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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論으로 본 조선왕조실록

종친 vs 대신 “왕의 친척이라도 법 앞에선 평등” || 병자호란 還鄕女 문제 “백성을 지키는 것은 국가 책임”

  • 이규옥|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강성득|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종친 vs 대신 “왕의 친척이라도 법 앞에선 평등” || 병자호란 還鄕女 문제 “백성을 지키는 것은 국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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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 소생이란 열등감

종친 vs 대신 “왕의 친척이라도 법 앞에선 평등” || 병자호란 還鄕女 문제 “백성을 지키는 것은 국가 책임”

일러스트 [이부록]

영조는 후궁 소생의 왕자로서 왕위에 오른 것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종친부의 일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는 조정 신하들이 자신을 얕잡아 보는 것처럼 느꼈던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문수가 개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하자 눌러뒀던 영조의 감정이 폭발하고 만 것이다. 이에 대해 사관은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조정의 권위가 무너지고 기강이 해이해져 2품의 먼 종친이 직접 의정부 서리를 가두었으니, 박문수가 말을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성상께서는 화낼 일도 아닌 말에 격노하여 임금을 업신여겼다고 책망하였다. 아, 대신을 존중하는 것은 임금을 존엄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임금이 이렇게 말을 잘못하였는데도 이 자리에 들어온 신하들이 감히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였으니, 임금의 잘못을 바로잡아 허물이 없도록 인도하기를 어찌 바랄 수 있겠는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화를 낸 임금에게 한마디도 하지 못한 신하들이 문제라고 했다. 언뜻 보면 신하들을 나무라는 것 같으나, 실은 임금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정의감 넘치는 젊은 사관의 생각은 그랬던 모양이다. 그러나 경험 많은 신하들이 임금의 격노에 대처하는 방식은 조금 달랐다. 임금의 감정이 격해져 있을 때는 잠시 피했다가 감정이 좀 가라앉은 뒤 차근차근 따지려고 했던 것 같다. 이틀 뒤 경연 석상에서 신하들이 이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검토관 조상명 : 그저께 작은 일로 인해 갑자기 뜻밖의 하교를 내리셔서 신하들이 허둥지둥 물러났으니, 이는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전하께서는 조금이라도 심기가 불편하시면 말을 가리지 않고 하시는 경우가 많아 신은 항상 개탄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말씀하실 때에는 온화하고 평온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영조 : 나는 이 일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른바 종친을 제재한다는 것은 종친에게 권세가 있을 때 하는 말이다. 세조 이래 종친들은 권세 없이 종친부에만 의지하고 있다. 종친들의 힘이 요즘처럼 약했던 적이 없으니 권세를 휘두른들 누가 받아주겠는가? 박문수는 비변사 당상으로 입시해서는 자기 직무가 아닌 일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내 마음이 이미 상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화가 난 것이지 어찌 다른 뜻이 있었겠는가.
김동필 : 여러 신하들이 아뢴 것이 어찌 다른 뜻이 있어서이겠습니까. 그런데 신하로서 감히 들을 수 없는 엄한 하교를 내리셨으니, 이는 성상의 함양 공부가 부족해서 그런 것입니다.
영조 : 경자년(1720) 경종 즉위년 대상(大喪) 뒤에 내가 인도하는 자 없이 대궐을 지나다가 대신을 만났는데, 대신이 앞에 있으면서 끝내 길을 비키지 않아 내가 뒤따라가지 않으려고 피해서 다른 길로 간 적이 있다. 내가 왕자의 신분인데도 이와 같았다. 지금 나라에 세자가 없고 종실은 힘이 약해 권세를 휘두를 만한 자가 없는데도 억누르려고 하니, 내가 아니면 누가 종친을 돌봐주겠는가?


종친 vs 대신 “왕의 친척이라도 법 앞에선 평등” || 병자호란 還鄕女 문제 “백성을 지키는 것은 국가 책임”

일러스트 [이부록]

신하들의 바른 소리

경자년의 대상은 영조의 아버지인 숙종의 국상을 말한다. 영조는 당시 후궁 소생의 왕자로 있으면서 대신에게 심하게 무시당한 아픈 경험이 있었기에 힘없는 종친들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정 신하들의 현실적인 힘과 논리를 이기지는 못했다. 결국 영조는 문제를 일으킨 해춘군을 파직하고, 종친부와 의정부가 서로 무시하지 말고 공경하라는 당부를 하며 갈등을 봉합했다.



요즘도 최고 지도자 친인척 비리 문제가 언론에 오르내린다. 이들이 최고 권력자와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불법적인 행위를 감히 문제 삼지 못하다가 벌어지는 일이다. 200여 년 전 조정의 신하들은 임금의 친척인 종친이 법을 무시하면 임금 앞에서 당당하게 비판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 시대를 살면서도 오히려 조선시대 신하들의 바른 소리가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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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옥|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 강성득|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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