저 아닌 다른 사람이 사장으로 올 때라도 열매를 맺을 것이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신약개발은 영예가 되는 일입니다. 그런 신념으로 단기적인 성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 과감하게 투자하는 게 최고결정자로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김사장께선 회사와 김사장 개인을 동일시하는 면이 있는 듯 합니다. 그렇지요?

    “그럼요. 그게 어디서 오는가 하면….”

    ─제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면, 예를 들어 주택은행 김정태 행장 같은 분은 스톡 옵션을 받고 스카웃된 분입니다. 본인이 잘하면 돈을 많이 받는데, 그런 경우를 생각해보면 CEO가 회사를 경영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기가 쉽지 않을까….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그래요. 내가 곧 유한양행이고 유한양행이 곧 나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 회사 임원들이 대체로 25∼30년씩 근무한 분들인데, 회사에 애착을 갖는 건 당연한 일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 회사는 너무나 훌륭한 창업정신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유한인’이라는 데에 자랑스러움을 갖는 것은 그냥 그래야 한다고 해서 나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또 최고 경영자로서 우리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창업정신이라는 거지요.

    창업자이신 유일한 박사께서 하신 말씀 중에 ‘좋은 상품을 만들어서 국가와 동포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말씀이 있어요. 이건 최근 입각한 송자 교육부장관께서 즐겨 인용하는 말이기도 한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잘 대변하는 말입니다.

    또 우리 유한양행은 좋은 이미지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입니다. 이게 그냥 오는 게 아니잖아요. 얼마나 자랑스러워요?

    셋째, 유한양행은 설립자의 친인척이 한 명도 없고, 말단 사원이 사장까지 올라가는 전통을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유한양행은 공익 기업’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대부분 기업들은 이윤이 개인에게 돌아가는데, 우리 회사의 대주주는 유한재단이에요. 유한재단이 무슨 일을 합니까? 장애자와 극빈 노인을 돕지요, 불우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주지요, 학교를 운영합니다. 저희 회사 주식의 40%를 공익기관이 갖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공익기관이 지배주주인 회사는 우리 회사 하나뿐입니다.

    제가 모대학 토론회에 갔더니 한 교수가 이런 말을 했어요. 공익 운운은 제스처일 뿐이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추구인데 그렇지 못했으니 유한양행이 그 오랜 역사에 비해서 발전이 더딘 게 아니냐, 이러는 거에요. 제가 참기 어려웠어요. 개인 중에도 누구는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주위를 돌아보고 돕는 이가 있지 않습니까? 기업은 왜 그렇게 못합니까? 미국의 어느 교수가 쓴 책에도 기업의 공생주의 경영철학을 설파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기업은 이해관계자 집단 속에서 공생공영하면서 발전하는 게 최선이라는 건데, 저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말씀대로 유한양행은 기업 이미지가 좋은 회사인데요. 이런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좋은 이미지에서 오는 이점도 있겠지만 부담도 작지 않을 듯 합니다.

    “그래요. 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유한양행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이미지를 어떻게 유지 발전시켜 나가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평소 사생활이나 대외활동에서도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요.”

    “상책보다는 중책을 택한다”

    ─CEO로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기업 이미지와 기업 이익이 상충되는 경우가 꽤 있겠지요?

    “그렇지요. 결정에는 상책(上策)과 중책(中策), 하책(下策)이 있습니다. 상책을 택하면 회사에 엄청난 이익이 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이미지를 해칠 수 있습니다. 중책을 택하면 경영방침에도 비교적 맞고, 기업 이미지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우리는 필경 중책을 택합니다. 최고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적절한 이익을 추구한다고 보면 됩니다.

    저는 바로 이 부분에서 CEO가 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최고의 성장, 최고의 이익실현에 있다는 게 다른 이들의 입장이라면, 저는 경영의 최종적인 목적이 기업의 영속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사회적, 국가적으로 공헌하면서 영속적으로 발전하는 길을 택하겠다는 겁니다.

    기업이 영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물론 적정 성장을 실현해야 합니다. 또 기업을 건전하게 경영해야 합니다. 잘 나가다가 단 한번의 판단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전문 경영인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 가능합니다. 우리 회사는 중요한 결정은 이사회의 논의를 반드시 거칩니다.”

    ─ 이사회를 거치더라도 CEO의 판단이 크게 반영되겠지요.

    “물론 상당 부분은 CEO가 판단하고 리드하지요. 그러나 일정 부분 견제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요즘 다른 기업들에서 지배구조를 개선한다고 이사회를 활성화한다, 사외이사를 넣는다고들 하지만 저희 회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사회가 활성화돼 있습니다. 이렇게 모든 문제를 이사회에서 논의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건전 경영, 재무구조의 건전성 유지, 기업의 사회성을 이뤄갈 수 있는 겁니다.

