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호

경제성장 + 환경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성일 관광레저기획관

  • 구자홍|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hkoo@donga.com |

    입력2010-06-03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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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산업을 저탄소 녹색관광으로 리모델링하고, 녹색 콘텐츠 및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최근 ‘녹색관광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녹색관광 활성화를 위한 일종의 로드맵을 확정한 셈이다. 설계도면이 나왔으니, 착실히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5월10일 오후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뒤편에 자리 잡은 이마빌딩 사무실에서 녹색관광 정책을 지휘하는 김성일 관광레저기획관을 만나 녹색관광의 목표와 방향, 실행계획 등을 들었다.

    경제성장 + 환경 두 마리 토끼 잡는다
    ▼ 녹색관광이라고 하면 생태·농촌 관광 등을 떠올리기 쉽다. 녹색관광에 대한 개념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것 같은데….

    “녹색관광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관광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신재생에너지와 녹색기술을 관광산업 분야에 도입하고, 친환경 개발을 통해 환경을 보전함으로써 관광산업 전반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도록 리모델링하는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가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폐광산이나 폐철로 등 유휴자원을 관광자원으로 재순환시키는 것도 포함된다. 아울러 생태자원을 친환경적으로 관광상품화하는 것도 녹색관광의 주요 영역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진흥법 개정을 통해 녹색관광의 정의를 신설할 예정이다. 녹색관광 활성화를 위해 그 근거가 되는 법령 정비가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관광진흥법에 포함될 녹색관광의 정의는 ‘관광산업에 청정에너지 활용 및 녹색기술을 도입하여 탄소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관광 개발을 통해 환경보전 및 기후변화에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관광수요 및 녹색관광 일자리를 창출해가는 등 경제성장과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관광을 말한다’로 돼 있다. 즉, 녹색관광은 관광을 매개로 경제성장과 환경을 조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녹색관광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기대도 자못 크다. 녹색관광이 활성화돼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 자연스레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 왜 이 시점에 녹색관광이냐는 의문이 들 법도 한데….

    “국민소득 증대와 주5일제 시행 등에 따라 관광 패턴이 기존의 관람 위주에서 생태와 레저, 문화와 스포츠 등이 어우러진 체험형 여가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다. 녹색성장이 새로운 국정 패러다임으로 부상해 있고, 순천만 습지나 정선 레일바이크 등 녹색생태관광을 통한 새로운 지역발전 성장모델이 나타나면서 녹색관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요구와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녹색관광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녹색관광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녹색관광에 따른 제도를 정비하고, 지속적으로 추진과제를 발굴해 관광산업의 녹색성장을 앞당겨 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 관광 패러다임의 변화가 좋은 측면도 있겠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도 있을 텐데….

    “녹색관광 실천을 위해서는 자동차로 편하게 둘러보던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등 과거에 비해 일정 부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같은 불편함은 탄소를 덜 배출하고 환경을 보호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미래 후손을 배려하는 것이 된다. 누구나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얘기하지만, 실천 없이는 문제 해결이 요원한 것 아닌가. 녹색관광을 하는 것은 후세에 대한 배려이면서 동시에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길이다.”

    경제성장 + 환경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우포늪.

    ▼ 뜻은 좋지만, 당장의 불편을 감수해야 할 관광객 입장에서는 합당한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 같다.

    “녹색관광을 실천한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 자가용 대신 철도 등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거나, 도보나 자전거여행처럼 탄소 배출량이 적은 이동수단으로 여행했을 경우 줄어드는 탄소 배출량만큼 탄소 포인트를 적립해 문화상품권이나 캐시백으로 적립해 실생활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관광탄소포인트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녹색인증을 받은 숙박시설이나 여행지를 갔을 때에도 마찬가지 혜택을 돌려드릴 예정이다.”

    경제성장 + 환경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슬로시티

    ▼ 우선은 녹색관광 개념이 국민과 관광객들 사이에 폭넓게 인식돼야 녹색관광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

    “물론이다. 녹색관광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녹색관광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조만간 홈페이지를 구축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아울러 국민 공감대 확산을 위해 ‘녹색관광 아이디어 공모’라든지, ‘녹색관광 사진전’ ‘녹색관광 체험수기’ 등 다양한 공모전을 개최해 녹색관광에 대한 인식도 공유하고, 국민들의 아이디어를 살려 정책으로도 발굴해나갈 것이다.”

    ▼ 녹색관광을 산업 분야로 확산시키기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현재로서는 관광산업의 탄소배출 통계치나 배출측정 시스템 등과 같은 연구개발(R·D)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녹색관광 기반구축을 위한 R·D 사업도 추진한다. 관광산업 전반에 걸쳐 시스템이 구축되면 평가와 인증을 통해 관광산업 사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까지 모색할 것이다.”

