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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 이야기 17

‘셜록 홈스’와 혜성 빈티지

와인 잔으로 빠져든 찬란한 별빛 한 줄기

  • 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셜록 홈스’와 혜성 빈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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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와  혜성 빈티지
그런데 하수구에서는 기계장치에서 청산가리 용기를 빼낸 아이린이 갑자기 도망가는 사태가 발생한다. 홈스가 아이린을 뒤쫓자 그녀는 한창 건설 중이던 타워브리지까지 도망간다. 그러다 중간 부분이 아직 연결되지 않은 다리 위에 그녀가 멈춰서면서 뒤쫓아 온 홈스와 옥신각신한다. 그때 블랙우드가 나타나 아이린에게서 청산가리 용기를 빼앗는다. 아이린은 이 와중에 다리 중간에 떨어져 기절한다. 이런 그녀를 두고 홈스와 블랙우드는 결투를 벌이고 마침내 블랙우드는 죽고 만다. 블랙우드가 죽기 전 홈스는 그가 무덤에서 부활해 걸어 나오는 등 생전에 행사한 모든 주술과 마법이 모두 사전에 면밀히 계산된 사기극이었음을 밝혀냈다고 말한다. 정신을 차린 아이린은 홈스에게 그녀의 고용인은 모리아티 교수로, 그는 홈스만큼이나 영리하면서 훨씬 교활한 사람이라며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천문 현상이 와인 품질 좌우?

사건이 해결된 뒤 신혼여행을 떠나려는 왓슨에게 홈스는 그가 마지막까지 풀지 못했던 블랙우드의 수수께끼를 해결했다고 말한다. 즉 교수형에서 맥박이 정지된 상태로 사망을 위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사형 집행자의 도움과 함께 만병초라는 식물에 의한 이른바 광밀병(mad honey disease)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때 경찰관이 홈스에게 레오던이 개발한 기계장치 옆에 경찰이 한 명 죽어 있었다고 알려준다. 모리아티 교수가 아이린을 이용해 사람들의 관심을 청산가리 용기에 쏠리게 한 뒤 정작 가장 중요한 기계장치의 작동 부품을 빼돌린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사건을 암시하는 것으로, ‘셜록 홈스’ 2편의 등장을 알리는 장면이 된다.

술 이야기에 앞서 이 영화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대목을 든다면 블랙우드가 벌이는 주술 사기극이다. 그가 교수형을 당하는 장면에서 사망을 위장해 의사 왓슨을 감쪽같이 속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때 왓슨은 블랙우드에게 사망 판정을 내리면서 ‘맥박 정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홈스는 앞에서 보듯, 이런 사기극이 가능했던 이유로 광밀병이라는 희귀한 병을 일으키는 만병초(로도덴드론·rhododendron ponticum) 식물 성분을 들고 있다.



터키 흑해 근처에 자생하는 이 식물에서 만들어진 꿀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전신마비가 오면서 일시적으로 맥박 정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홈스의 애완견이 만병초 꿀 진액을 먹고 가사(假死) 상태에 빠진 장면도 나온다. 만병초 꿀의 독성은 여기에 함유된 ‘grayanotoxin’이라는 화학물질에 의한 것으로, 꿀벌에겐 해가 없으나 사람에게는 경련, 저혈압, 실신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만병초에서 유래된 꿀을 잘못 먹으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시적으로 완전한 순환 정지를 일으킨 뒤 다시 저절로 회복될 수 있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영화적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 혈액순환이 정지된 후 아무런 의학적 조처 없이 자연 회복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설사 이런 일이 발생한다 해도 순환 정지 후 5분만 지나면 비가역적 뇌손상이 오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회복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쨌든 영화 ‘셜록 홈스’에선 매우 흥미로운 술 하나가 등장한다. 홈스가 토머스 경을 위시한 사교집단 지도자들과 만난 뒤 아이린이 묵고 있는 호텔 방으로 찾아가 그녀를 만날 때의 일이다. 옛 연인인 홈스와 아이린의 관계는 영화 전편에 걸쳐 애증이 교차하는 묘한 사이로 묘사된다.

홈스를 만난 아이린은 그에게 마침 잘됐다며 그녀가 들고 있던 와인 한 병을 따달라고 부탁한다. 술병을 본 홈스는 “1858년산 마고(Margaux)네, 혜성 빈티지(comet vintage)로군” 이라고 와인 지식을 과시하며 말한다. 이어서 “천문 현상이 와인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야”라고 부연한다. 그 후 홈스는 수면제가 들어 있던 그 와인을 마시고 잠들어버리지만 여기서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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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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