    과거 예를 보세요. 제3공화국 이래로 수많은 기업들이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곤 했습니다. 요즘은 몇몇 재벌기업들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이런 일들을 볼 때 전문경영인 체제가 비록 빠른 성장은 어려울지 몰라도 적정 성장, 튼튼한 경영을 하는 데에는 가장 바람직하다고 봐요.”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지금 세상이 엄청 빠르게 변화하고 있잖아요? 또 외국 제약회사들 중에는 엄청난 규모의 다국적 기업들도 많습니다. 앞으로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활용한 신물질 개발이라든가 신약 개발이 첨단 핵심산업이 된다고도 하지요. 이렇게 본다면 어느 정도 모험적인 경영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미래의 환경에 어떻게 적극 대처하느냐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경영인의 전문성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지금 말씀대로 제약업계에 엄청난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를 선도하지는 못할 망정 변화의 추이에 발맞춰 함께 갈 정도는 돼야 해요. 그런 점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가 중요합니다. 투자라는 것은 적어도 그 결과가 수년간에 걸쳐서 돌아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그 기업을 진정 사랑하고 책무를 느낄 때 비로소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가능한 겁니다. 외부에서 영입해온 사람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단기 업적에만 몰두할 수 있고, 그러면 그 기업은 장기적으로 위태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정도(正道)를 걷는 기업가 정신

    1997년에 사장에 취임한 그는 현재 두 번째 임기를 역임 중이다. “앞서 사장을 지낸 분들도 대체로 그랬고, 사장직은 두 차례 정도 역임한 뒤에 후배에게 물려주는 게 좋지 않아요?” 하고 그는 반문한다.

    ─퇴임 후의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회사를 떠나게 된다면 대학에서 겸임교수 자리를 얻든가 해서 젊은이들과 대화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거 한 달에 월급 100만원이나 주는지 몰라(웃음). 그렇게 공부하고, 사외이사제 등 제 경험을 활용할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나서야지요.”

    ─직원들 중 아무래도 성격이 활달하고 김사장과 비슷한 성향인 직원을 더 예뻐하게 되지 않습니까?

    “제 나름대로 CEO의 조건을 생각해봤어요. 제 인생의 좌우명은 ‘컵에 물을 가득 채우려고 노력은 하되 결코 넘치지는 말라’는 말입니다. 넘치는 것은 아니 찬 것만 못하지요. 직원들에게는 성실하라, 사람이 친근감이 있어야 한다, 언어구사력 즉 표현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 외에 열정, 생산성을 강조합니다. 기업을 위해서 자기를 정열적으로 헌신하는 사고가 중요해요.”

    유한양행의 올 매출 목표는 2500억원. 유한 킴벌리, 한국 얀센 등 관계사들을 다 포함하면 총매출액이 1조원에 육박한다지만 유한양행만 놓고 보면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다. 더욱이 74년 역사를 가진 한국의 유서깊은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속성장을 당연시해온 ‘한국적 기준’에서 볼 때 성장세가 더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74년 역사’가 그냥 저절로 쌓인 건 아니다. 더욱이 그것이 정도(正道)를 걷는다는 기업가 정신으로 일관된 역사였다면, 그 역사는 조직에 잠재된 무한 에너지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풍선처럼 커졌다가 터져 버렸나. 그리고 지금, 언제 터질지 위태로워 보이는 기업은 또 얼마인가. 무자비한 이윤 논리를 추구하는 상책(上策)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봐가면서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중책(中策)을 선택한다는 김선진 사장의 말은 그래서 더 신선하게 들린다.

    [이색분석] 한 의사가 인터넷에 올린 글 의쟁투 그들은?

    의협의 핵심세력이며 참모부서다. 신상진 위원장은 의협 회장보다 지지도가 높다. 의사폐업의 논리나 전략, 전술을 주도하고 있으며 운동권의 방법론을 사용한다. 파괴력이 강하다. 의쟁투는 정부 협상안에 대해 ‘의사들 투표를 거쳐 확정짓는 방식’을 채택했다. 대단히 똑똑한 친구들이다.

    이유는 첫째, 투표를 통해 의사들을 단결시키고 통합시킬 수 있다.

    둘째, 정부의 교활한 숫자놀음이나 농간에 충분히 대처하고 검토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셋째, 의협회원이면 누구나 ‘한 표’를 행사하므로 배부른 의사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고, 지지기반인 30∼40대 개원의와 전공의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다.

    넷째, 필승의 전략이다(지도자가 국민투표해서 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의쟁투는 이번 사태로 운동권 문화와 가치를 의료계에 이식했으며, 의사들은 절박한 나머지 체질에 맞지 않는 이들의 방법론을 원용했다.

    그러나 만일 의쟁투가 ‘민중’이니 ‘노동자·농민’과 같은 단어를 한마디만 던진다면 의사들은 그순간 이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언젠가는 의쟁투가 그 아이덴티티를 의사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은 협상은 한다고 하지만 뒤로는 안 하는 걸로 하기도 하고, 이것만 해결되면 폐업을 푼다고 하지만, 또 다른 조건을 내세우는 등 정부처럼 이중 플레이도 하고 타이밍도 잘 포착한다.

    여하간 ‘큰판’을 벌여놓았고 이 방면에 프로급이다. 당분간 한국정부와 정치권 심지어 청와대까지 이 ‘젊은 의사들’ 농간에 놀아날 듯싶다.




    CEO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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