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호

사바나

원룸 월세 신입사원의 투룸 전세 찾기 프로젝트

2년 뒤 기약하며 다시 월셋집으로...두 달간 체득한 전세 구하기 꿀팁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1-01-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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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라이팬‧냄비와 따로 자는 꿈

    • 집구하기보다 복잡한 전세대출 일단 은행부터

    • 목표는 1억8000만 원 투룸

    • 서울 원룸 전세 평균이 1억6000만 원

    • 투룸 전세커녕 반전세도 드물어

    • 중개인 "임대차법 통과 후 전세 찾기 어려워"

    • 심사숙고 고른 전셋집 대지‧건물 주인달라 포기

    • 청년주택 경쟁률 92:1 로또청약 맞먹어

    *밀레니얼 플레이풀 플랫폼 '사바나'는 '회를 꾸는 '의 줄임말입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대 1인가구 수는 111만8000가구다. [GettyImage]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대 1인가구 수는 111만8000가구다. [GettyImage]

    "2억 원 이하 투룸 전셋집 찾으시는 거죠. 전세대출도 필요하고요. 그럼 거주하는 집 계약 끝나기 전이라도 매물 나오면 바로 계약할 각오 하셔야 합니다. 조건 맞는 매물 올라오면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근무하는 신모 씨가 한 말이다. 지난해 2월 취직 후 1년 뒤 원룸에서 벗어나 투룸 전셋집을 구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것도 현재 사는 서울 연희동 인근지역에서 구하리라 다짐했다. 그래서 취직하자마자 집주인에게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전달했다. 꿈을 이룬다면 50만 원 월세를 절약하고 옷과 주방기구와 분리된 공간에서 잠을 잘 수 있을 터였다. 지난해 부동산 대란이 터졌지만 그게 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세 달 후 꿈은 실패로 돌아갔다. 전셋집 매물은 적었고 모아둔 돈은 부족했다. 새로 구한 1.5룸 월셋집에 살며 2년 뒤를 기약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세를 꿈꾸는 사회초년생을 위해 나의 투룸 전세 찾기 실패담을 공개키로 했다. 은행 상담부터 부동산 계약, 전입신고까지 유용한 팁을 담았다.

    Step1. 은행과 친해져라

    포털사이트에 전세대출을 검색하면 다양한 대출상품이 등장한다.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중소기업취업청년 전세자금대출‧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대출 등 이름도 각양각색. 세대주 여부‧재직 회사 등 다양한 기준을 고려해 대출상품을 신청해야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은행 대출 상담 창구를 찾길 권한다. 은행 방문 전 얼마짜리 전셋집에 들어가길 원하는지, 자신의 정확한 연소득(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이 얼마인지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게 좋다. 전세가와 소득에 따라 최대 대출금액과 금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래는 사회초년생이 받을 수 있는 대출상품에 대한 간략히 소개다.

    사회초년생을 위한 전세대출상품

    사회초년생을 위한 전세대출상품

    이자가 가장 저렴한 대출상품은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세자금대출(중기청 대출)이다. 최대 1억 원까지 고정금리 1.2%로 대출받을 수 있다. 한 달 10만 원 이자로 1억 원을 빌릴 수 있는 셈이다. 일반 전세자금대출 평균 금리가 3%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현저히 낮은 이자다. 



    다만 조건이 까다롭다. 개인 연소득 기준 3500만 원(부부합산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인 중소기업 재직자만 대출가능하다. 중기청 대출을 허락하는 집 주인이 적은 점도 문제다. 중기청 대출을 신청하려면 집 주인에게 채권양도계약서‧위임장‧동의서‧주택가격동의서 등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주택도시기금이 제공하는 버팀목 전세자금대출도 비교적 저리 상품으로 구분된다. 최대 대출액은 1억2000만 원으로 전세보증금‧연소득에 따라 대출이자는 연 1%후반~2% 중반대로 다양하다.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일반 전세대출 금리는 2%후반~3%초반대(지난해 12월 기준)다. 대출 한도와 금리는 보증기관에 따라 달라진다. 주택금융공사가 서울보증보험에 비해 금리가 저렴하다. 대신 서울보증보험은 전세보증금의 80%까지 대출해 주지만 주택금융공사는 연 소득의 3~4배로 대출 한도를 제한한다. 

