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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의 가을

  • 일러스트·박진영

여의도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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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얘기 같지만, 주식에서 크게 돈을 번 지인의 말을 빌리면 “소득 수준별로 선호하는 자산이 있는데, 초기엔 자동차(My car)를 선호하다 소득이 늘면 부동산(My home)을 선호한다. 그 다음이 금융자산(My stock)이다. 강남에 집 가진 것이 부(富)의 기준인 시대를 지나, 우량한 주식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부의 기준이 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보유함으로써 손실을 본 개미들이 앞으로는 보유하지 않음으로써 수익을 놓치게 되지 않을까. 서쪽 여의도에선 미덕인 ‘하지 않음’이 미래의 동쪽에서는 악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 없는 개미들은 공연장 밖으로 나와 간접투자를 통해 퍼포먼스를 관람하는 것이 어떨는지.

여의도공원을 파티션 삼아 동·서 여의도를 구분하고 있지만, 양쪽은 영역을 넘나들어 교류할 때도 있다. 서쪽 둥근 지붕 아래에서 쏟아지는 각종 정책이 동쪽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산출하는 주가지수로 평가받기도 하고, 대선후보별로 관련 테마주가 형성돼 있어 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한 후보가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로 결정되던 무렵, 대부분의 관련주들은 진작부터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주가가 기대심리에 좌우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대통령 당선 기대감이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기업의 본질가치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주가를 형성하곤 하는 것이다.

한편 서쪽에서 의사봉을 땅, 땅, 땅 내리쳐 의결한 내용이 동쪽 증권시장의 근간을 바꾸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통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은행 중심의 대한민국 금융시장에 빅뱅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2007년 가을 동여의도의 증권회사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는 이유도 금융시장의 겨울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여의도의 가을
이상균

1977년 울산 출생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 위원회 정보분석팀 근무



現 경제·금융전문 칼럼니스트, 증권선물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근무


이렇듯, 동·서여의도는 각 권역의 특성을 유지한 채 긴밀하게 교류하며 권역의 이익을 위해서 분주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라지만, 여의도의 가을은 언제나처럼 수확을 준비하는 수학(修學)의 계절이다. 동서의 끊임없는 교류와 견제라는 비료가 여의도를 살찌우고 있다. 서여의도는 동여의도에 비친 평가에 골몰하고, 동여의도는 서여의도를 잘 비춰낼 수 있는 효율적인 시장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가을, 갈, 갊, 삶…. 가을은 한 해가 가는 것이고, 간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고, 또 이렇게 사라지는 것이 삶이다. 살아나는 것이 삶이 되었다가 또 이맘때쯤엔 사라지는 것이 삶이 되는 모순, 덧없음 속에서 치열함을 추구하는 여의도의 모순. 여의도의 가을은 모순투성이지만, 그것이 던지는 선문답(禪問答)에서 깨달음을 수확할 수 있길 기도한다.

신동아 200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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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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