    정부는 녹색관광 활성화를 통해 녹색 생태관광 시장 규모를 전체 관광시장 대비 2008년 20% 수준이던 것을 2014년에는 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럴 경우 2020년 탄소배출 전망치 대비 약 30%의 탄소배출량 감축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 녹색체험 여행욕구를 충족시켜 내수가 촉진되면 관광수지가 개선되는 부가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녹색관광 활성화를 통해 환경도 살리고, 경제도 살리는 일거양득의 기대효과를 예상하고 있는 것. 덧붙여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녹색관광 기본계획에 따르면 녹색관광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어떻게 가능한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친환경 관광자원 개발과 지역성장 발전모델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2014년에 녹색관광이 전체 관광의 25%를 점유하게 되면 부가가치가 5조원가량 되고, 15만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전남 순천만의 경우 생태관광을 특화해 지난해 230만명이 다녀갔다. 640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발생했고, 경제효과는 958억원이었다. 친환경 녹색관광이 활성화됐을 때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 일각에서는 생태관광에 대해 경제성은 낮은 반면, 오히려 환경 훼손만 발생할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드웨어를 지향하지 않고 소규모 개발과 자연보전적인 생태관광개발의 원칙만 준수한다면 환경적, 사회문화적,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경우 소규모의 자연 기반 숙소에서 머무르는 생태관광객은 그곳을 방문한 크루즈관광객보다 18배 더 많은 돈을 쓴다고 한다. 또 인도네시아 코모도국립공원에서는 생태관광객이 지역에서 평균 100달러를 지출할 때, 패키지 관광객은 50달러, 크루즈 관광객은 단 3센트를 지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곳에 머물면서 체험과 휴식을 병행하는 관광이 해당 지역에 더 큰 경제적 이익을 돌려준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김 기획관의 말처럼 두 경우는 관람 위주의 관광자원 개발보다 체류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졌을 때 해당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로 한번 둘러보고 지나치는 관광객이라면 기념품 정도 사는 것말고 돈 쓸 일이 별반 없을 것이다. 한곳에 머물며 먹고 자고 즐겨야 관광 관련 산업에 효과가 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녹색관광이 추구하는 지향점 역시 이 같은 체류형 관광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 새롭게 개념을 정립하고 있는 녹색관광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 선진국의 잘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몇몇 선진국은 우리보다 앞서 생태관광을 국가적으로 육성해가고 있다. 일본과 호주가 대표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문화, 역사 그리고 생태자원이 유사한 일본은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생태관광 13개 모델사업을 개발했다. 국내 10개 생태관광 시범사업을 선정할 때 이 같은 해외 모범 사례를 참고했다. 우리는 한발 나아가 관광객과 관광지 주민 모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활성화해 나갈 계획이다.”

    ▼ 녹색관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해외 관광객 유치도 중요할 텐데….

    “녹색관광을 주제로 한 국제컨퍼런스 등을 개최할 때 외국 아티스트와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 등을 초청해 한국의 대표적 녹색관광지를 적극 알려나가도록 하겠다. 그렇게 되면 국내 녹색관광지가 해외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활용돼 한류문화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녹색관광지가 자리 잡은 지자체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해나갈 예정이다.”

    이야기가 있는 녹색관광

    관광산업에 ‘녹색 바람’이 분다


    녹색관광의 비전은 ‘녹색관광 활성화를 통한 녹색성장 실현’이다. 새로운 관광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관광 패러다임 변화를 도모하고 동시에 경제성장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녹색관광이 조기에 활성화돼 결실을 볼 수 있도록 2010년부터 2014년까지 2417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아울러 민관 유기적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과제의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정부가 세운 녹색관광 중점 과제는 크게 네 가지. 먼저 정부 차원에서 녹색제도의 기반을 구축하고, 관광산업 분야에서 녹색경영이 확산되도록 하며, 관광객들이 녹색여행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녹색관광지를 보유한 각 지자체에서 녹색관광 상품을 개발토록 할 계획이다.

    한국형 생태관광 모델 개발

    습지, 산과 강, 철새도래지 등 관광자원 유형별로 2013년까지 생태관광 모범사례 창출을 위한 10대 생태관광 시범사업에 본격 착수한다.

    국내외 탐방객들이 느끼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옛길과 4대강, DMZ, 동해안, 남해안권 등에 2012년까지 1200㎞에 달하는 도보 중심의 여행길을 조성한다. 지난해에는 박경리 토지길과 소백산 자락길 등 7개 노선을 선정해 지원했고 올해에도 옛길, 역사길, 예술· 생활문화길, 슬로시티 체험길 등 4가지 테마의 문화생태 탐방로 10곳을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생태 탐방로에는 전남 해남의 ‘땅끝길’과 충북 괴산·충주에서 경북 문경에 걸친 ‘새재 넘어 소조령길’, 강원 강릉·평창의 ‘대관령 너머길’ 등 옛길 3곳이 포함돼 있다.

    또한 지역의 정체성을 살린 지역특화 녹색관광 상품 개발도 적극 지원한다. 전남 신안의 염전과 장흥의 친환경농업, 담양의 전통식품 그리고 경남 하동의 야생차 등 지역 특성과 전통문화를 연계해 슬로시티를 슬로 라이프, 슬로 푸드 지역으로 특화할 계획이다. 습지와 공룡, 섬 등 생태자원이 풍부한 남해안과 폐철로와 간이역, 폐광산 등 유휴자원이 많은 지역 역시 녹색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아울러 역사와 문화가 담긴 수변 지역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해 하나의 문화관광권으로 묶어 종합적으로 개발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수변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관광자원화 사업에 대한 공모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겠다는 미래 지향적 가치가 담겨 있는 녹색관광을 국민에게 홍보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명품 관광단지와 관광도시를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영암·해남 관광레저도시를 ‘탄소제로 생태문화 시범도시’로 개발한다. 바이오산업단지와 허브휴양지구, 골프장, F1경주장 등을 조성할 때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를 도입, 저탄소 친환경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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