    은행상담을 통해 대출 가능한 금액과 금리를 파악한 뒤 월 이자를 미리 계산해야 한다. 주거비 부담을 아끼려 전셋집을 구했으나 월세와 다름없는 이자를 은행에 낸다면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에 ‘대출이자계산기’를 검색하면 쉽게 월 이자를 확인할 수 있다. 대출상담은 적어도 계약 만료 2개월 전부터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옮길 집을 실제 알아보는 기간과 계약서 작성 후 대출 심사기간(평균 2주)을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대출 알아볼 때는 은행 두세 군데 가보는 건 기본이야." 

    회사 선배의 말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전세대출로도 부족한 보증금을 신용대출로 충당해야 한다면 발품 팔 은행 개수를 늘려야한다. 기자는 11월 은행 세 곳을 방문한 뒤 1억8000만 원 이내에서 전셋집을 구하기로 했다. 부모님 찬스와 현재 월세 보증금을 포함한 3000만 원,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1억2000만 원(2.2% 금리)과 신용대출(3% 금리) 3000만 원을 더한 액수다. 이 경우 한 달 은행 이자로 29만 5000원을 내야한다. 1억 8000만 원 투룸 전셋집을 구해 한 달에 현재 월세(50만 원)에서 20만 원 가량을 절약할 계획이었다.

    Step2. ‘아이쇼핑’으로 현실자각타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3만5286건으로 2019년 동기(4만4113건) 대비 20% 감소했다.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3만5286건으로 2019년 동기(4만4113건) 대비 20% 감소했다. [뉴스1]

    지난해 7월 임대차2법(계약갱신요구권‧전월세상한제)이 통과된 후 아파트 전세대란이 시작됐다. 매물은 줄고 가격은 치솟았다. 직접 집을 확인하지 않고 계약부터 하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전세가는 3.6% 상승해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아파트 전세대란은 오피스텔‧다세대 주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마포구 부동산 중개인 지모 씨는 “아파트 전세를 포기한 이들이 다세대 주택‧오피스텔을 찾기 시작했다. 저금리 상황에선 전세를 줘봐야 돈을 굴릴 때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급히 돈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월세로 돌리는 추세다. 빌라 전세 매물은 나오자마자 나갈 때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사이트에서 기자가 거주하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소재 투룸 전월세 매물을 검색하자 33개가 나왔다. 이중 전세는 9개. 하지만 9개 모두 전세 보증금이 1억8000만 원을 초과하거나 전세대출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할 수 없어 연희동 인근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과 마포구 연남동 일대 투룸 전세 매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돌아온 답변은 이렇다. 

    “계약 끝나기 전이라도 입주하실 수 있나요? 전세가 귀해서 매물 나오면 방만 확인하시고 바로 계약하셔야 해요.” 

    지난해 8월 기준 서울 원룸 평균 전세보증금은 1억 6000만 원을 처음으로 넘겼다. 10년 간 거주했던 연희동에서 1억8000만 원으로 투룸 전세 매물을 구하는 건 욕심이었다. 눈으로 확인할 매물을 선정할 때 서울 마포구‧서대문구 전체로 눈길을 돌렸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 투룸 뿐 아니라 1.5룸도 고려 대상에 포함했다. 현재 자산과 소득을 고려해 월셋집은 보증금은 3000만 원, 월세는 60만 원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Step3. 부동산은 발품이다

    10년 간 서울에서 여섯 번의 부동산 계약을 맺으며 깨달은 사실은 발품을 팔수록 좋은 집을 구한다는 사실이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쇼핑이 전체 비중 60%를 넘는 언택트 시대라지만 부동산은 예외다. 

    부동산중개사이트에 게시된 사진은 실제 공간보다 넓게 보이도록 찍혀있다. 특히 호텔처럼 내부가 잘 꾸며진 집은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허위매물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공인중개사를 방문하면 해당 매물이 없거나 거주지 등록이 불가능한 불법 건축물인 식이다. 공인중개사무소에 직접 연락해 원하는 가격과 위치를 제시하고 눈으로 집을 확인해야 제대로 집을 고를 수 있다.

    부동산 매물 체크리스트

    부동산 매물 체크리스트

    “채광이 좋으면 언덕에 있어 출퇴근이 불편하고, 면적이 넓으면 반지하거나 오래된 건물이죠. 한정된 돈으로는 다 가질 수 없습니다.” 

    서울에서 12년 간 1인 가구로 산 권모(29)씨의 말이다. 지난해 7월 기준 서울 도심 지역 아파트 가격은 전 세계 3위(3.3㎡당 5만4588달러)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집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발품을 팔기 전 포기할 수 없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을 추천한다. 고려 대상은 면적, 구조, 건물 노후 정도, 채광이나 수압 같은 디테일까지 다양하다. 

