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갯그령과 통보리사초가 어우러진 모습은 해안사구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 모래 알갱이들이 바람을 받아 물기가 마르고 가벼워지면 다시 바람에 실려 해안가로 날아가 모래 언덕을 이루는 게지.”
해안사구가 만들어지는 원리가 그랬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모래들이 모여 언덕을 이룬 것이 사구가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사구는 모래를 소재로 게와 바람이 역할을 나눠 만들어낸 합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태안군은 관내 주요 관광명소 가운데 대표적인 명소 8곳을 선정해 ‘태안8경’으로 소개하고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태안8경 가운데 제5경에 해당한다. 군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신두사구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우리나라 최고의 사구지대로 태안군 신두리 해수욕장에 위치하며 그곳은 사막처럼 펼쳐진 넓은 모래벌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빙하기 이후 약 1만5000년 전부터 서서히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강한 바람에 모래가 파랑에 의해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오랜 세월을 거쳐 모래언덕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북서 계절풍을 직접적으로 강하게 받는 지역으로 북서 계절풍에 의해 주변 산지의 운모편암이 깎여 바다로 들어간 뒤, 파랑을 타고 다시 바닷가로 밀려들거나 파랑의 침식으로 깎여나간 침식물들이 해안가로 밀려와 쌓여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곳에는 해안 사구 특유의 생태계가 조성되어 식물군으로는 전국 최대의 해당화 군락지, 통보리사초, 모래지치, 갯완두, 갯매꽃을 비롯해 갯방풍과 같이 희귀식물들이 분포해 있으며, 동물군으로는 표범장지뱀, 종다리, 맹꽁이, 쇠똥구리, 사구의 웅덩이에 산란을 하는 아무르산개구리, 금개구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사구는 육지와 바다의 완충지대로 해안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부터 농토를 보호하고 바닷물의 유입을 자연스럽게 막는 역할을 한다.
신두사구를 뒤로하고 내륙으로 조금 들어가자 두웅습지가 나왔다. 모래 둔덕으로 흘러든 빗물이 고여 만들어진 습지다. 산으로 둘러싸인 두웅습지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늑한 느낌을 줬다. 조용히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두웅습지에서 차를 타고 산길을 돌아 언덕길로 향했다. 5분쯤 차를 달려 산 정상에 도착하자 오래전 주막으로 쓰였다는 허름한 집 한 채가 나왔다. 제법 고도가 높아 여기에서는 신두리 해안사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드넓은 사구와 바다가 멋지게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기름유출 사고도 생태관광자원화
신두사구와 두웅습지는 2013년까지 녹색관광지로 조성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환경부는 지난 2월 해양자원으로서 신두리 해안사구를 국내의 대표적 녹색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고, 태안군 역시 신두사구와 두웅습지를 복원해 생태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신두사구와 두웅습지 복원은 우선 신두리 지역의 희귀 동식물을 복원하고 외래식물을 제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생태공원으로 조성될 신두사구 주변에는 생태 관찰로가 설치되고, 생태해설사를 육성해 관광객들에게 관람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태안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인 서해안 원유 유출 사고 역시 다크투어리즘 도입을 통해 생태관광화할 방침이다. 기름시계 저금통에 동전을 넣으면 그 부피만큼 없어지는 원리를 이용한 ‘희망을 먹는 기름시계’를 해안가에 설치하는 한편 신두사구 인근에는 생태교육과 생태복원을 테마로 한 에코 빌리지도 조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