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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막걸리 교실 ⑤

넉넉한 인심, 푸근한 손길 주모를 헹가래치련다!

전주 막걸리집 순례기

  • 허시명| 술 평론가 sultour@naver.com |

넉넉한 인심, 푸근한 손길 주모를 헹가래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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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가 함께 즐긴다

넉넉한 인심, 푸근한 손길 주모를 헹가래치련다!

전주 막걸리집의 홍보 수레.

세 번째 조가 찾아간 D막걸리집은 첫 번째 주문한 술 한 주전자에 딸려 나온 안주가 동태찌개였다. 다른 곳에서는 두 번째나 세 번째에 나오는 중심 안주인데, 손님을 압도하려는 의도였는지 찌개가 먼저 나왔다. 그런데 이렇게 처음부터 비중 있는 요리가 나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처음 맛본 음식이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뒤따라 나오는 음식이 초라해 보일 수 있고, 자칫 중심 안주가 별것 없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바탕 안주로는 다슬기, 피문어조림, 소라숙회, 고구마와 옥수수, 맛보기로 주는 것 같은 홍어삼합이 나왔다. 그런데 불판을 놓고 끓인 D집의 동태찌개는 안타깝게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우선 생태찌개가 아니라 동태찌개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웠다. 맵고 짠 데다, 건져 먹을 살점도 별로 없었다. 사실 막걸리에 찌개 안주라는 점이 조금은 위험스러운 조합일 수 있다. 통상 김치찌개나 매운탕 종류를 먹을 때는 막걸리보다 소주를 더 찾는다. 짜고 매운맛과 쓴 소주가 입맛에 어울리는가보다. 그리고 술에 국물 안주라는 게 여간해서 궁합을 맞추기 어려운 조합일 것이다.

D막걸리집은 달걀 프라이를 언제든지 셀프로 해먹을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그리고 두 주전자째를 시켰을 때, 다른 막걸리집에선 피날레로 나오는 간장게장비빔밥이 나왔다. 넓적한 접시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간장게장을 얹어 내놓는데, 주모가 직접 게를 쭉쭉 찢어 밥에 비벼줬다. 짭쪼름하지만 막걸리 한 잔이면 짠맛이 금세 입안에서 사라졌다. 원래 간장게장비빔밥이 맨 나중에 나오는 이유가 있다. 술을 많이 마시다보면 묘하게도 ‘술배’가 고파온다. 그때에 먹으라고 내놓은 안주 겸 요깃거리다.

이쯤 되니 생선이나 해산물 안주가 막걸리와 궁합이 맞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전주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부둣가에 가보면 막걸리보다는 소주를 더 많이 마신다. 생선회나 탕 안주에는 소주나 청주가 어울린다고들 한다. 부둣가에는 힘깨나 쓰는 육체노동자가 많아 소주를 선호한다. 사람의 노동량과 선호하는 술의 도수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같은 해산물이라도 날것보다는 조리된 것이 막걸리와 어울리는 것은 또 뭘까. 막걸리가 소주보다는 실내용이라는 것일까.



어쨌든 D집에 들어간 세 번째 조 사람들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동태찌개에서 만족하지 못한 마음이 계속 이어졌달까. 특히 전주 막걸리집을 한두 차례 와본 사람들은 지난번에 들른 집과 안주의 내용을 자꾸만 비교하고 있었다. 그래서 D막걸리집에 들어간 사람들은 L막걸리집으로 옮기게 됐다.

L막걸리집은 해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었다. 온 가족이 운영하는데, 가게 일을 보는 딸은 아버지가 잘 아는 선주(船主)가 있어서 그쪽을 통해 해산물을 저렴하게 공급받기에 안주가 푸짐하다고 했다. 게다가 그 딸이 내세우는 마케팅 전략은 ‘개업한 지 1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단골을 잡기 위해 극진한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소문난 막걸리집이나 오래된 막걸리집은 노회해서 ‘당신 같은 뜨내기손님은 제대로 대우받기 어렵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L집으로 2차를 간 이들은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막걸리 두 주전자를 마시는 잠깐 사이에 청어구이, 전어구이, 생선전, 부침개, 양미리, 가오리찜, 홍합탕, 새우튀김, 병어회, 백합회, 카레가루를 쓴 삼치전, 족발, 부침개, 지진 김치가 나왔다. 전주 막걸리집을 장악한 해산물의 승리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전주 막걸리집에선 온 가족이 찾아오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L집에선 조카들을 데리고 온 이모, 그리고 외삼촌쯤 되는지 아이 셋에 어른 넷이 함께 앉아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전주 막걸리집의 안주는 막걸리잔이 놓이는 자리에 공깃밥이 놓이면 그대로 한 끼 식사가 된다. 고구마나 옥수수, 포도, 밤 따위는 디저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빠의 술안주는 아이들의 간식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자리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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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 술 평론가 sultour@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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