    “신축건물이고 내부가 깔끔한 집만 선호했어요. 서울 용산의 한 오피스텔에 계약을 하려는데 부모님이 말렸습니다. 역세권이 아니고 채광이 좋지 않아 후회할거라고요. 결국 다른 집을 알아봤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잘 한 일 같아요.” 

    지난해 11월 자취를 시작한 김모(28) 씨의 말이다. 자취가 처음이라면 부동산 매물을 확인할 때 자취 유경험자나 부모님을 동반하면 집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쉬워진다. 만약 사정상 혼자 매물을 확인해야 한다면 사진이나 영상으로 집 내부를 촬영해 놓아야 추후 집을 고를 때 편리하다. 

    기자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말까지 서울 마포구·서대문구 전월셋집 10곳을 확인했다. 그 중 네 곳의 집이 물망에 올랐다. 고민 끝에 서울 지하철 6호선 인근 합정역과 상수역 사이 1억8000만 원 복층 원룸 전셋집으로 마음을 굳혔다. 복층 원룸이지만 1층 넓이가 33㎡(10평)이라 넓은 편이고 북서향이지만 마주하는 건물이 없어 어느 정도 채광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Step4. 안전한 전셋집 마련은 디테일에 달렸다

    “등기부 등본을 떼 봤는데요. 토지 소유주와 건물 소유주가 달라요. 가능성은 적지만 혹여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하실 수도 있어요.” 

    1.5룸 전셋집을 결정한 뒤 부동산 중개인 지모 씨로부터 들은 말이다. 부동산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일은 기본이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정확한 주소만 알면 발급받을 수 있다. 

    등기부등본 을구에는 해당 건물에 대한 근저당설정 및 주택담보대출 사항이 제시돼 있다. 쉽게 말해 해당 건물에 낀 빚을 확인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대개 선순위에 있는 근저당권자가 낙찰금을 먼저 가져가고 나머지 금액이 세입자에게 돌아온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법을 잘 모른다면 거래 부동산 공인중개사에게 문의를 구하는 것이 좋다. 부동산 중개인은 주택임대차 계약을 하려는 사람에게 중개대상물에 대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 

    무사히 계약을 마무리하면 대출심사단계다. 대출금이 나오는데 대략 2주가 소요된다. 부동산 계약서·계약금 영수증·재직 증명서·주민등록등본 등 필요한 서류를 챙기는 시간을 포함해 잔금을 치르는 날짜를 넉넉히 설정하는 것이 좋다. 기자는 1순위 전셋집이 수포로 돌아간 뒤 2년 간 1.5룸 월셋집에 살기로 했다.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기엔 계약이 끝나는 날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자취 초심자가 간과하기 쉬운 포인트는 하나 더 있다. 잔금을 치르기 전 일일 송금액 한도를 확인해야한다. 직장인은 주말을 끼고 이사를 하는데 송금 한도를 미리 늘리지 않으면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계약 후 온라인 등기소를 통해 확정일자를 받고, 이사 후 전입신고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각 인터넷 등기소와 정부24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서대문구 소재 전월세집 10곳을 확인하고 해당 집을 골랐다. 남향이라는 점과 주방과 방이 분리된 1.5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문영훈 기자]

    서울 마포구·서대문구 소재 전월세집 10곳을 확인하고 해당 집을 골랐다. 남향이라는 점과 주방과 방이 분리된 1.5룸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문영훈 기자]

    P.S. 멀기만 한 공공임대주택

    “한 달에 월세로 60만 원을 내야하는데 거기다 보험·교통비 등 한 달에 쓰는 고정비가 100만 원이다. 월급의 절반이 사라져 적금은 주택청약 하나 갖고 있다.” 

    서울 자취 2년차 강모(27) 씨의 말이다. 1월 18일 국토연구원이 공개한 '1인가구 연령대별 주거취약성 보완 방안'에 따르면 2030 1인 가구 중 31.4%는 월 소득의 30%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고시원·쪽방에 사는 청년층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우선공급하고 보증금·이사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이 담겼다. 늑장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공공·민간 임대주택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월 입주를 앞둔 역세권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청약 경쟁률은 최대 92대 1에 달했다. 해당 청약에 지원했다 탈락한 강씨는 “전셋집을 구하려 해도 마땅한 매물이 없어 포기했다. 대안으로 선택한 임대주택마저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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