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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남편들이여, ‘찌질이’가 되지 말라”

[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㉕] 수유 중 에스트로겐 분비 멈춰 성욕↓…부부관계 소홀해지는 이유

  • 난임전문의 조정현

“세상의 남편들이여, ‘찌질이’가 되지 말라”

여성은 남성과 달리 육아에서 오르가슴과 흡사한 감동을 느낀다. [GettyImage]

여성은 남성과 달리 육아에서 오르가슴과 흡사한 감동을 느낀다. [GettyImage]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는 문구가 나오는 TV 광고가 있었다. 아내에게는 여자 이상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의미다. 산부인과 전문의 관점에서는 의학적 함축을 문학적으로 제대로 담은,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아내를 에로스적 관점으로 봐선 안 된다. 아내는 여자 이상의 존재다. 의학적인 설명은 접어두고 ‘인생학적’ 관점에서 따져봐도 그렇다. 

아무리 뜨겁던 연인관계라도 결혼에 골인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함께 살면서 마냥 행복할 수는 없다. 콕 집어 말하면, 부부 사이가 소원해지는 이유는 아내의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 탓일 가능성이 크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리비도’(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기초 개념으로 사람이 내재적으로 갖고 있는 성욕. 또는 성적 충동)도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주관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은 고환에서, 여성은 난소와 부신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여성의 리비도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만 높다고 강해지는 게 아니다. 에스트로겐이 분비돼야 성감이 더 발달해 무르익게 된다. 에스트로겐은 난자가 자라면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난소에서 분비)이다. 에스트로겐이 분비되면 심적으로 부드러워지고 질의 분비물이 늘어나면서 촉촉해진다. 사랑에 목말라하며 넓은 어깨에 기대고 싶어지는 것이 배란 즈음일 때가 많다. 결국 여성은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리비도가 시작되더라도 에스트로겐 영향을 듬뿍 받아야 사랑의 최적 타이밍에 이르는 것이다.

자궁 경부에 성기 닿으면 자궁수축 유발

언제가 이런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비틀스 멤버 존 레넌의 부인인 오노 요코는 임신 중일 때 존 레넌이 ‘접근’해 오면 돈을 주며 “나가서 해결하고 오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임신하면 리비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임신부들이 필자에게 “부부관계를 가져도 되느냐”고 물으면 “안 되는 일은 아니지만 되도록 오르가슴에 도달하지 마시고요”라며 콘돔 사용을 권장한다. 정액이 안으로 들어가서 자궁수축을 일으킬 수 있고 자궁 경부에 남성이 접촉되면 자궁수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궁수축은 조산을 불러올 수 있다. 

출산 이후에도 ‘불행’은 계속된다. 수유 중에는 리비도가 하강 곡선을 그린다. 자식에게 젖을 물리면서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옥시토신에 자극 받아 유즙분비호르몬(이하 프로락틴)이 분비되면 배란이 중지된다. 수유 중에는 무배란, 무생리 체제가 된다는 얘기다. 무배란으로 에스트로겐 분비가 멈추면서 성감이 떨어진 데다 수유기에는 육체적으로도 힘들어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아니나 다를까 성호르몬을 만드는 부신피질 기능도 저하돼 성욕이 사라질 수 있다. 조물주가 자손을 품에 안은 여성에게 당분간 젖을 먹이며 육아에 집중하라며 내린 천형(天刑)이라기보다는 여체의 특권, 즉 어머니의 몸이 되는 메커니즘이 아닐까 싶다. 



모성(母性)이 작동한 아내에게서 부부생활을 거부당한다면, 남편 처지에서는 끊임없는 성욕을 주체할 수 없다면, 차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억압(repression)이라는 정신기법을 쓰든지, 자위(masturbation)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모성은 어떤 성의 야성(野性)보다 우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출산 후 리비도가 급감하는 것이 호르몬 때문만은 아니다. 여성의 리비도를 자극하는 것에는 정서적 배경, 사고방식, 환경, 분위기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수유를 마치고 정상적인 배란(에스트로겐 분비 체제)이 되더라도 힘든 육아로 달라진 생활 패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부 간의 성생활도 리듬과 횟수가 예전 같을 수 없다. 

