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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 이야기 ⑬

‘다이하드 3’와 샴페인 동 페리뇽

“나는 별을 마시고 있다”

  • 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다이하드 3’와 샴페인 동 페리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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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에도 등급이 있다

‘다이하드 3’와 샴페인 동 페리뇽

영화 ‘다이하드’의 한 장면.

사실의 진위와 관계없이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고 전설이 또 다른 전설을 만들어 동 페리뇽은 이제 샴페인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영화에 등장한 샴페인 동 페리뇽이다. 사실 튤립 모양의 맵시 있는 긴 잔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샴페인의 작은 거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별을 마시고 있다(I am drinking stars!)”고 외쳤다는 동 페리뇽의 전설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샴페인의 유명세에 비해 샴페인의 분류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애주가는 많지 않다. 샴페인은 가격 면에서나 품질 면에서 크게 ①빈티지가 없는 샴페인(non-vintage Champagne), ②빈티지 샴페인(vintage Champagne), ③프리미엄 빈티지 샴페인(premium vintage Champagne)의 3종류로 나뉜다.

먼저 기본이 되는 빈티지가 없는 샴페인에 대해 알아보면, 전체 샴페인 생산량의 85~9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보편적인 종류다. 따라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전통(classic) 샴페인’으로 불리기도 하고 특정 빈티지의 포도를 사용하지 않고 각기 다른 해에 수확한 포도를 혼합해 사용하기 때문에 다년산 빈티지(multi-vintage) 샴페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상표에 굳이 이러한 내용을 알리지는 않지만 특정 빈티지가 표기되지 않은 것에서 그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

샹파뉴 지역의 특성상 좋은 품질의 포도는 4~5년 만에 한 번 정도 생산되기 때문에 해마다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빈티지가 없는 샴페인은 이러한 환경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법적으로는 한 해에 생산되는 포도 중 적어도 20%는 빈티지가 없는 샴페인용으로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각 샴페인 회사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의 포도를 빈티지가 없는 샴페인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숙성 기간은 법적으로는 최소 15개월이지만 대부분 2년 반에서 3년간 숙성시킨다.



빈티지 샴페인은 특정 연도에 수확된 포도만을 사용해 만든 샴페인을 가리킨다. 따라서 상표에 포도 수확연도를 표기한다. 전통적인 샴페인에 비해 향이 풍부하고 깊은 맛이 느껴진다. 가격도 더 비싸다. 빈티지 샴페인이 높은 평가를 받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다. ①선택된 좋은 포도밭의 포도를 사용한다. ②비(非) 빈티지 제품에 비해 2~3년 더 숙성시킨다. 빈티지 샴페인의 법적 최소 숙성연한은 3년이지만 보통 4~6년(평균 5년) 숙성시킨다. ③포도 품질이 좋은 해에만 생산한다. ④포도 품종으로는 대부분 최적 품종인 Pinot Noir와 Chardonnay만 사용한다. 비빈티지 샴페인은 Pinot Meunier를 많이 사용한다. 빈티지 샴페인을 만드는 데는 일정한 기준이 있는데, ①그해의 포도 품질 ②그해에 필요한 비빈티지 샴페인의 수요 ③빈티지 연도가 그 회사의 스타일과 맞는지 여부다.

샴페인 제조사의 자존심, 프리미엄 빈티지

마지막으로 샴페인 등급 최정상에 프리미엄 빈티지 샴페인이 있다. ‘Prestige Cuvees Champagne’이라고도 불리는 이 샴페인은 각 샴페인 회사들이 자존심을 걸고 생산하는 그야말로 최고급 제품이다. ①기포가 더 작고, 섬세하며 ②향과 맛이 더 우아하면서 복합적이고 강하며 ③뒷맛에 더 여운이 있는 특징이 있다. 프리미엄 빈티지 샴페인이 특별한 것은 가장 좋은 포도밭에서 생산된 최고 품질의 포도만을 사용하고 숙성 기간이 5~8년 정도로 더 길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빈티지 샴페인의 대표 제품으로는 뵈브 클리코사의 라 그랑드 담므(La Grande Dame), 루이 뢰더러사의 크리스탈(Cristal) 등 전설적인 샴페인들이 있으며 동 페리뇽 역시 모에 샹동사의 프리미엄 빈티지 샴페인이다. 동 페리뇽은 첫 빈티지로 1921년산이 1936년에 출시됐다. 이후 계속해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숀 코너리가 주연한 초기 ‘007’ 시리즈에도 자주 등장했다. 1962년 ‘007’ 시리즈 첫 편에서는 악당 닥터 노가 동 페리뇽을 가리키며 “귀한 55년산인데 깨뜨리면 후회할 거요”라고 하자 제임스 본드가 “53년산이 더 낫지” 하며 샴페인 지식을 과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임스 본드의 1953년산 동 페리뇽에 대한 애착은 3편 ‘골드핑거’(1964)에서 또 한번 표현된다. “53년산 동 페리뇽은 비틀스 음악처럼 요란한 술이지” 하면서 말이다.

최근 ‘트랜스포터’(2002) 등을 통해 새로운 액션 스타로 부상한 제이슨 스태덤이 주연한 ‘뱅크잡(The Bank Job)’(2008)에서도 은행을 털기 위해 금고로 들어간 일당이 우연히 1947년산 동 페리뇽을 박스째 발견하고 거품을 터뜨리며 즐겁게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정작 ‘다이하드 3’에서는 동 페리뇽이 몇 년산인지 알 길이 없다.

어쨌든 전설의 수도승 동 페리뇽은 샴페인 거품을 하늘의 별로 표현했는데, 오늘날 바로 그 별들이 은막의 별들을 만나고 있는 장면은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지 않을 수 없다. 이야말로 별들이 별들을 마시는 참으로 낭만적인 장면들이 아니겠는가.

신동아 201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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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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