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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20세기 뒤흔든 혁명 교과서

사회주의, 계급투쟁, 프롤레타리아 독재…

  • 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20세기 뒤흔든 혁명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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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은 매스 미디어의 위력을 누구보다 먼저 간파한 혁명가였다.

“매우 자주 발간되는 전 러시아적 신문 없이는 오늘날의 러시아에서 그러한 활동을 생각할 수 없다. 이 신문을 중심으로 저절로 형성되는 조직, 신문의 협력자들의 조직이 이른바 모든 것, 즉 최악의 혁명적 ‘탄압’의 시기에 당의 명예, 권위, 계승성을 지켜나가는 것에서부터 전 국민적인 무장봉기를 준비하고 그 시기를 정하고 봉기를 수행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할 준비를 갖출 것이다.”

레닌은 하부구조의 상부구조 결정론에 입각한 카를 마르크스의 소극적 언론관과 달리 언론 자체를 혁명의 수단이자 주체로 규정했다. ‘신문은 비단 집단적 선전자, 집단적 선동자일 뿐 아니라 집단적 조직자’라는 유명한 명제가 그것이다. 이 같은 언론관은 이후 모든 공산국가가 신문뿐 아니라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 매스미디어 전반에 적용하는 전체주의적 언론통제의 패러다임으로 발전했다.

레닌이 이 책을 쓴 것은 1901년 봄부터 겨울 사이였다고 한다. 스스로 서문에 고백했듯이 짧은 기간에 시간에 쫓기면서 쓰다보니 ‘문학적 퇴고가 부족한 상태’로 출간됐다. 당시 러시아의 혁명운동은 이론·조직·실천 면에서 모두 변화와 정립이라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책을 내게 됐다.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아노프가 본명인 그는 이 책에서 니콜라이 레닌이란 필명을 처음 썼고, 그 후 공식 이름으로 사용한다.

전 세계 혁명가들의 필독서



이 책은 1917년에 성공한 소련 공산혁명의 이론을 발전시키는 기초 문서가 된다. 레닌의 또 다른 대표작 ‘제국주의론’과 더불어 전 세계 혁명가들의 필독서가 되기에 이르렀다.

20세기 후반까지 중국의 마오쩌둥,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베트남의 호치민, 유고슬라비아연방의 요시프 브로즈 티토, 북한의 김일성에 이르기까지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나라의 정치·사상적 지도자들이 이 책을 읽고 따랐다. 이 책은 자연스레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역사를 송두리째, 그것도 부정적으로 바꿔놓았다. 사회주의 체제는 20세기의 맨 윗자리에 놓일 만한 격변이었다.

1980년대 한국의 386세대 운동권 바이블이 되기도 한다. 심상정 의원 같은 이는 급진주의자였던 20대 때 통째로 암송할 정도였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이 책에 그토록 열광적이었던 현상은 당시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에서 사회주의가 왜,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 알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소련·동유럽 공산국가들의 붕괴와 더불어 20세기 지구촌을 혁명의 열기로 달궜던 레닌과 이 책은 악마의 다른 이름으로 전락했다. 레닌이 마르크스 사상에서 폭력과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발굴한 것이 결국 독이 됐다.

21세기 들어 좌파들에 의해 복권이 시도되는 모습이 간간이 엿보인다. ‘레닌 재장전’이라는 책의 출간은 그 일환이다. 슬라보예 지젝, 알랭 바디우, 프레데릭 제임슨, 테리 이글턴 같은 좌파 지식인 17명이 공동 저자다. 2001년 독일 에센의 문화과학연구소가 ‘무엇을 할 것인가?’ 출간 100주년을 맞아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논문들이 기반이 됐다.

2013년 봄 사망한 중남미 좌파의 대부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생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날 기회가 있으면 이 책을 선물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워너 본펠드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를 비롯한 자율주의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글을 모은 ‘무엇을 할 것인가’는 혁명의 교본으로 쓰였던 레닌의 이 책을 중심으로 레닌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책이다.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정치이념이 애써 복권을 꿈꾸는 것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을 때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몸부림인 듯하다.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다.

신동아 201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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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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