남성 처지에서 이해가 되는 점도 없진 않다. 남편은 소원해진 부부관계를 회복하려고 시시때때 분위기를 만들어보지만 매번 거절당했을 때의 기분은 당혹스럽고 비참해지기까지 한다. 

피임약 때문에 리비도가 급감할 수도 있다. 피임약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을 담은 경구용 약제다. 복용하면 난소에서 생성되는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 수치보다는 호르몬 양이 적어 질 건조증이 생기거나 성욕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출산 후 급격하게 살이 쪘다면 여성호르몬 감소 혹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리비도가 급감한다. 운동 부족으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몸이 항상 찌뿌둥할 수 있다. 

몇 년 전 다국적 제약사 ‘릴리’가 세계 13개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성생활 패턴을 조사했는데, 한국인의 평균 성관계 횟수는 1주에 1.04회로 조사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인의 성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육아로 인한 부담’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좀 다르게 본다. 육아에 대한 부담만으로 성욕이 떨어질 순 없다. 성욕이라는 것이 호르몬 분비 외에도 중추신경 및 외적 자극이 합쳐져 일어나는데, 아무리 집이 편안해도 시각적으로 충동적일 게 없는 일상이다. 자칫 말 한마디로 다툴 수 있는 일상이고, 아기 울음소리에 부부는 성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집 안보다는 집 밖에서 훨씬 더 강한 성적 충동이 생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특히 직장 여성에게 집은 업무의 연장선 같은 피곤한 공간이다. 

1960~70년대 단칸방에 살던 부부들은 좁은 방에서, 그것도 아이 둘셋과 같이 자면서 어떻게 성생활을 즐길 수 있었을까. 하긴 그때 그 시절 부부들은 오르가슴이니 뭐니 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번갯불에 콩 볶듯 ‘후다닥 성교’로 부부만의 정과 교감을 나누고 임신을 했다(그것도 다산이었다).

섹스 안 해도 ‘育兒 오르가슴’ 느끼는 여성

여성의 성욕은 남성과 사이클이 조금 다르다. 출산 이후 서서히 강해져 40대 중후반에 절정에 이른다. 출산으로 인해 생리통과 성교통(痛)이 완화돼 성감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여성에게 성생활은 육아와 교육에 우선순위가 밀려 찬밥 신세가 되기 일쑤다. 이 또한 고마운 일 아닌가. 어머니 역할이 쾌락을 앞섰기에 자식을 키울 수 있었을 테니 고맙고 거룩한 일이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육아에서 오르가슴과 흡사한 감동을 느낀다. 이유는 옥시토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옥시토신은 섹스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분비되는 호르몬이지만 출산 후 젖 분비를 촉진하고, 아기에게 젖을 물렸을 때에는 자궁 경부가 닫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성행위 때 최절정의 오르가슴에 골반 근육이 수축되고 자궁이 수축되는 것도 옥시토신이라는 신경펩티드 물질 덕분이다. 동시에 자식을 품안에 안고 비비며 키우면서도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예부터 남자와 달리 여자는 자식만 있으면 거뜬히 홀로 살아낸다고 한 이유일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신은 여성의 몸을 예측불허의 변수까지 떠올리며 어머니로 설계한 게 아닐까. 

체내 옥시토신 비율이 높을수록 사람들은 더 사랑하고 신뢰하고 공감하게 되는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옥시토신이 풍부하다. 여성이 인간을 이해하는 능력이 남다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이유일지 모른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감안하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훨씬 더 적합하다. 

세상의 남편들에게 조언하건대, 이토록 기특한 아내 앞에서 소원해진 부부관계가 소원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찌질이’가 되지 말자. 아내를 이해하고 돕는 남편이 되기를 바란다. 기다리면 더 진한 핑크빛 그날이 올 것이다.



신동아 2020년 12월호

난임전문의 조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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