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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릭의 Outsider’s Insight

“교육개혁 하려면 제2, 제3의 어윤대 앞세워라”

  • 타릭 후세인 경제칼럼니스트 tariq@diamond-dilemma.com

“교육개혁 하려면 제2, 제3의 어윤대 앞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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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명문대 출신? 글쎄…

사실 나는 이런 종류의 대학순위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한 가장 좋은 지표는 미래의 학생들이 그 대학에 등록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학생들이 장차 외국 대학보다 국내 대학을 선호할 것인지, 혹은 외국 학생들이 자국 대학보다 한국의 대학을 선택할 것인지를 알아보면 한국의 대학 경쟁력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대학 무역수지(University Trade Balance)’라고 불리는 이 지표는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가장 적합한 지표다. 그러나 계량화하기가 어렵다. 그 대안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교육 시스템이 가장 취약한 국가다. 외국 학생이 한국에 1명 올 때 한국 학생 18명이 외국으로 떠난다.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 지표로 보면 호주가 가장 경쟁력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갖췄다. 호주 학생 1명이 유학 갈 때마다 23명의 외국 학생이 호주로 오고 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도 한국 대학의 취약한 경쟁력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에 있는 외국계 회사 임원들은 한국 대학 출신자들의 업무역량이 부족하다고 자주 불평한다. 그들 중 한 명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회사 인사 담당자가 내게 한국 최고 명문대학 출신자들과의 인터뷰를 주선해주는데, 막상 그들과 인터뷰하다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도대체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는지 의심이 든다.”



이는 비단 외국계 회사들만의 불평은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2005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1명을 재교육하기 위해 평균 20개월 동안 6200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한물간 시스템’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방식은 산업화를 급속도로 진행하던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의 모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벼락공부를 일삼고 엔지니어와 의사, 경제학자를 배출하는 것이 최고 목표이던 시절의 시스템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효율적이었다. 이 시스템 덕분에 단기간에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고 여기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경제 발전에 아낌없이 기여했다.

‘모방적 신드롬‘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우선 세계경제는 예전보다 훨씬 더 복잡해지고 세계화됐다. 한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더욱 성숙한 지식기반 사회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과거에는 ‘성장동력’이었으나 지금은 ‘발목을 잡고 있는’ 낡은 교육 시스템을 폐기처분해야 한다.

제임스 오툴(James O’Toole) 같은 리더십 전문가는 ‘교육’과 ‘훈련’을 엄격하게 구별한다. 그는 ‘교육’의 어원을 ‘끌다(educare)’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본다. 그 함의를 봤을 때 교육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토론,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이뤄지는 반복적 과정이다. 사고의 폭을 넓히고 세계적 수준의 인적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기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반면 ‘훈련’은 암기, 흑백론적 사고, 반복과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교사가 지시를 내리면 학생은 따르는 식이다. 이러한 훈련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산업화 인력을 길러내는 데는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현대 지식기반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러 다양한 자질을 개발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지만 실제는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어린 학생은 영어사전을 통째로 암기해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영어를 ‘훈련’받고 있다. 그렇다고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하거나 토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거꾸로 가고 있다.

훈련은 반복과 모방을 강조한다. 이러한 ‘모방적 신드롬’은 한국 기업에 깊숙이 침투해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예컨대 신제품을 개발할 때 많은 한국 기업은 여전히 외국 제품을 서슴지 않고 베끼고 있다. 이는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려는 한국의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대자동차의 ‘산타페’가 성공한 것은 한국에 만연한 디자인 베끼기 문화를 청산하고 미국의 디자인센터에서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산 지 꽤 오래됐지만 아직도 매년 대학 입학시험이 치러지는 날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입 시험 때는 회사 출근시간도 늦춰지고 도로는 한가하며 비행기의 이착륙 시간도 조정된다. 대신 합격을 기원하는 엿가락 냄새와 부모들의 애타는 기도소리, 염불소리만이 떠돈다. 국민, 학생, 학부모에게 이날은 한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SKY’에 들어갈 수 있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일생일대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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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릭 후세인 경제칼럼니스트 tariq@diamond-dilem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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