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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 현장

“주식시장형 인사 시스템으로 공기업 뒤흔들겠다”

지독한 가난 이긴 총리실 해결사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주식시장형 인사 시스템으로 공기업 뒤흔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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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정말 딱 ‘흐느낀다’는 말이 맞아요. 어머니께 죄송해서 집에도 못 가고 학교 담벼락에서 울고 있는데 한 선생님이 저를 발견하셨어요.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선생님이 ‘이런 일로 낙심하면 큰일 못한다. 이럴수록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며 저를 다시 교실로 데려가셨어요. 급우들 앞에서 얼굴도 못 들 만큼 창피했지만 다시 들어갔죠. ‘공부를 안 하면 장래가 없다’는 생각 하나로요.”

그는 “울던 나를 달래주셨던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야 선생님을 다시 찾아갔더니 반갑게 맞아주셨다”며 “요즘도 명절마다 인사드리고 선물을 보낸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하신 참스승”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박 사장은 전주의 한 사립중학교에 3년 장학생으로 들어갔지만 설움은 끝나지 않았다. 2학년 때 재건학생회비(육성회비)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서무과에서 시험지를 뺏어가 시험도 못 치렀다. 결국 그는 중학교를 자퇴하고 고입검정고시를 봤다. 힘들게 학업을 이어갔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어릴 때부터 ‘너는 공부를 잘하니까 고시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고시를 해서 나라에 큰일을 하는 게 제 인생으로 굳어진 거죠.”

그는 “요즘도 TV에서 어려운 사람들 이야기 나오면 내 이야기 같아서 펑펑 운다”고 멋쩍어하면서도 “하지만 가난했던 경험은 지금의 나를 만든 중요한 힘”이라고 말했다.



“지독한 가난을 겪은 사람은 두 부류예요. 성격이 모나고 살아남기 위해 정말 별 짓 다하는 사람, 그리고 어렵던 시절 잊지 않고 남한테도 따뜻하게 하는 사람. 저는 운 좋게 후자가 된 것 같아요.”

KESCO는 전기 고장과 안전 문제를 책임지는 회사다. 전기 생산과 공급은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자회사들이 맡고 있지만, 전기설비 점검 및 응급조치 등은 KESCO의 몫이다. 박 사장은 “KESCO는 전기 안전을 책임지는 ‘종합병원’”이라며 “국민에게 직접 서비스를 하는 만큼 최고의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만족 서비스

10월8일 그는 취임 100일을 맞아 △전기 안전 선도기업 △행복한 고객 △신명나는 일터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신 전기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해 KESCO의 안전 기준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게 하고, 고객의 기대를 넘어선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고, 아침에 일어나면 빨리 오고 싶은 놀이터 같은 일터를 만들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KESCO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KESCO는 2005년 세계 최초로 전기를 끊지 않고 전기 설비를 검사하는 ‘무(無)정전 검사 기술’을 개발해 올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제철소 등 24시간 공장이 가동되는 경우 정전 상태에서 검사를 하면 공장 가동 중단에서 오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데 무정전 검사 기술을 도입하면 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KESCO는 국가 주요 산업시설 100호에 무정전 검사를 실시하면 연간 534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KESCO는 경제 취약계층에 ‘전기119’라는 스피드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 취약계층이 정전, 누전 등 전기 고장을 겪으면 KESCO에서 긴급 출동해 조치하는 제도다. 이 밖에 KESCO는 7월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긴급 복구활동을 했고, 8월 초 태풍 무이파가 상륙했을 때 24시간 불철주야 긴급출동태세를 유지하며 복구 활동을 했다. 당시 박 사장도 직원들과 함께 경기 의정부 침수가옥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그는 “고객이 딱 기대하는 만큼 줘서는 감동을 줄 수 없다. 그보다 한걸음 나가야 그때 감동한다”고 말했다.

초가을이던 9월15일 서울 강남과 여의도 일대를 비롯해 전국 곳곳이 정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가정과 공장, 병원 등 162만 곳의 전기가 동시에 끊겼다. 박 사장은 “낮 3시10분 뉴스채널을 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전은 전기 생산·공급을 맡고 우리는 안전 관리를 맡기 때문에 우리 소관은 아니다. 견해는 있지만 말을 보태지 않겠다”면서도 “안타까운 점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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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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